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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178화 (935/2,000)

1178화. 열반성체(涅槃聖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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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거한은 금색 거인의 눈을 마주 본 순간 두 눈이 바늘로 찔리는 것처럼 고통을 느꼈다. 그가 놀라 눈을 질끈 감자 금색 거인이 가볍게 손을 들어올렸다.

콰쾅!

아무 징조도 없이 거한 앞에서 폭발이 일어나더니 무서운 힘이 터져 나왔다. 그것을 감지한 마족 거한은 안색이 변해 핏빛 화염을 일으키고 새까만 영패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영패는 금세 불어나 방패처럼 거한의 앞을 막았다.

푸확!

핏빛 화염이 만들어낸 보호막과 검은 영패가 변한 방패가 그 앞을 막아섰지만 정체 모를 힘에 종잇장처럼 뚫리고 말았다. 흠칫 놀란 마족 거한이 두 발로 허공을 박차 올라 피하며 두 손을 뻗었다.

검은 주먹 허상이 튀어나가 거대한 힘과 맞닥뜨렸다.

퍼펑!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 주먹 허상이 깨져 사라졌다. 거대한 힘의 여파에 거한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한참을 밀려나가다 간신히 몸을 가누었다.

거한은 만취한 사람처럼 얼굴이 붉어지더니 울컥 피를 토했다. 금색 거인의 대수롭지 않은 일격에는 산을 가르고 하늘을 쪼갤 수 있는 위력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열반성체(涅槃聖體), 만원(万元)의 힘! 겨우 인족 수사 주제에 성계에서도 무상(無上)의 신통으로 불리는 신통을 부린단 말이냐!”

거한은 입가에 흘러내리는 피를 닦지도 않고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그때 금색 거인의 몸이 휘청거리고 입에서 피를 뿜었다.

“만원의 힘이라……. 그 비슷한 것입니다. 내 이런 신통까지 펼쳤는데 당신을 절대 이곳에서 살려 보낼 수는 없지요.”

금색 거인의 얼굴에 비늘이 사라지고 창백한 한립의 얼굴이 드러났다.

“반서 현상? 아직 무상 신통을 익히지 못했는데 억지로 쓰고 있는 것이구나! 그렇다면 조금 전 같은 공격을 몇 번이나 더 쓸 수 있을까.”

“몇 번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요? 다음번에는 당신의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한립의 미간에서 요목이 반짝이고 그의 몸에서 수많은 금색 주술문자가 떠올라 다섯 덩어리로 뭉쳐졌다. 다섯 개의 빛 덩어리가 거원, 채봉, 은색 붕새, 금색 용, 공작의 진령 허상들을 만들어냈다.

허상들이 길게 울부짖으며 마화된 한립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다음 순간 한립은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수결을 맺었다. 몸이 열배로 불어나고 머리와 금색 비늘로 뒤덮인 팔 2개가 더 솟아났다.

쌍두사비(雙頭四臂)의 모습으로 변한 한립은 이전과 달리 두 머리에 모두 푸른 뿔이 솟고 제3의 요목이 박혀 있었다.

또한 피부의 금색 비늘들이 융합해 아름다운 황금빛 갑옷으로 변했는데 은색 주술문자가 빼곡하게 새겨져 틈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만황과 상고시대의 거친 기운이 풍기는 갑옷은 천지영물처럼 보였다.

“이열변신(二涅變身)! 네 놈이 미쳤구나! 하나의 힘도 온전히 버티지 못하면서 이열변신이라니, 나를 죽이기 전에 너부터 몸이 터져 죽을 것이다!”

마족 거한이 놀라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몸이 터지더라도 당신이 죽은 후일 텐데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십니다.”

한립은 눈을 번득이고 네 개의 팔을 들어 거한을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힘이 하나로 모여 거대 손바닥으로 변했다.

거대 손바닥은 소리 없이 떨어져 내리며 괴이한 기운으로 마족 거한의 육신과 혼백을 제압해 달아나지 못하게 했다.

“으악, 이렇게 죽을 순 없어!”

갑작스레 닥친 죽음의 위기에 거한은 괴성을 지르며 광기어린 표정으로 열댓 개의 최상급 보물들을 마구 불러내 날려 보내고 전신에 핏빛 화염을 일으켰다.

두 손에는 금은색의 거대한 칼날을 불러내 위쪽을 향해 휘둘렀다.

콰쾅! 쾅!

칼날이 거대 손과 부딪쳐 불똥이 튀었다. 지나간 자리에 하얗게 공간이 갈린 흔적이 남을 정도로 거대 칼날은 위력적이었지만 금색 거대 손은 멀쩡했다.

퍼퍼펑!

이때 열댓 개의 보물들이 터져나가며 보물들이 폭발한 기운이 거대 손을 뒤덮고 주변에 돌풍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마족 거한은 안심하지 않고 두 손에 쥔 금색 칼날을 더 열심히 휘둘렀다. 금색 거대 손이 그 많은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똑같은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 손과 가까워질수록 거한은 공포에 휩싸여 더욱 필사적으로 칼날을 휘둘렀다.

그런 거한의 등 뒤로 검은 마기가 치솟아 머리가 3개 달린 사자의 허상이 다시 나타났다. 사자는 뜻밖에도 옆에서 꼼짝 않고 있던 괴물 꼭두각시에게 달려들었다.

빠드득!

꼭두각시의 몸에서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리고 검은 빛이 흐르더니 머리가 셋 달린 사자의 모습으로 변했다. 사자는 세 개의 머리를 쳐들고 울부짖으며 빛기둥을 쏘아올리고 검은 빛으로 변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때 금색 거대 손이 쿵! 떨어져 내려 거한의 육신을 멸해버렸다.

‘윽……!’

거한의 육신이 죽임을 당하자 한립도 금빛을 흩어버렸다. 또 하나의 머리와 두 팔 그리고 금색 갑옷과 푸른 뿔까지 전부 사라졌고 커다란 몸도 수축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는 곧바로 품에서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단약들을 꺼내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가 사라졌다가를 몇 번 반복하더니 몸에 은은한 푸른빛이 돌고 법력이 안정을 찾았다.

한립은 한숨을 쉬고 긴장된 얼굴로 거한의 육신을 살폈다. 금색 거대 손바닥은 그가 변신술을 풀 때 함께 사라졌고, 그곳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한립이 그곳에서 시선을 돌리려는데 옆쪽에서 파동이 일고 새까만 마수가 나타났다. 멀리 달아났던 머리 셋 달린 사자 꼭두각시였다. 마물도 거한이 죽은 자리를 훑고 분노에 차 포효했다.

“감히 본 좌가 십만 년 동안 수련해온 육체를 멸하다니! 네 놈을 산산조각 내고 혼백을 뽑아내 이 원통함을 풀겠다!”

마물이 검은빛으로 변해 한립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립이 원기를 크게 상해 꼭두각시의 상대가 될 수 없을 거라 여겨 틈을 노린 것이다.

그것을 본 한립이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마두가 꽤 결단력이 있지 않은가! 주 원신이 육신을 포기하고 화를 피했다니……. 허나 꼭두각시에 깃들면 원래 신통의 3할 밖에 못쓸 텐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립은 한 발로 허공을 밟았다. 아래에 하얀 소형 진법이 나타났고 그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공간진법! 어딜 달아나려고!”

꼭두각시가 하얀 빛의 진법을 보고 마음이 급해져 소리쳤다. 마물은 속도를 더욱 높여 피비린내를 풍기며 한립 앞으로 이동해 앞다리를 휘둘렀다. 발톱에서 10개의 검은빛이 나가 한립을 갈기갈기 찢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진법이 웅! 진동하고 한립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에 검은 빛들은 진법 잔해만 조각내고 말았다. 마물은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세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의식을 퍼트려 어딘가를 향해 입을 벌렸다.

푹! 푹! 푹!

세 개의 굵직한 빛줄기가 각각의 사자 머리에서 빠져나갔다. 폭음이 울리고 무언가가 비틀거리며 나타났는데 그것을 보고는 마물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멀리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황금색 짐승이었다. 표린수가 한립과 위치를 바꾸어 그 대신 그의 일격을 맞은 것이다.

표린수는 비록 합체 초기의 수행을 지녔지만 사자 꼭두각시의 적수는 되지 않는지 이번 공격으로 황금색 털 일부가 타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표린수는 몸을 가누자마자 낮게 으르렁 거리고 금빛을 발산해 손상된 털을 회복했다. 거기다 작은 짐승 뒤로 흐릿하게 기린 허상이 떠올라 있었다.

“기린 혈맥! 흥, 그렇다고 내 앞을 막을 수 있을 성 싶으냐!”

사자 꼭두각시는 분노에 차 또 다른 방향으로 검은 앞발을 휘둘렀다. 그러자 천둥소리가 울리고 검은 뇌전들이 사자의 발톱을 빠져나와 종적을 감추었다.

잠시 후 표린수와 가까운 허공에 검은 뇌전들이 나타나 새까만 거대 손을 이루고 달려들었다. 거대 손이 닿기 전에 먼저 검은 뇌전들이 내리꽂혔다.

그리고 그 아래로 공간이 왜곡되고 흐릿한 푸른 그림자가 나타났다. 두말 할 것도 없이 한립이었다. 그는 가슴 앞에서 합장을 하며 뇌전 거대 손을 보고 냉소했다.

이때 옆에 있던 표린수가 분노에 찬 포효를 하고 열댓 개의 허상을 만들어 한립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황금색 허상들은 수많은 발톱을 내뿜어 검은 거대 손을 상대했다.

콰콰쾅!

거대 손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뇌전들이 그물 모양을 이뤄 황금빛을 찢어버렸다. 심지어 열댓 개의 굵직한 벼락은 표린수의 허상들까지 차례로 제거했다.

표린수의 본체 역시 벼락에 맞아 신음을 흘리며 멀리 튕겨나갔다. 털을 바짝 세우고 멈춰선 표린수의 기운이 한층 약해져 있었다.

그 모습에 사자 꼭두각시는 광기어린 웃음을 터트리고 다시 주문을 외웠고 뇌전 거대 손이 한립에게 떨어졌다.

‘하아, 어쩔 수 없겠구나.’

새까만 뇌전 속에 모든 것이 묻히려는 찰나, 한립이 탄식하며 합장하고 있던 손을 펼쳤다. 그러자 용울음 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고 금색 빛줄기가 손바닥 사이에서 솟아올라와 검은 뇌전 거대 손을 스쳤다.

웅!

검은 거대 손이 애처롭게 진동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자 꼭두각시가 어찌된 일인지 당황하고 있을 때 금색 빛줄기가 굵은 빛기둥으로 변했다.

빛기둥 속에는 희미하게 금색의 장창이 어른거렸는데 사방에서 금빛들이 몰려들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금색 장창이 뿜어내는 숨 막히는 기운에 하늘과 땅의 천지원기가 요동쳤다.

흐릿하던 장창 허상이 금빛을 머금고 하늘을 떠받칠 것처럼 거대한 장창으로 변했다. 그 모습에 사자 꼭두각시가 경악하며 검은 빛으로 변해 냅다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립이 서늘하게 눈을 번득이고 손끝으로 그것을 가리키자 금색 거대 창이 머리 셋 달린 사자 꼭두각시를 향해 소리 없이 떨어져 내렸다.

사자 꼭두각시는 공간비술을 사용해 멀리 달아나려다 돌연 주변 공기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그 순간 법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안 돼!”

마물은 비명을 지르며 눈앞이 깜깜해져 의식을 잃었다. 한립은 멀리서 금색 거대 창이 사자 꼭두각시를 휘감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사자 꼭두각시는 산산이 부서졌고 그 안의 원신까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드디어 마족 거한을 해치운 것이다.

한립은 한숨을 내쉬며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사자 꼭두각시를 참살한 것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 제련한 천과부였다. 선계의 부적답게 발동하자마자 손쉽게 강적을 멸할 수 있었다.

물론 육신을 잃은 마족 거한의 법력이 크게 줄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범성진마공에 기록된 강력한 신통 중 하나를 사용한 덕분이었다.

거한의 말대로 그의 수행과 육체의 강도로는 자유롭게 열반성체를 사용할 수 없었다. 대승기 이후가 되어서야 제대로 위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한립은 폐관수련을 하는 동안 열반성체에 관해 약간의 깨달음을 얻었다. 위력이 강해 일열변신(一涅變身)만 해도 법력이 배로 늘어나고 엄청난 괴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리하여 한립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경칩결의 힘으로 체내의 진령의 피를 발동해 신통을 펼치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적에게 10할의 공격을 가하면 자신도 8할의 피해를 입게 되는 자학적인 공격 방법이었다.

일단 열반성체를 발동하면 원기를 크게 상할 뿐 아니라 아깝게도 진령의 피를 소모해야했다.

그래서 이번 전투에서 전혀 쓸 생각이 없었는데, 마족 거한이 원신의 힘으로 역천의 신통을 내는 구마자모창을 펼쳐 대승기 수사의 일격에 상당하는 공격을 가하지 않았는가!

어쩔 수 없이 한립도 진령의 힘을 이용해 각기 다른 진령 화신을 만들어내 공격을 막게 했다. 이미 진령의 피를 발동한 마당에 마족 거한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죽일 수 없을 것 같아 이를 악물로 열반성체를 발동한 것이다.

물론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천과부를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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