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0화. 목족대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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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마족 여인은 불가사의한 둔술로 한립의 사방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며 폭풍처럼 공격을 퍼부었다.
“공격한 후 순간이동을 하면서 환영을 남겨 적의 눈을 속이는 수법이 흥미롭습니다. 허나 이것이 제게는 통하지 않을 듯싶군요.”
눈에서 남색 빛을 일렁인 한립이 범성법상을 조종해 여섯 개의 팔로 금색 거검을 불러내 사방팔방을 난도질했다.
날개 여인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전히 신출귀몰하게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타났다 사라지는 속도는 빨라지고 공격도 맹렬해져서 일고여덟 명에게 공격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검기들이 통하지 않자 한립은 냉소하며 새까만 작은 산봉우리를 불러냈다. 그러나 극산을 발동하기 전에 그의 몸에 파칙! 하고 금빛 뇌전들이 쏟아져 금색 의복을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자욱하게 껴있던 핏빛 안개에서 핏빛 실들이 응결되어 살아 있는 뱀처럼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립이 예민하게 대처하지 않았으면 정말 핏빛 실들의 기습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치치칙!
금색 뇌의(雷衣)에서 금빛이 강하게 터져 나와 핏빛 실들을 모두 태워버렸다. 또 핏빛 안개가 흩어져 그의 주위를 에워쌌다.
멀리 서있던 장포 노인이 법결을 잠시 멈추고 큰소리로 외쳤다.
“영 수사, 아직도 그 신통을 펼치지 않고 뭐하는 것입니까?”
“재촉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려던 참입니다!”
핏빛 안개 근처에서 냉랭한 대답이 들려오고 일곱 명의 똑같이 생긴 날개 여인이 등장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7명이 두 손바닥을 교차해 검은 깃발을 핏빛 안개 위로 날렸다. 그러자 선홍색 그림이 새겨진 깃발들은 일곱 개의 검붉은 빛구슬로 변해 떠올랐다.
여인들은 중얼중얼 주문을 외다 손가락을 튕겨 깃발을 향해 법결을 날렸다.
퍼퍼퍼펑!
빛구슬들이 사라지고 검붉은 빛의 진법 일곱 개가 괴이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진법 중앙에서 새빨간 화염이 넘실거렸다.
일곱 명의 날개 여인이 기합을 넣자 빛의 진법들이 녹아 새빨간 액체로 변했다. 화염을 머금은 액체 덩어리들이 핏빛 안개 위로 퍼져 불바다를 이루었다.
괴이하게도 불바다가 주변 온도를 높이기는커녕 서늘한 기운을 뿜었다.
화염 속에서 고대 문자로 ‘봉(封)’ 자가 응결해 영기의 빛을 터트렸다. 불바다 속에서 수많은 빛 알갱이들이 흘러나와 검붉은 빛의 장막을 치고 한립과 불길을 한데 봉인했다.
표면에 주술문자들이 흘러 다니는 빛의 장막이 아주 신비했다. 장포 노인은 희색을 드러내며 흐릿하게 변해 불바다 상공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입을 벌려 하얀빛에 휩싸인 하얀 옥병을 불러냈다.
노인이 두 손으로 하얀 옥병을 쥐고 주문을 외자 하얀 화염이 새어나와 세 마리의 화룡으로 변해 빛의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하얀 화룡들이 불바다 속을 요동치고 다니며 불길을 키웠다.
이제 날개 여인들과 노인은 제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눈을 감았다.
화르륵!
그들의 조종으로 불바다에는 거대한 파도가 넘실거리고 무수히 많은 불덩이들이 폭발했다. 세 마리 화룡들은 그 안에서 신나게 헤엄치며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평범한 합체기 수사가 그 속에 갇혀 있었다면 반각을 버티지 못하고 재가 되어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 그 안에서 한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대했건만 이게 답니까?”
장포 노인과 일곱 여인들이 화들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불바다 속에서 맑은 지저귐이 들리고 은색 불새가 날아올라 빛의 장막으로 쇄도했다.
은빛 찬란하게 빛나는 깃털에 은색 화염을 두른 아름다운 불새였다.
크아앙!
얼굴을 굳힌 노인이 불바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신나게 불바다를 노닐던 세 마리의 화룡들이 몸을 틀어 불새를 향해 몰려들었다.
은색 불새도 위협을 감지했는지 방향을 틀어 뒤쪽의 화룡들을 향해 날개를 펄럭였다.
은색 불새와 하얀 화룡들이 육박전을 펼치는 통에 그들의 울음소리가 멀리까지 퍼져나갔고 비늘 조각과 깃털들이 사정없이 흩날렸다.
은색 불새는 화룡들을 셋이나 상대하면서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쿠르르릉!
그때 불바다 속에서 여섯 개의 굵직한 빛기둥이 나타나 검붉은 빛의 장막을 강타했다. 두꺼운 장막이 흔들거리고 표면의 주술문자 대부분이 깨져나갔다.
이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여인들이 동시에 입을 벌려 정혈을 토해냈다. 핏덩이들이 안개로 흩어져 빛의 장막으로 스며들자 위태롭게 흔들리던 빛의 장막이 안정을 되찾고 사라졌던 주술문자들도 다시 차올랐다.
불바다 속에서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쉬쉬쉬쉬쉭!
무수히 많은 푸른 검기가 튀어나와 빛의 장막을 마구 갈랐다. 빛의 장막이 부들부들 떨리고 불안하게 어두워졌다 밝아지기를 반복했고 언제라도 갈라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그 모습에 노인은 얼른 소매 속에서 은색 고리를 방출했다. 고리가 거대하게 불어나 빛의 장막으로 하강했다. 고리 아래쪽 공기가 진득하게 변해 갈라지기 직전의 빛의 장막을 견고하게 붙들었다.
“좋습니다, 어디 언제까지 날 가둬둘 수 있는지 지켜보지요!”
서늘한 한립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곧 엄청난 포효소리가 들려오고 무시무시한 기운이 하늘을 찔렀다.
엄청난 기운에 노인이 다른 방법을 쓰려는데 불바다 속에서 털이 북슬북슬한 금색 주먹 하나가 순식간에 뻗어 나왔다.
금색 주먹 허상들이 겹겹이 뭉쳐져 거대해지더니 사정없이 빛의 장막을 쳤다. 이에 금색 태양이 빛의 장막에서 폭발한 듯 금빛이 만발했고 거센 파동이 생겨났다.
쩌저정!
마족 여인들과 거대 고리의 보조에도 빛의 장막은 산산이 부서져 붕괴되었다. 그리고 그 아래 불바다에서 금빛 인영이 떠올라 그곳을 벗어나려 했다.
“멈춰라!”
대번이 안색이 달라진 노인이 일갈했다. 그는 수결을 바꾸고는 거대 고리를 가리켰다. 고리가 회전하면서 금색 인영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크아앙!
금색 인영이 괴성을 지르며 연달아 주먹을 날렸다.
쿵! 쿵!
두 줄기의 돌풍이 치솟아 거대 고리를 받쳐 떨어지지 못하게 막아냈다. 그 찰나의 순간 금색 인영은 번득 사라졌다.
고공에서 고리를 조종하던 노인이 당황해 머리 위에 띄워놓은 하얀 옥병을 가리켰다. 하얀 옥병이 기울어져 하얀 화염을 분출해 불의 장막으로 그를 보호했다. 동시에 그는 법력을 끌어 올려 거대한 곤충 법상을 불러냈다.
“반응 한 번 빠르십니다!”
고공의 파문 속에서 금빛 인영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체구가 보통 사람의 몇 배에 달하는 금털 거원이었다.
거원의 한 팔이 늘어나 노인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치려 했고 다른 손으로는 금색 거검으로 허공을 갈랐다.
마족 노인이 안색이 변해 수결을 맺자 등 뒤의 핏빛 곤충 허상이 입을 벌려 손바닥을 물어뜯으려 했다. 그리고 하얀 옥병은 빙글 돌아 하얀 빛줄기로 변해 금색 검빛으로 날아갔다.
콰르릉!
거원의 손바닥이 별안간 몇 배로 커져 금색 뇌전들을 뿜어냈다.
퍽! 탱!
거대 곤충 허상은 뇌전에 휩싸인 손바닥에 맞아 부서졌고 알 수 없는 재료로 만들어진 하얀 옥병은 금색 검빛을 맞고 튕겨 나갔다.
이에 장포 노인은 소매를 털어 불의 장막에서 또 한 마리의 화교를 만들어냈다.
퍽!
금색 손바닥이 하얀 화교를 내리쳐 터트렸으나 하얀 화염들이 재빨리 몇 마리의 불뱀으로 변해 손바닥을 붙들고 늘어졌다.
거원 손바닥의 금빛 뇌전들이 그중 한 마리를 흩어버렸지만 나머지 불뱀들은 버텨냈다.
그런데 이때 거원이 괴이한 미소를 지었다.
팟! 팟!
장포 노인 양옆에 파동이 일고 녹색 그림자와 삼두육비의 금색 인영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녹색 그림자는 입을 벌려 녹색 그물을 날리고 후자는 여섯 팔을 휘둘러 금색 빛구슬들로 노인의 등을 노렸다.
노인도 그들의 등장에 이상을 감지했지만 대부분의 법력을 거원의 공격을 막느라 사용하고 있었기에 곧바로 다른 강력한 신통을 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노인은 재빨리 어깨를 털어 백골 갈퀴 두 개를 녹색 그림자와 금색 인영의 급소를 향해 쏘아 보냈고 법력을 불어넣어 보호막을 강화했다.
백골 갈퀴가 녹색 그림자와 금색 인영을 향해 날아들었지만 그들은 피하지 않았다.
백골 갈퀴의 공격이 녹색 인영을 절반 정도 파고들었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나머지는 금강불괴 같은 금색 인영의 몸과 부딪혀 튕겨 나갔다.
여섯 개의 금색 빛구슬이 번득 나타나 노인의 보호막과 잇달아 충돌했다.
콰르릉!
빛구슬이 폭발해 금색 물결이 일어나자 최상급 보물과 비견되는 노인의 보호막이 삽시간에 부서졌다.
노인은 어쩔 수 없이 혀끝을 깨물어 정혈을 뱉어냈고 피로 응결된 방패가 노인의 등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금빛은 순식간에 방패마저 부수고 남은 절반의 위력으로 노인의 몸을 공격했다.
쿠쾅!
괴력으로 강타당한 장포 노인은 휘청거리며 걸어 나와 울컥 피를 토해냈다.
그 순간, 고공에 서있던 거원이 노인의 앞에 나타나 털이 북슬북슬한 손을 뻗었다. 마족 노인은 황급히 피하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푸확!
손가락 다섯 개가 노인의 가슴을 파고들어 펄떡이는 심장을 뽑아냈다. 팔뚝에서부터 은색 화염이 뿜어져 나와 노인과 그의 심장을 재로 만들었고 원영도 화를 피하지 못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마족 여인들은 노인이 한순간에 죽어나가자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날개를 펄럭여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겨우 분신술로 제 눈을 속일 수 있겠습니까?”
거원이 냉소하며 두 눈에서 남색 빛을 일렁였다. 등 뒤에서 천둥소리와 함께 거대한 투명 날개를 펼쳤다.
가벼운 날갯짓에 은백색 뇌전 구슬들이 떠올랐다. 뇌전 구슬이 터지고 방대한 거원의 몸이 청백색 실로 변해 번득이며 날개 여인 위에 나타났다.
마족 여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법력을 폭발적으로 쏟아부어 속도를 높였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크앙!
거원이 포효하자 털들이 꼿꼿이 서고 몸이 부풀어 별안간에 산만해졌다. 거대한 두 주먹이 떨어져 내리며 괴력으로 주변을 뒤덮었다.
이에 둔광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 날개 여인은 날카로운 괴성을 질렀고,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던 여섯 여인들의 몸은 빛으로 허물어졌다.
그때 날개 여인의 기운이 순식간에 늘어나 주먹에서 새까만 구슬을 뿜어내고 날개를 펄럭여 무수히 많은 깃털을 날렸다.
구슬들이 금색 주먹과 부딪치자 경천동지할 굉음이 터져 나왔고, 새까만 화염으로 하늘이 뒤덮였다. 그 사이로 새까만 깃털들이 파고들었다.
잠시 후, 주변을 압도하던 무서운 압력이 사라졌고 이에 날개 여인이 반색하며 다시 둔광을 일으켜 멀리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채 열댓 장을 가지 못하고 공간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금빛과 은빛이 반짝였다. 은색 화염에 휩싸인 금색 주먹이 광풍을 몰고 검은 화염을 빠져나온 것이다.
“이런!”
날개 여인은 다급히 입에서 녹색 방패를 뿜어내 위쪽을 막고 커다란 날개로 몸을 에워싸 갑옷을 만들어냈다.
쾅!
녹색 방패가 갈라지고 날개 여인은 금색 주먹에 맞아 추락했다. 지면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고 수목이 가득하던 대지에 깊은 구덩이가 파였다.
바닥에 내리꽂힌 여인은 힘이 빠져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그때 광풍이 검은 화염을 모조리 없애고 거원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금빛 비늘로 뒤덮인 피부에 머리에는 뿔이 솟아 있고 미간에 새까만 제3의 요목이 보였다.
“열반변신!”
바닥에 드러누워 있던 날개 여인이 요화(妖化)된 거원을 보고 혼비백산해 소리쳤다. 거원은 흉악한 미소를 짓고는 다섯 손가락을 쫙 펼쳐 아래쪽을 내리찍었다.
쿠쿠쿠쿵!
주변 땅이 흔들리고 나무도 바위도 전부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거대한 손바닥 자국만이 지면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손바닥 밑에 있던 날개 여인은 완전히 압착되어 원영도 달아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그제야 거원은 한숨을 내쉬며 수결을 맺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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