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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360화 (1,117/2,000)

1360화. 뜻밖의 소식

*

구름이 그들을 데리고 작은 마을 어귀로 빠져나와 빼곡한 숲으로 들어갔다.

정순한 영기로 가득한 밀림 안에는 옥을 깎아 만든 몇 안되는 누각과 건물들이 건립되어 있었다.

각각의 건물들은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거목들이 아름답게 자라나 한적하고 우아한 정취가 있었다.

자의 여인이 따로 누군가를 부를 것도 없이 건물 안에서 하녀와 하인 여덟 명이 걸어 나와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

“이곳이 천 자 호 귀빈루 구역입니다. 저들은 이곳의 하인들이니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남겨 놓으시고 성가시다 싶으시면 물리시면 됩니다.”

“수사가 내준 향녀들이 있는데 따로 하인은 필요 없네. 물러나게 하지.”

한립의 말에 자의 여인이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인과 하녀들이 공손히 인사를 하고 귀빈루 구역에서 빠져나갔다.

“푹 쉬고 계시면 경매회가 열리기 전에 사람을 보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마을을 좀 둘러보셔도 의외의 수확이 있으실지 모릅니다. 한 선배님,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잘 가게. 멀리 배웅하지 않겠네.”

여인이 눈치 있게 먼저 인사를 하자 한립도 말리지 않았다.

그녀가 구름을 타고 다시 떠올라 빠르게 밀림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본 한립이 일행들을 데리고 누각 중 하나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들은 누각 1층 대청에 나타났다.

한립이 자연스레 중간에 자리를 잡고 나머지는 공수를 하고 그 옆에 서있었다.

12 명의 향녀들은 주과아가 직무를 주어 일을 하라 보낸 지 오래였다.

“한 선배님, 정말 혈천대륙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혈혼이 기대 반 걱정 반의 심경을 담아 물었다.

“원래 계획과는 달라지겠지. 수사에게 먼저 뇌명대륙으로 갈 다른 방법이 없다면 말이야.”

“농이 시지요? 뇌명대륙으로 갈 다른 방법이 있었으면 제가 이제껏 숨기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일단 혈천대륙으로 가세. 꼭 필요하다면 혈천대륙에서 뇌명대륙으로 가면 될 테지.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혈천대륙의 괴이한 소문을 들어온 지 오랠세! 유명한 혈도마공과 특이한 비술들이 전수가 되어 만 리 밖의 적을 기묘하게 죽이기도 한다더군. 혈혼 수사도 예전에 경험을 해봤을 테지?”

한립은 진지하게 묻고 있었다.

“과거 혈천대륙에서 상당한 시간을 머물렀기에 그곳 공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있습니다.”

혈혼은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혈도마공은 혈천대륙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공법으로 10명 중에 네다섯 명은 비슷한 종류의 공법을 수련하고 있습니다. 혈도종문들의 세가 대단해서 혈천대륙 제일의 세력으로 불리고요. 그저 한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신비 비술의 계승자들은 존재하기는 해도 혈도종문과 물과 불같은 사이라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만나기 쉽지 않지요. 저는 예전에 스스로 무법(巫法)의 도를 익힌다는 신비수련자가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나무괴뢰 몇 개로 가볍게 강적들을 죽이더군요.”

“무법의 도라. 그런 전승자들은 우리 풍원대륙에서도 상고시대 때 몇 차례 등장했지만 다른 실력자들이 협공을 해 멸한 것으로 알고 있네. 혈천대륙에 아직 그 전승자가 남아 있을 줄은 몰랐구만. 혈천대륙으로 가게 되면 신경을 써야겠어. 그렇지, 혈천대륙에 혈혼 수사가 척을 진 가문이 있던가?”

“혈도종문 중 하나인 혈골문(血骨門)과 마찰이 있었습니다. 제가 겨우 연허기 수행일 때 혈골문의 장로 하나와 엮인 일이라 아직까지 그 일 때문에 저를 쫓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용모를 바꾸어 성가신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럴 것 없네. 혈천대륙이 풍원대륙, 뇌명대륙 만큼 크지는 않아도 아무 곳에서나 원수를 마주칠 만큼 작은 곳도 아니지 않은가? 만일 마주치게 되어도 나와 동행하는데 알아서 해결해 주겠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한립의 평온한 대답에 혈혼이 기뻐하며 마음을 놓았다.

같은 시각 모처의 신비 대청 안.

자의 여인이 명존이라 불리는 홍발(紅髮) 노인에게 공손히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향녀들은 받아놓고 다른 선물들은 물렸단 말이냐?”

“그러합니다.”

“재미있구나. 쉽게 회유할 수 인물은 아니지만 또 본맹을 배척하는 것 같지도 않단 말이지. 비운, 앞으로 한 수사가 어떤 요구를 하던 내게 따로 보고할 것 없이 최선을 다해 만족을 시켜주거라.”

가볍게 웃음을 흘린 노인이 명을 내렸다.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지요. 저는 총집법 대인께서 어째서 그 선배님을 회유하려 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대승기 수사이고 실력이 있다고 해도 다른 대승기 선배님들께는 이렇게 신경을 쓰신 적이 없지 않으십니까?”

“평범한 대승기 수사라면 자연히 본맹이 신경써서 대접할 이유가 없다. 한 수사는……. 허허, 관련 자료를 살펴봤더냐?”

“살펴보았습니다. 과거 행적은 거의 담겨 있지 않고 단시간 내로 대승기 수사가 된 것과 마계에 다녀온 일만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한 수사가 너무 갑작스럽게 급부상해 본맹도 충분한 자료를 확보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지. 다른 것은 되었고, 영계에서 10명의 최강자들을 꼽으라면 한 수사가 그 안에 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 알아두면 된다.”

명존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예? 그렇게 대단한 실력을 지녔단 말입니까?”

비운 선자는 깜짝 놀라 아름다운 얼굴이 흐트러졌다.

“흥, 그게 아니었으면 본좌가 할 일이 없어 특별히 당부를 거듭하겠더냐?”

홍발 노인이 눈을 부라렸고 자의 여인은 흠칫 놀라 얼른 고개를 조아렸다.

명존은 손을 저어 여인을 내보내고 대청 중간의 석벽에 소매를 털었다.

아름다운 빛깔의 기운이 날아가 석벽에 흡수되었다.

우웅!

진동한 석벽에 모호한 인영이 떠올랐다.

“명존 수사? 풍원대륙 경매회 준비는 하지 않고 어쩌다 이 늙은이에게 연락을 다 주십니까?”

상대는 고개를 돌려 명존의 얼굴을 확인하고 의아해했다.

목소리가 날카롭고 가늘었다.

“벽영 수사. 도모하시는 일에 아직 조력자가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설마 저를 도와주기로 마음을 바꾼 것은 아닐 텐데요.”

“일생 동안 절대 혈천대륙에 걸음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한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어찌 마음을 돌리겠습니까!”

“그래서 도울 생각도 아니면서 갑자기 연락을 한 이유가 뭡니까?”

“직접 도울 수는 없어도 적당한 인물을 찾았습니다.”

“적당한 인물이라……. 이 일을 다른 이들에게 흘리고 다닌 것은 아니겠지요?”

모호한 인영의 어투가 싸늘해졌다.

“그럴 리가요.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데 수사의 동의도 받지 않고 외부인에게 알리겠습니까. 본좌도 그리 입이 가벼운 사람은 아닙니다.”

“아니면 되었고요. 그래서 어떤 자입니까? 일반적인 대승기 수사는 별 소용도 없고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정보만 새어 나간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허허, 바로 이 자입니다.”

홍발 노인이 웃음을 흘리고 수결을 맺었다.

파앗!

손끝에서 광채가 흘러나와 누군가의 모습을 또렷하게 그려냈다.

청포를 입은 젊은 청년은 한립이었다.

“눈에 익은 자인데, 혹시 최근 그쪽 대륙에 새로 출현했다는 대승기 수사 아닙니까?”

“추측 그대로입니다. 한 수사는 대승기에 이른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실력만큼은 대단하니 충분히 도움이 될 겁니다.”

“오, 명존 수사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어느 정도 능력은 되나 봅니다?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한 자입니까?”

“알려진 바가 많지 않으나 단 한 가지 사건만으로도 영계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지요. 벽영 수사께서는 마계에서 명충모가 죽임을 당한 일을 기억하십니까?”

홍발 노인이 눈을 번득였다.

“명충모 일로 한동안 시끄러웠지 않습니까. 혈천에서도 몇몇 수사들이 마계로 향했고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명충모는 마계 시조 중 한 명인 보화와 다른 수사들이 협공을 해 제거했다고 들었습니다. 한립이라는 자가 그때 나섰던 인물이란 말입니까?”

모호한 인영은 바로 홍발 노인의 말을 알아들었다.

“정확히 알아맞히셨으니,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입수한 정보로는 한립 수사가 명충모를 멸했고 보화와 다른 수사들은 그를 보조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게 강하면 거의 영계 전체에서 최상위급의 수사라는 것 아닙니까?”

“허허허, 정말 그만한 실력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허나 그런 실력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 경매회에 참석한 이유가 대륙간 전송진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가 있는 혈천대륙으로 가게 되겠지요. 한 수사를 설득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다 벽영 수사의 능력에 달렸습니다.”

“알겠습니다. 이 정보가 사실이면 신세를 진 셈 치지요! 다른 할 말이 없으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합시다. 칠규심음벽(七竅心音壁)이 현묘하기는 해도 대륙간에 연락을 주고받으려면 막대한 영력을 소모해야 하지 않습니까. 더는 제 쪽에서 못 버티겠습니다.”

모호한 인영은 제 할 말을 마치고 수결을 맺었다.

펑!

석벽의 화면이 알알이 흩어져 사라졌다.

홍발 노인은 전혀 기분 나쁜 기색 없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 * *

하루하루 경매회 개최 일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동안 한립은 거처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혈혼, 주과아, 화석 노조는 틈틈이 마을로 내려가 상점을 둘러보고 평소 구하기 어려운 재료와 보물을 구해왔다.

한 달 후, 정좌를 하고 있던 한립은 자의 여인이 직접 보낸 전음부를 받고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밀실을 떠났다.

한립이 입술을 달싹여 전음을 보내자 혈혼, 주과아, 화석 노조 등이 대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화석 노조와 12명의 향녀들을 두고 혈혼과 주과아만 데리고 마을로 날아갔다.

그 시각 다른 건물들에서도 빛줄기가 같은 곳으로 날아올랐고, 벌써 적잖은 이들이 거탑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한립은 거탑 상공에 이르러 거탑 상공에 선 병사들을 훑었다. 그가 두 여인을 데리고 대문 앞에 내려서니 비운 선자가 걸어 나와 예를 올리고 웃으며 인사를 올렸다.

“한 선배님, 경매회에 참석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직접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선자께서 수고해 주게.”

한립은 의외라 여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비운 선자가 병사들을 향해 손짓을 하자 한립 일행은 신분 확인 없이 석탑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석탑 대문에 발을 들인 순간, 기이한 파동을 느꼈는데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인데 벌써 1층 계단 입구에 위치해 있었다.

계단을 오르는 창백한 피부의 이족인은 신형이 어른거리다 공간파동을 남기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곳이 경매회장으로 통하는 진짜 입구인 겐가?”

“맞습니다. 이곳으로 들어가시면 동천에 이르실 수 있습니다.”

한립의 물음에 자의 여인이 웃으며 답했다. 이에 한립이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계단에 올랐다. 그러자 공간의 힘이 밀려들어와 그의 신형도 흐릿해졌다.

한 식경 후, 한립은 굉장히 고풍스럽게 꾸며진 방에 들어와 있었다.

널찍한 방의 앞쪽은 투명한 빛의 장막으로 되어 있어 아래쪽의 거대 광장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광장 둘레에 놓인 돌의자들은 이미 사람들로 넘쳐났고 그 위의 고공에는 은색 석실들이 가득 떠 있었다.

그러나 석실마다 금색 주술문자가 어른거려 바깥에서는 안에 누가 있는지 볼 수 없었다.

유유히 떠다니는 오색구름 속에 무수히 많은 검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숨어 있었고 각종 금제 파동이 만연했다.

또한 그보다 더 위로는 휘황찬란한 궁전이 떠 있었다.

비록 오색구름 때문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천상의 음악소리가 들려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경매회를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많이도 해놓았군. 동천 내부에서 진행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조심하는 것입니다. 이번 경매회 물품들은 귀하지 않은 것들이 없으니까요. 심지어 두, 세 점은 대천겁을 미루거나 도겁에 도움이 되는 보물들이라 일부 선배님께서 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립의 말에 자의 여인이 웃으며 설명했다.

“이렇게까지 철두철미하게 준비해놓았으니 대부분의 수사들은 그러기 어려울 걸세.”

“그러기를 바라야겠지요. 한 선배님, 경매회는 곧 시작될 것입니다. 저는 처리할 일이 있어 물러나 보겠습니다.”

“할 일이 있다면 가보게.”

한립은 손을 내저었고 자의 여인은 미안한 기색을 비치며 석실에서 물러났다. 자의 여인이 물러나고 귀빈을 위한 석실에는 한립과 두 여인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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