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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097화 (854/2,000)

1097화. 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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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노기를 띠고 있던 금색 거원(巨猿)은 오색 검기들의 기습에 주먹으로 단단한 가슴을 내리쳤다.

쾅! 쾅! 쾅!

금속성의 충돌음이 울려 퍼지더니 괴이하게도 거원의 신형이 배로 늘어나 금털들이 고슴도치 가시처럼 일어났다. 가장 큰 변화는 세 겹의 금색 광채가 두껍게 응결해 그 주위로 금색 주술문자들이 떠다닌다는 것이었다.

합체 중기에 이른 후 경칩결에서 깨우친 산악거원의 방어용 신통이었다. 그 위력이 전설 속의 ‘금강권(金剛拳)’ 비술과 맞먹었다.

금색 광채 위로 오색 검기들이 비처럼 퍼부었다. 오색 검기들과 금빛 광채의 교전으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오색신광으로 만든 검기는 위력이 남달랐다!

검기는 허공에 희미한 하얀 흔적을 남겼고 금색 광채 속의 주술문자를 하나씩 베어 터트렸다.

대부분의 검기가 금색 광채 세 겹에 부딪쳐 사라지고도 남은 백여 개의 오색 검기들이 금색 거원의 몸으로 날아들었다.

그런데 거대 공작이 두 눈을 부릅뜰만한 일이 벌어졌다.

금색 거원의 곧게 선 털에 금빛이 감돌고 아무리 베어도 오색 검기만 튕겨나가 스스로 허물어진 것이다. 괴이하게도 거원은 상처하나 입지 않았다. 금색 거원이 흉흉한 눈빛으로 두 팔을 휘두르자 털이 북슬북슬한 두 팔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오색공작 옆 허공에 공간 파동이 일며 금색 거대 손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거대 공작은 흠칫 놀랐지만 당황한 기색 없이 날개를 펄럭여 오색빛으로 오색 칼날 두 자루를 응결해 다가오는 금색 손들을 갈랐다.

금색 손들은 물러서지 않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칼날을 공격했다.

콰쾅! 콰쾅!

거대 칼날과 주먹이 부딪히자 눈부신 빛이 폭발해 두 개의 태양이 허공에 떠오른 듯했다.

오색 공작은 몸을 부르르 떨며 튕겨나갔고 금색 거원은 상반신을 잠시 움찔했지만 곧 안정을 되찾았다. 이번 공격은 거대 원숭이가 우위를 점한 듯했다.

산악거원은 수많은 진령 중에서도 육체의 강도가 가장 강해 명성이 자자했다. 오색공작이 산악거원 못지않은 진령인 것은 맞지만 완력으로 싸우려 들면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오색공작이 몸을 가누지 못하자 금색 거원이 화살처럼 쇄도해 허공에서 사라졌다. 거원의 갑작스런 행동에 몸을 추스르려던 오색공작이 분노하며 신비로운 오색빛의 진법을 발산했다. 무언가 강력한 신통을 준비하는 듯했다.

그러나 거원의 공격이 한발 더 빨랐다. 금색 거원이 귀신처럼 오색공작 앞에 나타나 주먹으로 공작의 몸을 난타했다.

오색빛의 진법으로 막고 있던 오색공작에게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에 오색공작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오색공작의 추락에도 금색 거원은 멈출 생각이 없는지 36자루의 금색 비검을 뿜어 금색 거검을 응결했다. 거원은 사납게 눈을 번득이며 추락하는 오색공작을 따라잡아 금색 거검을 휘둘렀다.

콰앙!

안 그래도 추락하던 오색공작은 쾌속으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바닥에 거대한 구덩이가 파이고 그 안에서 대노한 어 장궤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수사가 자초한 일입니다! 어디 누가 죽나 해봅시다!”

한립은 거대한 구덩이 속에서 오색공작의 모습을 찾아냈다. 발톱을 쳐들고 처박힌 오색공작은 한쪽 날개가 꽤 상했지만 중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파파파파팟!

오묘한 주술소리가 울리자 오색광채가 진동하며 모이더니 수백 개의 소형 빛의 진법을 허공에 만들어냈다. 소형 진법들이 합쳐진 거대 진법 속에서 불경 소리 비슷한 것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한립은 거원의 큰 손을 가슴 앞에 합장해 금색 거검의 크기를 더욱 키웠다.

“베어라.”

거대해진 거검이 푸른빛을 머금고 뇌전소리를 내며 거세게 떨어져 내렸다.

서걱!

거대 빛의 진법은 종잇장처럼 베어나갔지만 오색빛이 반짝이고 원래대로 돌아갔다. 강력한 일격이 아무 소용도 없었던 것이다.

금색 거원은 실소하며 다시 거검을 날리려 했다. 그간의 경험상 이렇게 몇 번만 더 베어내면 본 모습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푸른빛을 머금은 거검이 막 거대 진법을 베려는데 오색공작이 주술을 멈추고 한쪽 발톱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동시에 괴수의 포효소리가 들려왔다. 한립이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니 범성금신과 싸우고 있던 뇌수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뇌수는 삼색 뇌전으로 뇌전 그물을 만들어 몸을 보호하더니 금신법상을 버리고 거대 빛의 진법을 향해 뛰어들었다.

한립은 뇌수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반사적으로 털이 북슬북슬한 주먹으로 일격을 날렸다. 마영(馬嬰)이 조종하는 범성금신도 번개처럼 튀어나가 뇌수를 추격했다.

쾅!

거대 원숭이의 주먹이 공간을 넘어 뇌수를 때렸다. 끙끙거리기는 했지만 뇌수도 상당한 내력이 있는지 뇌전 그물만 망가지고 멀쩡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 찰나의 순간 법상금신은 여섯 개의 손에 들린 금색 칼날을 금색 거울로 바꾸어 금색 빛기둥을 쏘아 보냈다.

콰르릉!

뇌수가 빛기둥을 연속으로 맞고 허공에서 비틀거렸다. 어 장궤가 변한 거대 공작이 이를 보고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 뇌수를 재촉했다.

부부북!

처절한 비명을 터트리며 뇌수의 등이 찢어지고 안에서 금색, 은색, 남색의 날개 세 쌍이 나타나 펄럭이더니 삼색 뇌전에 휩싸여 괴이하게 이동했다.

법상금신의 나머지 빛기둥이 허공을 갈랐다. 한립은 서둘러 아래의 거대 빛의 진법을 보고 미간 사이에서 검은 요안을 불러내 새까만 빛기둥을 쏘아 보냈다.

거대 빛기둥 바로 위에서 천둥소리가 울리고 여섯 개의 날개를 지닌 뇌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우웅!

금색 빛기둥이 뇌수를 맞추려는 찰나 거대 빛기둥이 진동하며 오색빛을 분출했다. 그러자 금색 빛기둥이 괴이하게 꺾여 뇌수의 몸을 비켜갔고 뇌수는 날개를 펄럭여 빛의 진법 중앙으로 무사히 진입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구덩이 속의 오색 공작이 맑은 소리를 내며 오색 기운을 일으켜 빛의 진법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거대 빛의 진법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쿠르릉!

빛의 진법이 수십 개의 굵은 오색 빛기둥을 방출해 하얀 안개로 뒤덮인 허공 속으로 뻗어 나갔다. 한립은 빛기둥이 81개라는 것을 발견했다.

곧이어 빛의 진법 중앙에서 굵직한 오색 빛기둥이 뿜어져 나와 고공으로 솟아올랐다. 잠시 후 빛기둥이 사라진 곳에서 극심한 공간 파동이 느껴지더니 은색 구멍이 허공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주먹만 하던 구멍이 눈 깜짝할 사이에 커져 정순한 영기를 내뿜었다.

“이건!”

한립은 정순한 영기 속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광한계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쉼 없이 커지는 은색 구멍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든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금색 거검을 휘둘렀다.

무수히 많은 금빛이 은색 구멍을 마구 갈랐는데 인근 허공이 왜곡되며 모두 힘을 쓰지 못하고 사라졌다.

은색 구멍에서 굉음이 일고 주술문자로 가득한 은색 빛기둥이 뿜어져 나와 거대 빛의 진법으로 유입되었다. 빛기둥을 멈춘 은색 구멍은 번득이며 사라졌고, 이제 거대 빛의 진법은 열 배 이상 커져 찬란한 오색빛을 내고 있었다.

주변 하늘과 땅이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고, 초대형 빛의 진법 안에서 무언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며 매우 음산해졌다.

한립의 안색도 급변했다.

기이한 소리를 듣는 순간 모골이 송연해지고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서둘러 삼두육비 법상금신을 불러들여 여섯 개의 손을 합장하고 금색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게 했다. 법상금신의 세 머리가 각기 다른 주술을 외자 금색 소용돌이 속에서 불경소리가 울려 퍼졌다.

빠르게 몸집을 키운 소용돌이 안에는 밤하늘의 별처럼 빛이 반짝였다.

“가라!”

거원이 일갈하자 법상금신이 명을 받아 금색 소용돌이를 힘껏 던졌다. 천둥소리와 바람소리가 크게 일며 금색 소용돌이는 필사적으로 초대형 빛의 진법을 향해 날아갔다.

오색빛의 진법을 앞두고 금색 소용돌이가 무형의 압력을 발휘해 주변 공간이 왜곡되었다. 합체 중기에 이른 후 법상금신으로 동선금광(洞漩金光)을 펼쳐 나타난 신통이었다.

초대형 빛의 진법은 거대 금색 소용돌이와 충돌해 격렬하게 진동했다. 당장이라도 깨져버릴 것 같았다. 이에 한립이 희색을 보이다 표정이 달라졌다.

흐느끼는 소리가 더욱 커지더니 은색 손바닥이 초대형 진법 안에서 나타나 금색 소용돌이를 움켜쥔 것이다.

한립은 강력한 기운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대승기! 그럴 리가, 이렇게 역천의 위력을 낼 수 있는 신통이 있었다니!”

그가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데 갑자기 흐느끼는 소리가 뚝 끊기고 초대형 빛의 진법이 환영처럼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거산과 같은 방대한 물체가 나타났다. 머리 둘에 8개의 날개가 달린 반인반조였다!

자세히 살피니 두 머리는 뇌수의 머리와 어 장궤의 머리였고, 8개의 날개는 뇌수의 날개와 오색공작의 날개가 합쳐져 있었다.

그러나 그를 더욱 두렵게 한 것은 은백색 깃털을 가진 괴물의 몸에서 오색 뇌전이 번득인다는 점이었다.

어 장궤가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금색 소용돌이를 든 손에 오색 뇌전을 일으켜 그것을 터트려 버렸다.

한립 옆의 법상금신이 혼란스런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며 고통스러워했다. 동선금광이 깨져 반서를 당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한립은 괴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괴물은 대승기 수행을 지니고 있었다.

‘합체 후기를 대성한 수사라 해도 동선금광을 이렇게 쉽게 부술 수는 없다.’

그는 당장 달아나기로 마음먹었다. 부쩍 늘어난 수행에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해도 대승기 수사와 대적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조류의 날개에 닿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날개가 네 쌍이나 달린 데다 오색 천뢰까지 다루는 것으로 보아 엄청난 둔술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무턱대고 달아나는 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했다.

한립은 결정을 내리고 재빨리 수결을 맺어 등 뒤에서 수정 날개를 불러냈다. 은색 뇌전이 번득이고 거대한 뇌전 진법이 허공에 나타나 한립이 변한 거대 원숭이를 전송하려 했다.

그때 쌍두 괴수의 비둘기 머리가 울부짖자 여덟 개의 날개에서 천지법칙의 힘을 방출해 주변 공간을 압도했다.

그러자 거원이 뇌전으로 만들어낸 전송 진법이 그대로 굳은 것처럼 발동을 멈추었다.

쌍두괴조의 어 장궤 머리가 비웃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이 뇌수는 진선계의 진짜 뇌수와는 비교할 수 없어도 진령의 힘을 쏟아부어 꽤 많은 뇌전법칙을 조종할 수 있다. 감히 그 앞에서 뇌전을 부리다니 죽고 싶은 게냐?”

그의 말이 끝나자 쌍두괴조의 비둘기 머리가 날카롭게 울었다. 그리고 뇌전 진법에서 열댓 개의 뇌전이 치직 거리며 빠져나와 은색 사슬처럼 금색 거원을 묶었다.

콰콰쾅!

은색 뇌전 사슬들이 폭발해 금색 거원이 뇌전 빛에 휩싸였다. 금색 거원은 괴성을 지르며 두 주먹으로 사방을 타격해 은색 뇌전 빛을 몰아내고 허공을 굴렀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한립은 쌍두괴조를 보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한 손에 금색 칼날 조각을 들고 다른 쪽 소매에서 천 개가 넘는 금빛 꽃잎을 흩날렸다.

변이 서금충들이었다.

웽웽웽!

서금충들이 날아오르자마자 주먹 크기로 커져 그의 주위를 배회했다. 이때 법상금신 속에서 검은 기운이 빠져나와 한립 몸속으로 돌아가고 실체화된 삼두육비 금신은 빛의 점으로 흩어졌다.

한립은 등 뒤로 법상 허상을 다시 띠우고 푸른빛과 하얀 빛을 불러냈다. 초록 피부 ‘한립’인 영체와 하얀 의복을 휘날리는 여인 ‘와와’였다.

“서금충 성체! 지닌 신통이 보통이 아니구나! 허나 겨우 천 마리로 이 몸을 어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몇 만 마리만 되었어도 물러났을지 모르나 고작 그 정도라니…….”

어 장궤 머리가 광소를 흘리며 이번에는 한립이 들고 있는 금색 칼날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아직 발동하지 않았지만 현천잔보가 희미하게 머금고 있는 법칙의 힘에 감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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