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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784화 (541/2,000)

784화. 예상 밖의 경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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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헛기침을 해 장내를 조용하게 만든 노인이 온화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노부가 길게 소개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수사께서는 저를 알아보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적 모의 성격에 이런 자리에 나타나는 것이 어울리지 않지만, 이번 경매에 나온 몇 가지 물건을 직접 감정했고 크게 흥미가 일어 자원해서 경매 진행을 맡게 되었습니다. 수사분들 중에 이견이 있으신 분은 없겠지요?”

“적 형,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연기종사께서 친히 경매를 진행해 주시는데 저희야 기쁠 따름이지요!”

“맞습니다. 적 형이 친히 감정해 주는 물건에 문제가 있을 리가 있나요. 더 안심하고 경매에 임할 수 있겠습니다.”

노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허공에 뜬 석실 속에서 그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그는 천연성에서 꽤 유명한 듯했다.

하얀 장포 노인이 다시 나섰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는 의미에서 제가 한 가지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이번 경매에는 세 가지의 엄청난 보물들이 나옵니다. 이전보다 훨씬 진귀한 상품들이 준비되어 있어 수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굉장한 경매가 펼쳐질 겁니다. 만황세계에서 얻은 극품 재료, 혼돈만령방에 오른 통천령보, 마지막으로 당시 인족과 요족을 뒤흔든 합체기를 대성한 선배님의 주 수련 공법 한 벌입니다.”

수사들은 방금 들은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대청 안이 일순 조용해졌다. 만황의 극품재료는 무엇인지 모르니 그렇다 쳐도 혼돈만령방에 오른 통천령보와 합체기 말기 수사의 주 수련 공법이 얼마나 희귀한 보물인가!

어떤 것이든 세상에 나타나면 한 동안 피바람이 불만한 것들이었다. 다들 갑자기 심장이 뛰는지 대청 안 분위기가 신중해졌다.

“적 형, 그런 엄청난 물건이 나올 예정이라면 어째서 미리 소식을 퍼트리지 않은 것입니까? 그래야 우리도 영석을 준비해 왔을 테고 경매 수익도 올라갈 텐데요. 숨겨진 사정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석실 중 하나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사 그런 걱정이라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경매 전까지 물건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 3가지 보물의 주인이 같은 사람이고, 그분이 요구한 조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야 노부도 알 수 없고, 경매소도 그 조건을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노부가 보장하건데 물건 자체는 전부 진품으로 한 치의 하자도 없습니다. 물론 워낙 귀한 물건이다 보니 마지막 3가지 보물의 경매에는 예외적으로 다른 진귀한 물품을 경매소에 저당 잡히는 것으로 대신 가격을 치를 수 있습니다. 책정된 가격이 시가보다 조금 낮기는 하겠지만 저를 포함한 시장의 3대 감정사들이 공동으로 상의해 가격을 정할 테니 믿고 맡기시면 됩니다.”

하얀 장포 노인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온화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 말에 수사들은 속으로 지닌 자산을 점검하며 더는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아무도 이의가 없자 경매 시작을 선언했고 가볍게 두 손을 마주쳤다.

짝!

무대 아래에서 열 개의 둔광이 날아올랐다. 빛이 가시고 노인 뒤로 열 명의 꽃처럼 화사한 궁장 여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결단기 이상의 수행을 지닌 미녀들이 각기 다른 크기의 비단함을 들고 나란히 섰다.

“관례대로 단약부터 시작해 각종 재료와 공법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보물들을 내놓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본 경매의 첫 번째 물품은 화신기 수사의 수행을 높여줄 환심단(煥心丹) 세 병입니다. 시작가 영석 30만 개, 5만 단위 이상씩 가격을 높여 부를 수 있습니다.”

하얀 장포 노인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하며 손을 저었다.

그러자 궁장 여인 한 명이 걸어 나와 비단함의 뚜껑을 열고 수 촌 크기의 푸른 옥병 세 개를 선보였다. 하얀 장포 노인이 비단함을 향해 손을 뻗자 푸른 옥병들이 날아올라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노인은 익숙한 손길로 옥병을 열어 기울인 다음 새하얗고 투명한 환단을 한 알 꺼냈다. 짙은 약초 내음이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하얀 장포 노인이 손가락으로 환단을 집어 수사들을 향해 흔들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투명한 단약의 표면에 푸르고 붉은 기운이 어려 진주처럼 빛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허공에 약초 내음도 더욱 짙어졌다.

“환심단의 특징을 모두 보여드렸으니 이제 경매를 시작합니다.”

“35만!”

“40만.”

“45!”

경매대 위로 크고 작은 두 개의 보라색 기운이 어리더니 한 곳에는 가격이 옆에는 가격을 제시한 수사의 석실 번호가 떠올랐다. 시작하자마자 숫자는 빠르게 올랐고 다들 영단을 낙찰 받으려 기를 썼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마지막 3가지 보물이 욕심나도 대부분의 수사들은 진작 그것들을 포기했다. 자산이 엄청난 수사들이 아니고서는 적당한 물건을 챙겨 돌아가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한립은 돌아가는 대로 바로 옥청단을 제련할 수 있었기에 경쟁에 끼어들지 않았고 환심단은 영석 60만 개에 낙찰되어 어느 수사에게 돌아갔다.

그는 지금 다른 사람들처럼 조용히 마지막 3가지 물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만황재료나 통천령보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저 호기심이지 꼭 갖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합체기 후기 수사의 수련 공법이 담긴 서적들에는 마음이 동했다.

한립은 청원검결을 극성으로 수련해 더는 진보할 길이 남지 않았다.

원자신광을 대성하며 강력한 신통이 늘었고 서령천화로 체내의 화염이 강해졌지만 근본적인 수행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적합한 공법의 보조 없이 그저 영단만 섭취하며 체내에 법력만 늘린다면 언제고 몸이 터져 죽고 말 것이다.

더 높은 곳으로 가려면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첫 번째는 보통 수사처럼 고계 공법을 찾아 계속 수련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낯선 공법을 익히려면 내용을 헤아리고 이해하는데 적잖은 노력이 필요할 테고 까딱 잘못하면 본래 공법과 충돌해 역효과를 낼 수도 있었다.

두 번째는 그가 여러 연체사들의 심득을 살펴본 끝에 찾아낸 극소수의 사람들만 걸어간 길이었다. 바로 법체쌍수라는 이름으로 마종이나 요족에 관련 고계 공법을 얻어 수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공법은 구하기도 어려웠고 익히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인족 수사들 중 이 길을 선택해 성공적으로 성취를 보인 이들은 그래서 손에 꼽혔다.

인족의 육체는 선천적으로 요족이나 고마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약했고, 일정 수준에 이르면 천부적인 자질을 지닌 몇몇을 제외하고 더는 나아갈 수 없었다.

그 대신 법체쌍수가 높은 경지에 도달하면 그 실력이 굉장했고 고비를 넘어 다음 경지로 넘어갈 가능성이 동급 수사보다 높았다. 이 것이 한립이 법체쌍수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였다.

마침 그는 법체쌍수에 어울릴 만한 공법도 지니고 있었다. 바로 명왕결 전후로 호응하는 탁천마공과 범성진편 상의 공법이었다.

이미 여러 번 확인한 끝에 세 개의 공법이 확실히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것을 알아냈다. 세 개의 공법을 따로따로 수련할 수도 있지만 차례대로 일련의 공법을 차근차근 수련하면 위력이 또 달라질 것이다.

이 공법들은 본래 진마계의 위력적인 마공에서 시작되었지만 나중에 인족의 불종, 마도 그리고 요족들의 수많은 고인들이 개량해 진마기가 아니라 천지원기를 몸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한립이 연구를 통해 세 개의 공법을 연달아 익히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지 한 번도 누군가 직접 수련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불종의 명왕결 그리고 마도의 탁천마공은 독립된 공법으로 개량되어왔고 범성진편 역시 인계 요왕 사이에서 전승되던 공법이라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이것들을 연결해 수련했을 때 나중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하늘만 알 일이었다. 허나 분명한 것은 범성진편의 공법이 일반적인 법체쌍수 공법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이었다.

명왕결만 수련해도 육체의 힘으로 원영기 수사에 맞먹었으니 이 후 두 개의 공법을 차례로 익히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단순히 법력만을 수련하는 것과 법체쌍수의 길을 가는 것은 장단점이 극명했다.

전자는 비교적 빠르게 수련할 수 있고 안정적이었지만, 후자는 수련이 고되고 위험하지만 나중에 훨씬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고비를 넘어 다음 경지로 넘어갈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한립은 오늘까지도 고민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길을 갈지 고심하면서 고계 공법들을 눈여겨보기는 했는데 시장에서는 적당한 물건을 구할 수 없었다.

연허기 수사의 고계 공법이 아니고서야 원자신광과 서령천화 등의 위력적인 신통을 지닌 그의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런데 합체기를 대성한 수사가 남긴 공법이 있다니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만일 이 공법이 수련하기 적당하다면 위험 부담이 큰 법체쌍수의 길을 접으면 그만이었다.

한립이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무대 위의 적 노인은 벌써 열 명의 궁장 여인들이 들고 나온 단약들을 전부 시가의 두 배는 되는 가격에 팔아넘겼다. 그중 대부분이 환심단처럼 화신 초기 수사들을 위한 단약이었다.

중기 수사를 위한 단약도 두 개 있었으나 후기 수사를 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영계의 영기가 농염해 영초가 풍부하다고 해도 화신기 이상의 수사들이 복용할 단약의 원료는 만황세계에서나 얻을 수 있었다. 인공적으로 재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렇다 보니 자연히 화신기급 이상의 단약은 아주 희귀했다. 게다가 고계 단약일수록 제련 성공률이 점점 떨어졌다.

후기 수사를 위한 단약을 제련하는데 성공했다면 자기가 두고 복용하기도 아쉬울 텐데 경매에 내놓을 리 없었다.

그나마 재료들이 풍부한 천연성이라 화신 초기를 위한 단약이 이렇게 경매에 나온 것이지 다른 곳이면 어림없었다.

단약들의 경매가 끝나자 이번엔 수행을 늘려주는 종류가 아니라 해독이나 요상에 도움이 되는 성약들이 나왔다. 이 성약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낙찰은 되었지만 첫 번째 보다는 가격이 훨씬 떨어졌다.

수행을 늘려주는 단약들은 다다익선이었지만 만일을 대비한 보조형 영약은 약간만 준비해 두면 되기 때문이다.

“아!”

영단들이 전부 낙찰되어 사라지고 열 명의 여인이 저물탁에서 금제 부적이 붙은 목함을 꺼내자 장 내의 분위기가 다시 고조되었다. 금제 부적이 하나 둘 뜯기고 다양한 영기의 빛을 반짝이는 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검이나 비도의 흔한 형태부터 도장, 영패, 거울 등 희귀한 형태의 다양한 최상급 고보들이 나열되었다. 하얀 장포 노인이 그 중 하나를 향해 손을 뻗자 청동색 영패가 날아들었다.

노인은 영패를 허공으로 던져 넣고 수결을 맺어 법결을 때려 넣었다.

영패는 데굴데굴 돌다 세 개의 허상을 분출했고, 허상들은 각각 대여섯 장 길이의 거대한 구렁이로 변해 푸른색, 붉은색, 하얀색 몸을 똬리 틀고 흉흉한 기세를 뿜어냈다.

“독망령(毒蟒令), 구렁이 류의 상고짐승 세 마리의 주혼을 주재료로 제련한 물건입니다. 혼백을 이용해 적과 싸우게 할 수 있고 세 마리가 협공하면 마치 세 명의 원영기 수사를 둔 것과 비슷한 위력을 보이지요. 나름 희귀한 이보랍니다. 시작가 영석 2백만 개! 10만 단위로 가격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얀 장포 노인이 주술을 멈추고 영패의 내력과 신통을 설명했다.

“2백 만!”

겨우 원영기 수사 셋의 위력이라 화신기 수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위급한 순간에는 써먹을 수 있어 바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2백 20만.”

“2백 30만!”

조금 가라앉았던 대청의 분위기가 점점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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