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1화. 모마(母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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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존자는 자신의 육체를 모마의 육체로 제련해 순간적으로 수행을 늘리고 다양한 마공 신통을 부릴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자모진마들의 반서를 당할 우려가 없어지지만 만약 중상을 입으면 마성에 잠식되어 영원히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모마가 된 남 존자는 살기 가득한 얼굴로 괴이하게 웃으며 마기가 실린 바람을 내뿜었다.
휘잉!
모마가 갑자기 서늘한 마풍(魔風) 속으로 뛰어들어 자취를 감추었다. 금빛 털 거원은 산봉우리를 던져 인근 산을 전부 무너트리고 모마가 서있는 산만 남겨두고 있었다.
출렁이며 다가오는 마풍에 거원은 고민 없이 두 개의 산봉우리를 던졌다.
쿠릉!
푸른색과 검은색 극산이 엄청난 크기로 변해 그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마풍은 두 극산을 향해 한기를 발산했고 산봉우리 표면에 수정처럼 두꺼운 얼음이 생겨났다.
거원이 쿵! 하고 허공을 박차올라 산봉우리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분노하며 주먹을 내지르자 수많은 주먹 허상들이 마풍의 어딘가를 때렸다.
그 순간 키득키득 거리는 괴이한 웃음소리와 함께 마풍 속에서 붉은 주술문자를 머금은 빛의 칼날들이 어른어른 나타나 주먹 허상들을 갈라냈다.
칼날들은 기세를 몰아 거원에게 날아들었다.
웽웽!
거원이 푸른빛이 일렁이는 눈으로 자세히 살펴보자 13개의 금빛 꽃잎들이 나타나 보라색 무늬가 있는 딱정벌레로 변했다. 한립의 자문 서금충들이었다.
자문 서금충들은 마진의 금제를 빠져나와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영충들은 한립이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보라색 무늬에서 빛을 발하며 흉악한 모습으로 변해 수많은 환영을 만들어냈다.
마치 거원 앞을 보라색 방패들이 빼곡하게 막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빛의 칼날들이 자문 서금충에 부딪히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라져갔다. 변이 서금충의 몸은 너무 단단해서 이 세상에 그것을 뚫을만한 보물은 몇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때 한립이 변한 거원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그 안에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와 26개의 뼈다귀 칼날들이 불러낸 검은 불바다가 들이닥쳤다.
그러나 거원은 당황하지 않고 거무튀튀한 갑옷을 불러냈다. 새까만 빛을 머금은 갑옷은 검은 주술문자를 일으켜 거원의 몸을 보호했다. 이어 그는 두 손을 교차해 금빛 뇌전을 방출해 거대한 뇌전 그물로 검은 불바다를 막았다.
콰르릉 콰쾅!
검은 화염은 금색 뇌전과 충돌한 순간 연기처럼 사라졌지만 그 안의 거대 뼈 칼날들은 그대로 거원을 머리를 가르려 날아 들었다.
그러자 거원이 피식 웃으며 등 뒤로 삼두육비의 허상을 떠올려 여섯 갈래의 금빛을 날렸다.
슈우웅-
빛덩이가 거원의 머리 위에서 하나로 합쳐져 커다란 소용돌이로 변했다. 범성진마공의 강력한 신통인 동선금광(洞漩金光)이었다.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고 거원의 뒤에서 희미한 녹색 그림자가 튀어나와 인근의 마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동선금광은 빠르게 회전하며 금빛 물결을 퍼트려 순식간에 26개의 칼날을 잘라 버렸다.
조각 난 칼날은 이내 금빛 물결에 의해 한가운데로 모였으며, 삼두육비의 허상이 발현한 흡인력에 의해 금빛에 완전히 휩싸이고 말았다.
‘이리 쉽게……?’
거원이 의아해 했다.
모마가 괴이한 웃음을 흘리며 26개의 뼈다귀 칼날을 가리켰다. 그러자 보잘것없어 보이던 칼날들이 하나로 뭉쳐져 눈부신 빛을 발산했다.
하얀 뼈 조각들이 연결되어 거대한 연꽃을 이루었는데 꽃잎마다 조밀하게 새겨진 주술문자가 괴이한 빛을 발산했고 연꽃은 빙글빙글 돌며 수많은 빛의 칼날을 내뿜었다.
그러나 한립의 동선금광도 쉽게 파훼될 리 없었다. 금색 허상 셋이 주문을 외고 여섯 개의 팔이 수결을 맺어 소용돌이 속에서 연달아 법결을 쏘아 보냈다.
콰르릉!
금색 소용돌이에서 더욱 거센 물결이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뼈다귀 연꽃이 방출한 회색빛의 칼날들도 오래 버티지 못할 듯했다.
모마는 자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자 분노하며 폭발적으로 기운을 발산했다. 26개의 팔이 몸에서 뼈다귀 하나씩을 빼내 거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을 본 거원은 금색 빛기둥을 내뿜고 뛰어올랐다. 갑옷의 방어력을 믿고 모마와 육박전에 나선 것이다. 13마리 자문 서금충들도 날아올라 거대 해골로 달려들었다.
키에!
모마는 낮게 울부짖으며 딱정벌레들을 향해 입에서 푸른빛을 쏘아 보냈다. 푸른빛으로 자문 서금충을 없앨 수는 없었지만 괴이한 힘을 품고 있어 서금충들도 그것을 뚫고 해골머리를 공격하지는 못했다.
이때 제자리에 남아 있던 금색 허상이 주술과 수결을 멈추고 금신을 실체화했다. 금신의 머리에서 새까만 원영이 떠올랐는데, 원영은 두 손으로 보라색 칼날 조각을 꼭 쥐고 모마를 서늘하게 노려보았다
검은 원영이 삼두육비 금신 속으로 돌아가자 여섯 팔 중 하나에 보라색 칼날 조각이 들려있었다. 조그만 칼날 조각은 열배 이상 불어나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금신의 머리가 다시금 주문을 외우고 다섯 개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여 금색 주술문자를 쏟아냈다. 그러자 보라색 칼날 조각 주위로 오색 기운이 모여들며 천지법칙의 기운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천지법칙의 영향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던 작은 산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고 마진이 붕괴되어 자욱하던 마기가 바람처럼 흩어졌다.
빼곡하게 떠오른 오색 빛의 점들이 물밀듯이 보라색 칼날 조각으로 흡수되더니 불완전한 부분을 모두 채웠다.
우웅!
보라색 칼날 조각이 맑게 울며 한결 강해졌다. 아직 흡수되지 못한 오색 점들이 오색 주술문자로 변하는 중이었다.
금신은 보라색 칼날 조각을 움직여 모마를 조준했다. 그러자 오색 빛의 점들이 칼날 조각으로 스며드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그것을 들고 있던 금신의 팔도 유리처럼 투명하게 변했다.
거원과 격투를 벌이던 모마가 섬뜩한 기운을 느끼고, 뼈 칼날들을 동시에 투척한 후 화염을 일으켜 바람처럼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거대 해골 가까이에서 녹색 거대 손이 튀어나와 모마의 어깨를 붙들었다. 이에 모마가 기겁하며 입에서 검은 화염을 분출했다.
녹색 거대 손은 화염에 타는 내가 진동하는데도 절대 손을 놓지 않았다. 뜻밖에도 초록빛을 반짝인 거대 손이 상처를 회복하고 더욱 굳세게 모마를 붙들었다.
그제야 모마는 안절부절 하며 열댓 개의 팔을 칼날처럼 이용해 휘둘렀다.
서걱!
칼날은 거대 손을 살짝 베어내기는 했지만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녹색 거대 손이 웬만한 보물보다 단단했기 때문이다. 모마가 분노하며 크게 울부짖자 거대 골격을 이루던 뼈들이 조각조각 흩어졌다.
녹색 거대 손이 쥐고 있던 일고여덟 조각을 제외하고는 뼈들은 다시 결집해 거대 해골로 돌아갔다.
그 틈에 한립의 제2원영은 범성금신의 술법을 마치고 보라색 칼날 조각을 휘둘렀다. 강렬한 법칙의 힘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나와 모마 바로 앞까지 이동했다.
모마가 크게 놀라 전신에 검은 화염을 몇 배로 일으키고 몸에서 수백 개의 칼날 조각을 뽑아 날렸다. 그러자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활활 타오르던 검은 화염도, 빼곡하게 날아든 뼈 칼날도 검은 파도에 닿자 모두 증발해 버렸다.
모마는 두려움에 떨며 달아나려 했지만 법칙의 힘에 둘러싸여 꼼짝할 수 없었다. 검은 파도가 거대 골격까지 뒤덮자 모마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모마가 사라진 순간 자문 서금충과 싸우던 해골들과 거대 연꽃도 검은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방대한 법칙의 힘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범성금신은 보라색 칼날 조각을 휘두른 탓에 빛이 어둑해진 것이 기력을 많이 소모한 듯했다.
허공에서 녹색 피부의 또 다른 한립이 나타났다. 지선의 몸으로 제련한 영체였다. 영체를 조종한 것은 곡아였는데 수행은 낮았지만 천지영물에 속해 지선의 영체를 거리낌 없이 조종할 수 있었다.
영체는 한립이 수백 년간 신비한 영액을 부어온 덕에 이미 합체 초기를 대성해 있었다.
‘지선의 영체를 이용해 모마를 붙들어 두고 현천잔도로 멸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기이한 신통을 발휘하는 모마를 단시간 내로 처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거원은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 순간 다른 쪽에서 경천동지할 굉음이 들려왔고 사악한 기운이 하늘을 찔렀다.
한립은 고개를 돌려 은광 선자를 바라보았다. 마진을 파훼해 검은 기운이 사라져서 모든 것이 또렷하게 보였다.
수정 장막이 갈라지고 대머리 마족과 네 마리 천귀들이 음산한 바람으로 변해 그 안에서 빠져나와 원형을 드러냈다.
천귀들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대머리 마족은 마진과 남 존자의 기운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남 존자가 가진 자모진마의 위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모진마의 위력을 최대로 끌어내면 천귀문에서 불러낸 천귀들보다 위일 것인데!’
자신이 탈출하는 사이 벌써 자모진마를 부리는 남 존자가 당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수정 장막이 깨진 순간 은광 선자는 입에서 피를 토하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대머리 마족을 가둔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한립이 대머리 마족을 보고 입 꼬리를 꿈틀거렸다. 그 순간, 대머리 마족이 갑자기 검은 빛을 방출한 채 휙! 하고 날아가 버렸다. 형세가 불리해지자 과감히 달아난 것이다.
네 마리 천귀들도 검은 기운으로 변해 그 뒤를 바짝 쫓았고, 천귀문은 희미해지다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제 와서 달아나겠다.’
한립은 코웃음을 치며 소매를 펄럭여 한 손으로 수결을 맺었다.
웽!
13마리 자문 서금충들이 보라색 빛덩이로 변해 추격에 들어갔고, 한립의 등에서도 수정 날개가 나타났다.
그는 그 상태로 빙글 돌아 백여 개의 굵직한 뇌전에 휩싸여 네 개의 날개를 지닌 은색 거대 붕새로 변신했다. 거대 붕새는 날개를 펄럭여 뇌전으로 변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은광 선자는 거대 붕새가 달아난 대머리 마족을 빠르게 추격하자 한시름을 놓았다. 그녀는 중상을 입었기에 쫓아가 보았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해 제자리에 남아 있기로 했다.
여인은 저물탁에서 단약을 꺼내 입 안에 털어 넣고는 몸 안의 기운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며 작은 산들이 무너진 잔해를 발견하고는 눈에 이채가 어렸다.
반 시진 후, 하늘 끝에서 파공음이 들려왔다.
푸른 둔광이 은광 선자 쪽으로 날아들었는데 빛이 가시고 나타난 것은 한립이었다. 그는 무언가를 휙 던져주었는데 살펴보니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천귀의 머리통이었다.
천귀 머리는 흉포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한 형 그럼 달아난 마족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자와 나머지 천귀들도 전부 처리했으니까요.”
천귀 머리를 본 은광 선자의 물음에 한립이 빙긋 웃고 소매를 펄럭였다. 검은 빛 속에서 작게 축소된 푸른 문이 나타났다. 바로 대머리 마족이 불러냈던 수마천귀문이었다.
한 손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아진 천귀문의 빛이 꽤나 암담해진 것이 많이 손상이 된 듯했다.
“정말 잘됐습니다. 마두를 놓쳤다면 우리의 행적이 노출되었을 테니까요. 이번에 마족 존자들을 해치울 수 있었던 것은 전부 한 형의 덕입니다. 영롱에게 미리 언질을 듣지 않았다면 수사께서 겨우 2천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도저히 믿기 어려웠을 거예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제가 수련한 공법이 저들이 이용한 귀물들과 상극이었으니까요. 다른 동급 마족이었다면 이렇게 빨리 처리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보다 제게 약조한 일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선자.”
한립이 몇 마디 겸양의 말을 하다 갑자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안심하세요! 저와 영롱은 출신이 같아 수사를 대신해 소식을 전하는 정도는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그 아이가 소오 선배님 곁에 있기에 잠시 연락이 닿지 않는 것입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혹시 앞으로 제가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요.”
“겨우 소식을 전하는 것인데요. 그리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 형!”
한립의 말에 은광 선자가 기쁘게 답했다. 실력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은 서둘러 전투의 흔적을 지우고 의천성 방향으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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