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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264화 (1,021/2,000)
  • 1264화. 목령팔자(木靈八子)

    *

    그들이 돌아가며 진안 설치를 감독하는 동안 5일이 흘렀고 드디어 두 번째 진안 주변의 진법금제들이 겹겹이 완공되었다.

    이에 모든 목족 병사들과 대량의 진법사들이 거대 구름 위의 건물로 돌아왔다.

    쿠르릉!

    한립의 명을 받아 푸른 구름은 서서히 경천거목들이 자라난 산골짜기 옆으로 하강했다. 이와 동시에 경천거목들이 빛을 반짝이고 천지원기가 요동치며 무수히 많은 녹색 입자들이 산맥을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후우웅!

    거탑 위의 깃발들이 펄럭이자 보호막이 층층이 펼쳐져 녹색 기운으로 산맥 전체를 뒤덮었다.

    예비 성수들의 힘을 기반으로 두 번째 진안의 보호 금제가 완전히 발동되어 곳곳에 진법금제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웬만한 합체기 수사도 그 안에 갇히면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보름 후, 다른 산맥의 진법들도 차례로 완공되며 목계삼십육천절진이 최종적으로 발동되는데 성공했다.

    이에 광대한 지역이 수사들을 살육하는 잔인한 장소로 변하였다.

    진안이 완성된 그날부터 한립과 초질, 비소석은 경천거목 아래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고계 마족의 기습에 대비했다. 진안이 예비용 성수를 기초로 설치되었기에 성수를 파괴하기 전까지는 진안도 안전했다.

    또한 수천 명의 병사들도 인근의 산봉우리 위에 배치되어 진안이 위치한 골짜기를 둘러싸고 경비를 섰다.

    한립은 해 도인을 줄곧 거대 구름 위의 어느 건물 속에 숨어 있게 했다. 해 도인의 수행에 중계 수사의 기운을 가장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대승기 수사가 나타나지 않는 한 그의 진정한 수행을 알아볼 사람은 없었다.

    초질과 비소석도 여러 번 해 도인을 보았지만 그냥 한립을 따라온 후배로만 여겼다.

    진법이 완성된 후로는 수시로 전방의 연합군과 마족 대군의 전투에 관한 정보가 전해졌다. 이를 통해 진안의 고계 수사들도 전투의 진행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양쪽 대군은 연달아 7번이나 격렬하게 맞붙어 서로 5분의 1의 병력을 잃었다. 그 후로 연합군은 티 나지 않게 조금씩 후퇴하고 있었다.

    마족에서 성조 본체가 셋, 성조 화신이 스무 명 넘게 나타났고 마존들도 수백 명에 달해 고계 수사의 전력으로는 연합군을 넘어섰다. 이밖에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연합군 측은 적들에게 밀려나 후퇴하는 것이라 그들에게 믿게 만들고 있었다.

    연합군은 전투를 하면서 전장을 목계 대진이 있는 쪽으로 서서히 이동했다. 시간이 흐르자 하루에 한 번 전해지던 소식이 매일 두 번 그리고 세 번으로 늘어갔다.

    * * *

    목계절진의 영향권 내의 어느 높다란 산봉우리 위.

    임시로 건설된 탑 위에 목족 대장로가 무언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앞에는 진법이 하나 그려져 있었고 주위에는 여덟 명의 목족 노인들이 하얀 목판을 들고 눈을 감고 있었다.

    목판에서 하얀 빛이 방출되어 진법 위로 녹색과 보라색이 빼곡하게 떠올랐다. 빛의 점들은 모였다 빠르게 흩어지며 양쪽 대군의 모습을 보여주듯 신묘하게 움직였다.

    목족 임시 대장로가 정신을 집중해 보고 있는 것도 그것이었다.

    두 개의 빛의 점들은 서서히 한쪽으로 후퇴하다 어딘가에서 만나 밝은 빛을 발하고 사라졌고 여덟 명의 목족 노인들은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목판의 빛과 빛의 장막도 사라졌다.

    “이번에도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대사들께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임시 대장로는 노인들에게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전 전쟁에 우리 목족의 생사존망이 걸려 있는데 목족의 일원인 저희 목령팔자가 힘을 보태는 것이 당연하지요. 허나 이것은 이전에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한 것이라 마족 군영에 변화가 생기면 그 예측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노인 중 한 명이 잔기침을 하며 답했다.

    “노부가 어찌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오늘부터가 중요하니 송구하지만 매일 한 번씩 예측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생각지 못한 변한 변수가 생길까 걱정되어서 말입니다.”

    “저희가 점술에 능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전투는 강대한 존재들이 무수히 관련되어 있고 고려할 요소가 너무 많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장로회는 참고만 해주셨으면 합니다.”

    임시 대장로의 부탁에 또 다른 목족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수사 분들의 도움을 받아 점괘를 확인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어쩌겠습니까.”

    임시 대장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비록 전투의 결과를 점술로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해도 대략적인 방향을 결정할 때는 도움이 되었다.

    이 여덟 명의 노인들은 목족에서 점술로 명성을 날리는 이들로 목령팔자(木靈八子)로 봉해진 다음 수많은 공을 세워왔다. 그 때문에 과도하게 점술을 시행하느라 수명이 크게 줄고 겉모습도 노쇠하게 변한 것이다.

    이전에는 그들을 꽁꽁 숨기고 함부로 청하지 않았지만 대장로가 마족의 함정에 빠져 중상을 입고 영토 대부분을 잃은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임시 대장로는 목족의 존망이 걸린 전쟁에 그만큼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 * *

    목족과 마족의 점령지가 맞닿은 곳.

    막간리는 은색 허상으로 변해 커다란 뇌전 구름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구름에서 은색 뇌전들이 화살처럼 뻗어나갔다.

    콰르릉 콰쾅!

    어두컴컴한 하늘에 천둥소리가 끝이지 않았고 하늘에는 뇌전의 빛이 번득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 위에 새까만 거검이 꽂혀있었다.

    거검의 손잡이 위에는 암녹색 피풍의를 걸친 깡마른 마족 사내가 두 팔을 벌려 차가운 기운이 어린 검기들을 방출하고 있었다.

    커다란 검기들은 허공을 횡으로 가르며 은색 뇌전 화살을 향해 쇄도했다.

    * * *

    크아앙!

    커다란 호수 상공에서 거대 늑대 허상 두 마리가 엉켜 붙어 서로를 물어뜯고 있었다.

    새하얀 늑대 허상이 네 발톱을 가를 때마다 바람이 일었고 입에서는 하얀빛의 실들이 뿜어져 나왔으며, 새까만 늑대 허상은 두 눈에서 불을 뿜고 입에서는 살기를 방출했다.

    휙, 휙!

    두 거대 늑대가 발톱을 휘두를 때마다 허공에 기다란 하얀 흔적이 남았다. 마치 공간을 찢어내는 듯했다.

    두 늑대 허상들의 방대한 몸에 상처가 날 때마다 반짝이는 기운이 흐르고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했다. 그러나 맹수들의 과격한 싸움에 주변 산과 숲은 이미 폐허가 되었다.

    인근의 산 속에는 오소 노조가 임시 진법을 펼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전신에서 은빛을 발산했고, 멀리 떨어진 습지 안에서는 원살이 가부좌를 틀고 전신에서 흑자색 문양을 번득였다.

    * * *

    어느 비밀 공간 안, 두 거인이 허공에 떠서 대치중이었다.

    하나는 적황색 피부에 머리에는 굽은 뿔이 났고 등 뒤로 새빨간 날개를 펼친 채 상대를 주시했고, 다른 하나는 칠흑 같은 피부에 금은색 문신이 있고 하반신만 겨우 가린 채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역시 두 주먹을 세게 쥐고 커다란 눈으로 적을 노려보았다. 두 거인들 사이로 늑대 같기도 하고 원숭이 같기도 한 핏빛 괴물과 머리가 셋 달린 금색 호랑이가 달라붙어 싸우고 있었다.

    머리 셋 달린 괴물은 핏빛 기운을 꿀렁꿀렁 내뿜으며 귀신처럼 변화무쌍하게 움직였고 호랑이는 공간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포효하며 입에서 금빛을 비처럼 쏘아 보냈다. 금방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았다.

    연합군의 계획대로 마족에서 나선 세 명의 성조 본체를 막간리, 오소 그리고 상해가 상대해 싸우는 중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경계했기에 직접적으로 맞붙지 않고 분신을 내세워 싸우고 있었다.

    이렇게 그들이 시간을 끄는 동안 수천만 마족 병사들은 조금씩 목계절진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성조 본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마족 대군을 금제에 가두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연합군의 바람대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천 개가 넘는 마족의 비차가 부대를 이루어 연합군 진영 너머로 잠입하는 것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삼각형 모양의 비차들은 새하얀 표면에 구름을 닮은 괴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그 위에 탄 마족들은 전부 복면을 하고 핏빛 눈동자를 반짝였다.

    더욱 괴이한 것은 만 명에 달하는 마족들이 비차에 타고 있었는데도 이동하는 동안 어떤 소리나 기척도 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 * *

    부대의 중심에는 비차들보다 몇 배는 큰 새까만 선박 위에 복면한 마족들이 보였다. 그들이 발산하는 기운은 다른 마족들보다 훨씬 강했다.

    “목면성까지는 얼마나 남았느냐! 겨우 상대편을 따돌리고,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면서 목족의 이목을 속이고 영계로 돌아왔다. 이번 일은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될 것이야.”

    선박의 마기 안에서 노쇠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탄천 대인께 아룁니다. 현재 속도라면 목면성까지 보름은 더 가야 합니다.”

    “흥, 너무 느리지 않느냐! 원살과 다른 성조들이 상대편 노괴들을 얼마나 더 붙들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속도를 높여 반드시 열흘 내로 목면성에 도착한다. 목족의 성수만 제거하면 목족은 끝이 나는 게야!”

    “하지만 현재 속도도 은신 신통을 발동한 호월비차(弧月飛車)가 낼 수 있는 최고속도입니다. 더 이상 속도를 높이면 더는 목족의 이목을 속일 수 없을 겁니다.”

    “상관없다. 이종족 대군은 잇달아 패배해 후퇴하고 있어서 약간만 주의를 기울이면 들킬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노부가 있는데 목족 정찰군이 소식을 전할 틈을 줄 것 같으냐?”

    조심스런 사내의 말에 노쇠한 목소리가 냉소했다.

    “탄천 대인께서 직접 나서주신다면 걱정할 것이 없겠지요. 소인 바로 명을 전달하겠습니다.”

    잠시 후, 검은 선박과 비차들이 웅웅! 진동하며 속도를 높였다. 유령처럼 소리 없이 움직이던 이전과 달리 흔적을 남기며 나아갔다.

    * * *

    7일 후, 경천거목 아래 앉아 있던 한립이 눈을 떴다. 그의 동시에 그의 양 옆에 앉은 있던 남녀도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쉬익!

    고공에서 푸른 장검이 날아들어 골짜기 상공에서 선회하고는 거목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푸른 검기 속에는 하얀 옥간이 담겨 있었다. 한립은 옥간을 받아들고 서둘러 내용을 확인했다.

    “한 시진 후부터 마족 대군이 절진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답니다. 반나절동안 목계삼십육천절진을 발동하면 마족 병사들의 3분의 2를 죽일 수 있을 거라는군요.”

    한립이 옥간을 이마에서 떼고는 그것을 목족 거한에게 넘겨주었다.

    “마족들이 정말 속아 넘어갔습니다. 절진 안에서 병력의 상당 부분을 잃으면 한동안 연합군에 대항할 수 없을 겁니다.”

    옥간의 내용을 확인한 초질도 희색을 드러냈다. 그는 옥간을 비소석에게 건넸다.

    “명받은 대로 정해진 시각에 진법을 발동하기만 하면 마족 병사들을 몰살 할 수 있겠네요!”

    비소석의 입가에도 웃음이 맺혔다.

    “금제가 전부 발동한 후에도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무도 드나들지 못하게 방비를 철저히 하라 일러주세요.”

    한립이 담담히 분부를 내렸다.

    “예, 바로 명을 전하고 인원을 안배해 두겠습니다.”

    초질은 거리낌 없이 답했다.

    “그럼 저는 금제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겠습니다.”

    “좋습니다. 이상한 점을 발견하시면 바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비소석의 말에 한립이 고개를 끄덕이자 목족 거한과 야차족 여인이 몸을 일으켜 날아갔다.

    * * *

    쿠르르릉!

    반나절이 지나 광활한 지역이 진동했다. 36곳의 진법을 중심으로 엄청난 수의 거목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굵은 나무들이 하늘 높이 자라나 순식간에 울창한 수풀을 이루었다.

    마족 부대들은 절진 속으로 들어오자 금제의 영향으로 비행 법기와 각종 둔술이 제약을 받아 효력을 잃고 분분히 추락했다.

    연허기 이상의 수사들은 간신히 떠있었지만 법력소모가 극심했고 일정 고도 이상 올라갈 수 없었다.

    대부분의 마족들이 두꺼운 살가죽과 튼튼한 몸을 지녀 추락에도 중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혼란에 빠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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