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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139화 (896/2,000)

1139화. 격전

*

“흐하하!”

우두머리 소년이 크게 웃으며 또 한 번 커다란 핏물 파도를 일으켰다. 검막의 틈을 노린 것이다.

이때 푸른 검막 안에서 용울음 소리가 울리고 커다란 용머리가 틈 밖으로 튀어나와 입에서 빛기둥을 분출했다. 핏물과 빛기둥이 충돌해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엄청난 폭음이 울렸다.

휘익!

두 기운이 부딪히자 우두머리 소년은 얼굴을 굳히고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이에 피바다가 대답하듯 요동치고 커다란 파도들은 연달아 출렁거렸다. 피바다로 검진 전체를 뒤덮으려는 속셈 같았다.

그러나 푸른 검막이 갈라지고 그 사이로 완전히 빠져나온 청령이 발톱과 이빨을 휘저어 무수히 많은 연꽃들을 피워냈다.

다행히 푸른 연꽃들이 핏빛 파도를 막아내 한동안은 쉽게 뚫릴 것 같지 않았다. 푸른 검막 뒤의 거원은 오직 보탑을 든 소년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공간의 힘을 교란한 것이 효과가 없어지면 혈광성조 화신이 바로 다시 나설 것이다.

조금 전 저계 공간 보물을 폭발시켜 현천잔보인 보탑의 힘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마지못해 쓴 방법이었고, 다시 그 방법이 통할 지는 미지수였다.

과연 주변의 혼란스러운 파동이 사라진 순간 보탑을 들고 있던 혈광성조 화신이 공격에 들어갔다.

소년이 보탑을 때리더니 돌연 일곱 빛깔 기운에 둘러싸여 핏빛 배 위에서 사라졌다.

이에 법상금신은 금빛 화염을 일으켜 몸을 보호했고 영체는 수결을 맺어 녹색 실을 뿜어내 어두운 녹색 갑옷을 응결했다. 상반신을 덮은 갑옷에는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강적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 하지만 소년은 그들이 아니라 번득하며 순간 이동해 검진 위에 나타났다.

보탑이 뒤집어져 떨어지며 거대한 탑 그림자가 드리웠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공간 파동이 검진을 뒤덮고 일곱 빛깔 광채가 흘러들었다.

그 모습에 거원이 즉시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더욱 높은 고공에서 천둥소리가 울리고 궁전 허상이 나타나 공간파동을 내뿜었다.

다른 쪽에서는 법상금신과 영체가 몸을 날려 행동에 들어갔다. 영체는 붉은 빛덩이를 허공에 던졌고, 법상금신은 빙글 돌아 금빛 바람으로 변해 사라졌다.

다음 순간 핏빛 배 위쪽에 광풍이 불며 법상금신이 모습을 드러내 여섯 개의 팔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그러자 여섯 덩이의 빛덩이들이 뭉쳐져 그 앞에 커다란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금빛 소용돌이는 엄청난 힘으로 아래쪽 핏빛 배를 빨아들이려 했다.

끼이익!

피바다에 떠있던 배가 혈광화신을 데리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우두머리 소년은 입 꼬리만 씰룩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대신 뒤쪽의 마영이 불가사의한 속도로 몸을 부풀려 열댓 개의 촉수로 고공을 찔렀다.

열댓 개의 촉수가 도중에 하나로 뭉쳐져 회색의 거대 창으로 변해 금색 소용돌이 중심을 찔렀다.

쿠콰콰쾅!

경천동지할 굉음이 울렸다.

금색 소용돌이가 움직임을 멈추고 표면이 줄었다 늘었다 하는 동안 회색 거대 창이 그 중심을 뚫고 기세등등하게 법상금신 본체에 쇄도했다.

금신은 피할 생각이 없는지 금색 칼날을 불러내 투척했다.

콰르릉!

여섯 개의 칼날이 동시에 쪼개져 영기의 빛으로 흩어지더니 어느새 금신 가슴 앞에 이르렀다. 괴이한 비린내를 풍기는 바람이 일고 창날이 금신의 가슴을 찔러 들어갔다.

거대 창은 겨우 손가락만큼 들어가다 움직임을 멈추었다.

채채채챙!

금신이 눈을 빛내며 여섯 개의 손에서 다시 금빛 칼날들이 나타나 거대 창을 갈랐다. 아래에서 이를 지켜보던 마영이 얼른 거대 창을 불러들이려고 했지만 늦고 말았다.

법상금신 표면에 이상한 수정 광채가 흘러 들어 거대 창을 더욱 단단히 붙들고, 여섯 칼날들에서 빽빽하게 검빛을 분출해 마영은 물론이고 우두머리 소년에게까지 쏟아져 내렸다.

우두머리 소년은 한 걸음 물러나 기괴한 수결을 맺었다. 이에 핏빛 배가 진동하며 핏빛 보호막을 만들어 소년과 마영을 보호했다. 검빛들이 폭우처럼 쏟아졌지만 보호막에는 파문조차 일지 않았다.

핏빛 배는 비행 신통과 함께 현묘한 방어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마영이 길게 울부짖자 금신에 박혀 있던 거대 창이 매끄러운 회색 구렁이로 변해 금신의 몸을 둘둘 말았다. 머리에 새까만 뿔이 난 구렁이였다.

합체기 수사라 해도 이렇게 방대한 구렁이가 몸을 조여 오면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귀한 재료를 몽땅 부어 응결한 법상금신의 몸은 거의 금강불괴의 몸에 가까워서 구렁이가 아무리 옥죄어 와도 멀쩡했다.

반대로 세 머리가 괴성을 지르며 몸을 부풀리고 여섯 개의 팔이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퍼퍼퍼퍼퍼퍽!

회색 구렁이도 몸이 매우 단단해서 금색 주먹 허상들의 난타에도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약간씩 흠은 갔지만 단시간 내로 죽일 수는 없을 듯했다.

푸확!

거대 구렁이가 법상금신의 세 머리를 향해 입에서 녹색 기운을 뿜었다. 녹색 기운에는 정신을 흐리게 하고 잠이 오게 만드는 기운이 실려 있었다.

이에 금신 머리들은 안색이 달라지며 미간에서 금빛을 번득이고 제3의 눈을 드러냈다. 제3의 눈들이 눈을 번쩍 뜨고는 금빛을 쏘아 녹색 기운을 관통했다. 그러자 녹색 기운은 맥을 못 추고 소멸되고 말았다.

거대 구렁이가 입을 쩍 벌리고 금신 중간의 머리를 물어뜯으려 했지만 금빛 주먹 허상들로 주위가 빼곡하게 막혀 있어 뚫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금신과 거대 구렁이의 육박전은 금방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았다.

다른 쪽에서 검진을 뒤덮은 거대 탑 그림자는 구궁천건부의 발동과 또 다른 저계 공간 보물의 자폭으로 흔들거렸다. 갑자기 등장한 두 종류의 공간 파동에 영향을 받아 일곱 빛깔 기운이 흩어진 것이다.

구궁천건부도 보탑의 힘 때문에 더 이상 아래쪽으로는 내려오지 못했다. 이때 한립이 변한 거원이 두 손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쿠릉! 쿠릉!

두 개의 산봉우리가 나타나 보탑을 든 소년을 향해 달려들었고, 녹색 피부 영체가 소매 속에서 녹색 실뭉치를 내뿜으며 기습을 가했다.

한립은 자언정 뿐만 아니라 보탑마저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혈광성조 화신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보탑을 내리치며 ‘파(破)’라고 외쳤다.

후웅!

보탑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일곱 빛깔의 기운이 밀려나와 녹색 실뭉치를 갈가리 찢고 두 산봉우리를 튕겨냈다. 돌풍을 일으켜 두 극산을 완전히 감싼 일곱 빛깔 기운 속에 수없이 많은 금색 주술문자들이 떠다녔다.

‘금전문!’

금색 주술문자들을 단박에 알아본 한립의 안색이 달라졌을 때 신비한 힘이 두 산봉우리에 내려와 그와의 의식 연계를 강제로 끊으려 들었다.

그의 의식이 대승기 수사와 맞먹지 않았다면 극산들을 빼앗겼을 지도 모른다. 놀란 거원이 분노하며 일곱 빛깔 돌풍을 향해 주먹질을 했다.

퍼퍼퍼퍼퍽!

귀를 찌르는 파공음이 들려왔다.

휘리릭, 휘휘휘휙!

금빛 주먹 허상들이 돌풍을 때리는 사이 검은 극산은 회색 기운을 일으켜 일곱 빛깔 기운에 저항했고, 푸른 극산은 투명한 검기를 뿜어내 주변 공간을 갈랐다.

돌풍의 위력은 막강했지만 세 종류의 공격이 동시에 몰아치자 덜덜 몸을 떨다가 강렬한 빛을 남기고 흩어졌다.

두 극산이 돌풍의 포위를 뚫고 한립에게 돌아왔다.

“흠…….”

보탑을 조종하던 소년은 채광탑의 강력한 신통으로도 두 극산을 빼앗지 못하자 이채를 드러냈다 다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갔다.

소년은 손바닥 위로 빛덩이를 불러내 일곱 빛깔 보탑을 감쌌다.

“꽤 성가신 녀석이군. 인정사정 봐주지 말고 채광탑으로 죽여 버리자! ‘그 신통’을 쓴다면 아무리 공간의 힘이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상관없을 테니까.”

핏빛 배에 탄 우두머리 소년이 슬슬 짜증이 나는지 큰 소리로 소리쳤다. 지금 그는 등 뒤의 마영을 이용해 열댓 개의 거대 촉수로 허공의 법상금신을 공격하는 중이었다.

그 말에 거원이 크게 울부짖으며 전신에서 금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힘을 전부 끌어 모아 들고 있던 두 극산을 우두머리 소년을 향해 힘껏 집어 던졌다.

그러자 극산의 무게에 산악거원의 역천의 신통이 더해진 두 산봉우리는 폭음을 내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우두머리 소년 앞에 공간 파동이 일고 두 산봉우리가 날아들어 핏빛 배의 보호막을 강타하려 했다. 그 모습에 우두머리 소년 뒤에 있던 마영이 소년의 몸속으로 뛰어들었다.

쿠앙! 쿠쾅!

엄청난 굉음이 터지고 보호막은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깨지고 말았다. 그러나 두 극산이 보호막을 뚫고 들어갔을 때는 핏빛 배 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저건 또 뭐야.’

이때 피바다 위로 파동이 일고 사라진 우두머리 소년이 떠올랐다. 지금의 그는 이전과는 복장이 아주 달랐다.

회색의 괴이한 갑옷을 입은 소년의 등 뒤로 새빨간 날개가 돋아 있었고 목에는 악귀 머리 8개가 달려있는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악귀들은 눈을 감고 무언가를 오물오물 거리고 있어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우두머리 소년이 나른한 표정을 지우고 악독한 표정으로 한립을 노려보았다.

“네 놈이 본 좌가 이걸 펼치게 할 줄이야!”

우두머리 소년이 이를 갈고 있을 때 보탑을 든 혈광성조 화신은 보물을 높이 쳐들고 오묘한 상고 주문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보탑이 웅웅 진동하며 일곱 빛깔 기운을 겹겹이 방출해 주변으로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

소년의 주문을 읊는 소리가 빨라질수록 크고 작은 금색 주술문자들이 현란하게 나타나 법칙의 힘으로 가득한 파동을 만들었다.

한립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머리 위의 자문 서금충들을 날려 보냈고, 허공을 박차고 올라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보라색 딱정벌레도 금색 주먹 허상도 일곱 빛깔 광채에 닿으면 둔탁한 소리를 내며 튕겨 나왔다. 안으로 진입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이때 주변으로 퍼져나간 일곱 빛깔 기운이 하늘 전체를 물들였다. 이에 더욱 불안해진 한립은 빠른 속도로 몸을 더욱 크게 부풀려 입을 벌렸다.

쿠쿠쿠쿠쿵!

하얀 물결이 뻗어나가 상상을 초월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우두머리 소년과 또 다른 화신은 그 소리를 들은 순간 귀가 웅 하고 울려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뻔했다.

그리고 하얀 물결이 있던 허공은 모호하게 변했고 주변 땅은 왜곡되어 공간 전체가 허물어질 것 같았다. 한립이 합체 중기에 이른 후 산악거원 변신술에서 새로 터득한 금강후(金剛喉)였다.

다른 신통과 달리 완전한 음파 공격으로 전력을 다해 펼치면 허공을 폭발할 수도 있었다. 이것도 한립이 채광탑을 대비해 준비한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하얀 음파가 일곱 빛깔 광채속으로 소리 없이 스며들었다. 일곱 빛깔은 잘게 진동하다 품고 있던 금색 주술문자가 허물어지자 위태롭게 깜빡거렸다. 혈광화신이 그것을 보고 빠르게 수결을 맺어 보탑에 힘을 실으려고 했다.

그러나 거원이 먼저 얼굴을 굳히고 수결을 맺었다. 다른 쪽에서 회색 구렁이와 싸우던 법상금신의 몸에 신비로운 은색 주술문자들이 떠올랐다.

회색 구렁이와 악전고투하던 금신은 여섯 개의 팔을 휘두르자마자 동시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어디로 간 거지?’

우두머리 소년이 멈칫했다. 강력한 신통으로 거대 구렁이를 위협하는 금신을 먼저 제거하려던 차였다. 이때 갑자기 들려온 웽! 하는 벌레의 날갯짓 소리에 소년이 얼른 고개를 돌렸다.

13마리 거대 딱정벌레들이 흉악한 얼굴을 하고 날아드는데 아직 도착하기도 전에 입에서 보라색 실뭉치를 뿜어내고 있었다.

한립의 은밀한 명을 받아 움직인 자문 서금충들이었다. 우두머리 소년이 놀라 딱정벌레를 향해 날개를 펄럭였다. 아래쪽 피바다가 철썩하고 일어나 거대한 파도로 소년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보라색 실이 무엇인지 일부만 푸른 연기로 변해 없어지고 대다수는 핏빛 파도를 뚫고 소년의 지척까지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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