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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140화 (897/2,000)

1140화. 역전

*

키에에엑!

소년의 목에 걸려 있던 8개의 악귀 머리가 날카롭게 괴성을 지르더니 회전하며 거대 고리로 변했다.

보랏빛 실이 날아들자 악귀 머리 두 개가 입을 벌려 은색 빛을 뿜어냈다. 놀랍게도 보랏빛 실은 은색 빛에 둘러싸여 악귀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나머지 여섯 악귀머리들은 길게 울부짖으며 바람의 칼날들을 분출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칼날들이 허공에 하얀 실선을 남기고 자문 서금충들을 향해 날아갔다.

채채채채챙!

꽤 위력적으로 보이던 바람의 칼날들이 튕겨나갔지만 영충의 몸에는 작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모습에 우두머리 소년이 경악하며 한 손으로 푸른 거대 고리에 법결을 때려 넣었다.

여덟 악귀 머리의 괴성이 커지며 입에서 핏빛 그림자 여덟 줄기가 날아들었다. 머리에 거대한 뿔이 돋은 혈귀(血鬼)들이었다.

혈귀들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할퀴어 대자 핏빛 안개가 일어나고 손톱 허상들이 하늘을 뒤덮었다. 우두머리 소년이 서금충에게 신경 쓰는 동안 법상금신이 나타나 거원의 몸속으로 뛰어들었다.

크아악!

거원의 산만한 몸에 금빛이 좔좔 흐르고 옆구리가 울룩불룩 해지더니 양쪽에 털이 북슬북슬한 팔이 뻗어 나왔고, 양 어깨 위로는 중간 머리보다 조금 작은 머리가 생겨났다.

거원이 삼두육비의 형태로 변신한 것이다.

변신을 마친 거원은 보탑 허상을 향해 여섯 개의 손을 활짝 펼쳤다. 손바닥에서 신비로운 은색 주술문자들이 흘러나와 일곱 빛깔 기운을 억눌렀다.

은색 주술문자들이 빙글빙글 돌때마다 주변의 천지원기들이 빠른 속도로 모여 불가사의한 괴력을 발휘했다. 그러자 일곱 빛깔 광채가 괴력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었다.

“헛!”

혈광화신이 안색이 급변해 보탑을 향해 피를 한 모금 내뱉었다. 핏빛 안개를 흡수한 보탑에 수정빛이 어리고 또 다른 보탑 허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원이 기합을 넣고 여섯 개의 손을 단단히 쥐자 천지원기가 몰려들어 일곱 빛깔 보탑을 끌어당겼다.

“이런!”

소년이 핏빛으로 튀어나가 보탑 속으로 뛰어들었고, 끌려가던 보탑은 안정을 되찾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거원이 광소를 터트리며 주먹을 내리쳤다.

이전의 괴력이 실린 공격과 달리 이번에는 보탑 주변 공기가 찐득하게 변해 보물을 구속하는 금제로 작용했다.

콰르릉 콰쾅!

거원이 주저 없이 두 손을 부딪치자 천둥소리가 울렸다. 무수히 많은 금색 뇌전들이 거원의 손바닥에서 튀어나와 거대한 금색 그물을 만들어냈다.

다음 순간 괴이하게도 보탑 주변에 금색 뇌전 그물이 나타났다.

한립의 조종에 금색 뇌전 그물은 전력을 다해 수축해 보탑을 꽁꽁 가두었다. 그물은 어느 순간 금색 구슬 모양이 되어 있었다.

파앗.

공간 파동이 일고 희미한 녹색 그림자가 금색 구슬 옆으로 와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녹색 실뭉치들이 날아가서 금색 구슬 위에 또 한 겹의 층을 만들어냈다. 이제 금색 구슬이 아니라 녹색 구슬로 변해 있었다.

거원은 여섯 개의 팔로 수많은 부적들을 날려 구슬 속으로 흡수시켰고, 부적들은 다채로운 빛을 내며 구슬 속으로 박혀 들어갔다.

“어이가 없구나! 겨우 이런 식으로 본 좌를 가둬 보겠다.”

노기로 충만한 목소리가 구슬 안에서 들려오더니 폭음이 터지고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처럼 울퉁불퉁하게 변해갔다.

마지막 녹색 실뭉치는 금방 금이 가서 언제라도 벗겨질 듯 위태로웠다.

‘이럴 수가.’

한립은 자신이 채광탑의 위력을 얕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심 끝에 펼친 수법으로도 상대를 가두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차분했다. 보물을 상대할 방법으로 준비해 둔 것은 이것은 만이 아니었다. 귀한 보물에 손상이 가더라도 다른 방법을 써야할 때였다.

한립이 결단을 내리고 거원의 팔을 휘둘러 녹색 구슬을 아주 높이까지 쳐올렸다. 그러자 그 위에 대기하고 있던 영체가 나타나 신중하게 무언가를 꺼냈다.

평범한 두루마리처럼 보이는 물건이 녹색 구슬 위에서 천천히 펼쳐졌다. 수많은 금색 비검들이 그려진 화폭은 얼마 전 제련을 마친 만검도였다.

화폭이 펼쳐진 순간 비검들의 흉흉한 기운이 하늘을 찔렀고 금빛 찬란한 검빛들이 몰려나왔다.

파아앗!

금빛이 가신 후 그 앞에 떠있던 녹색 구슬이 종적을 감추었다. 녹색 피부 영체의 멍한 얼굴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영체는 수결을 맺어 다시 만검도를 둘둘 말았다.

이때 금털 거원의 큼지막한 손이 고공을 가리켰다.

쿠릉.

고공에 있던 궁전 허상이 강한 빛을 발산해 두루마리를 빨아들였고, 하얀 안개 속에서 여러 궁전 건물이 빼곡하게 나타났다.

* * *

같은 시각, 구궁천건부 내부.

만검도가 부르르 몸을 떨고 서서히 펼쳐졌다. 두루마리가 완전히 펼쳐지기도 전에 일곱 빛깔 보탑이 그 안에서 튀어나왔다.

보탑 표면에는 창백한 소년의 얼굴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소년은 보물을 이용해 뇌전 그물로 만들어진 금제를 빠져나오느라 기력이 크게 쇠한 것 같았다.

그러나 보탑이 또 다른 신통을 발휘하기도 전에 금빛들이 비검으로 변해 보물들을 포위했다. 똑같은 크기의 금색 비검들은 수량이 엄청나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금색 비검의 바다를 보고 소년은 얼굴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잉!

금빛 비검들이 날카롭게 진동하고 칼끝을 보탑을 향해 겨누었다.

“제길!”

무표정하던 소년의 얼굴도 만검이 자신을 겨누자 안색이 달라졌다.

* * *

같은 시각, 구궁천건부 공간 밖.

한립이 변한 거원은 내부의 상황을 감응하고 희색을 드러냈다. 그는 즉시 방대한 몸으로 서금충과 전투 중인 우두머리 소년을 향해 달려들었고 영체도 그의 뒤를 따르려 했다.

그런데 하늘 저 끝에서 핏빛이 번득였다. 자언정을 쫓아갔던 또 다른 혈광성조 화신이 돌아온 것이다.

보물을 되찾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우두머리 소년과 뭉치게 둘 수는 없었다.

‘저 자를 막아라!’

한립이 의식으로 영체에게 명을 내렸다. 동시에 영체가 방향을 틀어 녹색 빛으로 쏘아져나갔다.

쉬쉬쉭!

서늘한 눈빛의 소년이 그런 영체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고, 열 가닥의 핏빛 실이 핏빛 검기로 변해 쇄도했다. 이어서 소년의 입에서 검은 화염이 꿀렁꿀렁 분출되었다.

영체가 혈광성조 화신보다 법력이 뛰어나지는 않아도 그리 약한 수행을 지니지 않았다. 똑같이 입을 벌려 푸른 실뭉치를 분출한 영체는 은색 자를 꺼내 휘둘렀다. 자 허상들이 하늘을 뒤덮고 밀물처럼 소년을 향해 밀려들었다.

돌아온 혈광성조 화신도 한동안은 영체와 싸우느라 우두머리 소년과 합류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한립이 변한 거원은 중얼중얼 주문을 외며 여섯 개의 팔뚝에 은색 주술문자들을 불러냈다. 그리고 우두머리 소년을 향해 팔을 휘두르자 은색 주술문자가 무서운 괴력으로 변해 날아들었다.

조금 전까지 또 다른 화신과 싸우던 한립이 순식간에 보탑까지 어딘가에 가두고 자신을 노려오자 우두머리 소년은 당황하고 말았다.

영계로 강림하느라 법력이 본체만 못하고 강력한 보물도 가져올 수 없었지만 그들 셋이 힘을 합치고 자언정과 채광탑이 있으면 영계의 대승기 수사와도 겨뤄볼만 하다고 자신했었다.

그런데 합체기 수사 하나가 이렇게 처리하기 까다로울 줄은 예상치 못했다. 자언정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통제를 잃었고 채광탑도 상대의 또 다른 부적 금제 속에 갇히고 말았다.

갇혀 있는 화신이 무사하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다면 다른 화신과 즉시 내뺐을 것이다. 머뭇거리는 마음도 들었지만 거원이 달려드는 것을 보니 살심이 치솟는 것도 사실이었다.

‘내 저 놈을 반드시 죽여야겠다.’

우두머리 소년이 괴상한 웃음을 터트렸다. 서금충과 물고 뜯고 싸우던 핏빛 혈귀 8마리가 흩어지고 푸른 거대 고리에서 악귀 머리들이 직접 튀어나와 소년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소년의 몸이 부풀어 올라 뜻밖에도 거원과도 비견될만한 거인으로 커졌다. 또한 양 어깨 위로 여덟 개의 악귀 머리가 우르르 솟아났다.

흉악한 인상을 지닌 악귀 머리들은 각기 희로애락이 분명한 표정을 짓고 있어 더욱 기괴했다. 거대해진 마두는 두 팔을 휘둘러 손톱 허상들을 날리고 8개의 악귀 머리에서는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 기운이 뭉쳐져 새까만 거대 꽃을 피우고는 떨어져 내리는 힘과 충돌했다. 거대 꽃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소멸되었지만 거대한 힘을 대부분 상쇄시켰다. 그리고 남은 힘은 거대 손톱허상들과 부딪쳐 허물어졌다.

거원은 여섯 개의 눈을 번득이며 날카로운 괴성을 질러 거대 마두의 머리를 뒤흔들었다. 거대 마두가 휘청거리는 몸을 가누려는데 눈앞에 금빛이 번득이고 금색 장검 하나가 모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거대 마두가 화들짝 놀라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아채려 했다.

휙!

거대 손이 그것을 잡으려는 순간 금색 장검 그림자가 환영처럼 사라졌다. 거대 마두가 아연해져서 무슨 일인지 파악하려는데 사라졌던 금빛 검 그림자가 나타나 칼날을 휘둘렀다.

“흐악!”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마두는 머리를 쥐며 처참하게 비명을 질러댔다.

이건 한립이 만검도에서 깨달은 염검결 중 상대의 의식을 손상시킬 수 있는 신통이었다.

아쉽게도 선계 공법과 연관된 것이라 쉽게 펼칠 수 없었고 힘의 반서를 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공법이었다. 만약 산악거원으로 변해 법상금신까지 융합하지 않았다면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삼두육비 거원의 몸에 금색과 은색 주술문자가 흐르고 무수히 많은 실핏줄이 터져 거대 마두 못지않게 처참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한립은 반서의 고통을 예측했기에 이를 악물고 거대 마두 위로 뛰어올랐다.

파앗.

여섯 개의 팔이 각각 금색 칼날을 불러내 거대 마두의 중간 머리를 갈랐다.

금색 기운이 하나로 합쳐져 거검으로 변했다.

서늘한 빛이 번득이고 거대 마두의 중간 목에 핏빛 실금이 갔다. 거대한 마두의 머리가 데구루루 굴러 떨어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가 일격에 마두의 머리를 베어낸 것이다. 그러나 거원은 기뻐하는 기색 없이 거검을 여섯 개의 금색 칼날로 분리해 팔을 휘저었다.

쉬쉬쉬쉬쉭!

수많은 금실들이 튀어나갔다. 우두머리 소년의 나머지 몸도 참혹하게 도륙을 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다. 마두의 몸뚱이가 네 날개를 펄럭여 뒤쪽으로 물러났고 피바다가 출렁이며 일어나 핏물로 응결되어 금실들을 막았다.

동시에 머리가 사라진 목 위로 검은 기운이 뭉쳐져 머리가 복구되었다. 대신 괴이하게도 어깨의 악귀 머리 중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뒤를 쫓던 거원이 어두운 얼굴로 여섯 칼날들을 고리, 창, 봉, 송곳 등으로 변화시켰다. 여섯 개의 병기에서 금색 뇌화들이 용솟음치며 마두를 향해 쇄도했다.

머리를 잃은 거대 마두는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미친 듯이 괴성을 질러댔고, 나머지 일곱 마리가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며 두 팔로 기괴한 수결을 맺었다.

휘잉!

갑자기 바람이 일고 안 그래도 요동치던 피바다가 거대 마두를 중심으로 몰려들어 소용돌이 쳤다. 피바다는 거대한 핏빛 물기둥을 이루며 하늘로 치솟았다.

거대 마두가 주문을 멈추고 한 손을 뻗었다.

쿠릉!

핏빛 물기둥이 단단하게 굳어 새까만 주술문자가 새겨진 거대 몽둥이로 탈바꿈했다.

거대 마두는 몽둥이를 쥐자마자 거원을 향해 내리쳤다. 몽둥이에서 빠져나온 허상이 핏빛 돌풍으로 변해 피비린내를 풍기며 몰아쳤다.

콰르릉! 콰릉! 쿠쾅!

금색 뇌화들과 핏빛 돌풍이 맞부딪치며 폭음이 끊이지 않았다.

삼두육비 거원은 여섯 개의 병기를 들고 거대 마두를 향해 직접 달려들었고, 거대 마두는 핏빛 몽둥이를 횡으로 휘두르며 허공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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