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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747화 (504/2,000)

747화. 여자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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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종류나 되는 괴수들의 연합 공격으로 안원성은 폐허가 되고 말았다. 일부 범인들은 몇몇 연체사들의 엄호를 받아 괴수 무리를 뚫고 달아났지만 성에 거주하고 있는 나머지 범인들은 대부분 괴수들의 손에 죽었다.

괴수 무리는 사나흘 정도 안원성을 쑥대밭으로 만들고는 그대로 물러났다. 이렇게 요수의 난은 끝이 났다.

작은 성 하나가 이렇게 치명적인 공격을 당한 경우는 드물어 천원성에서 고계 수사들을 파견해 전말을 조사했지만 이는 당연히 훨씬 뒤에 벌어진 일이었다.

괴수들이 물러나고 이틀 뒤 하늘 저편에서 몇몇 수사들이 나타나 무너져 내린 안원성 성벽 쪽으로 날아갔다. 빛이 가시고 세 명의 남녀가 나타났는데 바로 금옥종에서 참전했던 세 수사들이었다.

진 씨 성의 금포 수사를 선두로 그들은 아래쪽을 열심히 둘러보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이미 죽었을 겁니다. 표금수 무리의 연합 공격이 얼마나 강력했는데요. 사형은 그 자가 정말 살아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젊은 남녀 중 사내가 참지 못하고 금포 사내에게 물었다.

“그건 사제가 몰라서 하는 말이네. 금강결 공법은 일반적인 연체술과는 달라서 3성이면 이미 벌모세수를 하고 10성으로 공법을 운용하면 웬만한 저계 영기를 막아낼 수 있지! 표금수들의 일격이 엄청나기는 했지만 그 자가 미리 공법을 운용하기만 했다면 중상을 입었다고 해도 살아있을 것이네. 게다가 이번 일에는 단단한 몸을 지닌 범인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않은가? 너무 멀리 떨어져 손을 쓸 도리가 없지만 않았다면 벌써 구해냈을 걸세.”

금포 사내가 고개를 저으며 어두운 얼굴로 설명했다. 사형의 말에 젊은 사내가 입을 다물자 이번엔 그 옆의 여인이 말을 이었다

“그때 살아남았다고 해도 괴수들이 며칠을 돌아다니며 살육을 벌였는데 벌써 짐승의 뱃속에 있겠죠.”

“그럴 가능성이 크지. 그러니 나도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찾아보는 것 아닌가? 적합한 일손을 구하기 어려우니 말이야. 다들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수색에나 집중하세.”

금포 거한이 여인의 말에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호오, 진 선사께서 무슨 일로 저를 이리 찾아다니시는 지 궁금합니다.”

무덤덤한 목소리가 아래쪽 돌무더기에서 들려오더니 쾅! 하고 돌들이 튀어 오르며 키가 크고 작은 인영 둘이 먼지 속에서 나타났다.

“한립!”

허공의 세 수사는 놀라 그곳을 내려다보았고 금포 사내가 반가움을 드러냈다. 키 큰 쪽은 며칠 전 실종된 한립이었고 작은 쪽은 네다섯 살로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아이의 복색은 너덜너덜했지만 그래도 본래 아름다운 의복인 듯했다. 살결이 뽀얀 아이의 큰 눈은 겁에 질려 있었는데 작은 손으로 한립의 옷자락을 잡고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았다.

“한 형제께서 무사하시니 다행입니다. 한 형제의 안위가 걱정되어 구하러 온 것인데 그 아이는 누구입니까?”

진 씨 사내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다른 두 수사들과 같이 천천히 하강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성이 함락된 날 몇몇 연체사들과 같이 이쪽으로 달아났고 늑대 괴수들의 포위를 받아 나머지는 모두 죽었습니다. 아이가 너무 어려 차마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서 구했고요.”

한립은 힐끗 자신 곁에 있는 여자아이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당시 거대 표금수의 일격을 당하기 전 미리 성벽 아래를 뚫어놓은 덕분에 공격의 일부 힘만을 견뎌내면 되었다.

거기다 4성의 금강결로 몸을 보호하니 예상 외로 경미한 부상만 입고 무사히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물론 오랜만에 위기를 겪으며 4성에 머물던 금강결이 수련의 고비를 넘긴 덕도 있었겠지.’

이제 반년 정도만 열심히 수련하면 5성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주위가 잠잠해질 때까지 돌무더기 아래 숨어 조용히 수련이나 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여자아이와 그 일행들을 만나 부득이하게 그녀를 구한 것이다.

그 뒤의 상황은 더욱 간단했다. 그는 숨어 있는 곳의 노출을 막기 위해 주변의 백여 마리 괴수들을 싹 죽이고 아이를 데리고 돌무더기 아래에 숨어 있었다.

사실 아이가 없었다면 벌써 틈을 보아 안원성을 빠져나갔을 테지만 꼬맹이를 데리고 다니다 걸리면 성가시게 될 것이 뻔했다.

여자 아이의 몸에서 새어나오는 기운은 마치 어둠 속의 불빛처럼 도저히 숨기기 어려웠다.

그럴 바에야 사람들의 체취와 기운이 강하게 남은 안원성에 남아 며칠 더 숨어있다 떠나는 게 나았다.

그리고 오늘, 이쯤이면 주변이 조용할 것 같아 돌무더기를 나서던 중 우연히 그를 수색하던 금옥종 수사들의 말을 들은 것이다.

한립은 흥미가 일어 돌무더기를 나섰고 도리어 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겉으로 한립은 너무 멀쩡해 보였고 죽기는커녕 부상도 당하지 않은 것 같았다.

진 씨 사내는 겉으로는 기뻐하면서도 속으로는 조금 놀라 정중히 상대를 대했다.

“이렇게 인정이 많은 분인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연체사들이 호송할 정도면 평범한 신분은 아닐 텐데 아이에게 자세한 정황은 물어보셨는지요?”

금포 수사는 그 자리에서 여자 아이를 훑으며 관심을 보였다.

“대아라고 불렸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더군요.”

“가솔들이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가문을 밝히지 말라 신신당부를 해서 그렇겠지요. 이곳을 탈출한 안원성 고위층을 찾아가면 알아보는 자가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한 형께서 요수의 난에서 이리 무탈하셨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진 씨 사내가 눈을 빛내며 칭찬했다.

“운이 좋았을 따름이지요. 그나저나 진 선사께서는 어떤 위험한 일을 하시려고 저처럼 단단한 몸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십니까?”

한립은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상대의 정곡을 찔렀다.

“말씀 드릴 생각입니다만 이곳은 대화를 나누기에 적당한 곳은 아니군요. 돌아가서 천천히 이야기 나누시죠. 천동상호의 책임자와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안원성에서 벗어나 안전한 곳에 있습니다. 한 형제께서도 그리로 가셔야죠? 다른 안원성 범인들도 모여 있고요.”

“그러시죠. 그곳에 이 아이의 가족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좋습니다. 그럼 어서 움직이시죠! 제가 한 형제를 법기로 모시고 사매로 하여금 아이를 데려가게 하겠습니다.”

진 씨 사내는 기뻐하며 바삐 명을 내렸다. 어린 여인이 나서서 살가운 얼굴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아이는 그녀의 행동에 겁에 질려 한립의 다리 뒤로 숨어버렸다. 어린 여자는 어색하게 표정을 굳혔고 한립도 미간을 좁혔다.

“괜찮습니다. 제가 데려가지요. 아이가 너무 놀라 한 형제에게 퍽 의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진 씨 사내가 웃음을 홀리며 상황을 정리했다. 한립도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몸을 숙여 아이를 들어 어깨에 앉혔다. 금포 사내가 작은 검을 방출하자 검이 몇 장으로 커져 떠올랐다.

그가 한립을 부르려는데 바로 등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법기에 방어 기능이 있으면 펼쳐 주시지요. 아이가 어려 강한 바람을 맞기는 어려울 겁니다.”

고개를 돌리니 한립이 벌써 금포 사내 뒤에 서 있었다. 도무지 언제 비검에 올라탔는지 알 수 없었다.

“……은신술도 능하신 줄 몰랐습니다.”

“진 선사님 앞에서 내보이기에는 잔재주에 불과하지요.”

조용히 그와 눈을 마주친 금포 사내가 다시 고개를 돌려 수결을 맺더니 비검에서 황금빛을 반짝이며 세 사람을 보호막으로 감싸 떠올랐다.

다른 젊은 남녀도 법기를 타고 그 뒤를 쫓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반나절 후 높고 낮은 언덕들 위에 세 개의 둔광이 나타나 하강했다.

아래에는 임시로 지은 목조 건물과 천막들이 몇 리에 걸쳐 늘어서 있었다.

“진 사형, 오셨습니까! 한 형제를 정말 찾아 내셨습니다.”

그들이 막 목조 건물 앞에 내려섰을 때 그 앞에 서 있던 남색 장포를 입은 청년이 서둘러 나오며 반갑게 소리쳤다.

“헛고생은 아니었던 게지. 그래, 부인께서는 안에 계신가?”

“어머니께서는 장 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진 사형, 안으로 드시지요!”

반청이 대답하며 뒤쪽의 한립에게도 인사를 했다.

한립도 천동상호의 어린 도련님에게 그다지 나쁜 인상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아 주었고 어깨에 올려놓은 여자 아이를 들어 땅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아이는 땅에 발이 닿자마자 몸을 돌려 한립에 꼭 달라붙더니 옷자락을 쥐고 절대 놓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지만 한립은 속으로 탄식을 금치 못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달고 목조 건물로 들어갔다.

임시로 지은 건물이라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내부는 깔끔했고 심지어 잘 만들어진 단향목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부인은 마침 자리에 앉아 장규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곁에는 여섯 사람이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회색 장포를 입은 거한 두 명은 이전에 한립에게 졌던 시위들이었고 나머지 네 명의 소녀들은 류아 등 방 부인의 시녀들이었다.

한립 일행이 들어오자 말을 멈춘 방 부인이 바로 몸을 일으켜 그들을 맞이했다.

“진 선사께서 드디어 돌아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장 대장에게 이번에 한 번 나서주어야……. 이런, 한 부대장이 아닙니까? 너무 잘 되었습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었군요. 그, 그 아이는 조 성주의 손녀 아닙니까?”

방 부인이 한립을 보고 반기다 그 옆에 있는 여자아이를 보고는 놀란 얼굴을 했다. 다른 이들도 한립과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고 류아와 다른 시녀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 성주요? 부인께서 말씀하시는 분이 안원성의 성주입니까?”

금포 사내가 멍해졌다.

“그 조 성주를 제외하면 또 누가 있겠습니까?”

“조 성주의 연체술은 축기 후기의 수사와 맞먹어 성이 함락 당했다고 해도 달아나 목숨을 부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만일 자신의 손녀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면 무척 기뻐하겠군요. 그 분의 가솔도 이곳에 있습니까?”

진 씨 사내가 생각이 있는 듯 물었다.

“그 댁 집사와 하인 몇 명이 인근에 있는 듯합니다. 제가 바로 사람들을 보내 찾아오게 하지요.”

방 부인이 미소 지으며 바로 거한 중 한 명에게 명을 내렸다.

“부대장께서 무사히 귀환한 것에 조금 놀랐습니다. 그러나 겨우 안원성 같은 곳에 괴수들이 네 무리나 몰려든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이상합니다.”

금포 사내 등이 자리를 잡자 방 부인이 눈썹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분명 이상한 일이지요. 이런 요수대란이 중급 규모의 성에서 벌어졌다면 몰라도 겨우 안원성이라니 수상쩍기는 합니다. 안원성에서 멀리 떨어진 청라사막의 사충수까지 나타난 것도 이상하고요. 적망수가 점거한 지역과 사충수의 지역이 멀지 않으니 이 틈에 후방을 칠만도 한데 오히려 연합하여 안원성을 치다니요.”

진 씨 사내도 의심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사형의 말씀은 안원성 일에 고계 요수가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뜻입니까?”

“우연이 겹친 것일 수도 있으니 그렇다고 확신할 수는 없네. 하지만 진상이 어떠하든 우리가 나설 일이 있겠는가? 천원성에서 선배님들을 파견해 조사할 일이지.”

반청의 말에 금포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진 선사님의 말이 맞습니다. 괜한 일로 고민할 이유가 없지요. 사실 안원성도 축기기 수사가 100명만 넘게 도와줬다면 괴수들을 두려워했겠습니까?”

방 부인은 눈을 빛내다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그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삼경의 수도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요수의 난이 발생했을 때 인간들의 성에 남아 도와줄 자는 얼마 되지 않지요! 범인들이 밀집된 성들은 영기가 희박해 영산이나 영맥 주변과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특히 속세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은 아예 범인들의 성에는 나타나지도 않고요. 심지어 수도자들의 상점은 수사들의 통제 하에 몇 몇 큰 성에서나 열리고 중소형 성에서는 열리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몇몇 큰 성에서는 아예 요수의 난이 일어나지도 않지요. 매일 그곳을 드나드는 저계 수도자들의 수 만해도 만 단위로 세어야 할 정도로 엄청나니까요. 그러니 어떤 괴수들이 감히 대형 성을 공격하겠습니까.”

진 씨 사내가 담담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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