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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570화 (1,327/2,000)

1570화. 반전

*

쉬쉬쉬쉭!

서북쪽 청죽봉운검 72자루는 탈출 직후 벌떼처럼 한데 뭉쳐 엄청난 금빛 뇌전을 번쩍이면서 한립 쪽으로 쾌속으로 날아왔다.

그저 워낙 많은 수의 비검들이 무작위로 날아다니는 통에 누군가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비검들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어서 비검들을 막아!”

축봉의 명에 엽풍 등이 이끄는 세 무리도 신속하게 술법을 펼쳐 푸른 영기의 그물을 짜고 청죽봉운검을 가두려 했다.

겨우 십여 리 밖에 달아나지 못한 청죽봉운검은 그물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치지지직…….

72자루 청죽봉운검들이 동시에 엄청난 뇌전을 방출해 거대한 금색 뇌전구슬을 터트림으로써 그물을 찢어버렸다.

한립은 의식감응을 통해서 청죽봉운검들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도 다른 이들처럼 맡은 구역의 비검을 최선을 다해 통제하는 척 해야 했다.

“이 쓸모없는 것들!”

축봉이 욕지거리를 내뱉고 직접 손을 뻗어 하얀 손자국으로 청죽봉운검을 막았다. 웅산은 비검들의 반항을 예상했다는 듯 처음에만 몇몇 곳을 살피고 나중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공적점을 후하게 걸고 어검술에 능한 수사들을 모집한 이유가 이것 아니겠는가!

비검들의 난동은 신속하게 진압되고 있었는데 일부 비검들은 아직도 달아나려는 시도를 하며 여러 구역들을 종횡무진하다 서로 쩡! 쩡! 부딪쳤다.

‘서둘러야 해!’

한립은 자신이 맡은 구역의 비검들을 관리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만검도를 회상하느라 바빴다. 만검도를 기초로 고공의 검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없었다.

그런데 제단에 서있던 웅산이 주문을 멈추고 펄쩍 뛰어올라 동쪽 고공으로 솟구쳤다.

기량이 맡은 구역에 이른 그는 커다란 손으로 허공을 쥐어 금색 손자국으로 은백색 비검을 잡아챘다.

은백색 비검은 마구 몸부림치면서 빛을 내뿜었다. 물이 새는 것처럼 수백 개의 잔영으로 변해 금색 손자국에서 벗어나려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색 손자국은 단단하게 비검을 그러쥐고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웅산은 다른 손바닥을 펼쳐 또 다른 손자국으로 은색 비검의 표면을 베어나갔다.

우웅!

거세게 떨리던 검은 광채가 벗겨져나가고 반투명하게 변해 우두커니 허공에 떠있었다.

금색 손자국이 천천히 펼쳐지자 검원을 벗겨내 영성을 잃은 은색 비검이 추락하다 천지간에 가득한 검기에 산산조각이 났다.

웅산은 부서진 비검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다음 목표인 뱀처럼 꿈틀거리는 장검을 향해 몸을 돌렸다.

첫 비검이 당하는 것을 지켜본 한립은 그 후로는 고공의 검진 연구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염검결이라는 신통을 수련하는 데만 공을 들여서 검진 변화는 깊이 있게 살피지 않았었는데 천봉취령검진을 연구하는 데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어차피 검진의 본질은 검기의 운용으로 형성된 진법이었다. 진법 중추와 진안의 위치 그리고 구조를 파악하면 파훼하거나 해체하는 것도 가능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반나절이 지나갔다.

벌써 적잖은 진법 중추는 찾아냈지만 아무도 모르게 진법을 무력화 시킬 수는 없었다. 일단 들키면 강제로 비검을 챙겨 달아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웅산은 차근차근 초원의 동쪽과 남쪽 구역의 비검 수백 자루에서 전주인의 흔적을 지우고 검원을 추출해 나갔다.

초원 절반이 영체(靈體)만 남은 반투명한 비검들로 가득했다.

서쪽으로 방향을 튼 웅산이 큰 손바닥을 펼쳐 금색 손자국으로 넓은 검신을 지닌 거검을 포획했다.

대규모 진법을 운용하느라 꽤 원기를 소모했는지 안색이 약간 창백했는데 더 많은 검원들을 모을수록 눈빛은 더욱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뚫어져라 고공의 진법 도안을 관찰하던 한립은 문득 뭔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것만 찾아내면 진법을 변화시켜 청죽봉운검이 달아날 틈을 만들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웅산은 한 구역의 백여 자루 비검들을 처리했다.

그는 바로 이동하지 않고 단약 두 개를 꺼내 삼키더니 한립과 축봉이 있는 방향을 번갈아 보았다.

아무래도 어느 쪽을 먼저 처리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이에 한립은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며 방법을 찾아내지 못해 초조해 죽을 지경이었다. 길게 숨을 들이 마신 그는 대담하게 눈을 질끈 감고 강대한 의식을 검진 속에 불어넣고 극통을 견뎌냈다.

웅산은 비검들의 흔적을 지우고 검원을 추출하느라 바빴고 다른 장로들은 검진의 위력을 알아 의식을 방출해 접근하지 않았기에 아무도 한립의 노골적인 행위를 알아채지 못했다.

단약의 약효를 연화시킨 웅산은 한결 편해진 얼굴로 서북쪽으로 바람같이 몸을 날렸다.

그의 손바닥에서 금색 손자국이 응결되어 청죽봉운검 중 한 자루를 잡아챘다. 위기를 감지한 나머지 비검들이 날카롭게 웅웅! 공명했다.

한립의 귓가에는 진동소리가 마치 그들을 앞에 두고도 구하지 않는 주인에 대한 원망과 불만처럼 들렸다.

그때 눈을 번쩍 뜬 한립의 입 꼬리가 씩 올라갔다.

엄청나게 울어대던 비검들이 울음을 멈추더니 다음 순간, 금색 손자국에 잡힌 비검이 뚝! 울음을 그치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처를 날쌔게 날아다니던 나머지 71개의 비검들도 무슨 지시를 받은 것 마냥 일시에 동작을 멈추었다.

격렬하게 저항하던 비검들이 멈추자 희색을 드러내던 축봉의 머리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지나갔다.

과연 이변이 발생했다.

콰릉! 콰르릉!

금색 손자국이 꽉 쥐고 있던 청죽봉운검이 거대한 금색 뇌전을 방출해 순간적으로 틈을 확보하고 다른 71자루의 청죽봉운검들이 동시에 뇌전빛을 반짝이면서 축봉의 구속에서 벗어났다.

금색 뇌전을 품은 71자루의 청죽봉운검들이 금색 손자국을 뜯어내고 나머지 한 자루와 뭉쳤다.

“뭐 하는 겁니까! 다른 검들을 제압해야지!”

웅산이 노호성을 터트렸다.

그는 아직까지 비검들의 일시적이고 본능적인 저항이라 생각해서 축봉과 다른 수사들이 제압을 하면 다시 하나씩 작업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72자루의 청죽봉운검들이 동시에 화려한 금색 뇌전을 터트리면서 솟구쳐 뜻밖에도 검진의 동쪽으로 쇄도했다.

축봉이 서둘러 만회하려 했지만 벽사신뢰를 방출한 비검의 속도가 엄청나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초원 동쪽에 이르러 있었다.

구역 담당 장로를 믿고 손을 놓고 있던 웅산의 반응이 더 늦은 것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쉬쉬쉬쉭!

72자루의 비검은 갑자기 사방으로 퍼져 변화막측한 궤도를 그리면서 천봉취령검진 안에 또 다른 소형검진을 만들었다.

소형검진에서 눈부신 빛이 뻗어나가 고공의 검진을 이룬 금빛 실들의 배치를 바꾸고 있었다.

후웅!

천봉취령검진의 변화에 초원 전체의 금제가 바뀌기 시작했다.

몸을 날려 막으려던 웅산은 검진과 기운이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던 탓에 순간적으로 선령력의 흐름이 난잡해져 피를 뿜어냈다.

비틀거리다 몸을 가눈 뒤에는 모든 것이 늦고 말았다.

다른 장로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고, 대승합체기 제자들은 능력이 되지 않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진법 바깥에서 관망하던 마사장로는 뭔가 이상한 것을 알았지만 그가 알 바 아니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한립 밖에 없었다.

검기와 충돌하는 것을 버티면서 의식으로 검진을 살펴보던 중 검기의 흐름과 각 방향의 비중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웅산이 비검의 검원을 추출한 구역은 검기가 더없이 충만해지고 나머지 구역은 그렇지 않아 천봉취령검진 자체에 눈에 보이지 않은 불균형이 발생한 것이었다.

청죽봉운검으로 검진을 형성해 그런 불균형을 가속화 시킨 덕에 일시적으로 검진 전체의 작용을 반전시킬 수 있었다.

말이 쉽지 실천하기는 어려운 방법이었다.

일단 천봉취령검진의 변화를 극도로 민감하게 파악해야 했고, 다음으로 정확하게 검기의 기류를 변화시켜야 성공할 수 있었다.

다행히 청죽봉운검이 만들어낸 소형검진이 만검진에서 따온 것이라 검진의 천만 검기와 자연스럽게 호응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약간의 착오라도 있었다면 검진을 훼방을 놓으려다 비검만 망가질 수도 있었다.

검진을 채운 수백 자루 비검들의 검원이 부름을 받은 것처럼 움직이면서 허공에 기이한 호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사장로는 검원들이 남긴 궤적이 고공의 검진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청죽봉운검이 형성한 소형검진에 나팔 모양의 푸른 소용돌이가 생겨나 출렁이는 검기 속에서 금색 뇌전을 번득이는 중이었다.

수백 자루의 비검에서 추출한 정순한 검원들이 하늘에 드리운 검진과 호응하며 휘몰아치는 장면은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정순한 검원은 비검에게 소화하기 쉽고 영양가 높은 보약과 마찬가지였다. 72자루의 청죽봉운검은 순식간에 부나방처럼 몰려든 검원들을 흡수하고 환희에 차 웅웅 울어댔다.

청죽봉운검에 의해 완전히 반전된 검진이 초원의 통제를 잃어 원주인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은 남은 비검들도 미친 듯이 날아올라 고공에서 춤추듯 날아다녔다.

“대체 뭣들 하는 겁니까! 당장 비검들을 제압해요!”

찰나의 순간 웅산이 대노해 소리를 질러대자 장로들은 분분히 신통을 펼쳐 소용돌이로 향하는 검원의 흐름을 끊어내려 했다.

하지만 비검들의 폭동이 일어난 지금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사 수사! 이번에 도와주시면 필히 후하게 보답하겠습니다!”

보다 못한 웅산이 이를 악물고 검결을 맺으면서 소리쳤다.

스릉!

제단에 박혀 있던 금색 장검이 뽑혀 올라와 쾌속으로 칼끝을 하늘로 겨냥하고 솟구쳤다.

제검대에서 검이 떠나자 천봉취령검진 자체가 운용을 멈추고 하늘에 드리운 빛의 장막이 소실되었다.

잠시 망설이던 마사가 고공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츠츠츠츳…….

전류가 흐르는 소리와 함께 검은 뇌전을 품은 열댓 자루의 장검들이 날아올랐다. 청죽봉운검이 검원 포식을 거의 마친 때였다.

콰쾅!

굵은 거대 금색 뇌전 기둥이 푸른 소용돌이 중간에서 솟아올라 장창처럼 하늘을 꿰뚫었다.

콰르르…….

천검총 초원을 둘러싼 금제들이 찢겨지고 머리 위로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생긴 것 같았다.

충돌의 충격으로 표면의 금빛이 흩어졌지만 청죽봉운검들은 서로 뇌전을 연계하고 뭉쳐 언덕 크기의 푸른 거검으로 융합해 솟구쳤다.

핑!

귀청을 때리는 엄청난 파공음에 합체기 제자들은 견디지 못하고 귀에서 피를 흘려야 했다.

“잡아! 잡으라고!”

웅산의 외침과 동시에 거대한 금색 검 허상이 하늘을 가르고 나타나 푸른 거검을 베었다.

채채챙!

금색 검 허상과 푸른 거검의 날카로운 충돌에 사나운 파동이 퍼져나갔다.

머리 위로 스쳐지나간 파동을 느낀 모든 수사들은 하늘에 구름과 검기, 심지어 먼지까지 모든 게 금색 파동에 베어 결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경악했다.

웅 부도주의 본명비검에 이어서 날아든 십여 자루의 검은 뇌전 장검이 운 나쁘게 파동에 휘말려 튕겨나갔고, 그 주인인 마사도 영향을 받아 기운이 진탕이 되는 것을 느끼면서 비검들을 회수했다.

까앙!

고공에서 들려온 경쾌한 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울렸다. 금색 검 허상이 똑 부러져서 추락하고 있었다.

핑!

다시 귀청을 때리는 파동음과 함께 푸른 거검은 하늘의 구멍 속으로 몸을 날려 종적을 감추었다.

“……!”

이에 웅산은 다시 한 번 선혈을 울컥 쏟아냈고 두 동강난 검을 붙들고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걸 본 장로들과 제자들은 눈길을 피하면서 단 한 명도 무턱대고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멀리서 이마를 긁적인 마사조차도 이때만큼은 호탕하게 웃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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