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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972화 (729/2,000)

972화. 산악거원의 영목(靈目)

구슬을 본 마원이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벽사뇌주(闢邪雷珠)!”

마원은 즉시 검붉은 마풍(魔風)으로 변해 한립을 향해 달려들었다. 벽사뇌주를 발동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순간 땅 속에서 금빛이 반짝이고 쌍검과 장도가 괴이하게 튀어나왔다.

쉬익- 휘휘휙!

검기와 도기가 마풍 속의 마원을 갈랐다. 이에 마원은 움직임을 멈추고 보라색 잔영 세 줄기를 보내 검기와 도기를 맞추었다.

병장기로 인해 마풍이 지체되자 한립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우웅!

그 순간, 마원 주위의 풍경이 모호해지고 커다란 연꽃들이 생겨나 하나로 합쳐졌다. 그는 푸른 보호막 속에 갇히고 말았다.

성계 마원이 달려들기를 기다렸다가 발동한 춘려검진이었다. 그가 푸른 보호막 속에 갇히자 금빛 쌍검과 장도가 사라졌고 한립의 그림자 속에서 금빛 갑옷을 입은 병사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 손에 쌍검을 든 병사와 장도를 든 병사들은 갑원부로 만들어낸 그림자 괴뢰들이었다.

“검진! 조금 성가셔졌군.”

마원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중얼거렸다.

한립이 서늘한 눈빛으로 검진을 바라보자 마원 주변으로 푸른빛이 반짝이고 갑자기 거대한 푸른 거목들이 나타나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마원은 코웃음을 치며 얼굴에 핏빛이 반짝이고 얼굴 부위의 갑옷이 사라졌다. 흉악한 얼굴의 커다란 눈이 보랏빛으로 빛나며 희미하게 오색 주술문자가 번뜩였다.

마원은 괴이한 요목(妖目)으로 쏟아져 내리는 푸른 거목들을 훑으며 입 꼬리를 끌어올렸다. 마원은 다른 거목들은 무시하고 그 중 딱 한 그루를 향해 손을 뻗었다.

쿵!

수정 거대 손이 허공에 나타나 그가 노린 푸른 거목 하나를 잡는 순간, 거목은 날카로운 검으로 변했다.

파앗!

비검의 환술이 깨지자 마원을 향해 떨어져 내리던 수많은 거목은 영기의 빛으로 흩어졌다. 수정 손에 잡힌 비검은 필사적으로 요동치며 달아나려고 했다. 이에 마원이 악랄하게 웃으며 보라색 거검을 던졌다.

한눈에 한립의 본명법보라는 것을 알아보고 비검을 두 동강 내 한립의 의식에 손상을 입히려는 생각이었다.

한립은 환술이 뚫리자 조금 의아해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새로 정련을 마친 청죽봉운검이 아니라면 낭패를 당했을 테지만 검령화허의 신통을 지닌 비검을 허상화 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펑!

거대 손에 붙들려 있던 청죽봉운검이 푸른빛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다시 허공에서 모여 푸른 비검의 모습을 만들어내더니 푸른빛을 번뜩이며 검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이에 마원의 눈빛이 사나워지며 두 눈의 보랏빛이 더욱 짙어졌다. 오색 주술문자가 어른거리는 그의 동공이 사방을 주시하더니 놀랍게도 검진 밖의 한립을 찾아내 똑바로 응시했다.

‘영목 신통!’

의심할 여지없이 마원은 영목 신통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영목을 통해 검진의 환술을 꿰뚫어 보고 그의 위치를 찾아낸 것이다.

한립이 놀라고 있을 때 마원은 입에서 검붉은 정기를 뿜어 거검에 흡수시켰다.

우웅!

보랏빛이 크게 번지며 거검이 떠올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검날이 수직으로 떠올라 한립을 향해 떨어져 내리며 푸른 장막을 갈랐다.

한립은 깜짝 놀라 법상의 금빛 팔뚝으로 법결을 맺어 금색 빛기둥을 분출했다.

콰르릉!

금색 빛기둥의 기세는 놀라웠지만 보라색 검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보라색 검은 가뿐히 그것을 갈라내고 한립을 향해 쇄도했다. 이에 한립의 눈초리가 사나워지며 곁에 서 있던 꼭두각시가 즉시 도검을 휘둘렀다.

검기와 도기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고 한립은 법력을 끌어올려 검진의 위력을 북돋았다. 푸른빛의 장막에 커다란 주술문자들이 흐르고 푸른 연꽃송이들이 피어나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금빛 검기와 도기들이 연달아 공격해도 보라색 검기를 막을 수는 없었고 그저 금빛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보라색 검기가 푸른 연꽃들로 달려들자 순식간에 푸른 연꽃들은 속절없이 갈라졌다.

“…….”

이를 지켜보던 한립은 법력을 세차게 불어넣어 검진을 더욱 강화했다. 그러자 산산이 부서지던 푸른 연꽃들이 괴이하게 다시 뭉쳐져 보라색 검기를 막아섰다.

보라색 칼날 조각도 위력이 대단했지만 춘려검진의 환술도 신묘한 경지에 이르러있었기 때문에 보라색 검기 안의 칼날 조각 허상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빛을 잃고 사라졌다.

검진 속의 마원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중상을 입어 보물이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지만 겨우 검진에 막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원은 가슴이 철렁했다. 검진의 위력의 그의 상상을 초월해 쉽게 검진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마금산맥의 공간균열을 통해 이계로 넘어온 후 여러 전투를 겪어 수행이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강력한 보물들도 잃고 말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장 여러 보물들을 꺼내 검진을 깨버렸을 것이다.

반대로 한립은 한시름을 놓으며 소매 속에서 반짝이는 푸른 부적 한 벌을 꺼냈다. 부적들은 모두 정순한 나무 속성 영기를 품고 있었다.

그는 중상을 입은 마원의 법력이 겨우 연허 후기 최고봉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확신이 섰다. 갑옷과 보라색 칼날 조각이 역천의 위력을 지니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검진에 가뒀으니 달아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환술을 꿰뚫어 보는 영목을 지녔기에 환술이 제 위력을 발휘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이야말로 최근에 깨우친 검진의 신통을 시험해볼 때였다.

한립은 마음을 정하고 마원에게 부적을 쏘아 보냈다. 푸른빛으로 날아간 부적들은 조용히 검진 속으로 스며들었다.

한립이 주술을 외자 금색 구슬이 빛기둥으로 변해 위로 치솟았고, 그의 입에서 커다란 금색 주술문자들이 흘러나와 그 뒤를 쫓았다. 금제 속의 마원은 무언가를 느끼고 얼굴을 굳혔다.

쿠릉!

검진 위로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광풍이 일었다. 그리고 먹구름 사이에 금빛 태양이 보일 듯 말 듯 나타나 엄청난 기운을 뿜었다.

쿠르릉 콰쾅!

태양 표면에 금빛 뇌전들이 잇달아 번득여댔다.

“제뢰술!”

마원이 영목 신통으로 금빛 태양의 실체를 알아보고 중얼거렸다. 그는 콧방귀를 끼며 보라색 거검을 치켜들었다. 단번에 허공의 금빛 태양을 가를 작정이었다.

마기와 상극인 술법에 그냥 맞을 수는 없었다.

파앗!

그러나 그가 검을 휘두르기 전에 주위에 푸른빛이 가득해지며 푸른 거목들이 자라나 밀림이 되었다.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서는 거대한 나무에 사방이 가로막힌 것이다.

“흥! 이런 조잡한 잔기술이 통할 것 같더냐!”

마원이 비웃으며 주술을 외자 검이 바르르 떨며 웅웅거리는 동시에 눈에서 주술문자가 아른거렸다. 그때 주위의 모든 거목들이 푸른빛 속에서 왜곡되어 거대한 푸른 갑옷 병사로 변했다.

검이며 도, 도끼, 청과 같은 각양각색의 푸른 병장기를 든 거대 병사들이었다. 마원과 가까이 있던 열댓 명의 거대 병사들은 병장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원은 깜짝 놀라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보라색 잔영이 호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서걱!

열댓 명의 병사들이 무기와 함께 잘려나갔다.

“전부 환영이 아니구나.”

마원은 가볍게 적을 처리하고도 표정이 굳었다. 보라색 잔영이 거대 병사들과 무기를 가를 때 그것들이 함유한 다량의 영력을 느꼈다.

쿵쿵쿵쿵! 쿵쿵쿵쿵!

마원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사방에서 걸음소리가 들리며 날카로운 무기들이 쇄도했다. 이에 마원은 냉소하며 한 발을 들어 바닥을 내리쳤다.

꽈앙!

폭음이 들리고 검붉은 충격파가 파도처럼 주위로 흩어졌다. 그러자 검붉은 충격파에 갑옷 병사들이 휩쓸려 사라지고 순식간에 주변이 텅 비었다.

이에 검진 밖의 한립은  눈을 가늘게 뜨고 수결을 바꿨다. 잠시 후 허공에서 수많은 푸른빛들이 나타나 기다란 화살로 변했다.

쉬쉬쉬쉬쉭!

마원은 미친 듯이 쏘아져 내리는 화살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고 몸에 둘러진 갑옷을 두드렸다. 보라색 보호막이 갑옷에서 뻗어 나와 주위를 둘러쌌고 마원은 차분히 영목신통으로 화살들을 살펴보았다.

‘흐음?’

미간을 찌푸린 마원의 표정이 이상했다. 영목 신통으로 살펴본 화살들은 전부 영력을 함유한 진짜였다.

푸푸푸푸푹!

보라색 보호막 주위로 푸른빛들이 현란하게 폭발했다. 마원은 화살의 위력이 별로인 것을 보고 안심하다가 불현듯 한립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쾅!

바로 그때, 마원의 발밑에서 푸른 거대 손이 불쑥 튀어나와 태산과 같은 기운으로 덮쳐왔다. 이에 마원은 검으로 푸른 거대 손을 가르려다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하늘 위 금빛 태양에서 빛기둥이 소리도 없이 떨어져 지척에 이르렀다.

마원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곧바로 보라색 빛을 뿜어 보호막을 두껍게 만들고 검을 위로 들어 올려 방패로 삼았다. 그 순간 금색 빛기둥이 보라색 검에 떨어졌다.

콰르르릉!

츠츠츠츳.

경천동지할 굉음이 울리고 수많은 금빛 뇌전들이 거미줄처럼 퍼졌다. 검을 들어 올린 두 팔에 막대한 힘을 싣고 있던 마원은 겨우 버티고 있었다. 벽사신뢰의 제뢰술은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고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

‘이런!’

마원이 경악하며 단전 깊은 곳에서 검붉은 기운을 일으켜 온몸의 경맥으로 퍼트렸다. 그러자 마원의 몸 곳곳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두 팔뚝이 배로 불어났다.

이제 그럭저럭 금색 빛기둥을 견딜 만 했다. 그 순간 땅 속에서 솟아오른 푸른 거대 손의 압력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푸른 거대 손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보라색 갑옷이 겨우 환술로 만들어낸 거대 손에 손상을 입을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마공을 극성으로 발휘해 벽사신뢰의 막대한 위력을 막는 데만 집중할 때였다. 상극인 벽사신뢰의 제뢰술은 전성기 때라 해도 경계할 만한 공격이었다.

‘이번 공격만 버티면 네 놈이 다신 똑같은 술수를 펼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푸른 거대 손을 방치한 것은 아니었다. 거대 손이 보라색 보호막에 닿는 순간 돌연 빛의 방패가 나타났다.

쩡!

그런데 경쾌한 소리를 내며 방패가 깨져나가자 성계 마수는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둘러 다른 신통을 부리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꽈앙!

엄청난 괴력이 가볍게 빛의 방패를 부수고 갑옷을 지나 마원 본체로 밀려들었다. 뜻밖에도 보라색 갑옷은 괴력을 거의 상쇄시키지 못했다.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금색 빛기둥을 막느라 전력을 다하던 그는 강력한 힘에 옆구리를 맞고 옆으로 튕겨나갔다.

그제야 푸른 거대 손이 번득이며 본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회백색 빛을 반짝이는 원자신산이었다. 영목 신통을 지닌 마원도 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한립의 수에 당한 것이다.

원자신산의 무게는 한립이라 해도 쉽게 넘길 수준은 아니었다. 마원이 한립보다 힘이 더 세다고 해도 원자신산에 부딪혀 날아가는 것은 당연했다.

이때를 기다리고 있던 한립은 허공을 가리켰다. 보라색 검이 막고 있던 금색 빛기둥이 괴이하게 방향을 틀어 마원의 몸에 떨어졌다.

쿠쾅!

금빛 뇌전이 터지고 거대한 금색 그물이 마원을 휘감았다.

쿠르릉 콰콰쾅! 콰르릉!

순식간에 마원은 금빛 속에 매몰되었고, 검진이 만들어낸 푸른 화살들도 멈추지 않고 마원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한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검진 속의 푸른 화살들이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푸른 실로 변해 쾌속으로 금빛이 터지고 있는 곳을 뚫고 지나갔다.

크하학!

고요하던 금빛 안에서 마원의 괴성이 터져 나왔다. 별 볼일 없어 보이는 푸른 실이 마원에게 타격을 입힌 것이다.

한립은 기뻐하며 한 손으로 뒤통수를 때리자 삼두육비의 법상이 푸른빛의 장막 속으로 뛰어들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곁에 서있던 그림자 꼭두각시들도 한립의 그림자 속으로 종적을 감추었다.

다음 순간 허공에 파동이 일며 여섯 개의 금빛이 나타났다.

쿠르릉!

금빛들은 각각 거대 주먹으로 변해 사정없이 떨어져 내렸고, 땅 속에서는 금빛 그림자들이 나타나 금빛 쌍검과 도를 들고 달려들었다.

크학!

두 번째 공격이 금빛을 덮치고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빛이 갈라졌다. 그 안에서 핏빛 빛줄기가 날아올라 전광석화처럼 허공을 번뜩이며 날아다니다 멈추었다. 바로 한립을 기습했던 마원의 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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