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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731화 (488/2,000)

731화. 섬으로 돌아가다

*

근력도 법력을 운용하지 않고 한 손으로 만 근에 달하는 바위를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용린과가 명왕결 수련에도 도움이 되어 쉬골결을 익히는 동시에 명왕결도 4성을 수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이한 일에 혀를 차던 그는 쉬골결도 범성진편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기본 바탕이 명왕결과 같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었던 것이다. 명왕결 4성을 익힌 한립은 관련된 몇 가지 불종 비술을 익힐 수 있었다.

비술들은 명왕결의 보조로 위력이 막강했고 그의 실력은 진일보하게 되었다.

그는 용린과를 복용할 때는 허천정을 잠시 차단해 사내아이에게 들키지 않도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희귀한 용린과를 끊임없이 꺼내 먹는 그를 보며 의심스러워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원자신광을 대성하고 나니 그 기운이 잿빛으로 변할 줄은 몰랐구만. 신통을 펼칠 때 오색(五色)으로 빛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원자신광을 대성하니 오행자력(五行磁力)을 부려 오행의 속성을 지닌 보물들을 제압할 수 있게 되었고, 수행이 늘어날수록 자연히 위력도 증가할 테니 앞으로 따로 수련할 필요도 없겠지. 이런 신통을 지닌 공법은 극히 드물어 자네보다 수행이 높은 수사를 만나도 이 공법에는 난색을 표할 게야.”

사내아이가 화제를 돌려 원자신광 이야기를 꺼냈다.

“저도 원자신광이 이렇게 평범한 색을 띄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수련을 할 때는 확실히 오색으로 빛났으니까요.”

“인계 수사가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공법 아닌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네.”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어차피 위력만 감소하지 않는다면 색깔이야 어떻든 상관없으니까요.”

“그리 생각하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하겠지. 보아하니 한 수사는 곧 공간접점을 통해 영계로 숨어들 모양이구만. 그렇다면 노부는 오룡해로 따라가지 않고 이곳에서 갈 길을 가야겠네!”

사내아이의 말이 끝나고 푸른빛이 한립의 소매 속에서 날아 나왔다. 바로 허천정이었다.

솥에서 맑은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솥뚜껑이 저절로 벌어지며 회색 기운이 빠져나와 키가 몇 척은 되는 사내아이로 변했다.

“이제 허천정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인지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거라 여겼는데요.”

한립의 안색이 미미하게 달라졌다.

“그간 노부도 솥 안에서 놀고만 있지는 않았네! 마지막 남은 구속에는 붙들려 있을 필요가 없어졌지.”

“그렇군요. 그런데 이곳에 남으시려는 것입니까? 어째서 천란 초원이나 다른 곳으로 가지 않으시고요? 천사대륙이 대륙이라 불리지만 사실은 거대한 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노부는 어차피 본체가 살아남을 여지를 남겨둔 것에 불과하네. 조급히 수련을 대성할 것도 아니니 자원이야 많든 적든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 이곳에 남으려는 것은 얼마 전 천사대륙에서 동류의 기운을 느껴서야. 혈통이 그다지 정순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잠시 머물며 만나볼 생각이네.”

“동류요? 그렇다면 축하드립니다, 천란 수사.”

한립은 조금 놀랐지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노부도 인계에서 동류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그려! 그런고로 더는 수사와 함께 가지 못하겠으니 여기서 헤어지세.”

사내아이가 한립을 향해 포권을 하고는 회백색 요기를 휘날리며 먼 하늘로 날아올랐다.

잠시 후 요기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천란수는 정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한립은 요기가 향한 방향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인계에 저런 존재가 남아 있으니 앞으로 태평하기는 글렀구나. 허나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는 시간이 꽤 지난 다음 둔광을 번뜩이며 푸른 빛줄기로 변해 날아갔다.

*     *     *

2년 후, 오룡해의 해무(海霧) 지대.

푸른 빛줄기가 화살처럼 날아들어 해무 속으로 종적을 감추었다.

한립이 길게 빛의 꼬리를 남기며 작은 섬 상공에 나타났을 때 뜻밖에 열댓 명의 수사들이 섬에서 나타났다.

한립은 멈칫하며 서늘하게 눈을 번뜩였으나 그들 중 익숙한 인영을 발견하고는 표정이 풀렸다. 호리호리한 여인의 자태를 보기만 해도 마음 속에서 기쁨이 차올랐던 것이다.

“부군, 이제야 오십니까!”

그녀가 순식간에 한립 앞에 도착해 빙그레 웃으니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들도 그보다는 못할 것 같았다.

“돌아왔소. 그런데 완이! 어째서 먼저 와있었던 게요. 안 그래도 내가 난성해로 가려 했는데.”

“공간접점이 마음에 놓이지 않으니 직접 와서 살필 수밖에요. 게다가 이곳에 온 지도 벌써 수십 년 째라고요!”

남궁완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를 타박했다.

“수십 년 전이라면 내가 섬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아니오?”

“맞아요. 부군이 막 떠나시고 뒤늦게 도착해서 봉 수사만 뵈었지요.”

“빙봉을 만났소?”

“만났죠. 게다가 봉 수사와 잘 통해서 그간 좋은 벗이 되었답니다.”

남궁완의 눈이 영민하게 반짝였다. 그 말을 들은 한립은 조금 할 말을 잃었다.

“또 할 말이 있으면 우리 섬에 내려가서 계속해요.”

남궁완이 주위를 살피자 한립도 고개를 끄덕이고 수사들에 둘러싸여 섬으로 내려갔다. 둘이 막 대청의 의자에 앉자 남궁완은 손을 휘저어 다른 이들을 물렸고 전금아만 남겨 두었다.

“금아, 네 용음지체는 어찌 되었느냐?”

“감사합니다, 사부님! 제자의 용음지체는 이미 봉 선배님이 한원(寒元)을 내려 주시어 완전히 해결되었습니다. 이제 저도 정식으로 원영을 응결 해보려합니다.”

“그럼 됐다. 그런 기연을 만난 것도 전부 네 운이 아니겠느냐. 내 고심해 연구한 보람이 있구나.”

한립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금아야, 가서 봉 수사를 모셔오너라. 네 사부님이 돌아왔다 이르면 될 것이다.”

그때 남궁완이 부드러운 말투로 분부를 내렸다.

“존명!”

전금아가 바로 대답을 하고 대청을 나섰다.

한립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스쳤으나 별말 없이 전금아가 나가고서야 남궁완과 시선을 마주쳤다.

“듣기로는 부군께서 공간접점의 위험을 대비할 방법을 구하러 나가셨다던데요. 수확이 있으셨나요?”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구한 보물들은 조금 실망스러웠소.”

한립이 고개를 저으며 약간 안색이 가라앉았다.

“그렇다면 반드시 봉 수사와 협력해야만 공간접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겠네요. 보물에 대해서는 걱정 마세요. 부군은 이미 통천령보를 2개나 지니고 있고 마침 내게도 적당한 방어용 보물이 있으니 가져다 연화해 쓰세요.”

“방어용 보물?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오?”

한립의 물음에 미소 지으며 답하려던 남궁완이 붉은 입술을 다물었다. 잠시 뒤, 대청 밖에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걸어오는 이는 은색 장삼을 걸친 빙봉이었다.

“봉 수사, 이리로 앉으세요. 부군과 제가 안 그래도 수사와 협력해 공간 접점에 들어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습니다.”

남궁완이 그녀를 보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로 맞이했다.

“협력이요? 제가 그 제안을 수락한 적이 있던가요?”

빙봉이 한립을 힐끗 보더니 의자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봉 수사께서도 공간접점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아시면서 그러십니다. 홀로 그곳에 들어갔다가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을 테지요. 공간접점이 이미 불안정해 붕괴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남궁완은 빙봉이 냉랭하게 나오든 말든 개의치 않았다.

“당신과 공간접점에 같이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그 조건을 수락해야만 안심하고 협력하겠어요.”

빙봉은 한립을 응시하며 묘한 얼굴을 했다.

“어떤 조건인지 일단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같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당신이 약속을 지킬지 안심이 되질 않습니다. 들어가기 전 반드시 서로 금제를 걸어 상대가 위험에 처하면 전력을 다해 도울 것을 약속하시지요. 그래야 마음 놓고 협력할게 아닙니까.”

빙봉은 한립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시죠! 서로 금제를 건다면 저도 안심이 될 테니까요.”

그 말을 듣자마자 한립은 바로 웃으며 승낙했다. 그러나 빙봉은 상대의 고민 없는 태도에 오히려 움찔하며 그를 훑었다.

“그렇다면 됐습니다. 저도 준비해야 하니 잠시 이곳을 떠나있겠습니다. 공간접점이 적어도 30년은 더 버틸 터이니, 30년 후 같은 날 이곳에서 만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 때 가서 딴말하기 없습니다.”

빙봉이 할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갔다. 한립의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이에 한립은 미간을 좁혔으나 굳이 무어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남궁완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배웅하러 나갔다. 아마 여인들끼리 따로 나눌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두 여인이 대청을 나가고 그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빙봉의 제안을 찬찬히 검토했다.

잠시 후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남궁완이 조용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30년 후면 부군은 정말 가셔야겠네요.”

남궁완의 아름다운 눈이 아쉬움에 일렁였고 표정도 어두워졌다.

“나는 괜찮지만 내가 떠난 후 공간 접점이 붕괴하면 당신이 화신기에 이른 후 어찌 영계에 올지가 걱정이오.”

한립도 작게 탄식하며 근심을 드러냈다.

“그건 걱정 말아요! 천하에 공간접점이 이것 하나뿐이겠어요? 이미 회양수를 복용했으니 화신기에만 이르면 내 수명은 다른 이들을 훨씬 뛰어 넘을 테지요. 그동안 또 다른 공간접점을 하나 더 찾아내면 그만이에요.”

남궁완이 부드럽게 그를 안심시키고는 한립에게 다가와 천천히 품에 기댔다.

한립의 두 손이 부드러운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았고 그윽하게 풍겨오는 체향에 마음이 취해갔다.

남궁완도 더욱 그에게 꼭 달라붙어 마치 두 사람이 하나가 된 것 같았다.

*     *     *

“그런데, 완이! 아까 이야기 하던 방어용 보물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었소?”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립이 아름다운 여인의 어깨를 토닥이며 물었다.

“혈금시련(血禁試煉) 당시 지하 동굴에서 나와 같이 발견했던 금색 상자 기억해요?”

남궁완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쉬웠지만 궁장 치마를 단정히 정리하고 온화하게 물었다.

“금색 상자라면……. 아, 그거라면 기억하오!”

잠시 기억을 회상하던 그가 오래 전 그 날을 떠올렸다.

“당시 혈금시련을 치르던 금지는 사실 상고 수사가 은거하던 곳이었어요. 금색 상자 안에는 그 중심에 있던 거대한 탑의 금제 영패가 들어 있었고요! 허나 그것을 알았다고 해도, 중심부로 진입하려면 반드시 원영 후기 이상의 수행을 지녀야 바깥쪽에 펼쳐진 괴상한 금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었죠. 그래서 원영 후기에 이르러 직접 월국으로 가 탑 안에 상고 수사가 남겨둔 것들을 얻을 수 있었죠. 그런데 그것 외에도 탑 모처의 금제 속에서 또 다른 수사의 유골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아마 그곳에 강력한 금제가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금제 영패 없이 무턱대고 들어왔다 죽은 것이겠죠. 그 유골에서 몇 가지 보물들을 얻었는데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었어요. 아마 죽기 전 꽤 대단한 배경을 지닌 수사였던 것 같아요. 그 중 한 가지는 정말 신묘하기 이를 데 없어 공간접점 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챙겨왔어요!”

남궁완이 자세히 설명하며 한 손으로 저물대를 스쳤다. 그러자 동시에 여섯 가지 색깔의 밝은 빛이 번뜩이며 은색 부적이 그녀의 손에 들렸다.

“그게 바로 이 부적이오?”

한립은 왠지 눈에 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누가 제련해낸 것인지 모르겠지만 부군이 직접 보시면 알 거예요.”

남궁완은 부적을 허공에 던지고 수결을 맺으며 주술을 외웠다. 그러자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다.

남궁완 앞에 부유하던 은색 부적이 요동치더니 은색 빛줄기로 변해 그녀를 둘러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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