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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582화 (1,339/2,000)

1582화. 갇히다

*

눈 깜짝할 사이에 7, 8일이 지나 세 경로의 제자들은 차츰차츰 현빙산맥 깊은 곳으로 들어섰다. 마주치는 요수들의 실력도 강해져서 이제는 연허기 실력을 지닌 요수들도 나타났다.

이전의 전투 경험을 살려 척환우 등의 실전 대응 능력은 훨씬 나아졌지만 동급 요수들을 상대할 때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설타령 경로의 척환우 무리는 커다란 빙설 사마귀 열댓 마리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새하얀 사마귀들의 피부에는 눈꽃 문양이 가득했고 네 쪽으로 갈라지는 입에 툭 튀어나온 눈 그리고 커다란 칼날과 마찬가지인 두 앞발이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각각이 연허기 초기의 수행을 지닌 요충들은 민첩한 속도로 하얀 환영을 남기면서 척환우 무리를 포위하고 맹공을 펼쳤다.

이전처럼 둥글게 모여 서서 방어 보물을 연결한 척환우 무리는 다채로운 빛깔의 반원형 보호막으로 몸을 보호했다.

카카캉! 카캉!

그러나 빙설 사마귀들은 이전의 요수들과는 완전히 달라서 두 앞발을 장도처럼 휘두를 때마다 보호막이 부들부들 진동했다.

그 안의 내문제자들은 감히 반격은 꿈도 꾸지 못하고 법력을 불어넣어 보호막을 유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키하학! 키학!

섬뜩하게 포효한 빙설 사마귀들이 앞발을 마구 휘두르면서 동시에 도광을 퍼부었다.

여러 보물이 연결된 보호막은 위력이 약한 보물이 있는 곳부터 어둑해져서 깨질 조짐을 보였다.

“척 형, 이를 어쩐단 말입니까? 영충들이 연허기 수행을 지니고 수도 많아서 우리는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키 크고 마른 소년 하나가 겁에 질려 척환우를 불렀다.

촉룡도 진선 장로의 직계 후인인 소년은 종문 안에서 귀한 단약을 먹어가며 수행만 해와서 바깥 경험이 몇 번 되지 않았다.

오는 동안 몇 번의 전투 경험을 쌓기는 했지만 툭 튀어나온 빙설 사마귀의 섬뜩한 눈빛을 마주칠 때마다 몸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른 내문제자들도 내색은 하지 않아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러다 여기서 죽는 거 아니야?’

그 생각이 그들을 더 궁지로 몰고 나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캉!

하얀 비단 형태의 보물이 만들어낸 보호막이 금이 가면서 보호막에 틈이 생겼다. 눈처럼 새하얀 도광이 그 틈을 정확히 노려 안에서 핏물이 튀고 비명이 새어 나왔다.

금이 가기 시작한 보호막 근처의 수사가 어깨에 부상을 입고 튕겨 나간 것이다. 다행히 품질 좋은 보갑을 입고 있어 부상이 심각하지는 않았다.

이에 척환우가 인상을 찡그리며 미간에서 보랏빛을 방출했다.

휘잉!

수레바퀴 형태의 보라색 보물이 날아가서 소용돌이를 만들어 보호막의 구멍을 메웠다.

“다들 너무 걱정할 것 없습니다. 이번 시험은 의외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진선경 수사가 암중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있어요! 이 빙설당랑(氷雪螳螂) 떼는 이번 시험의 수준을 벗어났으니 곧 누군가 나타나 도움을 줄 것입니다.”

척환우의 말에 다른 제자들의 얼굴에 희색이 떠올랐다.

“저도 언뜻 듣기는 했는데 반신반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척 형의 말씀이라면 진짜겠네요!”

“진선경 수사가 호위하고 있었군요!”

“우린 겨우 10명이고 이 요충들은 거의 스무 마리에 가까운데 아직도 안 나서고 뭐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고공에 몸을 숨기고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소동초가 입술을 실룩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모자란 것들.’

쉬쉬쉭!

그의 손끝에서 무형의 검기가 날아가 빙설 사마귀 절반 이상을 찔러 들어갔다. 공격당한 요충들은 소리도 없이 폭발해 진득한 액체로 흩어졌다.

소동초는 순식간에 사마귀 절반을 처리하고 다시금 사라졌다.

척환우 일행도 바로 외부에서 떨어져 내리는 도광의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을 깨달았다.

“엇! 빙설당랑의 수가 갑자기 확 줄었습니다.”

“누군가 죽였겠지요! 정말 누군가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겁니다.”

수사들이 신이 나서 외치는 것을 보고 척환우도 긴장을 풀고 웃음을 흘렸다.

“저 짐승들을 모조리 죽입시다!”

척환우의 명에 수사들은 보물들을 발동해 공격을 개시했다.

순식간에 남아 있던 빙설 사마귀들은 죽임을 당했다. 비록 두 마리가 달아났지만 단단하고 영력이 충만한 빙설 사마귀의 앞발은 좋은 제련 재료였다.

꽤 값나가는 재료를 두고 눈이 벌게진 수사들은 앞다투어 요충들의 앞발을 절단해 나눠 가졌다.

“출발!”

척환우의 신호에 그들은 다시 출발했다. 그들은 누군가 몰래 보호해준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감이 붙어서 속도를 높였다.

척환우 무리가 빙설당랑을 격퇴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백호산곡 깊은 곳에 있던 당천 무리는 얼음 전갈들과 전투를 벌이게 되었다.

얼음 전갈의 수가 이삼십 마리는 되었고 실력도 강해서 금세 밀리기 시작했고, 적잖은 제자들이 겁에 질려 허둥거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음 전갈 중 가장 센 몇 마리가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이에 당천 무리는 반색하며 재빨리 나머지 얼음 전갈들을 도륙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허공에서 소동초가 보일 듯 말듯 신영을 날려 사라졌다.

* * *

쉬쉬쉭!

수십 가닥의 가느다란 은색 실들이 하얀 얼음 구렁이의 몸을 뚫어 커다란 구멍을 남겼다.

연허급 얼음 구렁이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면서 커다란 몸을 꿈틀거리다 숨이 끊겼다.

은색 실들은 백소원 곁으로 되돌아가 은색 비검으로 합쳐졌다.

손극 등 다른 수사들은 백소원 옆으로 둥글게 서서 일행을 보호하면서 바깥의 열댓 마리 연허급 거대 구렁이들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거대 구렁이 한 마리를 죽인 백소원은 쉬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손을 튕겼다.

은색 비검이 번개처럼 날아가 수십 가닥의 검사로 갈라지더니 연꽃 형태를 이루어 손극과 다투는 구렁이를 덮쳤다.

얼굴이 밝아진 손극이 서둘러 푸른 비도 네 자루로 함께 공격했다.

시험이 시작된 지 열흘째.

현빙산맥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더 강한 요수들이 출몰했고 오늘은 열댓 마리 연허 중기 거대 구렁이들에게 포위를 당하고 말았다.

여섯 명의 수사들은 민첩하게 방어태세를 갖추고 공격력이 가장 강한 백소원을 보호하면서 수시로 공격에 가담했다.

백소원은 다른 수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연달아 비술을 펼쳐 거대 구렁이들을 한 마리씩 참살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자들 쪽으로 대세가 기울고 있었다.

쉬쉭!

뻑!

수십 가닥의 검사가 또 다른 거대 구렁이의 급소를 꿰뚫어 요수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커다란 보라색 몽둥이가 날아들어 머리를 날렸다.

터진 거대 구렁이의 머리에서 뇌수와 피가 흘러나왔다.

캬학!

하얀 거대 구렁이가 기이한 소리를 내고 먼저 몸을 돌려 달아나자 나머지 요수들도 바짝 쫓아갔다.

백소원 무리는 무리해서 요수들을 추격하지 않고 이번 전투로 소모한 법력을 회복하기 위해 묵묵히 단약을 삼키거나 영석을 쥐고 있었다.

그림자로 변해 구름 속에 몸을 숨긴 한립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그는 한 번도 나설 필요가 없었다.

백소원 무리는 머리를 꽤 잘 써서 조금 전 전투도 전술의 승리라고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수행을 고려하면 썩 괜찮은 결과였다.

내문제자들이 오래 멈춰있지 않고 전방으로 나아가자 한립이 뒤따르려다 멈췄다.

잠시 후 그의 옆에 소동초의 신영이 떠올라 있었다.

“소 형, 오셨습니까. 다른 두 무리는 잘하고 있는지요?”

“그들이 지날 길을 미리 싹 정리하고 오는 길입니다. 아주 성가셔서, 원! 그래도 오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으니까 이제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다들 자질은 괜찮은데 전투 경험이 너무 부족해요.”

소동초가 작게 탄식했다.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종문에서 수련만 하고 사문과 장로들의 비호를 받다 보니 크게 좌절을 경험해볼 일도 없었겠지요.”

“사실 전투 경험을 늘리는 일도 어렵지는 않습니다. 종문 내에 진전제자들을 위해 제공하는 환염탑(幻魘塔)이란 곳에서 전문적으로 술법을 이용한 전투 경험을 쌓을 수 있거든요.”

“그런 곳도 있습니까?”

“하하, 종문에 신기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려 형도 차차 아시게 될 것입니다.”

한립의 놀란 표정에 소동초가 웃음 지었다. 그 순간 한립이 고개를 들어 어딘가를 보았고, 소동초도 미간을 좁혔다.

척환우 무리가 가는 방향으로 합체기 요수 한 마리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합체기 요수가 벌써?”

소동초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한립의 입꼬리가 티 나지 않게 곡선을 그렸다.

“아마 정리해두신 앞쪽에 있던 요수가 갑자기 나타난 모양입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소동초는 서둘러 답하고 가보려 했다.

척환우 무리는 이미 연허기 요수들에게 둘러싸여 공격당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합체기 요수까지 더해지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 표정이 미미하게 달라진 그가 당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또 다른 합체기 요수가 그의 의식 감응 범위에 걸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거대 조류 요수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당천 무리에 접근하는 중이었다.

“합체기 요수가 두 마리나!”

소동초는 조금 다급해졌다.

세 경로는 각각 멀리 떨어져 있어서 척환우 무리 쪽으로 가서 도움을 주면 당전 무리를 제때 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도움을 좀 청해야겠습니다, 려 형. 당천 쪽으로 접근하는 요수를 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동초는 한립을 향해 부탁했다. 한립은 백소원 무리가 향한 방향을 보며 난감한 얼굴을 하다가 답했다.

“……소 형께서 부탁하시는데 거절할 수야 없지요.”

“고맙습니다! 정말로요!”

소동초가 인사를 하며 먼저 신영을 날려 사라졌다. 한립은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 * *

당천 일행은 아무것도 모르고 거침없이 날아갔다. 지도에 따르면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앞을 가로막던 요수들이 부쩍 줄어서 순조롭게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당천도 요수들이 갑자기 줄어든 이유가 암중 호위를 하는 진선 장로 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속도를 더 높입시다!”

목적지가 코앞인 그는 마음이 급해져서 일행을 재촉했다.

가장 먼저 설종현웅을 찾아내서 죽이면 나머지 수사들은 전부 진전제자 시험에 탈락하고 말 것이다.

그들의 실력으로 설종현웅 한 마리를 죽이는 것쯤이야 문제 될 것 없었다. 어차피 진선 장로가 뒤따르고 있으니 설종현웅을 죽이지 못해도 그들이 당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득의양양해진 당천은 둔광을 더욱 키워 속도를 높였다.

끼이악!

그 순간, 전방에서 날카로운 지저귐이 들려왔다.

아직 거리가 상당히 먼데도 쇠를 긁는 것처럼 거슬리는 소리가 고막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당천이 옅은 신음을 흘리면서 속도를 줄이자 그보다 수행이 못한 나머지 수사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귀를 틀어막았다.

‘저게 뭐지?’

당천의 안색이 확 달라졌다.

하늘 끝에서 검은 점 하나가 더없이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데 무시무시한 요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몸통은 교룡을 닮고 등 뒤로 자라난 넓적한 한 쌍의 깃털 날개는 깃털 하나하나가 예리한 칼날 같았다.

꼬리 부분에는 길게 자라난 가시들 사이로 전갈 꼬리처럼 독침이 튀어나와 섬뜩한 남색빛으로 번들거렸다. 요수가 발산하는 기운은 합체급이 분명했다.

“어떻게 합체기 요수가!”

놀란 당천 무리가 미친 듯이 뒤로 물러서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았다.

끼하악!

흉흉하게 생긴 거대 요수는 그들이 공격하기 전에 또 한 번 포효했고, 눈에 보이는 파문이 그들을 뒤덮었다.

8명의 제자들은 법보를 이용해 몸을 보호하기도 전에 포효소리에 체내의 기운이 들끓어서 일곱 개의 구멍에서 피를 쏟아야 했다.

요수의 날갯짓에 굵직한 남색 얼음송곳들이 폭발적으로 날아들어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을 찌르기 일보 직전이었다.

팟.

그때 푸른 인영이 수사들 앞에 나타나 손가락을 튕겼다.

퍼퍼펑!

화려한 푸른빛이 거대한 보호막을 만들어 포효소리는 뚝 끊기고 얼음송곳들은 부딪쳐 부서져 버렸다.

깜짝 놀란 거대 요수는 푸른 신영이 발산하는 방대한 기운에 겁을 먹고 왔던 방향으로 달아나려 했다.

순간 흐릿하게 사라진 푸른 신영은 다음 순간 요수 머리 위에 나타나 손에서 푸른빛을 뿜었다.

쉭!

커다란 몸이 뻣뻣하게 굳은 요수는 갑자기 머리가 터져나갔다. 그 속에서 검은 구슬이 튀어나와 푸른 신형을 향해 날아들었다.

우웅!

그걸 본 푸른 신영이 뒤로 물러나려는데, 검은 구슬이 빛과 함께 터져 거대한 빛의 진법을 형성했다. 법칙의 힘을 발산하는 진법 때문에 공기가 강철처럼 단단해져 푸른 인영을 가두었다.

“저, 저럴 수가!”

당천 등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라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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