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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940화 (697/2,000)
  • 940화. 동급 수사들을 연달아 죽이다

    *

    맨발 괴인이 동료들과 이야기를 마치고 한립을 향해 무언가 말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한립이 보낸 수십 개의 푸른 실들이 네 줄기로 갈라져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매우 빠른 속도라 푸른빛이 번쩍한다고 느낀 순간 벌써 코앞에 이르렀다. 이에 맨발 괴인과 각치족 수사들은 화들짝 놀랐다. 한립이 검실을 이용해 다른 병사들을 죽이는 것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놀란 수사들은 각각 자신만의 방법으로 피하거나 방어를 했다. 맨발 괴인은 신형이 흐려져 하얀 연기로 변해 사라졌고, 노파는 몸에 반짝이는 기운이 흐르며 똑같이 생긴 환영들을 만들어냈다.

    푸른 실이 환영들을 꿰뚫는 순간 노파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난쟁이는 수결을 맺어 발아래에 은빛 찬란한 구름을 불러냈다. 구름은 난쟁이를 태워 쏜살같이 물러났는데 그 속도가 푸른 실 못지않았다.

    가죽옷을 입은 거한이 한 손을 붉게 빛내며 새빨간 화염 속에서 커다란 도끼를 꺼내 들었다. 도끼를 휘둘러 앞을 막으니 거대한 방패와 다름이 없었다. 불 속성 재료로 제련한 도끼는 위력은 말할 것도 없고 최상급 방어 보물에 맞먹는 단단함을 지니고 있었다.

    거한은 자신의 도끼는 끄떡없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거한이 도끼를 들어 앞을 막는 순간 눈앞에 푸른빛이 번득이고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거대한 도끼가 순식간에 일고여덟 조각으로 잘려나간 것이다. 거한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산산조각 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원신조차 달아나지 못하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헛, 려 수사……!”

    맨발 괴인이 거한의 모습에 분노하며 소리쳤다. 다른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노파와 난쟁이도 기겁했다. 한립의 신통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동급 수사를 일격에 참살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푸른 실은 거한의 죽음에 분노할 틈도 주지 않고 방향을 틀어 곧장 그들에게 들이닥쳤다. 눈앞에서 푸른 실의 위력을 보았으니 보물로 막는 것보다 신통을 펼쳐 달아나는 것이 최선이었다. 각치족 수사들은 하늘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쿠르릉!

    그때 허공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한립이 고개를 들자 하늘이 온통 하얀빛으로 반짝였고 수백 개의 빛기둥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남아 있던 전함이 공격을 발동해 연허기 수사들을 도운 것이다.

    그러나 한립은 전혀 피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는 굉음과 하얀빛 속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그러자 세 수사들을 바짝 추격하던 푸른 실도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에 맨발 괴인과 노파 등은 한숨을 돌리고 서둘러 여러 보물을 방출했다.

    노파는 복잡한 금색 진법이 그려져 있는 금빛의 화폭을 꺼냈고, 난쟁이는 입을 벌려 청록색 나무 사발을 뱉어 열댓 개의 노란 표창들을 줄줄이 날려 주변을 선회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맨발 괴인은 어깨를 가리는 갑옷인 새까만 부박(覆膊)을 불러냈다.

    그들은 휘황찬란한 보물들을 방출하고도 여전히 긴장된 기색으로 하얀빛이 가득한 지점을 응시했다.

    잠시 후, 하얀빛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리며 푸른빛이 반짝이더니 거대한 붕새가 하얀빛을 뚫고 날아올랐다. 처음에는 작았다가 영기의 빛이 몸을 타고 흐르니 7, 80장에 달하는 거대한 붕새가 되었다.

    붕새는 날개를 펄럭이며 질풍으로 변해 노파의 머리 위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하얀 뇌전을 번득이며 집채만 한 발톱으로 번개처럼 허공을 갈랐다. 그러자 태산과 같은 압력이 밀려들었다.

    “조심!”

    “조심하시오!”

    멀리서 맨발 괴인과 난쟁이가 놀라 동시에 소리쳤다.

    동시에 괴인이 두 어깨를 들어 올리자 팔뚝의 검은 갑옷에서 귀곡성이 울리며 검은 빛기둥 두 줄기가 발사되었고, 난쟁이의 주변을 돌던 열댓 개의 노란 표창들도 빛줄기로 변해 쏘아져 나갔다.

    그제야 그들은 한립의 신통이 그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톱이 뿜어내는 엄청난 영기의 압력에 짓눌린 노파는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대붕의 속도가 너무 빨라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화폭에 정혈 한 모금을 분출했다.

    펑!

    정혈은 핏빛 안개로 흩어지며 화폭에 흡수되었다. 그 순간 눈부신 금빛이 화폭에서 방출되며 금색 진법이 날아올라 열댓 장으로 커졌다. 대붕은 날아드는 검은 빛기둥들과 열댓 개의 노란 빛줄기를 무시하고 거대한 발톱으로 사납게 금색 진법을 갈랐다.

    쿠콰쾅!

    하얀 뇌전과 금빛이 폭발하며 인근 공간이 모호하게 왜곡되었다.

    “윽!”

    대붕은 아무렇지 않았지만 금색 진법 아래의 노파는 신음을 흘리며 피를 토했다. 다행히 금색 진법이 간신히 버티고 있어 노파는 희색을 드러냈다.

    그러나 대붕의 눈빛이 서늘해지며 다른 쪽 발톱을 날렸다. 이에 마음이 조급해진 노파는 또 한 번 정혈을 뱉어 금색 진법에 흡수시켰다.

    어떻게든 이번 일격만 버티면 동료 수사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 듯했다. 눈앞의 적은 셋이 힘을 합쳐야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노파의 이런 생각은 한립의 곤붕변(鯤鵬變)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이었다.

    곤붕변신술은 다섯 가지 변신술 중 한립이 가장 훤하게 꿰뚫고 있는 것으로 진령의 피 네 가지를 흡수하면서 위력이 강화되었다.

    한립이 변한 곤붕은 정말 곤붕의 피를 계승한 영조(靈鳥)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육체의 강도가 극에 달했으니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었다.

    대붕은 발톱으로 금색 진법을 가격하며 입을 벌려 굵은 뇌전을 뿜었다. 요동치는 금빛 진법에 모든 공격이 떨어져 내렸다. 뇌전이 금빛 진법에 닿자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진법은 금빛을 미친 듯이 방출하다 좌우로 찢겨나갔다. 노파는 혼비백산하며 다른 신통을 펼치려다 발톱에 스쳐 몸에서 엄청난 양의 피를 뿜어냈다.

    그 순간, 검은 빛기둥과 노란 빛줄기들이 대붕에게 도착해 당장이라도 거대한 붕새의 몸을 공격할 것 같았다. 그러나 갑자기 대붕의 몸에서 영기의 빛이 반짝이며 수정 보호막이 피어올랐다.

    갑자기 나타난 보호막에 맨발 거한과 난쟁이의 공격은 갑작스레 방향을 틀어 허공을 스쳤다. 빛기둥은 멀리서 소실되었지만 열댓 개의 노란 빛줄기는 빛을 반짝이다 선회해 다시 대붕을 노렸다.

    그 모습에 대붕은 한쪽 날개를 펼쳤고 하얀 광풍이 불어 노란 빛줄기들을 어딘가로 쓸어버렸다. 대붕은 뇌전을 번득이며 난쟁이를 향해 돌진했다.

    난쟁이는 대붕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자신에게 달려들자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곧바로 발밑의 은색 구름을 이용해 은빛 덩어리로 변해 달아났다가 괴이하게도 맨발 괴인 옆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맨발 괴인도 안색이 파랗게 질려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재빨리 갑옷에서 검은 안개를 불러내 난쟁이와 자신의 종적을 감췄다. 맨발 괴인과 난쟁이는 안개 속에 감쪽같이 숨었고, 검은 안개는 뭉게뭉게 피어올라 눈 깜짝할 사이에 인근 하늘로 퍼져나갔다.

    ‘음기(陰氣)!’

    그는 한눈에 검은 안개의 실체를 알아보았다. 그것은 아주 정순한 음기로 평범한 수사였다면 음기에 말려드는 순간 말라비틀어질 정도로 짙었다.

    그러나 한립은 그것을 보고 묘한 눈빛을 했다.

    흥!

    안개가 나타나자 제혼이 흥분해 두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콧김을 불었다. 그리고 대량의 노란 기운이 콧속에서 빠져나와 검은 안개를 향해 날아갔다.

    대붕도 맑은 소리를 내며 두 날개를 펼쳐 하얀 뇌전을 폭발적으로 일으켰다. 빛이 번득인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뇌전이 검은 안개를 강타하더니 대붕이 뇌전 속에서 검은 안개 속으로 돌진하려 했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맨발 괴인은 한립이 달려들자 두려워하기보다는 도리어 기뻐했다. 그는 검은 깃발을 흔들어 대량의 검은 안개를 이용해 엄청난 크기의 악귀 얼굴을 만들어냈다.

    살아있는 것처럼 두 눈이 녹색 불길로 번득였고 커다란 입을 벌려 대붕을 맞이했다. 바로 그때 제혼의 노란 섭혼신광이 날아들었다. 노란빛이 검은 안개에 닿자 악귀 얼굴이 겁에 질려 비명을 질러댔다.

    거대한 얼굴은 검은 기운으로 흩어져 노란빛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검은 안개들도 노란빛이 비춘 순간 요동쳤다. 노란빛이 향하는 곳마다 검은 안개가 무수히 많은 실로 변해 괴이하게 사라졌다.

    이전의 제혼이었다면 이렇게 많은 음기를 흡수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번 진화를 걸쳐 섭혼신광은 몇 배로 불어났고 위력도 강해졌다.

    검은 안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안에 숨어있던 맨발 괴인과 난쟁이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에 맨발 괴인은 경악했다.

    대붕은 그들이 나타나자마자 날개를 펄럭여 사납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맨발 괴인과 난쟁이 주변 공기가 얼어붙으며 무형의 압력에 짓눌렸다.

    그나마 맨발 괴인은 높은 수행으로 버텨냈지만 난쟁이는 무릎이 꺾이고 난쟁이를 보호하던 보호막도 움푹 파여 언제라도 붕괴될 듯 위태로웠다.

    난쟁이는 날아드는 거대한 발톱을 보면서도 몸이 무거워 달아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이들은 아니었다.

    맨날 괴인이 힘겹게 수결을 맺자 검은 깃발이 꿈틀거리며 검은 안개 교룡으로 변해 날아올랐고, 팔뚝의 갑옷은 기이한 빛을 내며 환영을 만들어냈다.

    한립은 그가 만들어낸 환영을 유심히 살펴보며 그것이 붉은색과 녹색의 악귀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머리에 뿔이 난 흉악한 모습의 악귀는 상반신은 벌거벗고 하반신은 알 수 없는 요수 가죽으로 덮여 있었다.

    두 귀물은 두 손을 번쩍 들고 검은 안개 교룡을 바짝 뒤쫓았다. 그리고 난쟁이는 정수리에서 백옥색 비검이 날아올라 하얀 빛줄기로 변해 거대 발톱을 갈랐다.

    또한 고공에서는 은색 전함이 대붕을 향해 하얀 빛기둥을 날렸다. 그러나 대붕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몸에서 빛을 뿜어 수정 방패를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한 장 크기였던 방패가 금방 스무 장이 넘는 거대한 방패로 변하더니 투명하게 반짝이며 빛을 반사했다. 빛기둥들은 거대 방패로 날아들었다가 왜곡되어 다른 곳으로 향했다.

    탱!

    옥색 비검이 변한 빛줄기가 먼저 거대한 발톱을 때렸다. 그러나 비검은 힘없이 튕겨나가 오히려 발톱에 붙들렸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도 결코 대붕의 발톱을 빠져나올 수 없었다.

    쨍강!

    비검은 순식간에 발톱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다. 이에 아래에 있던 난쟁이가 비명을 지르며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발톱은 멈추지 않고 아래쪽 푸른 보호막을 마구 할퀴었다.

    그러나 푸른 보호막도 평범하지 않은지 대붕의 발톱이 조여 오는 데도 마찰음을 낼 뿐 부서지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한편 검은빛을 머금은 교룡은 포효하며 또 다른 대붕의 발톱과 충돌했다. 발톱은 놀랍게도 검은 교룡과 대치 상태에 빠졌다.

    한립은 의외였으나 바로 대붕의 입을 벌려 은색 불덩이를 뿜고 부리로 아래를 쪼았다.

    쾅!

    거대 발톱을 막고 있던 검은 교룡은 은색 불덩이에 맞아 활활 타올랐고 검은 교룡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줄어들었다. 은색 화염이 검은 교룡을 잡아먹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대붕의 날카로운 부리와 또 다른 거대 발톱으로 푸른 보호막을 찔렀다.

    쩡!

    경쾌한 소리가 들리며 부들부들 떨리던 보호막이 드디어 쪼개졌다. 안에 있던 난쟁이는 거대한 발톱에 터져 원신도 달아나지 못한 채 핏덩이로 사라졌다.

    맨발 괴인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검은 교룡의 크기가 3분의 1로 줄어 더는 거대 발톱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 발톱은 검은 교룡을 흩어버리고 은색 화염과 함께 맨발 괴인을 노렸다.

    맨발 괴인은 자신의 보물마저 발톱을 막지 못하자 이를 악물고 휘파람을 불었다.

    퍼펑!

    맨발 괴인의 몸이 핏빛으로 둘러싸여 갑자기 폭발했다. 핏빛은 줄어들었다 늘어났다 하며 부풀어 올랐다. 은색 화염에 둘러싸인 거대 발톱조차 붉은 태양에 막혀 잠시 주춤했다.

    그 순간 희미한 붉은 그림자가 수십 장 밖으로 튀어나왔다. 다시 한번 번득였을 때는 백여 장 밖으로 이동했고 전함까지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명청령안을 지닌 한립이 핏빛 그림자를 놓칠 리 없었다. 그는 아래의 핏빛 태양을 무시하고 몸을 틀어 핏빛 그림자를 쫓으려 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금색 빛기둥이 날아들어 전함으로 이동하던 핏빛 그림자와 충돌했다.

    콰쾅!

    가느다란 금빛 뇌전들이 핏빛 그림자 주변에서 번득이자 핏빛 그림자는 처절한 비명과 함께 푸른 연기로 사라져버렸다.

    ‘저건 벽사신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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