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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265화 (1,022/2,000)
  • 1265화. 목족대전 (1)

    *

    마족들과 달리 이종족 연합군은 이변이 생기기 전에 미리 지면에 착지해 반짝이는 녹색 빛 속으로 종적을 감추었다. 합체기 마존이 고공에서 의식으로 수풀을 뒤져도 연합군 병사들을 찾을 수 없었다.

    수백만 마족 병사들이 수풀을 헤집고 다니며 수색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목계절진의 무서운 위력은 이제부터였다.

    무형의 괴이한 파동이 36개의 진법을 중심으로 넘실넘실 퍼져나갔고, 파동에 닿은 수목들은 정순한 나무 속성 영기를 미친 듯이 빨아들였다.

    쿠쿠쿵!

    갑자기 거목들이 땅 속에서 일어나 비취색으로 반짝이기 시작했고 나무 인간으로 변해 마족 병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평범한 수목들은 이파리를 날리거나 나뭇가지를 뻗어 마족들을 공격했다.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마족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죽어나갔다. 그러나 절진 속에는 고계 마족도 있었기에 그들의 명령에 마족 병사들은 신속하게 결집해 각종 마기를 꺼내고 진법을 펼쳐 잠시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목계삼십육천절진은 목족 최고의 진법이었다. 이게 절진의 위력 전부 일 리 없었다.

    휘이이잉!

    마족들이 훈련받은 대로 힘을 합쳐 인근의 수목들과 거대 나무인간들을 소탕했을 무렵, 고공에 푸른 파동이 일고 갑자기 광풍이 일었다.

    하얀 돌풍들은 하나둘 거대한 풍룡(風龍)으로 변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마족들을 덮쳤다.

    쉬쉬쉬쉬쉭!

    풍룡이 지나가자 이번에는 무수히 많은 이파리들이 나타나 날카로운 칼날로 변해 폭우가 되어 쏟아져 내렸다.

    이런 공격이 열댓 번 정도 이어졌고 수백만 마족 중 절반이 중상을 입고 죽어나갔다. 그러나 수행이 높거나 고계 마족의 비호를 받는 자들은 아직도 멀쩡했다.

    대단한 목계절진도 광범위한 공격을 열댓 차례나 가해 막대한 힘을 소모하고 말았다. 대량의 영석과 영맥을 따라 심은 36그루의 성수들이 정순한 영력을 제공했으나 더는 연속공격을 하기는 어려웠다. 일단 적들을 가두고 천천히 힘을 회복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진법이 충분한 힘을 회복해 다음번 공격을 가하려면 최소한 반나절은 지나야 했다.

    * * *

    목계절진 밖, 마족들은 두꺼운 녹색 빛의 장막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고계 마족들은 앞서 이동한 마족 병사들과 단절되어 연락이 끊기자 놀라 빛의 장막을 공격하도록 명령했다.

    많은 수사가 한꺼번에 공격하면 빛의 장막을 부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빛의 장막 앞에 돌연 거대한 빛의 진법이 떠올랐다.

    “어서 공격 하라, 전송진법이다!”

    몇몇 고계 마족들이 빛의 진법을 알아보고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빛의 진법이 하얀빛을 머금고 대량의 연합군 병사들이 전송되어 하늘과 땅을 뒤덮었다.

    곧 함성과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이어졌고, 연합군 병사들은 용맹하게 마족의 잔여 부대들을 공격했다.

    병력의 대부분이 절진에 갇혀 바깥에 남아 있는 부대는 연합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지형을 이루고 버티던 마족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합군 병사들이 그들을 곱게 보내줄리 없었다. 그들은 곧장 추격에 들어갔는데 줄곧 밀려서 퇴각하던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 * *

    마족대군이 궤멸하고 있을 때, 밀실 안에서 늑대 형태의 법상을 조종해 원거리에서 오소 노조와 싸우던 원살의 허리춤이 하얗게 빛을 발했다.

    파앗!

    이어 검은 주술문자가 떠올라 그녀의 눈앞에 짧은 문장을 이루었다. 원살은 안색이 급변해 재빨리 검은 빛줄기로 솟아올랐다. 검은빛이 번득인 후에는 이미 밀실 천장을 뚫고 사라진 뒤였다.

    습지를 빠져나온 둔광이 목족 영역으로 급히 향하려는데 담담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살 수사, 어딜 그리 급히 가시려는 겝니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공에서 천둥소리가 들리고 은색 벼락이 내리꽂혔다.

    “오소 노괴, 당신이 감히 날 막아서?”

    원살은 마음이 급했지만 강력한 기운을 담은 공격을 그냥 맞을 수 없어 둔광을 거두었다. 모습을 드러낸 원살의 손에서 검은 검기가 뻗어나가 은색 벼락과 부딪치며 동시에 소실되었다.

    “아직 승부를 내지 못했는데 어찌 그냥 보내드리겠습니까.”

    고공에 파동이 일고 청수한 얼굴을 한 오소 노조가 나타났다.

    “흥, 함정을 파놓고 일부러 우리를 이곳에 붙들어 둔 것이로군요. 허나 당신들 뜻대로 될까요?”

    원살은 한 손으로 수결을 맺고 여러 개의 허상으로 변해 사방팔방으로 튀어나갔다.

    “그리 쉽게 이곳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겁니다. 거기 서시지요!”

    얼굴을 굳힌 오소 노조가 손끝으로 허공을 짚었다.

    우우웅!

    천지원기가 들끓으며 허공에 뒤집어진 옥 사발이 만들어져 떨어져 내렸다. 하늘을 가릴 만큼 엄청난 크기였다.

    옥 사발에서 분출되는 오색 빛 속에는 큼지막한 주술문자들이 가득 떠다니고 있었다. 그 압력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산과 들이 요동쳤다. 이에 원살의 허상들도 속도가 열배는 느려졌다.

    그 모습에 오소 노조가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뒤통수를 쳐서 머리 위로 열댓 개의 하얀빛을 방출했다. 각각이 원살의 허상을 향해 쇄도했다.

    하얀빛은 새하얀 털을 지닌 쌍두(雙頭) 늑대들로 변해 원살 허상들을 덮쳤고, 원살 허상들은 검은 기운으로 각종 마기를 불러내 이에 맞붙었다.

    이로써 오소 노조와 원살 성조의 싸움이 재개되었다. 이전보다 훨씬 격렬하기는 했지만 승부가 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원살 외에 다른 마족 성조들도 마족 대군이 밀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막간리와 야차족 대승기 수사에게 붙들려 몸을 빼내지 못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목계절진에 갇힌 고계 마족들과 십여 명의 성조 화신들은 금제가 공격을 멈춘 틈을 타 각개 행동에 들어갔다.

    지금 목계 대진을 파훼하지 않으면 다음 번 공격에 남은 병사들마저 죽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절진에 갇혀 있는 병사들의 수가 줄어든 만큼 모든 공격이 남은 자들에게 집중 될 테니 수행이 높아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 * *

    십여 명의 연허기 마족들이 소머리를 한 합체기 마존을 따라 수풀 위를 천천히 날아가고 있었다. 좌우로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상당히 조심스러워보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목계절진과 같은 초대형 진법 안에서는 방어 금제를 잘못 건들이면 크게 화를 입을 수 있었다.

    거기다 금제의 제약을 받아 의식으로 살필 수 있는 범위도 좁아져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엇!”

    한참을 날아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그들이 긴장을 푼 사이, 앞장서서 길을 탐색하던 마족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그 마족은 파동 비슷한 것을 본 순간 날카로운 기운에 목이 잘렸다.

    휘익!

    머리 잃은 시체 안에서 새까만 원영이 튀어나와 전력으로 날아갔지만 날카로운 기운은 원영까지 따라잡아 산산조각을 냈다.

    기겁한 다른 마족들이 얼른 방어 마기를 발동하고 주위를 경계했다. 주변에 방금 본 것과 똑같은 날카로운 기운들이 백여 개는 더 떠올라 있었다.

    우두머리 격인 고계 마존이 두 눈을 빛내고 날카로운 기운의 정체를 알아냈다. 그것은 팔뚝 크기의 노란 목검들로 섬뜩한 예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모두 조심하라. 연허기 수사의 일격에 상당하는 위력을 지닌 목검들이다!”

    경고를 한 마존도 서둘러 법력을 끌어올려 우산 형태의 보물에 주입했다. 보물에서 흘러나온 녹색 기운이 단단한 보호막을 형성해 그를 둘러쌌다.

    웅웅웅웅!

    다음 순간 날카로운 빛들이 맑은 소리로 공명하며 마족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검기가 종횡으로 날아들 때마다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날카로운 빛들이 사라지고 그곳에는 딱 한명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나머지 고계 마족들은 행방이 묘연했고 그 아래의 수풀에는 피가 가득했다.

    창백한 얼굴의 소머리 마족은 울컥 피를 쏟고 어둑해진 보호막을 쳐다보았다. 이에 마존은 쓴웃음을 지으며 품에서 약병하나를 꺼내 단약을 삼키고 우산을 가리켰다.

    이에 보호막이 바르르 떨며 사라지고 녹색의 작은 우산이 그의 손에 들렸다. 귀한 방어용 보물은 여기저기 깨지고 갈라진 곳 투성이었다. 소머리 마존은 한숨을 내쉬고는 방향을 정해 홀로 날아갔다.

    * * *

    어느 산 주변. 세 명의 마존들이 수많은 바람의 칼날을 물리치고 산맥 중심으로 이동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위쪽의 천지원기가 지잉! 떨리더니 금빛의 진법이 나타나 금색 빛기둥들을 쏘아댔다. 깜짝 놀란 마존들은 동시에 마기를 발동해 검은 태극문양으로 공격을 막으려 했다.

    콰쾅! 쾅! 콰콰쾅!

    금색 빛기둥이 계속 떨어지자 태극도안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세 마존은 금빛으로 뒤덮였다. 금빛이 흩어지자 세 마존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시각, 산맥 중심의 거대한 나무 아래서 진법을 조종하던 백여 명의 목족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 * *

    경천거목 아래에 앉아 있던 한립이 가벼운 울림을 듣고 눈을 떴다. 거목의 나뭇가지가 녹색 빛을 반짝거리고 오색 문양을 뿜어냈다.

    “드디어 마족들이 들이닥쳤구나. 나무가 직접적으로 경고하는 것으로 보아 수행이 높은 자들이겠어.”

    연이어 초질과 비소석이 멀리서 빠르게 날아들었다.

    “한 형, 누군가 산맥으로 접근하는 것 같은데 성조 화신은 아니겠지요?”

    목족 거한은 둔광을 거두자마자 급히 물었다.

    “마족에 성조 화신들이 꽤 있다고 해도 진법이 이렇게 넓은데 하필 그들이 이곳을 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평범한 마존일 거예요.”

    비소석이 번득 한립 옆에 나타나 냉소했다.

    “진안의 힘을 빌리면 성조 화신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한립은 차분히 대답하며 거목을 향해 푸른빛을 날렸다.

    우웅!

    거목이 부들부들 몸을 떨고 아래쪽 진법에서 열댓 개의 빛기둥이 솟아올라 그들 앞에 푸른 빛구슬을 응결했다. 한립은 열손가락을 튕겨 구슬 속으로 각종 법결을 던져 넣었다.

    구슬의 매끄러운 표면에 산맥 곳곳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개의 빛이 모호하게 변해 여러 장소를 빠르게 보여주는 동안 한립과 초질, 비소석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립이 눈썹을 끌어올리고 구슬을 향해 소매를 펄럭였다. 그러자 구슬은 회전을 멈추고 수풀 위를 날아가는 일곱 명의 마족들을 보여주었다. 합체기 수사가 셋, 연허기 수사가 넷이었다.

    일곱 명의 마족들은 인근의 금제를 건드렸는지 주변에 미친 듯이 날아드는 뇌전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마족들 중 험상궂게 생긴 거구가 청동 거울에서 검은 빛기둥을 분출해 대부분 뇌전을 없앴고 나머지는 다른 마족들이 적당한 보물을 꺼내 막아내고 있었다.

    “합체 후기 둘에 합체 중기 하나, 나머지 연허기 마인들도 기운이 특이한 걸로 보아 평범한 마족들은 아니겠어요.”

    비소석이 냉랭히 분석했다.

    “연허기 마족들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같은 마공을 쓰고 있습니다. 같은 일족 출신으로 협공에 능할 테지요. 세 마존도 금제를 뚫고 이곳까지 온 것을 보면 강력한 보물을 지니고 있을 겁니다.”

    목족 거한도 신중하게 말했다.

    “두 분은 저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싶으십니까? 평범한 금제로는 저들을 막을 수 없을 듯합니다.”

    한립이 미소를 머금고 우선 소녀와 거한의 의견을 구했다.

    “이곳이 진안이 아니라 보통의 진법이었다면 더욱 강력한 금제로 저들을 죽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진안은 절진의 힘을 비축하는 중이라 금제를 발동하기 어려우니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목족 거한이 잠시 고민하다 의견을 냈다.

    “우리 셋이 나서서 마존 셋을 막고 나머지 연허기 수사들은 다른 이들에게 맡기면 되지요. 우리에게도 연허기 수사 열댓 명은 있습니다.”

    “연허기 마족들은 전부 후기의 수행을 지니고 있던데 협공해서 그 이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평범한 연허기 수사들을 보내서는 막기 힘들 겁니다.”

    비소석의 말에 초질이 고개를 저었다.

    “금제가 보조해줄 텐데요 뭐. 가장 강력한 금제는 이용하지 못해도 나머지도 쓸 만하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한 형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목족 거한도 반대할 말을 찾지 못하고 한립을 보았다.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연허기 마족 넷은 본래 한 사람입니다. 다시 한 명의 마인으로 되돌아가면 신통이 보통이 아닐 것입니다. 아무래도 비 선자께서 직접 맡아주셨으면 좋겠군요. 진안을 비우는 것은 불가하니 기습을 대비해 초질 수사가 남아주시고, 나머지 마존들은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침음하던 한립이 차분히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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