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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746화 (503/2,000)

746화. 요수의 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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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사들이 수결을 맺으며 주술을 읊어 녹색 빛줄기들을 부서트릴 수 있었지만 요기의 안개 속에서 날아드는 깃털은 무궁무진했다.

수사들은 요기의 안개를 꺼려 다가가지 않았고 전투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그때 성벽 아래에 붉은 구렁이 떼가 도착했다.

열댓 마리 구렁이들은 한 무리를 이뤄 서로의 꼬리를 물더니 열댓 장 길이의 거대한 모습으로 변해 단번에 성벽 위로 튀어 올랐다.

그들은 허공에서 서로를 놓고 흩어져 내리며 성벽 위의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렇게 되니 수십 장에 달하는 성벽도 적망수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새로 투입된 자들은 대부분 적망수를 상대해보았지만 이렇게 기괴한 방법으로 성을 뛰어넘는 것은 처음 보았다.

“뭐야!”

성벽 위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고 몇몇은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나마 안원성의 일반 병사들이 이틀간의 경험을 토대로 한데 뭉쳐 몇 명은 쇠뇌를 발사하고 몇 명은 방패를 들어 올려 모두의 머리를 방어하는 식으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쉬익! 쉬익!

성벽에서 거대한 쇠뇌가 발사되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거대한 화살이 한 발 한 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올랐다.

하나로 연결되어 날아오른 적망수들이 성벽 상공에 이르기도 전에 화살들이 꿰뚫어 열댓 마리가 일시에 피범벅이 되어 떨어져 내렸다.

잠시 당황하던 연체사 무리도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병장기를 휘두르며 성벽이 올라선 적망수들을 베어 넘겼다. 일반 적망수들은 강력한 육체의 힘을 발휘하는 연체사들을 막을 수 없었다.

한립은 성벽 한쪽에 서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지만 허공에 서늘한 빛이 반짝일 때마다 구렁이들이 조각 나 떨어져 내렸다.

뱀 괴수의 선혈이 사방에 흩날렸다.

그는 금강결을 익힌 데다 범인이었을 때 익혀둔 잡안검법(眨眼劍法) 등의 무공을 사용해 평범한 도를 곡예 하듯 휘두르고 있었다.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한립의 얇은 도가 소리 없이 움직이면 구렁이 괴수는 물론이고 저계 영기라 해도 일 격에 베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지금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구렁이가 아니라 멀리 보이는 적망수 대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앞서 나타났던 세 마리의 뱀 요수들에게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히익!”

“악!”

그런데 그때 옆에서 쿵! 하는 굉음이 들리며 병사들의 참혹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립도 움찔하며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겨우 십여 장 옆에 거대한 몸집의 변이 괴수가 다른 적망수들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튀어 올라 성벽에 뛰어오른 것이다.

거대 적망수는 떨어지는 순간 병사 하나의 몸 절반을 물어뜯으며 날려 버렸고 병사는 성벽 어딘가에 부딪히며 떨어져 내렸다.

사내의 가슴이 움푹 파인 것을 보니 이미 숨이 끊긴 듯했다. 그때 머리를 흔들던 거대 적망수가 작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한립을 발견했다.

한립은 서늘한 시선으로 거대 적망수를 주시하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거대 적망수도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몸을 튕겨 번개처럼 달려들어 그의 머리를 물어뜯으려 했다.

한립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얇은 도를 앞으로 슬쩍 움직였다.

순간 서늘한 빛이 거대한 구렁이의 머리 부분을 뒤덮었다 사라졌고 우뚝 멈춘 적망수의 머리에 무수히 많은 혈선이 생겨나며 갈가리 갈라져 피를 뿌리며 흩어졌다.

대충 휘두른 검에 변이괴수의 머리가 난도질당한 것이다. 한립은 땅에 떨어진 구렁이 시체를 보고 도를 거둬 돌아가려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머리를 잃은 거대 구렁이가 펄썩 몸을 돌려 믿기지 않는 속도로 꼬리를 휘두른 것이다.

쇠몽둥이 같은 그 꼬리에 맞으면 어떻게 될지 결과는 뻔했다. 주변에서 그것을 본 안원성 병사들과 연체사들이 기겁해 소리쳤다.

펑!

둔중한 울림이 가시자 한립의 주먹이 구렁이 꼬리에 박혀 사발만한 구멍을 뚫고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대 구렁이의 몸이 괴이하게 꺾여 날아들었다.

한립이 일순 얼굴을 굳히며 수중의 도를 횡으로 가르며 거대 구렁이의 몸에 잔영을 남겼다. 그러자 거대구렁이의 육체에서 사방으로 피가 튀겼고 곧 일고여덟 조각으로 갈라 져 땅에 떨어져 내렸다.

이번에는 아무리 생명력이 강한 짐승이라도 죽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이다.

거대한 변이 적망수가 나타나고 조각나 떨어질 때까지는 겨우 몇 호흡 만이었다.

도움을 주려고 다가오던 병사들과 연체사들은 눈을 부릅떴고 곧 희색을 드러냈다.

누구나 한립이 평범한 연체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런 존재가 곁에 있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았다.

“와아!”

“죽여라!”

그들은 함성을 지르며 계속해서 다른 적망수들을 죽여 나갔다. 이후 인간과 괴수와의 전투는 더욱 격렬해졌고 변이괴수의 출몰도 빈번해졌다.

다른 곳은 몰라도 그가 지키는 성벽 위에서 그동안 그의 손에 죽어나간 변이괴수만 대여섯 마리는 되었던 것이다.

그에게 달려든 변이 괴수들은 전부 일격에 나가 떨어져 반격할 기회조차 없었다. 이렇게 되니 다른 연체사들과 병사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다른 성벽에는 한립과 같은 실력자가 없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거대 적망수들은 꼬리를 휘둘러 성루며 성벽을 부수었고 병장기를 든 연체사 몇을 제외하면 그것들을 상대할 병사가 없었다.

그런데 한립이 손쉽게 거대 적망수를 죽이는 것이 뱀 괴수 무리의 주위를 끌었는지 갑자기 세 마리의 변이 괴수들이 동시에 한립이 있는 성벽으로 달려들어 그를 노렸다.

이에 한립은 미간을 좁히며 조금 의외라는 듯 냉소하며 그 중 한 마리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평범한 도로는 원래 거대 구렁이의 두꺼운 비늘을 가르기 어려웠지만 그의 어마어마한 근력으로 휘두른 얇은 도는 날카로운 빛을 번뜩이며 거대 적망수를 머리부터 꼬리까지 갈라버렸다.

그리고 한립의 몸이 흐릿해지며 두 명의 인영이 나머지 두 마리의 거대 구렁을 향해 움직였다.

퍼퍼퍽! 퍼퍼퍼퍽!

둔탁한 소리와 금빛이 터진 순간 거대 구렁이 두 마리는 완전히 그 안에 매몰되었다. 곧 두 인영은 흐릿해지며 괴이하게 합쳐졌고 금빛도 사라졌다.

거대 구렁이 두 마리는 뼈가 흐물흐물해진 것처럼 바닥에 허물어져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한립이 순식간에 구렁이 뼈를 모두 부셔버려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주변 병사들은 그것을 보고 재빨리 달려들어 허물어진 거대 구렁이를 마구 난도질했다. 그러자 적망수 무리는 더는 이곳을 공격하지 않았다. 병사들은 한시름 놓았고 한립은 한가롭게 서서 허공의 전투를 바라보았다.

표금수의 깃털 공격이 그친 것으로 보아 표금수도 무한정 깃털을 날릴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이에 수사들이 기뻐하며 영기로 공격을 가하려는데 괴상한 새의 지저귐이 들려오더니 녹색 안개가 요동치며 거대한 표금수의 형상으로 변해 날아들었다.

표금수 모양을 한 녹색 안개의 흉흉한 기세에 수사들은 대경실색했고 축기 후기의 두 수사도 안개의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지 못해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즉시 뿔뿔이 흩어져 피한 수사들이 동시에 자신들의 영기를 회수한 순간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안개가 변화한 거대 표금수가 그대로 수사들을 스쳐 별똥별처럼 성벽 위로 떨어져 내렸던 것이다.

“이런, 속았습니다. 어서 저들을 막아야 해요!”

금옥종 금포 사내가 재빨리 그것을 알아차리고 소리쳤다.

다른 수사들도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영기를 움직여 안개가 변한 거대 표금수를 추격했다. 그러나 표금수는 영기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하강하고 있었다.

안개의 뒤쪽 부분은 따라붙은 영기에 의해 훼손되었지만 이미 성벽을 열댓 장 밖에 남겨두지 않았다.

요수의 날갯짓에 강력한 돌풍이 몰아치자 병사들은 이리저리 쓰러지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한립은 무표정하게 녹색의 흐리멍덩한 덩어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운 나쁘게도 안개가 변한 거대 표금수가 들이닥친 곳이 바로 그가 지키는 성벽이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한립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해댔다. 이런 공격은 일반 연체사가 아니라 중계 수도자라도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비록 그가 금강결을 4성까지 익혔어도 이렇게 고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공격을 안전하게 막아낼 자신은 없었다.

소매를 털자 검은 구슬 하나가 손바닥으로 굴러내려 왔지만 한립의 눈빛은 고민하는 기색으로 역력했다. 멸선주는 이곳에서 그가 강적을 만났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에서 1개를 써버린다는 것은 무척 아까운 일이었다.

게다가 금강결 4성으로 만들어진 강력한 육체라면 기껏해야 중상을 당하는 정도이지 정말 목숨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짧은 순간 고민에 빠진 한립이 얼굴을 굳히자 손에 들고 있던 구슬이 사라졌다. 그는 엄청난 압박감을 주며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물체를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얼굴을 두 팔로 막은 후 온 몸에서 금빛을 내뿜었다.

그가 낮게 일갈함과 동시에 무릎을 살짝 굽히며 성벽 바닥을 사납게 내리쳤다. 굉장한 공격이었으나 떨어져 내리는 안개 표금수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주먹질이 효과를 발휘하기 전에 한립은 녹색 안개에 파묻혔고 거대한 안개 표금수도 성벽으로 떨어져 내렸다.

쿠콰쾅! 쿠릉!

경천동지할 굉음이 울리며 안원성의 성벽이 견디지 못하고 허물어져 내렸다. 또한 성벽이 무너져 내린 순간 그 위에 있던 병사들과 연체사들은 으깨져 절명했다.

안개 표금수는 성벽과 함께 무너져 내리며 사방팔방으로 튀어나갔고 병사들은 그것에 휩쓸려 비명을 지르다 시체가 되어 나뒹굴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뚫린 성벽을 보강하려 뛰어들던 병사들도 겁에 질려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녹색 안개에서 대량의 표금수들이 튀어 나오며 괴이하게 지저귀었고 성벽 밖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적망수 대군이 고개를 쳐들고 무너진 곳을 향해 몰려들었다.

수백 마리의 변이 괴수들이 일시에 몰려들었고 성 안에 쌓아두었던 방어선을 뚫었고 그대로 나머지 괴수들이 안원성 내부로 물밀 듯이 쇄도했다.

“어서 움직입시다. 저곳만 사수하면 성을 지킬 수 있어요!”

허공에 떠 있던 대머리 거한이 소리치며 도끼 비슷하게 생긴 보물을 발동하려 했다.

“이제 그만하면 됐습니다. 왕 형, 이미 늦었어요! 지금 성벽이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안원성은 이번 요수의 난에 무너졌을 겁니다.”

곁에 있던 금옥종 금포 사내가 그를 말리며 먼 곳을 향해 눈짓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 저, 저건?”

대머리 거한이 금포 사내의 말에 따지려다 상대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고는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적망수 뒤쪽으로 어느 샌가 노란 먼지가 밀려들고 있었는데 마치 말들이 달려오는 소리처럼 땅을 울렸던 것이다.

“사, 사충수가 아닙니까! 청라사막에서 여기까지 오다니. 괴수 네 종족이 연합한 요수의 난이라면 안원성은 끝이라고 봐야겠군요.”

견문이 넓은 수사 중 하나가 바로 정체를 알아보고 소리를 높였다. 다른 수사들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 이런 경우라면 안원성 같은 작은 성이 아니라 중급 성이라고 해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저희도 그만 하지요. 저는 구해야할 사람이 있어 먼저 갑니다.”

금포 사내가 다른 수사들에게 포권을 하고는 손을 저어 금옥종 남녀를 불러낸 후 안원성 쪽으로 사라졌다.

“천원경에서 안원성이 요수의 난에 함락당한 7번째 성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마 천원성에서 인원을 파견 해 혹시 고계 요수가 개입한 것은 아닌지 조사하겠지요. 다들 그때가 되면 사실대로 진술합시다. 그럼 저  먼저 가봐야겠습니다.”

대머리 거한이 쓴웃음을 짓고는 다른 수사들과 인사를 나눈 후 방향을 틀어 어딘가로 날아갔다.

다른 수사들도 시선을 교환하고 곧바로 흩어졌는데 다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구하러 안원성으로 돌아 거나 대머리 거한처럼 아예 이곳을 떠났다.

그때 노란 먼지 틈에서 거대한 몸을 지닌 벌레 괴수들이 붉은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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