1746화.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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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를 흘린 한립이 의식으로 금색 파문영역을 급격히 늘려 설앵도 가두었다.
그녀는 대경실색한 얼굴로 굳어 있었다. 한립은 설앵을 가둔 뒤 수결을 맺은 손으로 거검을 가리켰다.
거검은 더 밝게 빛나며 산봉우리처럼 커다란 검기로 변해 공수구에게 떨구었다.
카카카캉!
경천동지할 소리가 들려왔다. 검기가 부서지고 푸른 거검도 부들부들 떨면서 튕겨 나왔다.
놀란 한립이 수결을 맺어 거검을 안정시키고 공수구를 돌아봤다. 공수구는 어느새 하얀 달걀 같은 보호막을 두르고 있었다.
금전문, 은과문과도 다른 이상한 주술문자가 떠다니는 보호막은 거북이 등딱지 같은 문양이 새겨져 무생검해에서 단련된 청죽봉운검을 막아냈다.
눈을 가늘게 뜬 한립은 푸른 거검에서 금색 뇌전을 크게 일으켜 다시 공격하는 한편 몸에서 똑같이 생긴 청죽봉운검 두 자루를 더 날려 보냈다.
쾅쾅쾅!
세 자루의 거검이 튕겨 나오고 하얀 보호막이 흔들렸지만 보호막은 여전히 멀쩡했다.
“만륜법주(万輪法珠)! 감찰선사나 하면서 지닌 보물이 적지 않습니다.”
안색이 회복된 묵우는 바로 나서지 않고 흥미롭다는 듯 한립과 공수구를 쳐다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교삼도 한립과 공수구를 보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낙청해와 호언 도인 등도 한립이 본격적으로 나서자 각기 다른 표정을 했다.
그때 빛구슬 속에서 공수구가 하얀빛을 터트렸다.
쿠쿵.
방대한 법칙의 힘이 파도처럼 금색 파문을 쳐서 시간법칙의 힘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러자 한립의 표정이 달라졌다. 진언보륜의 위력이 늘어 강력해진 시간영역을 누군가 뒤흔든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태을옥선의 경지를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되겠구나!’
한립은 빠르게 수결을 맺어 진언보륜의 회전을 가속했고 시간도문들이 요란한 빛을 뿜으면서 영역에 법칙의 힘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금색 파문이 완전히 안정을 찾기 전에 하얀 구슬에서 또 빛이 터져 나와 막대한 법칙의 힘으로 영역을 몰아쳤다.
한립은 두 손을 풍차처럼 돌리면서 수결을 맺어 금색 파문을 유지했지만 구슬에서 발산되는 힘이 점점 커져 막기 어려웠다.
“금선이라 지존법칙의 운용이 아직 부족하구만.”
“무리하지 마십시오. 제가 나서겠습니다.”
묵우가 혼잣말을 하며 앞으로 나서려는데 교삼이 튀어 나갔다.
“호오, 그래 주면 좋지. 뒤를 봐줄 것이니 가보거라.”
묵우는 교삼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그 시각, 가장 멀리 있던 낙청해가 커다란 남색 비석을 불러내 기이한 기운을 뿜는 비석 표면에 양손을 가져다 댔다.
나가떨어졌던 남가몽도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 옆에 나타나 비석에 손을 댔다.
문양들이 번득번득 남색빛을 일으켜 두 사람을 감싸고 기다란 빛줄기로 변해 불가사의한 속도로 하늘을 갈랐다.
촉룡도 백발 금선도 그것을 보고 정혈을 뱉어 보호막을 강화하고 핏빛 둔광으로 변해 사라졌다.
호언 도인과 운예도 달아날 마음을 먹었지만 한립을 보면서 망설였다.
“두 분도 떠나시지요. 저는 어찌 되었든 저 회선에게 도움을 주었으니 아마 무슨 일을 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적시에 한립의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울렸다.
“다들 하나 같이 뭐가 무서워 달아나는 것이냐. 나같이 좋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멀리서 묵우가 불퉁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호언 도인과 운예가 더는 고민하지 않고 날아올라 먼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에이, 못난 것들……. 그런 소인배의 마음으로 어찌…….”
고개를 저은 묵우는 떠나는 이들을 막지 않고 고개를 돌려 한립을 보았다.
그때 그 옆에 교삼이 나타나 각각 강력한 흙 속성 법칙을 품은 노란 바늘을 날려 공수구를 공격했다.
하지만 노란 바늘은 금색 파문에 들어서자 거의 멈춰버렸다.
“려 수사!”
교삼이 미간을 찌푸리고 쳐다보자 한립은 쓴웃음을 짓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법칙이 강해질수록 미세한 통제를 하기 어려웠고 금선의 경지에 이른 지금은 거의 그의 손을 떠난 것과 다름없었다.
교삼이 그의 표정에서 한립이 신통의 효과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표정을 굳혔다.
이렇게 되면 그를 돕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었다.
한립이 심호흡을 하고 시간영역을 강화하려 했지만 금색 파문이 옅어지고 설앵에 대한 제약이 한층 약해졌다.
그녀는 새하얀 법칙 파동을 일으켜 금색 파문과 충돌시키고 있었다.
그걸 본 한립은 아예 금색 파문영역을 수축해 설앵을 풀어 주었고 자유를 되찾은 그녀는 그들을 경계하며 더는 공수구를 챙기지 못하고 멀리 달아나려 했다.
“어딜 가려느냐!”
교삼의 냉랭한 목소리와 함께 설앵보다 먼저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 황토색 바늘들이 쾌속으로 날아갔다.
바늘에서 방출된 수많은 주술문자들이 엮여 두 개의 노란 그물을 이루고 이제 막 시간영역에서 벗어난 설앵을 덮쳤다.
강렬한 법칙 파동을 머금은 그물들이 설앵을 빠르게 휘감아 노란 구슬로 만들었다.
흡족한 얼굴로 한립을 돌아본 교삼의 눈이 반짝였다.
수행으로 보았을 때 설앵이 그녀만 못한 것은 사실이나 시간영역으로 가두어 두지 않았으면 이렇게 빨리 제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노란 구슬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부풀어 오르고 틈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속에서 하얀빛들이 빠져나와 한곳에 뭉쳐 설앵의 모습으로 변했다. 안색이 어두워진 그녀는 그대로 달아나고 있었다.
얼굴을 굳힌 교삼이 암홍색 영역을 방출해 삽시간에 하얀 빛줄기를 가두고 거미줄 같은 핏빛 실들로 설앵을 둘러쌌다.
속도가 확 줄어든 둔광 속에서 설앵이 곤란해할 때 이변이 일어났다!
교삼의 암홍색 영역과 한립의 금색 영역이 교차하는 순간 두 영역이 공명을 하듯 몇 배로 커지고 밝아졌다.
웅웅웅웅!
두 영역이 진동하는 소리가 천상의 음악처럼 들리고 허공에 금빛 꽃들이 피어나 떨어졌다.
영역뿐만 아니라 한립이 퍼트린 금색 파문 구역도 늘어나서 공수구를 다시 단단히 구속할 수 있었다.
설앵이 시간영역과 암홍색 영역에 동시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게 된 것도 당연했다.
한립과 교삼이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건…….”
묵우가 그걸 보고 눈을 번득였다.
한립과 교삼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지만 워낙 기민한 이들이라 전투에 집중했다.
교삼은 수결을 맺어 찢어진 노란 구슬을 다시 두 개의 바늘로 분리해 설앵을 노렸다.
푸슉!
설앵의 몸을 바늘이 관통하면서 피가 흩날렸다. 한립은 교삼은 신경 쓰지 않고 공수구를 주시했다.
교삼의 영역에까지 둘러싸인 공수구는 주위에 은은하게 암홍색 빛이 떠올라 하얀빛이 약간 약해져 있었다.
쾌재를 부른 한립이 요란한 자금색 빛을 발산해 진룡, 천봉, 거원, 뇌붕 등 진령 허상들을 불러냈다.
우드득! 우드드득!
그의 몸을 선회한 진령 허상들이 체내로 흡수되면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온몸에서 들려왔다.
자금색 비늘이 뒤덮인 거인으로 변한 그의 겨드랑이 아래로 두 개씩 굵직한 팔이 자라나고 목 옆으로는 흉악하게 생긴 머리 두 개가 더 나타났다.
속전속결을 위해 아껴두었던 열반성체 변신술을 펼친 것이다!
삼두육비의 자금색 거인은 전신에 은색과 금색 무늬가 가득하고 배와 가슴에는 서른여섯 개의 별빛 도안이 반짝이고 있었다.
두 눈에서 남색 빛을 반짝인 한립이 기합을 넣었다.
쿠쿵.
방대한 기운이 퍼져 눈에 보이는 파문을 만들어냈다. 교삼이 열반성체 변신을 한 한립을 보며 일순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오, 이 기운은…….”
묵우도 놀란 눈빛이었다.
자금색 거인의 세 손이 세 자루의 청죽봉운검을 쥐고 입에서 빠져나온 세 가닥의 금색 수정실이 거검들 속으로 흡수되었다.
기운이 몇 배로 강해진 푸른 거검 세 자루가 굵직한 금빛 뇌전을 번득였다.
나머지 세 손에는 검은 고리인 중수진륜, 자금색 거대 도끼 그리고 자금색 망치가 들렸다.
여섯 개의 무기를 들고 있는 거인의 중압감이 한층 더 강해졌다.
거인은 한 발을 내딛는 듯싶더니 흐릿하게 사라져 하얀 구슬 앞에 나타나 여섯 개의 팔을 힘차게 움직였다.
청죽봉운검 세 자루와 중수진륜 그리고 자금색 병장기가 하얀 구슬을 호되게 내리쳤다.
쿠콰아아앙!
구슬은 엄청난 괴력에 휘청거리다 바닥에 콱! 박혀 들어가 깜빡거렸다. 하지만 어찌나 단단한지 그래도 깨지지 않고 청죽봉운검들만 또 튕겨 나왔다.
구슬의 하얀빛이 약간 어두워진 것을 확인한 자금색 거인은 여섯 개의 눈을 번득이고 잔영을 남기면서 여섯 개의 팔을 붕붕 휘둘렀다.
쉬쉬쉬쉬쉭…….
파공음이 퍼지고 푸른 검기, 검은 수레 허상, 자금색 도끼 허상, 망치 허상 등이 우박처럼 하얀 구슬을 강타했다.
소리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질 만한 공격이었다. 묵우와 교삼이 놀란 눈빛으로 하얀 구슬을 지켜보았다.
구슬은 어둑해지면서 얇아지고 있었다.
콰지직!
쉴새 없이 떨어지는 여섯 개의 병장기의 공격에 결국 하얀 구슬이 깨져 파편이 날렸고, 머리를 산발하고 눈, 코, 입에서 피를 흘리는 공수구가 겁에 질린 얼굴로 나타났다.
그의 앞에 있던 하얀 구슬이 깨지면서 여섯 개의 병장기의 공격이 공수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서걱 서걱 서걱.
공수구의 몸이 사분오열되어 살점 더미로 바뀌는 것을 보고 거인이 안심한 순간, 하얀빛이 튀어나와 원영으로 변했다.
하얀 화염에 겹겹이 둘러싸여 마치 꽃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원영이었다.
각각의 화염 층에는 수정실이 들어있었고 그게 전부 법칙정사였다. 강렬한 법칙의 힘으로 금색 파문을 뚫은 하얀 원영이 종적을 감추었다.
깜짝 놀란 자금색 거인의 미간이 갈라지며 검은 파멸법목이 나타나 음침한 검은 빛을 뿜었고, 동시에 거인의 이마에서 의식의 사슬도 번득 사라졌다.
의식 사슬은 이전과 달리 배로 굵어져 표면에 새겨진 구불구불한 문양이 다 보였다.
펑!
둔탁한 폭음과 함께 천여 장 밖 허공에서 의식 사슬이 하얀 원영을 묶고 튀어나왔다.
원영은 긴장된 얼굴로 짧은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하얀 화염으로 사슬을 불사르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달아날 생각 마시지요.”
자금색 거인이 서늘하게 말하며 청죽봉운검 한 자루를 날렸다.
표면에서 푸른빛과 금빛이 섞여 두 가지 색깔이 혼합된 가느다란 실로 변해 하얀 원영의 미간을 뚫었다.
이마에 아주 작은 구멍이 생긴 하얀 원영은 하얀 화염을 잃고 혼백도 사라져 원영 껍데기만 남게 되었다.
그제야 마음을 놓은 자금색 거인이 수결을 맺어 한립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혈색이 나빠진 그는 영역과 진언보륜의 금색 파문 구역까지 거두었다.
여러 가지 신통을 동시에 펼치느라 선령력이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금청색(金靑色) 실과 청죽봉운검 등 보물들을 회수한 그는 단약을 두 개나 입에 집어넣고서야 혈색이 돌아왔다.
한립이 시간영역을 거두자 교삼의 암홍색 영역도 증폭되기 전 상태로 돌아갔다.
눈빛이 흔들린 그녀가 영역을 거두는 사이, 한립은 공수구의 잔해에서 하얀 저물탁 그리고 선기 두 개와 원영까지 알뜰하게 챙겼다.
짝짝짝!
회색빛이 반짝이고 묵우가 웃는 낯으로 다가왔다.
“잘했다! 겨우 금선이 단칼에 태을경 수사를 다 죽이고, 이게 소문이 나면 선계가 뒤집히겠구나! 지존법칙에 대한 이야기가 헛소문은 아니었어.”
한립은 그 말을 듣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영역이 다른 이의 영역과 공명해 위력이 대폭 증가하지 않았다면 공수구를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복릉종의 피부가 검고 하얀 두 금선이 서로 음기와 양기의 법칙을 섞어 사용하던 때와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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