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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741화 (498/2,000)

741화. 천겁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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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결이 적힌 경전에 따르면 금강결 7성을 완전히 익히면 육체 본연의 힘으로 원영기 수사와 싸울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강제로 빙봉의 금제를 몸 밖으로 밀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법력을 수련해 다시 원영을 응결하면 될 일이었다.

원영을 응결하는 데만 보통 백 년은 넘게 걸리지만 법력을 찾아 황야에 묻어둔 저물대에서 대량의 영약을 꺼내 복용하면 수련 속도는 몇 배로 높아질 것이다.

소천겁이 닥쳐오는 시기는 300년 후겠지만 추측이 틀릴 때를 대비해 하루라도 빨리 금강결을 대성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러나 금강결 수련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천란수 분신을 통해 들은 바로는 영기가 농밀한 영계에서도 금강결을 대성한 이는 손에 꼽혔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도 장담하지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한립은 이미 범인의 몸으로 화신기 경지에 이르렀던 자다. 그의 인내심과 의지는 영계의 보통 수사들을 월등히 뛰어넘었고 육체도 살기(煞氣)를 연화시키고 천시주(天尸珠), 용린과 등을 복용해 강인했다.

특히 용린과 복용과 쉬골결 수련을 통해 몸은 보통 요수의 경지에 이르렀고 두 번째 원영을 포함한 원영의 강대한 정원을 흩어 몸에 흡수시켰으니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제 그가 고려할 것은 공법을 수련하며 이겨내야 할 비인간적인 고통과 시간, 그리고 장소 정도였다. 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련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었고, 특히 금강결 뒷부분은 싸움을 통해 얻은 깨달음으로 고비를 넘겨야 했다.

차라리 천동상호에 한 동안 머물며 수련하다가 불편하거나 불가피한 일이 생기면 그때 떠나도 될 것 같았다. 어차피 혈주 문서의 주술은 육체가 가진 강대한 정원의 힘에 의해 깨끗하게 사라질 것이라 그를 절대 구속하지 못할 것이다. 마음을 정한 한립은 책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루를 나와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가 서책들을 양손 사이에 넣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 그러자 두꺼운 서책들이 엄청난 압력에 종잇조각으로 터져나가 나풀나풀 떨어져 내렸다.

이후 그는 대장간을 찾아가 지교의 힘줄과 대장간 안의 재료들을 가리키며 무어라 주문하고는 저계 영석을 두 개나 주었다. 대장장이는 그의 말에 조금 당황했지만 영석을 받고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립은 담담히 미소 지으며 그곳을 나와 짐승이 끄는 요수 마차를 막아섰다. 그리고 은자를 던져주며 재빨리 올라타 ‘여운객잔’이라고 말하고는 두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마부가 한립의 행동에 벌컥 화를 내려다가 던져준 은자를 받고 주저하며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짐승을 길들여 마차를 끌게 했다. 안원성 같은 곳을 걸어 다녔다가는 족히 몇 시간은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탄 마차는 화려한 것으로 보아 어떤 부호의 개인용 마차 같았다. 한립이 잠에서 깨어날 무렵 밖에서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리, 여운객잔에 도착했습니다!”

눈을 뜬 한립은 아무 말 없이 마차에서 내렸다.

눈앞에는 누각들이 세워져 있는 대규모 저택이 보였는데 가장 큰 건물 위에 금빛 고대 문자로 ‘여운객잔’이라 적혀 있었다.

누각 옆에는 천막들이 줄줄이 쳐 있었고, 다양한 짐승들이 끄는 마차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한립이 문 앞에 서 있는 시종을 보고 손짓을 하니 그 중 하나가 한립을 보고 달려왔다.

“손님,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오늘 천동상호 사람들이 왔을 텐데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한립이 물어보며 조그만 은 조각을 던져 주었다.

“아, 천동상호 분이셨군요. 제가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시종이 은자를 받고 얼굴이 환해졌다. 한립은 시종을 따라가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 형제, 드디어 돌아오셨습니다! 장 형님께서 진작 분부를 내리셔서 한 형제를 보는 대로 바로 부인께 인사시키라고 하셨습니다. 저를 따르시지요.”

서쪽 뜰에 이르기도 전에 청년 하나가 나타나 반갑게 다가오더니 호들갑스럽게 한립의 팔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한립은 눈썹을 끌어올리며 자연스럽게 어깨를 움직였고 상대의 큼지막한 손이 허공을 스쳤다.

청년이 놀란 듯 잠시 말을 잃었다.

“누구신가 했더니 라 형제셨습니다. 방 부인께서 저를 찾으시는 것 입니까?”

이 청년은 천동상호 기병 중 ‘일곱 째’라 불리던 자였다.

“예, 그렇습니다. 부인께서 이야기를 듣더니 굉장히 궁금해 하시며 바로 만나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이제 상호의 일원이니 명을 따라야지요, 그럼 라 형제께서 수고스럽겠지만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수고라뇨. 당연히 제가 할 일이죠!”

청년은 허공을 잡은 것으로 이미 한립이 자신보다 한 수 위임을 깨닫고 더는 무례하게 굴지 않고 얌전히 길을 안내했다.

이에 한립은 객잔 시종을 돌려보내고 라 씨 청년을 따라 서쪽 뜰로 향하며 마주치는 상호 수비병, 기병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이리저리 통로를 돌아 열댓 개의 별채를 지난 후에야 따로 떨어진 독채에 도착했다. 그러나 우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독채 앞을 사내 둘이 맨 손으로 지키고 서 있었다.

한립과 라 씨 청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사내들은 냉랭한 시선으로 상대를 훑었다.

두 사내는 한 눈에 보기에도 일반 연체사가 아니었다. 눈빛만으로도 사람의 가슴이 서늘하게 하는 기세는 장규보다 더 실력자임을 말해 주었다.

“형님들, 이 분이 우리 상호에 새로 들어온 한 형제라고 합니다. 부인께서 데려오라 명하셨으니 고해 주시지요.”

라 씨 청년이 포권을 하며 공손히 말했다.

“금강결을 3성까지 익혔다는 자인가? 보기에는 어려 보이는데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는 단약을 삼킨 것은 아니겠지?”

체격이 조금 작은 쪽이 한립을 아래위로 훑으며 이렇게 말했다. 상대에게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혼잣말 같기도 했지만 꽤나 거침없는 말투였다.

“두 분이 그렇게 느끼신다면 그렇다고 치지요.”

한립은 뜨끔했으나 겉으로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그런데 금강결을 3성까지 수련했다는 것은 못 믿겠으니, 한 번 시험해 봐도 되겠소?”

거한이 서늘한 눈빛으로 한립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자 한립은 피하지 않고 상대에게 손목을 내주었다. 기이할 정도로 서늘한 다섯 손가락이 닿아 폭발적인 괴력을 발휘하며 힘을 주는 것이 전혀 사람의 몸 같지 않았다.

상대의 엄청난 힘에 손목에서 희미한 금빛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그냥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었다.

잠시 후, 거한은 자신이 이미 7에서 8할의 힘을 썼는데도 한립이 아무렇지도 않자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잠시 주저 하다가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손끝에서 검은 빛을 뿜으며 더욱 힘을 주었다.

그러자 한립은 미소를 지우고 낮게 콧방귀를 뀌며 손목을 가볍게 털어냈다. 거한은 그 순간 한립의 손목을 잡았던 다섯 손가락이 저릿하며 일순 마비되는 느낌을 받았다.

“헛!”

그가 놀라 숨을 들이마시는데 엄청난 힘에 몸이 떠올라 돌담으로 날아갔다. 그때 시종일관 말이 없던 또 다른 거한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몇 장을 빠르게 스쳐 날아간 거한을 잡아 채려했다. 그러나 그는 한 손으로 동료의 의복을 잡으려다 안색이 변했고 곧 다른 팔과 합쳐 힘을 주었다.

펑!

굉음이 울리고 타타탁! 하는 걸음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말없던 거한이 동료를 받아냈지만 신형이 일고여덟 발자국이나 뒤로 밀리며 멈춰 섰기 때문이었다.

한립이 눈을 가늘게 뜨고 뒤늦게 나선 거한을 살폈다. 자신이 약간이나마 괴력을 드러냈는데 받아낸 것으로 보아 연체술이 앞선 거한보다 뛰어난 듯했다. 라 씨 청년은 벌써 부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문을 지키는 두 거한은 방 부인의 시위들이었다.

평소 그들은 기병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일신의 연체술이 고명해 심지어 대장 장규도 은근히 감탄하는 자들이었다. 실력이 좋다고 하는 이들도 이들과 실력을 겨루면 처참히 지고 말았었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한립이 단 한 손만으로 두 거한을 이기고 말았다. 금강결 3성이 이렇게 대단하단 말인가? 라 씨 청년은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나 한립의 힘이 이렇게 센 것은 인계에서 수백 년간 연달아 복용한 용린과와 쉬골결 수련이라는 것을 그가 알 리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금강결이 힘을 키워줬다 해도 두 거한과 비슷한 실력을 가졌을 것이다.

“한 형제, 과연 실력이 놀랍습니다. 저희 형제가 진심으로 탄복하였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뒤이어 나섰던 거한이 공법을 운용해 몸 안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자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제 그들은 한층 공손해진 눈빛으로 한립을 보았다.

별 말 없이 미소 지은 한립은 둘에게 포권을 하고 차분히 뜰로 들어갔다. 라 씨 청년은 안으로 들어갈 자격이 없었기에 당연히 바깥에 남아 있었다.

별채의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 그가 문을 두드리려는 찰나, 안에서 듣기 좋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공자십니까. 들어오시지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립은 눈을 반짝이며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안쪽을 훑은 그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방 안에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상석에는 푸른 장삼을 걸친 피부가 하얗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삼십대 부인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남색 장포를 입은 스물대여섯 살로 보이는 청년이 서있었는데 부인과 어딘가 닮아 보였다.

또 부인의 맞은편에는 젊은이의 얼굴을 한 금포 사내가 냉담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 사내 옆으로 한 쌍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있었는데 사내는 기품 있게 생겼고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웠다.

그들은 뜰 밖에서 일어난 일을 진작 알고 있었는지 한립이 들어오자 주의 깊게 그를 살펴보았다.

부인은 뜻밖에 퍽 즐거워하는 낯이었고 남색 장포 청년은 호기심을 드러냈으나 금포를 입은 사내는 슬쩍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젊은 남녀 한 쌍은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 공자, 시위들에게 실력을 겨뤄 볼 것을 청한 것은 저입니다. 그저 금강결 3성이 듣던 대로 대단한지 확인하려던 것이지요. 익히기 어려운 연체술 중 하나로 2성을 익힌 사람도 드문데 3성을 익히다니 대단 하십니다.”

부인이 몸을 일으켜 앞섶을 잡고 살짝 예를 취했다.

“저는 이미 상호의 일원입니다. 잠깐 겨뤄보는 것 정도야 별 일 아니지요. 그나저나 부인께서 제 솜씨가 마음에 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립이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었다.

천동상호에 잠시 몸을 기탁하기로 마음먹었으나 이름 없는 잡졸로 부려질 생각은 없었기에 일부러 실력을 드러낸 것이다. 아마 조금 전 일로 방 부인은 그를 다른 눈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금강결 3성의 위력이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대단해 안목을 넓혔습니다. 그렇지, 일단 한 공자께 소개를 좀 하지요! 제 아들 녀석인 반청은 금옥종(金玉宗) 문하에서 선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여기 세 분들은 아들 녀석의 동문들이고요.”

방 부인이 방긋 웃으며 방 안의 나머지 인물들을 간단히 소개했다.

“작은 나리와 선사분들이셨군요.”

한립이 그들에게 포권을 하며 담담히 인사를 건넸다. 의식을 방출하지 못해도 가까이 있으니 그들의 수행을 감응할 수 있었다.

그들은 다들 축기기 이상의 수사들이었는데 반청과 한 쌍의 남녀는 막 축기를 한 듯 기운이 허약했지만 금포 사내는 결단에 가까운 축기 후기의 수행을 지니고 있었다.

‘만만히 볼 자가 아니다.’

한립이 방금 보여준 실력 때문인지 그들은 거들먹거리지 않고 간단히 인사를 해주었다. 곧 금포 사내가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진 모, 일찍이 연체술을 익혀본 일은 없지만 사부님께서 고계 연체사와 겨뤄본 경험이 있으십니다. 듣기로는 그 선배님 홀로 요수 예닐곱 마리는 격살하신다하여 과장된 이야기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한 형의 금강결을 보니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허나 한 형의 괴력은 수련 때문만은 아니고 타고난 장사인 듯합니다.”

그 자는 견문이 넓은지 한립의 괴력이 금강결 3성에 걸맞지 않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혜안을 지니셨습니다, 진 형. 말씀대로 타고난 것이기는 합니다.”

어차피 용린과와 다른 일들을 설명할 수 없기에 말이 나온 김에 상대의 말을 인정했다. 금포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의 의심을 지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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