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신공-824화 (581/2,000)
  • 824화. 산을 가르는 위력

    *

    화신기 고계 수사 두 명이 순식간에 죽어나갔다. 다음 순간 인근에서 검은색과 푸른색의 빛이 반짝이는 인영 둘이 나타났다.

    한쪽은 키가 열 장에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있고, 푸른 얼굴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지녔고, 다른 쪽은 키는 작았지만 호리호리한 몸매를 지닌 여인이었다. 그녀는 한 손에 키만 한 남색 도끼를 들고 있었다. 둘 다 등 뒤에 피와 살로 이루어진 붉은 날개가 자라있었고 그 위로 괴상한 주술 문자가 아름답게 반짝였다.

    “음, 인족 수사의 원영으로 제대로 몸보신했네요. 그런데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폭발시켜 버리면 너무 낭비 아닌가요?”

    도끼를 든 아름다운 여인이 머리 없는 시신을 보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경지를 넘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힘 조절이 되지 않는 걸 어쩝니까! 게다가 겨우 인족 화신기 수사 원영이 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요. 차라리 연허기 수사나 몇 명 죽여 원영을 섭취하면 좋으련만. 만일 합체기 수사의 원영을 집어 삼킬 수 있다면 야차왕으로 진급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악귀처럼 생긴 괴물이 쩌렁쩌렁 소리쳤다.

    “합체기 수사가 그리 쉬운 줄 알아요? 우리 둘이 힘을 합쳐도 상대하기 어려운 것이 합체기 수사입니다. 헛소리는 됐고 어서 일이나 처리하죠. 여기서 벌써 인족 수사들을 만날 줄은 몰랐네요. 천연성까지 가려면 아직 반년은 더 가야해요.”

    여인이 과감하게 일행의 망상을 지적하며 말했다.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보물이나 찾아 들어온 어중이떠중이들이겠죠. 남은 무리가 있더라도 뒤쪽에서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 움직입시다. 우리는 처리할 목표가 있지 않습니까!”

    악귀가 두 날개를 펄럭이며 교활하게 웃었다.

    “맞는 말이네요, 가죠! 곧 대군이 당도할 테니까요.”

    여인이 가볍게 웃고는 신형을 번뜩이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악귀도 머리 없는 시체를 입 안으로 빨아들여 으적으적 씹어 삼킨 다음 등 뒤의 날개를 펄럭여 허공 속으로 종적을 감추었다.

    두 이종족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연 하늘 저편에서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검은 빛들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한두 개였던 검은 빛은 끝도 없이 나타나 벌레 떼처럼 하늘을 빼곡하게 채웠다.

    수천수만 개의 검은 점들은 속도도 극히 빨라 어느 순간 산봉우리 근처에 도착했다. 그러자 검은 점들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이곳을 지나간 악귀 남녀와 마찬가지로 전부 등 뒤에 날개가 달렸고 다리와 팔뚝을 그대로 노출한 채 중요 부위만 가렸다.

    그중 거대 악귀의 수가 날개 달린 여인들보다 훨씬 많았다. 날개 달린 이종족들은 끊임없이 날아와서 어딘가로 날아갔는데도 계속해서 날아들고 있었다.

    잠시 후, 날개를 펄럭이는 소리가 천둥소리로 바뀌자 하늘 저 끝에서 산처럼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노란색 거대한 물체는 크기가 2, 3천 장은 되었고 원뿔형의 벌집처럼 보였다.

    거대한 물체 앞에는 몸에서 뇌전이 번뜩이는 수십 마리의 날개달린 뱀들이 날고 있었고, 벌집 옆으로는 갑옷을 입고 커다란 칼날을 든 이종족들이 대오를 이뤄 질서정연하게 호위했다.

    거대 벌집은 크기와 다르게 극히 빨라 산 주위로 돌풍이 몰아쳤다. 그 영향으로 주위의 물안개도 소리 없이 흩어졌다. 거대 벌집이 지나다가 물안개 속의 하얀 괴조들의 심기들을 건드렸는지 물안개를 뚫고 괴조들이 나타나 새까만 물 화살들을 뿜어댔다.

    그것을 본 은색 갑옷 이종족들이 주저 없이 칼날을 휘둘러 괴조들을 참살했다. 남은 괴조들이 기겁해 달아났지만 은색 갑옷 이족들은 쫓지 않고 다시 대열로 돌아와 거대 벌집을 에워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 끝에서 또 다른 물체가 등장했다. 같은 모양이었지만 이전 것보다 조금 더 컸고 역시 날개 달린 이족 대군의 삼엄한 호위를 받고 있었다.

    이런 ‘벌집’들이 거의 백 개 가까이 지나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뒤로는 기괴한 형태의 고대짐승 무리가 다가왔다.

    머리가 셋에 날개가 둘이라든지, 아니면 용머리에 새의 꼬리를 지녔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몸길이가 백 장을 넘는 고대 짐승들이 하나같이 날개 달린 이족을 태우고 날아들었다. 그 수가 족히 수 만 마리는 되었다.

    그들이 전부 도착하자 하늘 끝에서 수십 장 크기의 새까만 베틀 북들이 날아왔다. 그 수는 천여 개였지만 속도가 극히 빨라 번뜩하고 나면 벌써 다른 쪽 끝에 가 있었다.

    잠시 후 하늘이 텅텅 비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 저편에서 영기의 빛이 번뜩이고 또 다시 검은 점들의 무리가 다가왔다. 아마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면 놀라지 않는 이들이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이전에 나타난 날개달린 이족들과 다를 바 없었다. 사내는 흉악한 용모에 여인들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각 무리에 몇 마리는 같은 동족보다 훨씬 거대했다.

    이런 이상한 이족들은 몸에 금색이나 은색의 주술 문자가 어른거렸고 몸이나 얼굴에 날카로운 뼈가 뿔처럼 튀어나와 마귀가 강림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들도 이전에 지나간 이족과 마찬 가지로 거대한 산을 지나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들 중 두 명의 거대 이족만이 허공에 남았고, 두 거물의 중간에는 보통 체형을 지닌 날개 달린 악귀가 팔짱을 끼고 떠 있었다.

    그의 날개는 다른 이족들 보다 배는 길었고 눈동자는 희미한 금빛에 피부는 적홍색이었다. 그는 냉랭히 거대한 산봉우리를 훑는 중이었다.

    얼마 후, 백여 명의 이족들이 그 앞에 얌전히 모여들었다.

    “앞서 가던 이들이 화신기 인족 수사들을 마주친 곳이 이 주변이라 했지?”

    금빛 눈동자 이족이 무표정하게 물었다.

    “몽상 대인, 알려온 소식에 따르면 이곳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 산을 제외한 주변 수백 리를 수색했는데도 다른 인족들의 행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 산은 영자석맥을 지니고 있는지 탐색이 어렵습니다.”

    “영자석맥? 그냥 통째로 잘라내면 간단한 일 아니더냐.”

    한 여성 이족의 말에 금빛 눈동자 이족이 냉소하고는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새빨간 기운이 핏방울처럼 뭉쳐 미세하게 진동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다섯 손가락을 오므리자 빛덩이가 빙글빙글 회전하며 불어났고 하늘이 붉은 빛으로 어른거렸다. 이족이 가볍게 아래쪽으로 손을 털었다.

    거대한 산의 정상에 붉은 실이 홀연히 나타났고 두 줄기의 강력한 힘이 허공을 가르며 엄청난 기세로 산을 비스듬하게 베어냈다.

    쿠르르릉!

    굉음이 울리며 거대한 산의 절반이 두부가 갈라지듯 천천히 미끄러져 내리고 있었다.

    *     *     *

    거대한 동굴 속, 한립이 난색을 표하며 회색 기운으로 물샐틈없이 몸을 보호했다. 그의 시선은 예닐곱 장 밖의 무언가에 고정되어 있었다.

    회색 장포 거한이 두 동강이 나 피 웅덩이에 엎어져 있었고 곁에는 은색 깃발이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가슴이 서늘해지는 광경이었다.

    조금 전 붉은 빛이 번뜩이자 거한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시체가 되어 뒹군 것이다. 이렇게 진법 깃발로 유지하던 진법도 효력을 잃어 주먹 크기의 새까만 그림자들이 뇌전 속으로 빠르게 흩어졌다.

    수사들은 순간 넋을 놓았고 분노했다. 손에 붉은 자를 들고 선 소 여인도 놀란 얼굴이었다.

    *     *     *

    한편 그들과 수십 장 떨어진 동굴에서는 여러 기운들이 난무하며 축 씨 청년과 나머지 열댓 명의 수사들이 연합해 벽안진섬 무리를 섬멸하고 있었다.

    콰르르릉!

    한립이 기민하게 원자신광을 움직여 백여 마리의 영충수들을 일망타진하려는데, 돌연 발밑이 흔들리고 동굴 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거기다 무너진 틈새로 지하수로의 물이 뿜어져 나와 거센 물결이 넘실거렸다.

    동굴 전체가 산산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한립은 큰일이 벌어진 것을 깨닫고 급히 수결을 맺어 주위의 회색 기운을 몇 배로 부풀리며 물에 잠겼다.

    *     *     *

    일다경 후 열댓 개의 둔광이 산봉우리의 잔해 속에서 탈출했다.

    “이런!”

    빛이 가시고 나타난 축 씨 청년과 그 부인 그리고 화신기 수사들은 다들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사방을 빼곡하게 둘러싼 백여 명의 날개 달린 이족들이 호시탐탐 그들을 노리며 쏘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신기 이하의 기운을 가진 자는 없었고 연허급 존재도 예닐곱 명은 될 듯했다.

    “수가 적지는 않지만 연허급 수사는 둘뿐이구나. 나서기 귀찮으니 알아서 처리하거라. 알아낼 정보가 있을지 모르니 가능하면 생포하도록.”

    금색 눈동자의 이족이 축 씨 청년 등의 수행을 파악하고 담담히 명을 내렸다. 다음 순간 백여 장 밖에서 나타난 그는 두어 번 더 날개를 펄럭여 시야에서 사라졌다.

    “야차족! 우리 인족과 귀 종족은 교전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물을 찾고 있는 우리를 방해하고 포위까지 한 것은 무슨 의도입니까?”

    축 씨 청년은 파랗게 질려있었지만 수행을 파악할 수 없는 야차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공격!”

    남은 백여 명의 야차족 중 기운이 가장 강한 여인이 축 씨 청년을 향해 요염하게 웃고는 냉랭히 도륙을 명했다. 대답해줄 마음이 전혀 없는 듯했다.

    사방에서 남녀 야차들이 병장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거대한 도끼부터 검과 도까지 다양한 칼날의 빛들이 날아들어 인족 수사들을 공격했다.

    상황은 인족 수사들이 흑혈의 떼를 포위했을 때와 비슷했지만 이제는 그들이 포위를 당한 상태였다.

    축 씨 청년 일행도 그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다급히 강력한 보물을 꺼내 필사적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그중 몇몇은 은신술과 둔술을 써 달아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분노한 축 씨 청년은 재빨리 부인 곁으로 이동해 부인과 손을 포겠다. 그러자 몸에서 남색과 붉은 색의 기운이 번뜩였고 각각 입을 벌려 작은 깃발을 분출했다.

    두 깃발에는 알 수 없는 주술문자가 빼곡하게 겹겹이 새겨져 있었고 입을 떠난 즉시 광채를 방출하며 합쳐져 남색과 붉은 빛이 도는 거대한 보호막으로 변해 그들을 보호했다.

    그때 도검류의 빛들이 허공에 하얀 궤적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콰콰콰쾅! 콰쾅!

    굉음이 울리고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인족 수사들이 모여 만들어낸 보호막은 아주 잠깐 동안 버텨냈지만 결국에는 상대의 공격에 뚫려 허물어졌다.

    처절한 비명 소리와 폭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런데 몇몇 날붙이의 빛이 공격에 합류하지 않고 인근의 허공을 갈랐다. 괴이하게 하얀 궤적이 지나고 피가 터져 나올 때마다 시체가 한 구씩 갈라져 떨어졌다.

    은신술을 펼쳐 달아나려던 인족 수사들이 야차족의 추적을 피하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처음 무너진 산을 탈출했던 열댓 명의 인족 수사들은 이제 겨우 대여섯 명 밖에 남지 않았고 그중에는 축 씨 청년 부부도 속해 있었다. 그들은 강력한 보물 덕분에 살아남았지만 나머지는 폭음 속에서 재로 변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축 씨 청년 부부의 깃발과 다른 수사들의 보물이 모두 빛을 잃고 암담해져가고 있거나 표면에 균열이 일었다. 이번 공격은 버렸지만 다음 공격은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었다. 축 씨 청년 부부가 맹렬히 두 개의 깃발을 가리켰다.

    쿠콰쾅! 콰콰쾅!

    두 깃발이 빙빙 돌아 거대한 기운으로 변했고 폭음이 연달아 터지며 두 보물이 스스로 폭발했다.

    휘잉!

    동시에 붉은 색과 남색 돌풍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뜻밖에도 축 씨 청년과 여인이 신형을 날려 그 돌풍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어떤 신통을 쓴 것인지 돌풍과 하나가 되어 수백 장 크기의 방대한 거물로 변신했고 주변에 천둥소리가 울리고 흉흉한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그 앞을 막고 있던 흉포한 야차들도 굉장한 돌풍의 기세에 움찔했다. 나머지 수사들은 기뻐하며 재빨리 돌풍 뒤로 날아갔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살아날 기회는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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