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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314화 (1,071/2,000)

1314화. 진선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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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금양목(金陽木)이 아닙니까. 선배님의 후한 선물 감사히 받겠습니다!”

보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발우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이 굉장히 기뻐하는 것 같았다.

“금양목이 선계에서는 그리 진귀하지 않지만 자네가 쓰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이야. 그걸로 요양하면 아직 남아 있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 테지. 자, 그걸 잘 챙겨서 자네는 먼저 나가보게.”

검은 발우 속 사내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지만 마지막 말에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발우에서 검은빛이 반짝였다.

파앗!

보화 발밑으로 작은 빛의 진법이 나타나 그녀를 어딘가로 전송시켜 버렸다. 이제 제단 위에는 한립 만이 남게 되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을 뿐 무표정한 얼굴로 발우를 바라보았다.

“하하, 담이 크구만. 빈도가 자네에게 위해를 가할까 걱정도 되지 않는가?”

“선배님께서 저를 해치고 싶으셨다면 명충모를 멸하실 이유도, 굳이 저를 이곳으로 불러드릴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사내의 물음에 한립이 미소를 지었다.

“전부 맞는 말은 아니지만 빈도가 자네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은 사실일세! 자네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인 것도 자네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이고. 일단 물어볼 것이 있네. 자네는 연신술을 익혔는가?”

사내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한립이 철렁할 만한 말을 했다.

“명충모가 죽기 전에 한 말 때문에 그렇게 물어보시는 것인지요?”

“숨기려 들 것 없네! 자네가 지하궁전에 발을 들인 순간 이곳의 진법을 통해 자네가 연신술을 익힌 것을 감지했으니까. 내가 본래 선계에서 어떤 직무를 맡았었는지 모르겠지? 난 어느 감찰선사(監察仙使) 분 휘하의 순찰사자(巡察使者)였네. 자네 같이 연신술을 익힌 자는 순찰사자와 만나면 특수한 의식 파동을 숨길 수 없지.”

“선계의 순찰사자들은 어째서 연신술을 익힌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입니까?”

사내의 설명에 한립이 핵심을 집어냈다.

“자네가 연신술을 수행했고 무사히 2성까지 익힌 것이 복인지 아니면 다시없을 화인지 모르겠구만. 연신술이 우리가 선역(仙域)이라 부르는 곳에서 강력하게 금지하는 비술 중 하나란 것을 아는가?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그런 비술을 익힌 선인은 각종 세력의 집권자에게 들키면 어김없이 죽임을 당한다네.”

발우 사내의 목소리가 서늘해졌다.

“어째서입니까? 연신술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흐흐, 문제가 있다마다. 자네는 선계에 얼마나 많은 선역이 있는 줄 모르겠지. 아주 외진 곳의 이름 없는 선역을 제외하고서도 천 개가 넘네! 천만 년 전, 연신술이 막 생겨났을 때는 의식을 증폭하는 효과 때문에 익히려는 이들이 부지기수였어. 그런데 겨우 백만 년 후에는 감히 비술을 익히려는 자가 대부분 사라졌다네.”

사내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멈추었다. 한립은 시시각각 얼굴이 변하며 이야기가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연신술을 익힌 자들이 나중에 정신이 이상해지고 심지어는 심마를 억제하지 못하고 미쳐 날뛰다 죽었기 때문이지. 이성을 잃고 더없이 포악해진 자들을 되돌릴 방법이 없어 선계 절반이 파멸할 뻔하기도 했다네.

그래서 연신술이 선계에서 엄히 금지하는 비술이 된 것이야! 물론 뛰어난 자질의 선인들이 의식 중폭이라는 막대한 이익에 눈이 멀어 몰래 익히기도 하지만 순찰사자들과 마주치면 전부 잡혀 가고 만다네.”

“선인들의 능력으로도 연신술의 부작용을 고치지 못한단 말입니까? 선계에서 비술을 무사히 대성한 예외가 한 명도 없다는 말씀은 아니겠지요?”

한립이 음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연신술은 근본적으로 의식의 잠재력을 폭발적으로 깨우는 임시방편의 신통일세. 이걸 만들어낸 분이 선계에서도 명성이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비술을 익히고도 좋은 결과로 끝을 맺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지.

물론 연신술을 참고해서 실력자들이 고안해낸 다른 의식 증폭 비술들도 있네. 그런 비술은 훨씬 안전한 대신 연신술과는 효과가 천양지차이지. 또한 선계에서 연신술을 무사히 대성한 경우가 있냐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해 줄 수 있다네! 그런 경우가 있을 뿐 아니라 한 명이 아닐세. 다만 대부분 엄청난 기연을 얻어 그렇게 된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을 것이야.”

“그럼 선계에서 연신술을 익힌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숨어 살거나 스스로 비술을 폐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하하하! 스스로 신통을 폐한다고 말했는가? 그렇게 벗어나기 쉬웠으면 선계에서 연신술을 금술(禁術)로 정하지도 않았을 것이야. 정말 모르는 모양이구만, 이 비술은 일단 수련하기 시작하면 계속 수련해야지 중간에 멈출 수 없다네.

자네는 2성의 경지에 이렀으니까 만년 내로 연신술 3성을 익히지 못하면 정신의 의식이 방대한 의식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폭할 걸세. 그렇게 되면 다른 수사의 몸을 빼앗아 목숨을 연명할 기회도 없겠지.”

사내는 한립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질 만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만 년 내로요. 그나마 아직 해결책을 찾을 시간이 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연신술은 총 3성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까?”

한립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반문했다. 상대가 하는 말을 전부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흠? 누가 자네에게 연신술이 총 3성까지 밖에 없다던가. 아, 알겠군. 자네는 연신술 구결을 일부만 손에 넣은 것이로군! 연신술은 본래 총 7성 경지로 이루어져 있다네. 자네는 이제 겨우 2성을 익혔으니 무사히 비술을 대성하려면 갈 길이 아주 멀었군!”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연신술의 나머지 구결을 지니고 계시는지요?”

한립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탄식하듯 물었다.

“연신술이 선계에서 아주 귀한 비술은 아니지만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떠돌만한 비술도 아닐세. 거기다 금술은 구결을 함부로 거래하거나 전수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 순찰사자인 나로서는 그걸 지니고 있을 까닭이 없었네.

허나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말게. 연신술 3성만 익히면 다음 고비까지 적어도 3, 4만 년은 시간이 생길 테니 자네의 자질에 그동안 선계로 비승할 기회가 있지 않겠는가.”

사내가 의미심장하게 답했다.

“선계로의 비승이 그리 쉬운 일이었으면 하계의 대승기 수사들이 그리 많이 남아 있겠습니까.”

“하하, 그거야 빈도를 만나지 못했을 때 이야기겠지. 자네 눈앞에 명실상부한 진선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게. 내가 도와준다면 자네는 선계로 비승할 확률을 적어도 2, 3할은 높일 수 있을 것이야.”

“진선이신 선배님께서 제게 도움을 주신다면 당연히 선계 비승도 꿈꿔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를 이곳으로 불러들이신 이유가 저를 돕기 위해서만은 아니겠지요.”

“명석하구만! 자네가 필요하지 않았다면 자네를 도와 명충모를 죽여주기는 했어도 굳이 이곳으로 불러들이지는 않았을 것이야. 단도직입 적으로, 자네가 나를 도와 줬으면 하는 일이 있네. 자네가 나를 돕겠다면 그 대가로 빠르게 연신술 3성을 익히고 비승 선겁을 무사히 치를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지. 어떤가?”

사내는 뜸들이지 않고 목적을 밝혔다.

“도움을 줄 사람을 찾으신다면 본 계면의 성조인 보화 수사가 더 적합했을 것 같은데 왜 저를 남겨두신 것입니까?”

“하하, 평범한 하계 대승기 수사가 빈도를 도울 수 있었다면 오랜 세월 이곳에서 고생했겠는가? 진작 봉인을 지키러 온 현지 대승기 수사를 불러들였겠지.”

“선배님의 뜻은…….”

“이제 와서 무엇을 숨기겠는가. 내가 한 수사를 눈여겨 본 것은 바로 자네가 연신술이라는 역천의 신통을 익혔기 때문일세. 다른 하계 수사들은 자네보다 수행이 높아도 나를 도울 수 없네.”

“저를 선택하신 이유가 연신술 때문이란 말씀이십니까?”

“하하, 그렇다네. 빈도가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내 곤혹스런 처지를 보고 짐작 가는 바가 있겠지?”

당황스런 한립의 표정에 사내가 씁쓸하게 웃었다.

“예, 명충모를 격살할 때 체내의 원신이 흉충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한립이 주저하며 신중히 이야기를 꺼냈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지만 입에 담지 못할 이야기는 아닐세. 당시 명충모가 하계를 잔인하게 짓밟았고, 상계의 감찰선사 대인께서 그것을 알고 나와 다른 순찰사자를 내려 보내 그 요물을 제거하려 하셨지. 물론 선인이 하계로 내려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특수한 방법을 이용해야 했고…….”

잠시 조용하던 사내가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상고시대 전설적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한립도 온정신을 집중했다.

“……우리가 명충모를 죽여 없애려는 순간, 느닷없이 천기(天氣)가 격변했고 각 계면에 영향을 미칠 줄은 전혀 몰랐었지. 그로인해 보물과 비술로 억눌러 놓은 계면 압력에 억눌리게 된 우리는 명충모에게 밀리다 그 흉충에게 잡아먹힐 뻔하기도 했다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양패구상의 방법으로 모종의 선가 비술로 육신을 폭발해 명충모에게 중상을 입혔는데, 불멸체를 지닌 명충모를 완전히 죽일 수는 없었어. 그저 다른 고계 마족 두 명의 몸에 깃들어 거대한 봉인을 건설하고 마족에게 당부의 말을 남겨 놓았지.

그때서야 천기의 격변으로 선계와의 연락이 끊겼고 다시 선계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네. 그 뒤로 우리는 마족 대승기 신분으로 다른 유명한 계면에 잠입해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했지.

그 결과, 하계의 각 계면이 전부 영향을 받아 계면 간 압력이 이전보다 열 배 이상 강해졌고, 우리 쪽에서 선계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어쩔 수 없이 봉인해 놓은 이곳으로 돌아와 소형 진법을 설치해 원신을 숨겨 놓고 깊은 잠에 빠져 들어야 했지. 당시 우리는 선계의 친한 벗들이 도움을 주기만을 바라고 있었어. 오랜 세월 우리는 천 년에 한번 씩 정신을 차렸지만 실망한 채 다시 잠에 빠져들어야 했네. 그렇게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지나고 동료와 마찰이 생겼지. 절망에 빠진 그녀와 몇 차례 다투다 어느 날 깨어났는데 뜻밖에도 상대가 나를 제압해 원신을 이 용기 속에 가둬버렸지 뭔가!”

온화하던 사내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렸다.

“진법을 보조해 혼백이 사라지지 않게 해주던 옥청등유(玉淸燈油)를 가지고 봉인해 둔 명충모를 찾아가 버린 것이지.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명충모를 만나 보았으니 자네도 알걸세.

빈도가 만일을 대비해 옥청등유 하나를 남겨두지 않았으면 벌써 혼백이 흩어지고 말았을 것이야! 그녀는 명충모의 진극체를 차지해 강제로 계면의 힘을 뚫고 선계로 돌아갈 계획이었을 것이네. 물론 다른 꿍꿍이가 있었을 수도 있네만 그 속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사내는 긴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런 사정으로 이곳에 갇혀 계셨던 것이군요. 제가 선배님이 그 법기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돕기를 원하시는 것입니까?”

“하하, 흑단발(黑檀鉢) 안에 오랜 세월 갇혀 있으면서 스스로 봉인 대부분을 푼 상태일세. 그렇지 않았으면 자네들을 돕지도 못했을 것이야.

나는 자네가 연신술로 의식을 증폭해 부적을 발동하는 것을 도와주길 바라고 있네. 이 부적만 발동할 수 있다면 계면의 힘을 이겨내고 선계의 가까운 벗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거든. 내가 곤경에 처한 것을 알면 반드시 구할 방법을 찾아낼 걸세.”

“선배님께 선계로 직접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부적이 있다고요?”

“의심할 것 없네. 평범한 부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내가 지닌 것은 선계의 유명한 선군(仙君)이 제련한 것으로 구하기 극히 어려운 물건이니까. 저계 선인도 의식의 힘이 부족해 발동하지 못하는 부적이기 때문에 특별히 자네를 찾은 것이지.”

“지금 당장 연신술로 의식의 힘을 증폭하면 그 부적을 발동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하하, 지금도 자네 의식이 동급 수사의 몇 배지만 내 전성기와 비교하면 부족하다네. 자네가 연신술 3성을 익히면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사내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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