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0화.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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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들은 자광수보다는 작았지만 큰 것은 집채만 해서 그 기세가 상당했다. 그러나 한립은 그걸 보고도 무표정한 얼굴로 한 손을 털어 금색 장검을 치우고 검은 산봉우리를 가리켰다.
우웅!
검은 산봉우리는 주술문자를 번득이며 불어나 한립과 표린수를 막아주었다.
오색 빛기둥이든 아니면 돌덩어리든 검은 거산에 부딪쳐 회색 기운에 휘감기면 멈출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한립은 입에서 푸른 기운을 방출해 검은 거산에 흡수시켰다. 검은 거산이 웅웅 진동하며 회색 기운이 봇물처럼 터져 나와 허공에 거대한 구름 고리를 형성하고 낙하했다.
구름 고리는 아주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지만 발산하는 기운이 너무 세서 주변 공기가 떨릴 정도였고 그 아래 가려진 공간이 어둑해졌다.
한립의 법력이 늘어남에 따라 원자극산의 위력도 이전과는 천지차이였다.
자광수는 서둘러 눈에서 빛기둥을 쏘아 보내고 몸에서 광석 폭우를 쏟아냈지만 거대한 구름 고리가 떨어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끼룩!
괴수는 그제야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고 힘껏 울며 사지를 굽혀 지면에 엎드렸다. 자광수의 몸에 오색 광채가 흐른 후 투명하게 변해 거대한 수정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거대 수정안에 녹색 빛덩이가 떠있었다. 빛덩이 속에 들어 있는 녹색 돌멩이는 한립이 들고 있는 것과 비슷했지만 크기가 몇 배나 크고 색깔이 옅었다.
“필사적으로 대항해 보시겠다. 어디 전설 속의 음양대오행진광과 원자신광 중 어느 것이 더 강력한지 보자꾸나.”
그것을 보고 한립이 즐겁게 중얼거렸다.
그가 의식으로 극산을 자극하자 검은 산봉우리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한층 맹렬해졌다. 회색 구름 고리도 더 넓어져 이제는 거의 하늘 절반을 가리고 있었다.
거대 구름 고리가 자광수를 향해 떨어지기 직전 거대 괴수도 준비 중이던 신통을 발동했다. 웅크린 괴수의 몸에서 녹색 돌멩이가 눈부신 빛을 발하고 오색 빛이 터져 나왔다.
오색 빛은 구름 고리 못지않은 크기의 화려한 원반으로 변해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냈다.
쿠콰콰쾅!
구름 고리와 원반이 충돌해 엄청난 폭음이 퍼져나가고 하얀 돌풍이 생겨났다. 그 속에는 무수히 많은 빛의 실과 회색 기운이 섞여 있었다.
휘이잉!
구름 고리와 원반은 엄청난 여파를 남기고 동시에 허공에서 소실되었다.
한립에게는 무척 의외였다. 자광수의 음양대오행진광이 자신이 전력으로 펼친 원자신광과 대등한 위력을 낼 줄 몰랐던 것이다.
음양대오행진광은 어떤 기운에도 섞일 수 있다는 장점 외에 공격력에서도 원자신광을 능가했다. 원합오극산 중 음양대오행극산(陰陽大五行極山)이 가장 제련하기 어렵다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립은 서둘러 수결을 맺었다.
금빛을 방출한 그의 몸이 금털 거대 원숭이로 변해 허공을 쥐었고 검은 산은 수축해 그의 손에 들렸다.
그리고 거원의 등 뒤로 삼두육비의 거대 법상이 떠올라 세 얼굴의 미간에서 새까만 요목(妖目)이 눈을 떴다.
쉭! 쉭! 쉭!
가느다란 검은 실이 제3의 눈에서 발사되어 팔뚝 굵기의 빛기둥으로 변한 다음 번득 사라졌다. 동시에 거원은 팔을 힘껏 돌려 작은 산을 투척했다.
쾅!
원자극산이 부들부들 떨며 거원의 손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자광수 상공에 파동이 일고 세 개의 검은 빛기둥이 반사 되었고, 또 다른 방향에서는 검은 산이 날아들었다.
끼룩!
이에 자광수는 기겁하여 몸을 웅크리며 녹색 돌멩이에서 빛을 뿜었다. 멀리서 보면 괴수의 투명한 몸을 통과해 오색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는 듯했다.
이때 검은 산이 오색 태양을 향해 떨어졌고 종을 친 것처럼 댕! 댕! 하는 소리가 울렸다.
검은빛과 오색 기운이 마구 떨리며 태양 표면이 검은 산에 의해 움푹 파였다.
시간차를 두고 세 개의 검은 빛기둥이 일직선을 이루어 같은 곳을 공격했다.
오색 빛덩이가 아무리 두껍다고 해도 이런 연속 공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세 번째 빛기둥이 오색 태양을 뚫고 직접 자광수의 몸으로 날아들려 할때 사방에서 오색 기운이 밀려들어 태양의 구멍을 메꾸고 있었다.
고공에서 이를 지켜보던 거원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 오색 태양을 향해 팔을 뻗었다. 목표는 이미 뚫려 작아지고 있는 구멍이었다.
끼룩.
자광수는 여전히 오색 태양에 몸을 숨긴 채 지금이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것을 알아챘는지 놀랍게도 체내에서 수정 창을 만들어 구멍으로 쏘아 보냈다.
날카롭고 한기가 도는 창은 괴수의 몸에 박힌 진귀한 광석들 중 하나로 한기를 지닌 재료들이 응결한 것이었다.
자광수가 비록 지능은 높지 않지만 대신 전투 경험이 풍부해 이번의 일격만 막아내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모습에 한립은 손끝에서 은색 화염 한 줄기를 분출했다. 게다가 수정 창을 피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잠시 후 은색 화염을 휘감은 거대 손이 수정 창과 충돌했다. 날카롭게 빛이 번득였을 뿐 그 어떤 소리나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수정 창은 거대 손을 찌르는 데 성공했지만 피부를 뚫지 못했고 반대로 은색 화염이 옮겨 붙고 말았다.
순식간에 커다란 창이 반짝이는 액체로 녹아 사라졌다.
챙강!
거원은 다시 한 번 힘차게 팔을 뻗어 간단히 자광수를 뚫고 들어가 그 중심의 녹색 돌멩이를 쥐었다.
거원이 손을 빼내려 하자 자광수가 몸에 힘을 주어 강력한 힘에 붙들려 팔을 빼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한립은 코웃음을 치며 속으로 법결을 발동했다. 손가락 사이를 맴돌던 은색 화염이 펑! 하고 불어나 녹색 돌멩이를 감싸고 활활 타올랐다.
츠츳!
바르르 몸을 떨며 자광수 주위의 오색 태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콰르릉!
거원은 금빛을 반짝이며 더욱 커져 자광수의 머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압했다. 그러자 괴수 머리가 충격으로 절반쯤 땅에 박히고 말았다.
끼루룩!
자광수는 체내의 마핵이 은색 화염에 연화되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괴성을 질렀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며 사지로 거원을 마구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자광수가 무슨 짓을 하든 소용이 없었다. 거원은 모든 공격을 튕겨내며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다.
자광수 체내의 은색 화염이 활활 타오를수록 녹색 돌멩이는 빠르게 빛을 잃었고 자광수도 점차 싸울 힘을 잃어갔다. 자광수는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다 결국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순간 거원이 자광수의 머리를 강하게 가격했다.
쩡!
수정화된 자광수의 방대한 몸이 무수히 많은 수정조각으로 부서졌고 그 사이로 녹색빛 덩이가 화살처럼 튀어나갔다. 자광수의 혼백이었다!
진작 대비하고 있던 한립이 커다란 입을 쩍 벌려 금색 검기를 분출하자 검기가 부웅! 허공을 갈라 자광수의 혼백을 멸했다.
거원은 그제야 녹색 돌멩이를 쥔 손을 빼냈고, 녹색 돌멩이는 은색 화염 때문에 작아져 팔뚝 크기의 수정형태를 띠고 은은하게 녹색 빛을 발산했다.
금털 거원이 웃음을 터트리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곁에서 파동이 일고 표린수가 나타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한립이 든 수정을 쳐다보았다.
“자광수의 마핵을 연화해 이렇게 많은 재료를 얻게 될 줄은 몰랐다. 돌아가 제련하면 간신히 음양대오행극산을 만들 재료를 채울 수 있겠구나.”
표린수를 쓰다듬는 한립의 얼굴이 퍽 밝아보였다.
작은 짐승은 한립이 들고 있는 녹색 돌멩이를 보다 하품을 했고 한립은 푸른 기운을 내뿜어 작은 짐승을 다시 회수했다.
그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번 전투로 우뚝 솟아 있던 산봉우리가 무너져 내리고 주변 백 리 정도가 난장판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그의 신통으로도 주변을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두 손을 교차해 뻗었다. 무수히 많은 은색 불꽃들이 도처로 빽빽하게 떨어져 자광수의 시체를 뒤덮었고, 거대한 괴수 시체는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한립은 굳이 흔적을 모두 지우려 하지 않고 둔광을 일으켜 날아올랐다.
외진 곳이었지만 자광수와 너무 요란하게 다투어 시간을 끌면 고계 마족에게 발각 되고 말 것이다.
한립은 빠른 속도로 날아 아주 멀리까지 이동했다.
그가 떠나고 얼마 후, 남색 빛덩이가 쾌속으로 자광수가 죽은 곳에 날아들었다.
남색 빛이 걷히고 나타난 것은 남색 화염으로 몸을 감싼 괴이한 새였다. 은색 눈동자로 주변을 수색한 새는 빙글 돌아 남색 장포를 입은 중년 부인으로 변했다.
평범한 용모에 차가운 눈빛을 지닌 부인은 음산한 살기를 품고 있었다.
남포부인은 남겨진 흔적을 살펴보다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고 곧 하늘을 가르고 황금 선박이 날아들었다.
황금 선박은 그리 빨라 보이지 않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빛이 번득이자 허공을 뛰어넘어 남포 부인 앞에 도착했다.
“육극 수사, 약조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아니요, 그래도 늦었는걸요. 남폭 수사께서 저보다 먼저 오셨으니까요.”
황금 선박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묘령의 여인이 소리 없이 선박 위에 나타났다.
“그런데 시조에 오른 수사가 어쩐 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남포 부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냉랭히 물었다. 그들은 뜻밖에도 육극 성조의 화신과 아주 오랫동안 얼굴을 비추지 않은 남폭 성조의 본체였다.
그들은 폐허가 된 주변 상황을 보지 못한 것처럼 아주 차분한 표정이었다.
“제가 멀리까지 화신을 보낸 것은 당연히 이전의 은혜를 갚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묘령의 여인이 웃음을 흘렸다.
“딱 한 번만 도와주면 다시는 건들지 않겠다더니 갑자기 찾아와 그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절 위협하려는 겁니까?”
“위협이라는 말은 듣기 거북합니다. 제가 어찌 남폭 수사에게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이번에 찾아온 것은 보화가 성계로 돌아왔고 천읍, 학안과 싸우기까지 했다는 것을 귀띔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난색을 표하는 남포 부인을 보고 육극이 담담히 답했다.
“보화가 돌아왔다고요? 천읍, 학안과 싸우다니 이전 수행을 회복하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남폭 성조는 보화를 굉장히 꺼리는지 안색이 창백해졌다.
“수행을 완전히 회복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성계로 돌아와 원염과 만나고 천읍, 학안에게 중상을 입혀 육신을 잃게 만든 것은 사실입니다. 사람을 보내 알아보았더니 보화가 현천성수를 이용해 현천영역을 수련했다고 하더군요.”
“현천영역! 상계의 진선이나 쓸 수 있다는 강력한 신통 아닙니까? 보화가 어찌…….”
“그건 예전에 보화와 사이가 좋을 때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보화는 현천영역 구결 일부를 우연히 얻었는데 당시 그녀가 말하기를 현천성수의 힘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성취를 얻을 거라 했었지요. 그 성취라는 것이 현천영역을 완전히 익히는 것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육극이 탄식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수행을 회복하고 현천영역까지 익혔으면 왜 숨어 있는 것이지요. 그 성격에 능력만 된다면 당장 수사의 동부로 쳐들어가 시조의 지위를 되찾아왔을 텐데요. 수행을 일부밖에 회복하지 못했고 천읍, 학안과 싸우다 그녀도 원기를 상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남폭 성조는 보화에 대해 잘 아는 눈치였다.
“하하, 저와 같은 생각이시네요. 그러니 이 기회에 후환을 제거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보화가 정말 수행을 회복하면 남폭 수사도 설 자리를 잃는 것은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하지만 이전의 은혜를 갚기 위해 왔다는 말도 거짓은 아닙니다.
보화를 죽이기만 하면 그녀가 지닌 보물 대부분은 남폭 수사가 챙기시고 저는 현천의 보물인 꽃나무와 현천영역 비결만 가져가겠습니다. 보화에게 도겁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보물이 많다는 것은 잘 아시지요? 그것만 얻어도 앞으로 몇 차례 천겁은 수월히 넘길 겁니다.”
“보화가 수행도 회복하지 못했다면서 저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냥 수사의 화신들이 몰려가 보화를 포위하고 제거하면 될 것을요.”
“그럴 수 있었으면 수사를 찾지도 않았을 겁니다! 수사도 아시다시피 지금 3대 시조의 본체들은 성계가 맞이한 대겁 때문에 여유가 없어요. 보화가 여섯 화신 중 하나를 죽여 새로운 화신이 폐관 수련 중입니다. 백 년은 지나야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화신 중 하나는 마지막 보루와 같아서 절대 함부로 밖으로 돌릴 수 없고 남은 넷 중 다른 둘은 인계에서 대군을 이끌고, 한 명은 동부를 지키니 남은 것은 저 뿐입니다. 게다가 보화의 마지막 종적이 남폭호 인근에서 발견되었으니 저를 도와줄 분은 남폭 수사뿐입니다.”
육극이 상세히 사정을 설명했다.
“수사의 본체가 성계의 대겁을 위해 일하느라 나설 수 없다니 저도 방관할 수만은 없겠군요. 보화가 인근에 숨어 있다면 찾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방금 제시한 조건에 현천영역 비술을 복제해 준다고 약속하면 돕겠습니다.”
“좋습니다! 남폭 수사의 말대로 따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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