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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818화 (575/2,000)

818화. 목령과의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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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한립이 시야 바깥으로 사라졌다. 그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엽영과 엽초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시선을 교환했다.

“즉시 떠나다니 머리가 비상하네요. 설마 우리를 마중 나올 이들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걸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아니라 해도 극히 신중한 자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대로 사라지지 않았다면 가주께서 보내신 분과 함께 저 자를 붙들어 둘 수도 있었을 텐데요.”

소녀가 미간을 좁히며 울적하게 중얼거리자 엽초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런데 언니, 조금 전 복어(腹語) 비술로 상대를 공격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언니는 연허 후기를 대성한 수사이고 거기에 저도 있는데 왜 그러신 거예요? 상대를 제압했다면 천봉의 깃털로 거래할 필요도 없었을 거예요.”

엽영은 아직도 천봉의 깃털을 내준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냥 그 자를 공격하는 것이라면 승산이 7할 이상은 됩니다. 하지만 죽이거나 생포할 가능성은 5할도 되지 않죠. 소주께서도 이미 상대의 실력을 보셨을 것입니다. 흑봉족 요녀를 순식간에 제압했고 검진으로 통천령보를 망가트렸습니다. 게다가 괴상한 영수를 부려 연허급 귀왕과 귀물들을 처리했지요. 제가 나섰다고 해도 무상귀왕을 그렇게 빨리 죽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여유 만만한 태도로 보아 아직 숨겨놓은 수가 더 있을게 분명합니다.

진룡의 피가 상대의 수중에 있으니 그가 앙갚음을 하고 달아난다면 득 보다 실이 크지 않겠습니까? 천봉의 깃털이 아무리 귀하다고 해도 반드시 다시 구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룡의 피는 인족 전체에서 오직 농 가 만이 지니고 있지요. 또한 농동처럼 정순한 혈맥을 지닌 직계가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몇 대를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엽초가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저 자의 신통과 보물이 대단한 것은 저도 알아요. 언니께서 확신이 없었다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가주께서도 진룡의 피를 얻은 것을 아시면 이 일로 저희를 탓하지는 않으실 거예요. 다행히 상대도 분수를 알고 물러났으니 이 일은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럼 바로 출발할까요? 이렇게 대대적으로 전투를 벌였으니 목족에서도 분명 눈치 챘을 거예요.”

엽초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매를 털어 이전에 보였던 거대 나무새를 방출했다. 둘은 나무새에 올라 초록 빛덩이로 변해 하늘을 가르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같은 시각 한립은 벌써 만 리 밖을 날아가고 있었다. 그는 웃음을 참을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한립이 허천정을 꺼내자 솥뚜껑이 가볍게 열리며 틈이 벌어졌다. 그가 명청령안을 발동하자 틈새 사이로 금색빛 두 개가 날아와 허천정 뚜껑 위에 안착했다.

바로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작은 서금충들이었다. 흐뭇하게 미소 지은 그가 입을 벌려 정순한 푸른 영기를 두 영충에게 불어넣었다.

그러자 서금충의 금빛이 한층 진해졌고 즉시 반 척 크기의 흉악하게 생긴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가 천천히 주술을 외자 거대 딱정벌레들이 입을 벌려 손가락 굵기의 핏빛 액체를 토해냈다.

‘이거야!’

한립이 눈을 반짝이며 한 손을 뻗어 그것들을 받았다. 손바닥에 닿은 핏빛 액체들은 초소형 혈룡과 혈봉이었다. 한립이 쥐도 새도 모르게 진룡과 혈봉의 진령의 피를 취한 것이다.

엽영과 엽초가 아무리 조심했어도 한립이 무엇이든 갉아내는 성체 서금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몰랐을 것이다. 진령의 피는 특수한 비술이나 보물이 없으면 쉽게 분리할 수 없었다.

한립은 푸른빛에 갇혀 있으면서도 필사적으로 달아나려 하는 초소형 혈룡과 혈봉을 보며 침음했다. 그는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진령의 피는 진귀하기 짝이 없어서 그 가격이 전설 속의 선단(仙丹)이나 신약(神藥)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아직 진령세가나 진령의 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어떻게 활용할지 바로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 남겨두고 차차 연구해볼 생각이었다.

돌연 표정이 달라진 한립은 한 손을 뒤집어 은빛 찬란한 목갑을 꺼내 초소형 혈룡과 혈봉을 담은 뒤 여러 장의 부적으로 봉인해 회수했다.

일을 마친 그가 고개를 틀어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눈을 가늘게 뜬 한립은 믿기지 않았다.

‘그 자라니! 속도나 의식의 강대함으로 볼 때 달아나기는 늦었구나. 태일화청부를 쓴다고 해도 이미 발각된 후에는 무용지물이겠지. 그런데 기력이 이전보다 못한 것이 중상을 당한 것인가?’

청원자는 연허기 수행으로 대경검진을 펼쳐 합체기 수사를 상대했었다고 했다.

한립의 수행은 화신 중기에 불과했지만 원기가 크게 상한 상태의 연허기 수사 상대라면 대경검진으로 싸워볼 만 했다. 게다가 이 방법이 먹히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승부를 볼 다른 방법이 더 있었다.

빠르게 결정을 내린 한립은 엽초 등과 이렇게 빨리 헤어진 것이 조금 후회되기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위기에 직면할 일도 없었을 것 아닌가.

한립은 지체 없이 푸른 기운을 북돋아 빛줄기로 변해 아래로 하강했다. 그는 몇 번 번뜩이며 이동한 끝에 작은 산의 정상해 도착해 그 즉시 소매를 털어 72개의 금빛 비검들을 방출했다.

그가 수결을 맺자 검빛들이 수백 개로 불어났고 순식간에 주위로 퍼져 사라졌다. 이곳에 대경검진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서 한 손으로 뒤통수를 매만지자 회색 기운이 나타나 그를 보호했고 다른 손에 해골 머리 다섯 개가 나타나 오색 화염을 뿜어 회색 기운 곁에서 또 하나의 층을 이루었다.

한립이 두 손으로 수결을 맺어 오색 화염을 굵은 오색 고리로 변형시켰다. 그와 동시에 그의 등 뒤에서 천둥소리가 울리며 청백색의 날개가 나타났다.

한립은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야 뒷짐을 지고 멀리 하늘 저편을 응시했다. 잠시 후 먼 하늘에서 영기의 빛이 번뜩이며 은색 빛덩이가 날아들었다.

빛이 가시고 나타난 것은 허리에 은색 허리띠를 한 녹색 인영이었다. 그는 흑엽삼림에서 만났던 은계 고계 목령인 목서였다.

한립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여러 번 훑었다. 언뜻 보기에는 흑엽삼림에서 보았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영기의 압력이 전보다 반으로 줄어 있었다.

한립은 길게 한숨을 쉬며 한 시름을 놓았다.

만일 상대가 온전한 상태였다면 즉시 달아날 심산이었다. 생각해 보면 은계 목령이 중상을 입은 것이 신기한 일은 아니었다.

두 여인을 쫓다 결전을 벌였다면 상대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 눈앞에 선했다. 신기한 것은 중상을 입고도 몸을 돌보지 않고 이곳까지 추격해 왔다는 것이다.

엽영과 엽초를 포기하고 자신을 선택한 이유는 두 여인에게 쓴맛을 봐서 계속 쫓기는 꺼려지고 빈손으로는 돌아가기 싫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립은 순식간에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고는 조금 억울했다.

은계 목령은 청록색 눈으로 한립을 훑었고 한 마디 말도 없이 멀리서 주먹을 내저었다.

핑!

파공음이 들리고 거의 동시에 무형의 힘이 한립의 방어막에 들이닥쳤다. 그러자 오색 고리가 부들부들 떨리며 왜곡되었고 한립은 힘에 밀려 몇 걸음 물러났다. 그의 얼굴에 푸른 기운이 떠오른 후에야 간신히 몸을 가눌 수 있었다.

한립의 안색이 급변했다.

조금 전 일격은 수만 근의 힘으로 강타당한 느낌이었다. 강대한 육체를 지녔으니 뒷걸음치는 것으로 끝났지 평범한 수사였다면 연허기 수행을 지녔더라도 중상을 입었을  격이었다.

은계 목령은 듣던 대로 무서운 존재였다.

“흠?”

멀리서 녹색 인영도 자신의 일격을 가볍게 받아낸 한립을 보고 놀란 기색을 보였다. 목서는 한립이 큰 부상을 입지 않았음을 깨닫고 서늘하게 콧방귀를 뀌며 한 걸음을 크게 내딛었다.

은빛이 번뜩이고 은계 목령이 환영처럼 한립 근처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한립은 등 뒤의 날개를 펄럭여 청백색 뇌전 속으로 사라졌다. 다음 순간 30여장 밖에서 나타난 그는 이미 수결을 맺으며 주술을 외고 있었다.

은계 목령은 망설임 없이 다시 한 걸음 크게 내딛어 그를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촤륵! 하는 소리가 들리고 목서가 열댓 장 움직였을 때 아무 조짐도 없이 금색 실 일고여덟 개가 앞을 막아왔다.

놀란 목서는 푸른빛의 다섯 손가락을 뻗었다.

푸푸푹!

푸른빛이 쏘아져 나가 금실을 공격했고 둘 사이의 대치가 이어졌다. 그러나 금실이 잘리지 않은 것을 보고 목서가 다른 손가락을 뻗어 다시 푸른 빛줄기 다섯 개를 더 쏘아 보내려했다.

그런데 그때 금빛이 번뜩이며 더 많은 금실들이 다가와 지척에 이르렀다. 당장이라도 그를 조각 낼 기세였다. 그러나 그의 신형이 기울어지고 뒤쪽 7, 8장 밖에서 똑같이 생긴 녹색 인영이 나타났다.

결국 금실들이 스쳐지나갔다.

스스슥! 서걱!

원래 자리에 있던 목서는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변해 흩어졌지만 환영에 불과했다. 뒤로 물러난 후에야 목서는 금실들이 전방 뿐 아니라 사방팔방에서 물 밀 듯이 달려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검진!”

목령은 놀라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곧 합장을 하고 손바닥 사이에서 눈부신 은빛을 뿜어냈다.

쾅!

폭음이 울리고 은빛이 폭발해 무수히 많은 파편이 주변으로 터져나갔다.

쿠카카캉!

금실과 은빛이 교전해 곳곳에서 금은색의 이상한 빛덩이를 이루었다. 은빛의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놀랍게도 위력이 금실 보다 약하지 않아 금실들이 잘게 썰려나갔다.

목서가 신형을 날려 그 틈에 검진을 벗어나려 했다. 은계 목령답게 목서는 다음 순간 5, 60장을 이동해 있었고 완전히 검진을 벗어나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때 목서의 눈앞에 번갯불이 튀고 청백색 뇌전 속에서 한립이 소리 없이 나타나 주먹을 날렸다. 허공에서 검은색과 하얀색의 괴이한 주먹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었다.

목서는 곧바로 신형을 멈추고 두 손을 털어 열 개의 초록 빛줄기를 날렸다.

쿠르릉! 쾅!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그림자와 초록 빛줄기가 격돌해 귀를 쩌렁쩌렁 울리고 두 인영이 동시에 각자의 뒤쪽으로 튕겨나갔다.

목서는 굉장히 분노한 얼굴로 결국 다시 검진 안으로 돌아갔고 흩어져 사라진 줄 알았던 가느다란 금실들은 다시 나타나 차츰차츰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원래 자리로 돌아온 목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의 예상대로 목서는 종류를 바꾸어 가며 다양한 신통을 펼쳤지만 한립의 보물과 두 주먹 등에 맞아 원래 자리로 속절없이 돌아갔다.

그리고 허물어진 금실들은 곧 원상태로 돌아와 몰려들었다. 모두 목서가 중상을 입어 공격들이 이전의 절반 밖에 위력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펼친 비술들을 한립이 손쉽게 막아낼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 되었든 한립의 대경검진은 고계 목령을 죽이기 일 보 직전이었다. 검진의 무수히 많은 금실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위기를 감지한 목서가 검진 중앙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의 나무 갑옷에 은색 영기가 마구 흘렀고 날카로운 가시들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뭘 하려는 거야?’

놀란 한립이 영력을 더욱 거세게 불어넣어 검진의 움직임을 재촉했다.

흐아아아악!

그리고 그때 검진 중앙의 목서가 고개를 쳐들고 길게 울부짖자 나무 갑옷의 은색 가시들이 일시에 화살처럼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은색 가시가 빽빽하게 날아들어 틈을 찾을 수 없었다. 일순간 검진 내부는 파공음과 폭음이 난무했고 금빛과 은빛이 크게 번져 나갔다.

뜻밖의 상황에 한립이 헛바람을 삼켰다.

가시를 살포한 목서의 몸이 갑자기 부풀어 열 장 높이의 거목 환영이 드리우더니 거대한 나무에서 쉼 없이 새싹을 피워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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