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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246화 (1,003/2,000)

1246화. 음양대오행진광(陰陽大五行眞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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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제라고도 할 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제가 익힌 마공 자체가 그녀의 독문 대법이라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지니고 있는 것이죠. 제 수행이 육극 시조를 넘어서기 전까지는 그녀가 의식만 움직여도 제 법력을 억제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예비 화신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미리 언질을 받았고 제가 선택한 것이라 그녀를 탓할 일만은 아닙니다. 제자가 되기 전에도 크게 은혜를 입기도 했고요. 그녀의 도움이 없었으면 비승은커녕 인계에서 명이 다했을 겁니다.”

자령은 탄식하듯 말했다.

“인계에서 어떻게 육극 성조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인가?”

“당시 전 자질 상의 한계로 화신기에 이르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 보잘 것 없는 수행으로 공간접점에 발을 들인다는 건 불가능했죠. 어떻게든 수행을 끌어올리려 인계의 위험하고 비밀스러운 곳은 다 찾아다니며 영약과 보물을 모았어요. 수명이 다하기 전에 목숨을 걸고 공간접점에 들어가 보려고요. 그런데 수백 년을 허비하다 우연히 어느 상고 유적에 남겨진 제단을 발동하게 되었죠.”

“그 제단을 이용해 육극 성조와 연락이 닿았단 소린가?”

“과정은 복잡해도 결론만 말하면 그렇습니다. 육극 성조는 제단의 힘을 빌려 의식 한 줄기를 강림시켰고 이후의 일은 아시겠지요? 육극의 권유에 전 그곳에 남겨져 있던 진마기를 몸에 주입하고 마도 공법을 주 수련 공법으로 삼아 화신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어요.

수련이 어찌나 쉽고 속도가 빠르던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죠! 육극은 제가 보기 드문 차녀소음체(姹女素陰體)를 지녀 태생적으로 마공을 수련해야 할 체질이라더군요. 마계로 비승한 것도 그녀의 설득 때문이었는데, 이곳에 오고 나서야 그녀가 예비 화신 후보로 삼으려 불러들였다는 것을 알았어요.”

“목적을 알았으면 제자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은혜를 갚아도 되었을 텐데.”

자령의 설명을 듣고 한립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세상 일이 어디 그리 쉽나요. 육극은 선택권을 주기는 했습니다! 진마기를 돌려주고 그녀가 전수한 독문 마공을 폐해 저계 수사의 경지로 떨어지느냐 아니면 그녀의 일곱 번째 제자로 들어가 예비 화신이 되느냐 사이에서요.

그녀는 공법의 한계 때문에 본체를 포함해 화신을 여섯 밖에 둘 수 없고 그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제자들로 화신을 보충할 일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조의 지위를 지닌 그녀의 화신이 쉽게 죽임을 당할 것도 아니고 실제로 그녀의 대 제자는 진작 합체 후기를 대성해 수만 년간 무탈했습니다.

또 약속하기를 도겁을 성공해 비승하게 되면 화신이 필요치 않기에 자유를 준다고 했어요. 그 전까지 제자들에게 무한한 지원을 약속했죠. 마계는 인계나 영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라 수많은 고계 수사들이 수련에 필요한 자원을 놓고 싸우거나 험지에 들어갔다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한 형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겠습니까?”

자령은 긴 이야기를 늘어놓고는 한립에게 반문했다.

“그야…….”

“한 형이 굳은 의지를 지닌 분이란 것은 알아요. 아마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수행을 크게 잃고 마계에서 위태로운 삶을 살기를 원치 않았어요.

막 비승했기 때문에 꾸준한 지원도 거절할 수 없었고요. 그렇게 육극 문하의 일곱째 제자가 되어 이제는 마계에서 제법 명성도 있고 얼마간 수하도 두고 있답니다.”

“그런 선택을 탓 할 수는 없겠군. 나였다 해도 그 당시에는 부득불 머리를 조아렸을 것이야. 허나 어찌 되었든 누군가에게 구속받는 일인데 벗어날 대책은 있는가?”

“그럴 방법이 있었으면 모두 합체기 고계 수사인 다른 여섯 제자들이 아직까지 육극의 문하에 있겠어요. 육극 본인이 마족 시조이고 여러 화신과 수많은 수하들을 부리니 그녀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지요. 방법이라면 다른 계면으로 달아나는 것뿐인데 마공을 익힌 제가 마기가 충만한 마계를 떠나는 것은 앞으로의 수행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요.”

오래 전부터 고민해 온 일인지 자령은 씁쓸하게 답했다.

“골치 아프기는 하지만 위험을 감수한다면 아주 방법이 없지는 않을 걸세.”

“한 형에게 방법이 있다고요? 아닙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육극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이런 위험한 일에 어찌 끌어들일 수 있겠어요.”

깜짝 놀란 자령이 걱정스레 고개를 흔들었다.

“하하, 확실히 지금 수행으로 마족 시조인 육극에 대항할 수는 없네. 허나 상황은 바뀌기 마련이지. 대승기 경지에 이른다면 육극을 제압할 수는 없어도 그녀와 거래할 만한 자격은 될 것이야.”

“대승기에 이를 자신이 있으신 거군요!”

“장담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네.”

한립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는 자령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한 형의 말씀이라면 당연히 믿을 수 있지요. 그래도 이 일은 수사가 대승기에 이른 후에 다시 상의하도록 해요. 그때 다시 공간을 찢고 마계로 돌아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요…….”

“그러지. 자네의 수행이 높지 않아 육극의 화신이 정말 화를 당하더라도 바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야.”

“좋아요. 그런데 한 형은 어찌 지내셨습니까? 합체 후기에 이를 때까지 영계에서 엄청난 경험을 하셨을 텐데요.”

마치 그가 괜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자령이 화제를 돌렸다. 이에 한립은 미소를 머금고 인계의 공간 접점에 들어서서 영계에 도착한 후로 겪었던 일들을 들려주었다.

물론 은밀한 사정이나 보안이 필요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듣는 자령은 얼굴을 찌푸렸다가 탄성을 지르는 등 온갖 위기와 신기한 소식에 솔직하게 반응했다.

한립이 말을 마치자 자령이 마계에서 겪은 몇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 중에는 남영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령은 우연히 그녀의 목숨을 구해주었고 특수한 신분의 소녀와 자매처럼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남영의 이야기가 나오자 한립은 베옷 소녀가 말한 점괘에 대해 물어보았다. 하지만 자령은 얼굴이 붉어져 절대 무슨 일로 점을 본 것인지 말하지 않았다.

그도 눈치가 없지는 않았기에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고 남영에 육극 화신이 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물었다. 그 말에 자령은 고개를 저었다.

마족 시조가 얽힌 일은 아무리 광원재라 해도 속수무책이었고 심지어 점술로 알아낼 수 있는 바가 거의 없었다.

광원재의 이전 재주(斋主)였던 남영의 조모가 의외의 사고로 죽은 후 손녀인 남영이 그 직위를 이어 받았다고 한다.

전(前) 재주가 죽을 때 고계 호법들도 거의 목숨을 잃어 지금의 광원재는 아주 세가 약했다.

이전의 명성이 남아 있고 주 이모와 또 다른 고계 호법 덕에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광원재가 이전처럼 건재했으면 육극도 신경을 썼겠지만 지금은 자령을 예비 화신 신분에서 풀어달라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그들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져 반나절이 흘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을 때 오색 보호막이 살짝 흔들리고 여인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두 분, 아직도 나눌 말씀이 남으셨는지요? 밤이 깊어 문을 닫고 손님을 배웅할 때입니다. 한 형께서는 아직 남은 볼 일도 있지 않습니까?”

베옷 소녀 남영의 목소리였다.

“우리가 너무 오래 담소를 나누어서 남영이 기다리다 지쳤나 보네요. 그런데 어떤 문제가 있으시기에 광원재에서 답을 구하시려는 건가요?”

자령이 베옷 소녀의 말을 듣고 슬쩍 붉어진 얼굴로 물었다.

“별것 아닐세. 주요 목적은 해결되었고 그저 들린 김에 물어볼 것이 있어 그러네.”

한립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랬군요. 금제를 거둘 테니 남영 동생과 이야기 나누세요.”

자령이 금제 영패를 꺼내 비추자 사방의 빛의 장막이 펑! 하고 갈라져 사라졌다. 베옷 소녀가 주 이모와 함께 웃는 얼굴로 5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 후 한립은 자령이 있는 자리에서 남영에게 녹색 기운의 특성을 알려주었고 베옷 소녀는 견문이 넓은 광원재 재주답게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게 음양대오행진광(陰陽大五行眞光)의 지살음기(地煞陰氣)란 말입니까?”

한립은 베옷 소녀가 언급한 이름에 깜짝 놀랐다.

“한 형께서도 들어보셨군요! 7, 8할의 확률로 음양대오행진광이 맞을 겁니다. 어느 공법과도 융합이 되어 만법(萬法)의 어머니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게 음기가 짙은 지역에서 볕을 못보다 보면 이런 지살음기로 변형되고는 하지요.

상고 시대 때 마계에 음양대오행진광을 지닌 시조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진광의 힘을 빌려 마공을 익힌 그는 다른 두 명의 시조를 압도해 마계 전체가 그의 손에 떨어질 뻔 했다더군요. 그가 이계를 돌아다니다 실종되지 않았으면 마계의 모습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베옷 소녀가 신중하게 답했다.

“나도 상고 경전에서 관련 기록을 본 적 있어. 그 시조가 마계 전체를 통치할 뻔 했던 것은 그가 지닌 마공과 연관이 크잖아. 마계에서 제1의 마공으로 불릴 만큼 유명한 공법이라 그 후로 수도 없이 많은 수사들이 익혔지만 대성한 사람은 딱 한 명밖에 없었지!

거기에 음양대오행진광으로 수행을 빠르게 늘렸으니 거의 무적일 수밖에. 한 형, 어쩌다 지살음기에 오염된 것입니까? 설마 음양대오행진광과 접촉한 건가요? 듣기로는 본 모습이 고정적이지 않아 커다란 바위일 수도 있고 보잘 것 없는 고목일 수도 있다고 하던데요.”

자령이 끼어들어 덧붙였다.

“아닐세. 음양대오행진광은 나도 본 적이 없네. 이 지살(地煞)의 기운은 우연히 어느 광석에서 추출한 것인데 도저히 제거할 방법이 없더군.”

점차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온 한립이 조용히 쓴웃음을 지었다.

음양대오행진광은 원합오극산 중 하나가 지닌 신통이었다. 일찍이 인계에서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라 다른 극산에 비해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런데 마계에서 홀연히 그 실마리를 찾았고 그 극산은 그를 골치 아프게 하던 녹색 기운과 큰 연관이 있었다. 음양대오행진광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희망이 생긴 셈이었다.

“아, 광석에서 찾으셨다면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대오행진광은 마계에서 보이지 않은지 오래지만 변형된 지살의 기운에 오염된 광석은 심심치 않게 발견이 되곤 하니까요. 지살음기가 발견되면 지역 세력이 인근을 샅샅이 파헤쳐 놓고는 했지만 대오행진광을 찾지는 못했지요.”

베옷 소녀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장기간 체내에 지니면 안 좋은 점은 없고? 제거할 방법은 있겠지?”

자령이 서둘러 물었다.

“변형된 지살음기도 마계에서 일부 특수한 공법을 익힌 수사들은 오매불망할 물건입니다. 허나 인족 수사인 한 형께는 백해무익하겠죠. 장기간 이런 물질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경맥이 쪼그라들고 몸이 뻣뻣하게 굳어갈 수 있습니다! 허나 크게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이전에 누군가 이 문제로 몸이 굳어 갈 때 누군가 지살음기를 연화할 방법을 만들어 놓았으니까요. 한 형께서도 구결에 따라 운공을 하시면 체내의 지살음기를 연화시킬 수 있을 겁니다.”

“다행이네. 동생의 말은 광원재가 그 구결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지?”

베옷 소녀의 말에 자령이 긴장을 풀었다.

“그게 문제인데, 제게는 그 구결이 없습니다. 용도가 제한적이라 찾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본 재도 구해놓지 않았거든요. 연화 구결이 누구 손에 있는지 까지는 알지만 구하기가…….”

“선자께서 곤란해 하는 것을 보니 어려움이 있나 보군요.”

“한 형의 말씀대로입니다. 그 구결은 합체 후기의 어느 노괴의 수중에 있는데 기복이 심하고 성격이 이상해서요. 그런데 실력은 또 주 이모 이상이라 몇 번 거래하기는 했지만 구결을 반드시 구해드릴 수 있다고는 보장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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