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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277화 (1,034/2,000)

1277화. 흑백 뇌전 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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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분지 상공의 구멍은 더욱 광활해져 있었다. 귀청을 때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리는 벼락은 매우 굵직했고 뇌전 구슬은 집채만 했다.

두 종류의 뇌전이 하늘을 뒤덮어 대승기 수사라 해도 안색이 변했을 것이다.

뇌전 때문에 사방이 대낮처럼 환하고 천둥소리가 하늘을 흔들었지만 분지 위의 세 개의 산봉우리가 품(品) 자를 이루고 뇌전 공격의 대부분을 막아냈다.

산봉우리들도 거산만 하게 커져 있었다.

첫 번째 극산은 회색 고리들을 방출해 적잖은 뇌전들을 괴이하게 없앴고, 두 번째 극산은 무형의 검기를 종횡으로 날려 뇌전과 뇌전 구슬을 갈랐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극산은 강렬한 오색 빛을 반짝여 접근하는 뇌전들을 폭파시켰다.

그리고 극산 아래에는 거대한 범성금신이 꼿꼿이 서서 여섯 개의 주먹을 휘둘러 뇌전 일부를 쳐냈다. 그 아래로는 푸른 연꽃이 회전하며 나머지 뇌전들을 검빛으로 잘게 부스러뜨렸다.

한립은 여러 방어 덕에 진뇌겁의 무서운 위력에도 아직까지 부상 없이 버티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무사한 것은 세 개의 극산의 공이 컸다.

원합오극산을 전부 제련해 내지도 못했지만 세 개의 극산이 힘을 합쳐 뇌겁에 엄청난 효용을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립의 얼굴은 창백했고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체내의 법력을 상당히 소모한 탓이다.

그는 대승기 수사가 영계에 얼마 없는 이유를 절실히 알 것 같았다. 그처럼 충분한 준비를 했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합체기 수사들이 천겁을 이겨낼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그때 고공의 진뇌겁이 드디어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거대 구멍이 수축했다.

뇌전 바다가 출렁출렁 모여들어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냈고 흑백이 섞인 뇌전 구슬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크기의 흑백의 뇌전 구슬을 보고 한립은 동공을 수축했다. 이 뇌전 구슬을 받아내야 진뇌겁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입에서 정혈을 세 모금이나 뱉고 두 손으로 수결을 맺어 고공을 가리켰다. 그러자 핏물이 수십 개의 주술문자로 변해 세 개의 극산에 흡수되었다.

세 극산은 빙글빙글 회전하며 중간에서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삼색 봉우리로 변했다. 세 극산을 하나로 합치는 수법은 원합오극산의 최종 형태와 비슷했다.

다섯 극산이 하나로 합쳐지면 합체와 분리가 자유자재로 가능하고 펼칠 수 있는 신통의 종류와 위력도 엄청났겠지만 아직은 큰 차이가 있었다.

세 극산의 합체는 정혈을 사용해야 했고 결합 시간이 짧아 일격만 받아낼 수 있었다. 한립은 대승기 고비를 넘기 위해 억지로 신통을 부린 것이었다.

드디어 고공에서 흑백 뇌전 구슬이 떨어져 내렸다.

이 뇌전 구슬은 이전 공격들과 달리 천지법칙의 힘을 함유하고 있었다. 이미 한립 원영과 본체를 특정하고 있어 구슬을 제거하거나 천만 리 밖으로 달아나지 않는 한 피할 수 없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흑백 뇌전 구슬의 위력이었다. 평범한 합체기 수사는 스치기만 해도 재로 변할 무서운 위력을 품고 있었다.

범성금신이 길게 포효하고 여섯 개의 손으로 허공을 내리쳤다.

팟팟팟팟!

이에 금색 구슬 여섯 개가 나타나 극산 앞에서 합쳐지더니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날아다니는 소용돌이 안에서 주술문자들의 기운이 느껴졌다.

흑백 뇌전도 강력한 흡입력에 웅웅! 진동하며 소용돌이 중심으로 끌려 들어갔다. 금색 소용돌이 속에서 불경소리가 들려오고 금빛과 뇌전빛이 요란하게 반짝였다.

콰르릉!

금색 소용돌이가 산산이 부서져 나가고 흑백 뇌전 구슬이 튀어나왔지만 놀랍게도 전혀 기세가 줄어들지 않았다.

한립이뭔가를 하려는데 머리 위를 맴돌던 푸른 검기들이 길게 울부짖으며 괴이하게 사라졌다.

그리고는 흑백 뇌전 구슬 아래에 푸른 연꽃이 떠올라 회전했다. 검기들이 빠져나와 뇌전 구슬을 베어내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채채채채챙!

뇌전 구슬 표면에 흑백 뇌전이 튀어나와 모든 검기를 튕겨내고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한립은 코웃음을 치고 푸른 연꽃을 가리켰다. 그러자 꽃잎이 불어나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기도 더욱 굵어졌다.

뇌전 구슬이 번득이며 푸른 연꽃 속으로 들어가고 푸른 검기들이 미친 듯이 모여들었다. 당장이라도 뇌전 구슬이 가루가 되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런데 푸른 연꽃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고 꽃잎이 울룩불룩하게 형태가 변형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연꽃 속에서 흑백뇌전들이 폭발적으로 튀어나왔다.

연꽃은 애달피 울며 72자루의 비검으로 돌아가 암담해져 주변으로 날아갔다.

청죽봉운검과 의식이 연계되어 있는 한립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연달아 피를 토해냈다. 기운이 쇠약해진 그는 서둘러 비검들을 체내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흑백 뇌전 구슬은 멈추지 않고 다시 하강했다.

이때 합체 극산이 스스로 회전하며 수없이 많은 주술문자들을 불러냈다. 주술문자들이 투명한 빛 층을 이루고 합체 극산도 투명하게 변해 흑백 뇌전 구슬을 맞이했다.

쿠릉!

합체 극산에 부딪힌 흑백 뇌전 구슬은 무수히 많은 흑백 뇌전을 방출했다. 이에 합체 극산은 부들부들 떨면서도 다양한 기운을 반짝이며 흑백 뇌전 공격을 막았다.

아래에 있던 한립은 합체 극산을 향해 남은 법력을 모조리 불어넣었다. 고공에서 흑백 뇌전 구슬과 합체 극산이 힘겨루기를 하는 통에 엄청난 굉음과 기운의 파동이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흑백 뇌전 구슬은 극산이 발산하는 기운에 점점 줄어들었고 한립의 법력도 빠르게 고갈되었다.

평범한 합체기 수사보다 몇 배의 심후한 법력을 지니지 못했으면 진작 바닥났을 것이다.

한립은 난감했다. 이렇게 합체 극산으로 뇌전 구슬을 막다보면 그의 법력이 먼저 고갈될 것이 뻔했다.

하지만 그도 천겁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두었기에 순간적으로 뭔가 떠올랐다. 그는 법력 주입을 멈추고 소매 속에서 새까만 고리를 불러냈다.

고리는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사람만 하게 커졌다.

이에 한립은 허공을 굴러 금털 거원으로 변했고 범성금신이 뛰어들어 그 속으로 스며들었다.

거원이 뒤통수를 치자 정수리에서 금색 원영이 떠올라 작은 손을 뻗었다. 그러자 빛덩이들이 나타나 천룡, 채봉, 청란 등 각종 진령 허상으로 변했다.

진령 허상들은 허공을 선회해 원영 체내로 들어갔고 기운이 달라진 금색 원영이 모호하게 변해 거원 몸속으로 돌아갔다.

크아앙!

거원은 괴성을 지르며 주먹으로 가슴을 두들겼다. 그러자 자금색 빛이 퍼져나가 비늘이 전신을 뒤덮고 머리에 푸른 뿔이 솟아났다.

더욱 놀라운 일은 거원의 어깨에서 두 머리가 옆구리에서는 네 개의 팔이 더 자라났다는 것이다. 그중 머리 하나와 두 팔은 모호해서 허상 같았다.

한립이 열반성체 신통을 발휘한 것이다.

아직 이열변신에 가까웠지만 이전보다는 진전이 있었다. 세 번째 머리와 마지막 두 개의 팔을 실체화하면 삼열변신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쿠쿵!

이때 법력이 끊긴 합체 극산은 절반으로 줄어든 뇌전 구슬을 막지 못하고 세 덩이로 갈라져 떨어졌다.

흑백 뇌전 구슬은 재빨리 하강해 새까만 고리를 내리찍었다. 고리는 부서졌지만 망가지기 직전 빛을 반짝이고 십여 무리의 황금색 곤충을 방출했다.

주먹 크기의 곤충무리마다 팔뚝만한 거대 딱정벌레가 하나씩 섞여 있었다. 바로 충왕 후보인 서금충들이었다.

웽웽!

그런데 서금충도 예비 충왕들도 어딘가 모르게 움직임이 굼뜨고 뻣뻣했다. 흑백 뇌전 구슬이 거침없이 대량의 뇌전을 곤충 떼로 떨구었다.

흑백 뇌전의 공격에 적잖은 영충들이 타들어가 우수수 추락했다. 서금충이 훼손할 수 없는 강한 몸을 지녔다 해도 진뇌겁 같은 천겁의 힘에는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을 수도 있었다.

남은 서금충들과 충왕 후보들은 뇌전 구슬의 공격에 몽롱하던 정신이 다시 맑아졌다.

웽웽웽웽웽!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리고 만여 마리의 서금충들이 벌떼처럼 뇌전 구슬로 달려들어 뇌전의 힘을 갉아먹었다.

흑백 뇌전 구슬도 가만있지 않고 표면에 뇌전들을 뭉쳐 곤충 떼를 공격했다. 이렇게 뇌전 구슬은 서금충에게 갉아 먹혀 작아지고 서금충 떼도 뇌전에 맞아 정신을 잃었다.

순식간에 평범한 성체 서금충들은 뇌전 구슬에서 떨어져 나가고 충왕 후보들만 사나운 기세로 뇌전의 힘을 갉아대고 있었다.

이때 흑백 뇌전 구슬은 충왕 후보들을 개의치 않고 한립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처음보다 4분의 1밖에 되지 않았지만 뇌전들에 감싸여 있어 그 기세가 대단했다. 서금충이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열반변신을 마친 한립은 자금색 광채 속에서 수백 장 크기로 커져 실체화된 네 개의 팔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거원의 몸에서 은색 문양이 층층이 떠올라 여섯 개의 팔로 모여들었고 크고 작은 은색 진법을 이루었다.

촤르륵!

거원의 팔이 은빛 찬란한 갑옷으로 뒤덮이고 네 개의 팔이 어깨와 머리를 감쌌다. 갑옷은 매우 정교했고 작은 문양의 진법으로 가득해 아주 신비해 보였다.

한립은 열반성체와 경칩결을 운용하면서 막 대성한 백맥연보결까지 펼쳤다.

세 가지 신통을 같이 써 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에 마지막 일격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네 개의 손바닥이 허공을 치자 네 개의 은색 거대 손 허상이 나타나 흑백 뇌전 구슬을 공격했다.

굉음이 분지를 쩌렁쩌렁 울렸다.

거대 손 허상들은 뇌전 구슬을 단단히 잡고 괴력을 발휘해 막고 있었다. 이에 하강 속도가 줄어든 흑백 뇌전 구슬이 거대 손을 향해 벼락을 내리쳤다.

은색 거대 손 허상이 벼락 세례를 받자 거원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번의 벼락을 맞자 마화된 거원의 기운도 절반 정도 약화되었다.

파아앗!

그러나 거원이 크게 울부짖자 은색 거대 손 허상이 불어나 열손가락으로 뇌전 구슬을 감싸고 손바닥에서 눈부신 은빛을 뿜었다.

쿠콰쾅!

은빛에서 오색 주술문자들이 날아올라 거대 손의 괴력을 키웠고 크기가 줄어든 뇌전 구슬을 마구 짓눌러 터트렸다.

흑백 뇌전 구슬이 폭발해 대량의 뇌전으로 변하며 내 개의 은색 거대 손 허상도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이에 거원은 울컥 피를 토해냈고 네 개의 팔에서 은색 갑옷이 웅! 하고 갈라져 사라졌다. 남은 백여 가닥의 흑백 뇌전이 거원에게 곧장 내리꽂혔다.

맨몸으로 버티던 거원은 결국 무릎이 꺾여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흑백 뇌전들은 쓰러진 거원을 사정없이 공격하다 차츰 소실되었다.

울퉁불퉁한 지면에는 상처 가득한 방대한 몸집의 거원만이 남았다. 자금색 비늘이 벗겨지고 금털이 새까맣게 타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고공의 구멍은 흑백 뇌전 구슬이 터짐과 동시에 번득이며 사라졌다. 온갖 소리와 진동이 가득하던 분지가 급격히 고요해졌다.

“하하, 진뇌겁은 과연 명물허전이로구나. 하지만 내 목숨을 거둬가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지.”

거원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후, 꼼짝 않고 누워있던 거원의 몸에 자금색 광채가 흐르고 신비한 문양과 비늘 그리고 뿔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한립은 손발을 가볍게 움직여보고, 천천히 몸을 살폈다. 안색이 창백한 것을 제외하면 눈에 보이는 상처는 없었다.

변신을 거둬들이면서 강력한 치유력으로 순식간에 상처를 없앤 덕이었다.

물론 내상이 가볍지 않아 완전히 회복하려면 한동안 요양이 필요했다.

웽웽!

바로 그때 고공에서 십여 마리의 서금충왕 후보들이 기괴하게 울어댔다. 그 소리에 바닥에 떨어져 있던 금색 딱정벌레들이 날아올라 서금충왕 후보들 곁으로 몰려들었다.

강한 날갯짓과 다른 충왕 무리를 노려보는 영충들의 눈에 적의가 가득했다. 그 모습에 한립은 소스라치게 놀라 휘파람을 불어 영충들을 전부 불러들였다.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서금충 떼는 웽웽거리면서 단 하나도 그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그가 막 비술을 이용해 영충들을 통제하려는데 십여 마리 서금충 무리가 동시에 웽! 울고 충왕 후보를 따라 인근의 다른 영충 떼를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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