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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133화 (890/2,000)

1133화. 의천성 전투 (6)

*

예상치 못한 맹공에 한립도 동공을 수축했지만 재빨리 산악거원으로 변해 그의 공격에 대비했다. 거원으로 변한 그의 괴력이면 주변의 압력과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금제의 힘에 상관없이 법력을 운용할 수 있었다.

그는 검은 기운을 흘려보내 천외마갑으로 보호막을 만들고, 등 뒤로 삼두육비의 법상이 나타나 여섯 개의 팔로 각각 금색 칼날을 휘둘러 날아드는 투명한 거검을 베었다.

동시에 녹색 그림자가 한립의 몸속에서 튀어나와 녹색 피부의 또 다른 ‘한립’으로 변했다. 녹색 피부의 ‘한립’은 즉시 두 손을 뻗어 악귀 머리와 핏빛 검을 향해 녹색 주먹 그림자를 빼곡하게 날려 보냈다.

그리고 거원 본체는 입을 벌려 은색 화염을 분출했다.

콰르릉!

거원 주변에서 폭음이 연달아 울리고 다양한 색의 빛덩이가 요란하게 터져나갔다.

주변을 휩쓴 폭발 속에서 참혹한 비명이 들리고 누군가 비틀거리며 나타났다. 바로 기세등등하게 달려들었던 음양이살의 미부인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궁장은 피로 얼룩덜룩해졌고 팔 하나가 잘려나가 있었다.

거원이 코웃음을 치며 녹색 피부 한립과 나란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거원은 한 손에는 녹색 화염으로 둘러싸인 녹색 해골머리를, 다른 손에는 보라색 칼날 조각을 들고 있었다.

녹색 해골은 검은 기운을 뿜으며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했지만 거원은 더욱 힘을 주며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보라색 칼날 조각은 오색 광채를 발산하는 것이 은은하게 천지법칙의 기운이 느껴졌다.

옆에 선 영체 화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한 손에는 백골만 남겨두고 다른 손으로는 검은 화염을 불러일으켰다.

그들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금색 그림자가 번쩍거리며 투명괴뢰와 대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현천의 보물! 법상금신!”

미부인은 날카롭게 소리치더니 손바닥에서 은색 진법 원반을 꺼내 들었다. 얼굴에는 당황스러움과 공포가 가득했다.

그녀는 희미한 금빛 기운 속에서 모호하게 변해 사라졌다. 이에 한립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미간 사이에서 제3의 눈을 불러내 검은 빛기둥을 쏘았다.

퍽!

미부인은 신형이 사라지자마자 검은 빛기둥에 맞아 열댓 장 밖에서 튕겨 나왔다. 그녀가 몸을 가누지 못하자 거원의 서늘한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추락했다.

콰르릉 콰쾅!

엄청난 천둥소리에 거원은 은색 거대 붕새로 변해 등 뒤로 수정 날개 한 쌍을 더 불러냈다. 거대 붕새는 서늘한 눈빛으로 날개를 펄럭여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미부인 뒤에서 나타나 발톱을 날렸다.

전광석화처럼 미부인의 등을 꿰뚫은 거대 붕새의 발톱에서 은색 화염이 화륵! 일어나 그녀를 재로 만들어버렸다. 원영조차 화를 피할 수 없었다.

콰릉!

다시 천둥소리가 들리고 은색 거대 붕새가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고개를 돌려 아직도 법상금신이 투명 꼭두각시와 엉켜 있자 열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푸른 검기들이 빼곡하게 튀어나가 투명 꼭두각시가 이동하려는 곳을 미리 베어냈다. 이에 암습에 능한 투명 꼭두각시들은 연이어 뒤로 물러나다 비처럼 쏟아지는 금색 검기들에 조각이 나고 말았다.

일곱 빛깔 보호막은 아직까지 버티고 있었지만 13마리 자문 서금충들이 미친 듯이 법력을 빨아들여 결국에는 스스로 터져 나갔다.

웽!

13마리 자문 서금충들이 바로 꼭두각시 두 마리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꼭두각시들은 팔을 휘저으며 뒤쪽으로 달아났고 은색 뇌전과 노란 기운이 손에서 튀어나왔다.

은색 뇌전은 치지직 거리는 소리가 워낙 커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수있었지만 반대로 노란 기운은 소리 없이 연기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자문 서금충들은 공격을 피할 생각도 없이 두 무리로 나뉘어 뇌전과 노란 기운 속으로 뛰어들었다. 은색 뇌전에서 천둥소리가 크게 일고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노란 기운에서 빼곡하게 주술문자가 떠올라 영충을 휘감았다. 남다른 위력을 지닌 공격이었지만 한립이 수만 년 동안 서금충들을 서로 잡아먹게 하며 선발한 서금충왕 후보들의 단단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은빛 뇌전이 마구 내려치든 노란 기운 속 주술문자가 괴롭히든 자문 서금충들은 그것들을 돌파해 두 마리 꼭두각시들을 덮쳤다.

파앗.

유리 꼭두각시들의 몸에 광채가 흐르고 한 마리는 기이하게 가느다란 투명한 쌍칼을, 다른 한 마리는 일곱 빛깔의 장창을 꺼내 들었다. 세 병장기가 움직일 때마다 무수히 많은 칼날의 빛과 창의 궤적이 허공을 뒤덮고 자문 서금충들을 공격했다.

채채채채챙!

비록 자문 서금충들을 베지 못하고 튕겨나갔지만 서금충들도 유리 꼭두각시에게 더 이상 접근하지 못했다. 그것을 본 한립이 얼굴을 굳히고 거원으로 변해 길게 포효했다.

고공에 있던 원자극산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 꼭두각시 위에서 괴이하게 나타나 회색 기운을 흩뿌렸다. 그러나 꼭두각시들도 두려운 기색 없이 병장기를 휘두르며 고개를 들어 입을 벌렸다.

푹! 푹!

일곱 빛깔의 빛기둥 두 줄기가 회색 기운과 충돌했다. 두 기운이 폭음을 내며 교전하고 있을 때 거원의 등 뒤로 수정 날개가 나타나 펄럭였다. 방대한 몸이 뇌전으로 변해 사라진 거원은 유리 꼭두각시 뒤쪽에서 나타나 팔을 뻗었다.

쾅! 쾅!

두 번의 공격으로 유리 꼭두각시들의 가슴 앞으로 털이 북슬북슬한 금빛 주먹 두 개가 뚫고 나왔다. 거원이 불가사의한 속도로 이동해 큰 주먹으로 꼭두각시들을 처리한 것이다.

유리 꼭두각시들이 합체 초기의 실력을 지녔더라도 진짜 합체기 수사가 아닌 바에야 지능이 높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평범한 수사라면 치명상이었을 부상에도 유리 꼭두각시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들은 세 개의 병장기를 휘둘러 거원을 향해 무수히 많은 검빛과 창의 궤적을 날렸다. 이에 거원의 눈빛이 서늘해지며 서령천화를 이용해 유리 꼭두각시들을 불사르려했다.

거원은 뒤쪽으로 물러나 두 꼭두각시들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는데 그때 한립의 안색이 급변했다.

은색 화염이 활활 타오르는데도 두 마리 꼭두각시들의 몸이 멀쩡한 것이었다. 한립은 퍽 놀랐지만 따로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

화염 속에서 이전보다 훨씬 동작이 느려진 꼭두각시들을 자문 서금충들이 달려들어 갉아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꼭두각시들이 무슨 짓을 해도 영충들은 떨어져나가지 않았다.

서령천화의 불길마저 막아냈던 유리 꼭두각시들이 자문 서금충들에게는 제대로 반항도 못하고 당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컸던 꼭두각시의 몸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한립은 그 모습을 냉랭히 내려다보았다.

유리 꼭두각시들이 잔해도 남지 않고 사라지자 그가 손짓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자문 서금충들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듯 머뭇거렸다.

휘익!

한립이 얼굴을 굳히고 영력을 더욱 크게 실어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제야 자문 서금충들은 달갑지 않은 기색으로 그의 소매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이대로는 이 녀석들을 아무 때나 불러낼 수 없겠는데. 돌아가는 대로 다시 술법을 펼쳐야겠어.”

한립이 한숨을 쉬고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보라색 작은 솥이 허공에 떠있었다. 희미한 검은 빛을 띠는 솥은 주인을 잃어 아주 조용했다.

희색을 드러내며 그가 솥을 향해 손짓했다. 솥의 불가사의한 신통을 손에 넣으면 그의 실력은 더욱 강해질 터였다.

휙! 하고 날아들던 보라색 솥이 한립의 손에 들어오기 직전, 고공에서 보라색 벼락이 내리쳤다.

펑!

작은 솥은 보라색 뇌전 속에서 종적을 감추었고 분노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허공을 울렸다.

“진마쇄를 가지고 달아난 것도 모자라 ‘자언정’까지 건들려 해? 못난 것들이 내 보물을 받아가고서도 너를 어쩌지 못한 모양이구나! 허나 본 좌가 곧 직접 네게 아낌없는 가르침을 줄 것이니 상관없다. 죽느니만 못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알려주마!”

신비한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한립의 뇌리를 울렸다. 강대한 의식을 지닌 한립도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 반듯이 서있기 어려웠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건 대승기 수사의 의식이 아닌가! 설마 혈광성조의 화신이 공간을 넘어 의식을 보냈단 말인가? 겨우 화신이 이렇게 역천의 공법을 쓸 수 있다고? ……아니야, 이건 혈광성조 본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곧 직접 나를 찾겠다는 것은 또 무슨 소린가. 설마 본체가 강림을 한다는 뜻은 아니겠지?”

경악한 한립은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였다. 그는 잡념을 거두고 영체 화신과 법상금신을 회수해 지면을 박찼다.

* * *

천연성 인근 마족 거성(巨城). 대청의 상석에 청수한 얼굴의 혈포 소년이 금빛의자에 걸터앉아 턱을 괴고 있었다. 소년이 돌연 눈썹을 끌어올리고 의아한 얼굴을 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이 느낌은 마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소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설마 또 다른 화신이 강림했단 말인가. 이렇게 강렬한 기운은 화신 같지 않은데. 그 공법을 펼치기라도 했단 소리인가!”

* * *

한립이 두 손으로 수결을 맺자 미간에서 파멸법목이 뿜어 나와 제단 위의 수정돌을 공격했다. 그의 등 뒤에서는 삼두육비 금색 허상이 여섯 개의 칼날을 사납게 휘두르고 있었다.

계속된 공격에 수정돌의 빛이 어둑해지고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쨍강!

수정돌의 표면이 깨지고 파멸법목의 검은 빛이 그 중심을 갈랐다.

우우우웅!

허공이 진동하고 그 자리에 하얀 동굴이 나타났다. 한립은 재빨리 모든 신통을 거둬들이고 푸른 빛줄기로 변해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허공을 뚫고 나온 한립은 눈앞이 밝아진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로 거대한 산악에 맞먹는 탑이 우뚝 솟아 있었고 그가 빠져나온 하얀 동굴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줄어들어 사라졌다. 보물 자체는 크게 손상되지 않은 듯했다.

한립은 한숨을 쉬며 주위를 살폈는데 표정이 이상했다.

의천성 성벽 밖은 함성과 격렬한 전투 소리로 가득했고 인족과 마족 대군이 필사적으로 서로를 죽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고공에는 거대한 짐승이 청룡상인과 힘을 합쳐 흑갑 거한 및 핏빛 기운의 괴이한 마족 부대와 싸우고 있었다.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간 청룡상인은 창백한 얼굴로 공격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마족 부대의 공격은 입에서 핏빛 빛기둥을 쏘고 무기를 휘둘러 핏빛을 내뿜는 것뿐이었는데 청룡상인과 방대한 짐승은 그 공격을 굉장히 꺼리는 눈치였다.

핏빛 기둥과 핏빛이 몸에 닿지 않도록 보호막으로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것만 봐도 그랬다. 더욱 괴이한 것은 마족 부대의 병사들이 불사체(不死體) 같다는 것이었다.

양머리 거대 짐승이 괴풍을 방출해 찢어 죽이고 거대한 앞발로 눌러죽여도 핏빛이 한번 번득이고나면 마족 병사들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공격을 재개했다.

흑갑 거한은 마족 병사들 뒤쪽에 숨어 양 머리 거대 짐승이 포위를 뚫고 달아나려 할 때만 일격을 날렸다. 물론 틈틈이 청룡상인에게 공격을 날려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무서운 법력에 합체 후기 수사도 겁먹을 만한 괴풍을 날리는 짐승도 흑갑 거한과 불사체 마족 병사들의 공격에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흑갑 거한과 마족 병사들도 양 머리 거대 짐승을 단시간 내로 처리하지 못해 양쪽이 괴이한 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었다.

‘흠…….’

한편 언제부터인가 한데 모여 싸우고 있는 임란과 은광 선자 쪽은 상황이 더욱 열악했다.

한 명은 삼색 화염을 두르고 다른 한 명은 은빛을 방출해 공격의 위력을 증폭시켰지만 백색 장포 소년과 여인도 합공을 해 만만치 않은 공격을 해댔다.

여린 여인 등 뒤로 청록색 거대 조개 허상이 청록색 빛덩이를 분출해 은빛과 삼색 화염을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두 여인을 진정으로 괴롭히는 것은 백색 장포 소년의 공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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