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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491화 (1,248/2,000)
  • 1491화. 교전

    *

    거인의 몸에 괴이한 노란 꽃문양들이 떠오르고 주변 대지로 아름다운 노란빛이 퍼져나갔다.

    쿠쾅쾅쾅!

    대지의 흙은 노란빛이 번지자 무수히 많은 수정 알갱이로 날아올라 거인의 몸에서 단단하기 그지없는 노란 수정갑옷으로 응결되었다.

    타타타타타탁!

    빗방울이 마구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색 주먹 허상들은 외눈박이 거인의 갑옷에 부딪쳐 분분히 터져나갔고, 거인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로 상처 하나 없이 공격을 받아냈다.

    한립이 변한 금털 거원은 움찔해 당장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거인의 하나뿐인 눈이 싸늘하게 거원을 쫓다 다시금 지면에 두 발을 대고 전신의 문양에서 노란 빛을 번득였다.

    후우웅!

    노란 파문이 퍼지며 순식간에 주변 십여 리를 잠식했다. 뒤로 물러나던 거원은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고 무형의 망치에 맞기라도 한 것처럼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중력을 조종하고 있어!’

    한립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거원의 몸이 지면과 부딪혀 그는 이미 두 발이 땅 속 깊숙이 파고든 후였다.

    그 순간 외눈박이 거인의 커다란 주먹이 노란 기운을 풀풀 풍기며 날아들었고, 주먹이 공기를 가르며 일어난 바람이 허공에 하얀 궤적을 남기고 있었다.

    금털 거원은 재빨리 두 팔을 교차하고, 금빛 비늘로 두 팔을 뒤덮었다.

    텅!

    거원은 괴력을 두 팔로 받아내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땅 속 깊숙이 가라앉았다.

    이때, 외눈박이 거인의 두 팔이 흐릿해지더니 아까 금털 거원이 했듯이 마구잡이로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한립은 어쩔 수 없이 두 주먹을 내질러 공격을 막아내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강력한 육신을 지닌 그가 상대의 공격을 두려워할 만한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중력과 계속되는 공격으로 이미 몸이 허리까지 바닥에 박혀 버렸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완전히 땅에 묻힐지도 모른다.

    ‘엇?’

    바로 그때, 이변이 발생했다.

    외눈박이 거인 위쪽 허공에서 공간파동이 일더니 푸른 광풍에 휩싸인 산만한 반인반마(半人半馬)의 괴수가 소리 없이 뛰쳐나온 것이다.

    검푸른 준마(駿馬)의 모습을 한 하반신에는 털 대신 두꺼운 푸른 비늘이 빼곡하게 덮여 있었고, 벌거벗은 사내의 모습을 한 상반신은 똑같이 생긴 머리가 세 개나 붙어 있었다.

    반인반마는 나타마자 마자 근육질의 팔을 들어 올려 외눈박이 거인의 등을 향해 기다란 남색 뇌전 창을 투척했다.

    파칫!

    뇌전 창끝에서 남색 뇌전이 번쩍이고 있었다.

    한립이 변신한 거원과 싸우는데 정신이 팔려있던 거인은 뒤쪽에서 날아드는 이상한 기운을 뒤늦게 감지했다.

    크아아!

    피할 수 없었던 거인은 괴성을 터트리며 전신의 문양에서 노란 빛을 터트렸다.

    주변 몇 리의 대지가 격렬히 진동하고 노란 수정 알갱이들이 날아올라 등 뒤로 수정 벽을 만들어냈다.

    푹!

    그러나 남색의 뇌전 창은 가볍게 벽을 뚫고 외눈박이 거인까지 꿰뚫었다. 이어서 쾅, 하는 폭음이 들리고, 남색 창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뇌전을 터트렸다.

    외눈박이 거인은 참혹한 비명을 터트리며 등과 배에서 갈색 피를 뿜어냈다. 이에 희색을 드러내던 반인반마의 괴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을 굳혔다.

    뇌전 창이 그의 의도와 달리 심장이 아닌 배를 뚫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뇌전 창이 벽을 통과할 때 외눈박이 거인이 수정 모래를 조종해 창날의 방향을 튼 탓이었다.

    그렇다고 거인의 부상이 얕은 것은 아니었다. 입가에 피가 흘러내리고 대량의 수정 모래 알갱이가 흩날려 오랜 세월 풍파를 겪은 낡은 모래벽처럼 보였다.

    예기치 못한 일에 한립은 온몸을 내리누르던 중력이 약해진 순간, 구덩이를 박차고 솟아올라 멀리 벗어났다.

    ‘흠…….’

    반인반마를 바라보며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상대가 발산하는 기운과 은신술에 능한 것으로 보아 그가 기포공간에 들어서게 된 것과 연관이 있는 듯했다.

    어쨌든 한립은 조급히 움직이지 않고 두 괴물을 지켜보았다.

    반인반마는 또 다른 뇌전 창을 응결해 들고는 다시 뛰어올라 외눈박이 거인의 뒤를 노렸고, 흉흉한 표정의 거인은 포효를 터트리며 온몸에서 노란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피피피피핑!

    거인 주변에 떠있던 노란 수정 알갱이들이 응결해 반인반마가 접근한 순간 수백 개의 비수로 변해 날아들었다.

    반인반마는 여섯 개의 눈에 이채를 띠고는 들고 있던 커다란 뇌전 창을 붕! 휘둘러 수많은 뇌전으로 커다란 뇌전그물을 펼쳐 앞을 막았다.

    퍼퍼퍼펑!

    노란 비수들이 뇌전 그물과 충돌해 터지는 소리가 잇따라 들리고 반인반마는 괴력에 뒤로 밀려났다.

    이번 일격으로 외눈박이 거인은 울컥 피를 토해내고는 얼굴이 더욱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거인은 한립이 변한 금털 거원을 경계하듯 물러나 거원, 반인반마와 삼각 구도를 이루었다.

    그리고 배에 뚫린 구멍은 황토색 빛이 흘러들어 천천히 소용돌이치며 점점 메워지고 있었다. 다갈색 피가 검게 물들며 단단한 암석으로 변해 상처를 메꾸었다.

    한립은 거인의 상처가 거의 회복되어 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금빛을 반짝여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가 보랏빛의 태일화청부를 불러냈다.

    보랏빛을 반짝인 그는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외눈박이 거인은 움찔했고, 반인반마도 한립이 사라지자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지만 곧 여섯 개의 눈은 다시 거인에게로 향했다.

    외눈박이 거인도 반인반마의 섬뜩한 눈빛을 확인하고 더는 한립을 신경 쓸 겨를 없이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이에 반인반마도 두 눈에서 뇌전 빛을 뿜어냈고, 전신에는 뇌전 문양이 번지며 남색 뇌전이 튀어 올랐다.

    파츠츳!

    남색 뇌전이 응결해 그의 덩치만한 뇌전 창을 만들어냈다. 이전 뇌전 창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기이한 무늬가 가득해 진짜 법보처럼 보였다.

    거대 뇌전 창을 든 반인반마는 뒷발로 지면을 박차고 외눈박이 거인을 향해 쇄도했다.

    흔들리는 창끝에서 창 허상들이 빼곡하게 튀어나와 외눈박이 거인 쪽으로 쏘아져나갔다.

    크아!

    거인은 낮게 기합을 넣으며 한 발로 쿵! 지면을 때렸다.

    땅이 흔들리고 자욱하게 떠오른 먼지 속에서 노란 수정 알갱이들이 날아올라 거대한 몽둥이로 응집됐다.

    거인은 두 손에 몽둥이를 쥐고는 노란 기운을 일으키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삽시간에 허공은 산만한 몽둥이 허상과 창 허상으로 가득 찼다.

    콰콰콰콰쾅!

    기세등등하게 날아들던 뇌전 창 허상들이 몽둥이 허상에 부서져 남색 뇌전빛이 흩어졌다.

    쇄애액!

    바로 그때 몽둥이 허상을 뚫고 남색 뇌전 창 하나가 튀어나와 거인의 목을 노렸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거인은 뻗었던 몽둥이를 거둬들여 창을 막아냈지만, 창끝은 호선을 그리며 방향을 틀어 다시 거인 쪽으로 향했다.

    반인반마의 괴수가 두 팔을 열심히 움직인 덕에 뇌전 창은 꿈틀거리는 용처럼 몸을 떨며 수많은 남색 창 허상들을 만들어냈다.

    창 허상들이 내뿜는 뇌전 때문에 공기 중에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외눈박이 거인도 몽둥이를 자신의 팔처럼 자유롭게 움직여 노란빛을 뿜어냈다. 노란 곤붕이 커다란 날개를 편 것처럼 몽둥이가 남색 창 허상을 덮쳤다.

    치치칙.

    노란빛과 남색 빛이 교전하기 시작했다.

    폭음이 연달아 울리며 노란 빛이 붕괴되고 남색 뇌전 빛이 터지며 엄청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허공을 뒤흔들었다.

    외눈박이 거인과 반인반마를 거대한 안개가 뒤엎은 것처럼 주변이 뿌옇게 변하더니 그 안에서 격렬한 파동이 연달아 퍼져나갔다.

    진작 은신술을 펼쳐 두 괴물과 거리를 벌인 한립은 그들의 싸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원래는 그들이 싸우는 틈을 타 슬쩍 떠나려 했지만 상황을 보니 조금 머뭇거려졌다.

    쿵쾅 거리는 소리가 거듭되더니 고공의 푸릇하던 하늘색이 달라지고 있었다.

    외눈박이 거인은 이전의 부상 때문인지 몽둥이를 휘두르는 속도가 느려졌고, 반대로 반인반마 괴수는 점점 더 용맹하게 남색 창을 흔들었다.

    쿵!

    밀리기 시작한 외눈박이 거인이 두 발로 땅을 굴렀고, 노란빛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웅웅!

    거인 발밑의 대지가 진동하고 모래 알갱이들이 떠올라 고공에 커다란 사막을 만들어냈다.

    그 많던 창 허상들은 모래 장막에 의해 흩어졌고 뇌전 창을 든 반인반마는 모래 장막으로 인해 앞길이 막혔다. 이에 외눈박이 거인은 몸을 돌려 뒤쪽으로 달아났다.

    동시에 눈부신 노란 빛이 방출된 모래 장벽은 더욱 단단하게 뭉쳐졌다.

    “…….”

    가로막힌 반인반마 괴수의 얼굴에 멸시하는 빛이 스쳤고, 왼쪽 머리가 고개를 틀어 가운데 머리처럼 정면을 바라보았다.

    한 쌍의 눈에서 푸른색과 남색 빛이 반짝이더니 시선이 교차하는 허공에 강렬한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우웅!

    남색 뇌전 빛들과 푸른 바람의 칼날들이 나타나 한데 뭉쳐 커다란 청남색 뇌전 구슬을 형성했다.

    청남색 뇌전 구슬은 번득 하고 날아가 노란 모래장벽을 들이 받았다. 모래장벽은 뇌전 구슬이 박혀 뒤쪽이 빵빵하게 부풀었지만 바로 터지지 않고 그럭저럭 막아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찬란한 빛이 번쩍이더니 뇌전 구슬이 폭발했다.

    쿠아아아앙!

    남색 뇌전들이 푸른 바람의 칼날을 품고 터져나가 모래장벽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반인반마의 신형이 그 구멍을 지나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

    그러나 다음 순간 괴수는 멈칫했다. 외눈박이 거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 돌연 모래장막 뒤쪽으로 외눈박이 거인을 품은 눈부신 태양이 떠올랐다.

    거인은 이전보다 더욱 기운이 쇠약해져 있었지만 표정은 표독스럽기 짝이 없었다. 뜻밖에도 외눈박이 거인이 달아난 것이 아니라 은신술을 펼쳐 장막 뒤에 숨어 있다가 반인반마의 뒤를 쫓은 것이다.

    눈부신 태량처럼 엄청난 빛을 발산하고 있는 것은 거인의 하나뿐인 잿빛 눈이었다.

    위기를 느낀 반인반마는 맹렬히 몸을 돌려 손에 쥔 남색 창을 힘껏 찌르자, 거인의 눈에서 굵은 하얀 광선이 분출되었다.

    뇌전 창은 하얀 광선과 닿기 직전 모호하게 사라져 느닷없이 외눈박이 거인 앞에 나타나 심장을 찔렀다.

    콰콰콱!

    거인은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뒤로 물러나야 했고 마찬가지로 하얀 광선도 미처 피하지 못한 반인반마에게 날아들었다.

    반인반마는 괴이한 파동에 휩싸여 순간적으로 몸이 뻣뻣해졌고 체내의 법력도 이전보다 느릿하게 움직였다.

    괴수는 기겁해 필사적으로 법력을 운용해 기이한 파동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정체불명의 파동 때문에 마음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 순간, 반인반마 뒤로 금털 거원이 뛰쳐나와 금빛 성광(星光)에 휩싸인 두 주먹을 괴수의 머리로 뻗었다.

    휘잉!

    깜짝 놀란 반인반마가 반사적으로 두 머리를 숙여 피했고, 괴수 주변을 맴돌던 푸른 돌풍이 머리에 뿔이 돋은 푸른 풍룡으로 변해 금털 거원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거원은 피하지 않고 은빛이 감도는 얇은 보호막을 불러내고 두 주먹을 움직였다.

    퍼억! 퍽!

    움직임이 느려진 반인반마의 왼쪽 머리와 가운데 머리가 주먹에 맞아 하얀 뇌수와 피를 뿌리며 으깨졌다.

    이때, 금털 거원 앞에 이른 푸른 풍룡도 날카로운 뿔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며 푸른 부적 문자들을 방출했다.

    촤앗!

    날카로운 뿔은 놀랍게도 반투명한 보호막을 가르고 금털 거원의 가슴에 기다란 상처를 남겼다.

    “큭!”

    낮게 신음한 거원은 한 손으로 피가 터져 나오는 가슴을 보호하고 나머지 손으로는 반인반마의 세 번째 머리를 내려쳤다. 유일하게 남은 반인반마의 머리가 겁에 질려 두 눈에서 검은 빛을 뿜었다.

    팟!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검은 주술문자들이 나타나 괴수의 주변을 날아다녔고, 괴이하게도 반인반마가 순간 사라졌다.

    ‘그렇다면…….’

    거원은 허공을 내리치고는 방대한 의식을 방출해 두 눈에 강렬한 남색 빛을 머금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의 의식과 명청령안으로도 괴수의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정말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

    게다가 풍룡은 아직도 그의 주변을 오가며 날카로운 뿔로 그의 몸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두 팔을 휘둘러 급소들을 보호하는 금털거원의 미간이 갈라져 새까만 요목이 나타났다.

    바로 파멸법목이었다.

    명청령안과 파멸법목이 동시에 강한 빛을 발산해 남색 두 줄기와 검은색 광선을 발사했다.

    세 줄기 빛은 중간에서 하나가 되어 흑남색 빛구슬로 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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