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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725화 (482/2,000)

725화. 압도

*

“풍 수사, 아는 자입니까?”

“당시 금 형의 손자를 살해하고 제가 제련 중이던 보물을 가로챈 인간 수사입니다. 감히 외성해에 다시 나타나다니! 이번에는 절대 달아나게 둘 수 없습니다. 그의 수행은…….”

풍희가 흥분한 기색으로 한립의 모습을 훑다가 갑자기 말문이 막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먼저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금교왕의 두 눈이 금빛으로 번뜩이며 음산히 말했다.

“말도 안 돼. 겨우 결단기 수사였던 자가 어찌……! 저 자가 정말 대수사의 경지에 이르렀단 말입니까.”

“풍 수사가 수백 년간 폐관수련을 하며 지내느라 벽령도 일을 모르시나 봅니다. 저 자는 원형 후기의 대수사일 뿐 아니라 먼저 우리를 찾아 왔으니 좋은 이유는 분명 아닐 것입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금교왕이 입술을 달싹여 풍희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그러자 풍희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요수가 적의를 가지고 뚫어져라 쳐다보자 한립이 먼저 입을 열었다.

“금 수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면이 있는 풍 수사까지 나타나시다니, 이렇게 반가울 데가 있나요! 보아하니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한립은 뒷짐을 쥐고 푸른 장포를 입은 요족 수사를 향해 냉소했다.

“나를 찾았다고요? 극품영석을 돌려주려고 온 것은 아닐 테고.”

금교왕이 흉악하게 웃으며 비꼬았다.

“극품영석은 내 잘 쓸 터이니 금 수사께서는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이번에는 수사의 요단을 빌릴 일이 있어 온 것입니다. 스스로 뱉어내신다면 싸울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만!”

한립이 시선을 금교왕에게 돌리며 두 요수가 어안이 벙벙해질 말을 꺼냈다.

“본 왕의 요단을 달라? 내 앞에서 그런 방자한 말을 하다니! 좋소, 원한다면 어디 가져가 보시오!”

금교왕이 열이 받아 헛웃음을 흘리자 금색 장포가 금빛을 번뜩이며 갑옷으로 변했다.

이와 동시에 늙은 요수의 머리 위로 눈부신 영기의 빛이 방출되며 뺨을 타고 금빛의 비늘이 뒤덮였고 단단해 보이는 꼬리가 뒤쪽에서 자라났다.

금교왕이 전투를 위해 반인반교의 형상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꽈광!

그의 손이 허공을 가르자 금색 장창이 은빛 뇌전을 번뜩이며 나타나 사라졌다가 한립 앞에 나타났다. 금빛 장창은 표면에 은빛 뇌전이 매섭게 튀어 오르고 있었다.

한립은 상대가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미리 준비하고 있었기에 소매 속에서 무언가를 흔들었다. 그러자 눈앞의 은빛이 반짝이며 수 척 크기의 은색 연꽃이 괴이하게 피어났다.

금색 장창은 멈추지 않고 연꽃의 중심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쿵!

그러나 은색 연꽃은 진동하며 일곱 빛깔의 불광(佛光)을 내뿜어 금색 장창을 완전히 막아냈다. 이에 한립은 재빨리 수결을 맺었고 등 뒤로 천둥소리가 나며 푸르고 하얀 날개가 나타났다.

그는 가볍게 날개를 펄럭여 스무 장 뒤로 물러나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두 요수를 비웃었다.

“풍뢰시!”

한 쌍의 날개를 본 풍희는 열 받아 소리쳤고 소매를 맹렬히 털어 붉은빛의 도끼를 꺼내들었다.

그가 팔을 뻗자 짧은 도끼들은 붉은 빛 두 줄기로 변해 한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을 바라본 한립은 코웃음을 치며 입을 벌려 푸른 빛덩이를 뿜어내 작은 솥을 불러냈다.

속으로 통보결을 발동하자 허천정이 맑게 울며 뚜껑이 날아갔다.

그때 가까이 다가온 붉은 빛들은 한립의 머리 위에서 교차하며 그를 베려 달려들었다. 단번에 그를 조각 낼 기세였다. 하지만 한립은 그저 손가락으로 작은 솥을 튕겼다.

텅!

푸른 실 뭉치들이 쏘아져 나가 좌우로 갈라지더니 푸른 기운으로 하늘을 뒤덮고 붉은 빛들을 휘감았다.

풍희는 크게 놀라 벗어나려했지만 곧 양손 도끼와의 연결이 끊기고 그 것들이 푸른 솥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풍희는 바삐 수결을 맺던 손을 멈추고 넋이 나갔다.

양손 도끼는 그가 인계 원영기 수사를 죽이고 빼앗은 것이었는데 신통이 꽤 비범했다.

그런데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작은 솥에 빨려 들어가 버리다니 안 좋은 예감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는 이제야 한립이 자기 손에서 죽어라 달아나던 그 결단기 수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풍 수사, 조심하십시오! 저 솥이 바로 인간 수사들이 떠들어 대던 허천정인 것 같습니다. 함께 상대하시지요.”

일격이 실패로 돌아가고 금교왕은 바로 다음 수를 쓰지 않고 금빛 장창을 회수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는 허천정 따위는 필요 없고 저 자를 죽이고 풍뢰시를 되찾을 수 있다면 만족입니다.”

금교왕의 말에 가슴이 철렁한 풍희는 화가 나 더욱 사납게 외쳤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금교왕이 웃음을 터트리며 금빛 갑옷의 빛을 크게 일으키자 마치 커다란 태양이 뜬 것처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체내의 법력을 극성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때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다.

금교왕이 길게 울부짖자 그의 옆구리 쪽이 흐릿해지며 금빛 비늘로 뒤덮인 팔이 두 개나 더 튀어나왔다.

두 팔이 허공을 쥐자 영기의 빛이 번뜩이며 한 팔은 삼척 길이의 하얀 장검을, 다른 팔은 금빛의 방패를 들었다.

특히 방패는 동전 크기의 비늘로 빼곡하게 덮여 있어 금교왕 본인의 비늘로 제련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금교왕은 서둘러 수결을 맺으며 어떤 비술을 펼치려 했다.

한립은 그것을 보고 머릿속에 ‘범선진편’이라는 글자가 스쳤는데 고마가 떠올라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풍희는 그 옆에서 장포를 벗어 던지고 상반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한 쌍의 날개를 뿜어냈다.

한 장 크기의 날개는 새파랗게 반짝이며 아름답게 빛났다.

그러나 열풍수의 얼굴이 푸르뎅뎅하게 변하고 두 손에 날카로운 손톱이 자라나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두 분께서 머릿수로 밀어 붙이려 하시니 저도 도움이 될 이들을 불러도 되겠습니까?”

한립이 입술을 꿈틀하며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금교왕과 풍희가 흠칫 놀라 한립의 의도를 파악하기 전에 멀리 하늘 저 편에서 후우우 거리는 스산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한 방향이 아니라 도처에서 이곳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어서 움직입시다. 누가 오기 전에 저 자를 죽여야 합니다.”

금교왕이 얼굴을 굳히며 소리쳤다.

이어 그가 법결을 멈추고 입을 벌려 금빛 빛기둥을 분출했고 세 팔에 든 병장기들을 들고 한립을 향해 쇄도했다.

이에 풍희도 지체하지 않고 날개를 펄럭였고 강풍 속에서 모습을 감춰 푸른 그림자처럼 그를 덮쳐왔다.

한립이 그것을 보고 눈썹을 끌어올리더니 한 손을 들어 비취색 나무 자를 들어보였다. 그러자 나무 자는 그의 손바닥에서 데구루루 굴러 연꽃의 빛을 크게 키워 한립을 보호했다.

그리고 한립은 곧바로 삼색 깃털 부채를 불러 날아드는 빛기둥을 향해 힘껏 부채질했다.

푸확!

금교왕의 요력으로 만들어진 빛기둥은 삼색 불기둥과 부딪히자마자 불길에 잡아먹혀 버렸다.

바로 뒤에서 날아들던 금교왕이 그 것을 보고 흠칫 놀랐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고 옆구리에서 자라난 한 팔을 힘차게 휘둘렀다.

하얀 검빛과 금색 장창의 빛들이 하늘을 흐르듯 날아가 삼색 불길로 쏟아져 내렸다.

금색 창과 하얀 장창이 어떤 보물인지는 모르겠으나 삼색 화염의 엄청난 고온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들어 삼색 화염과 충돌해 그것을 막아냈다.

한립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그것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풍희가 변한 푸른 그림자가 어떤 둔술을 사용했는지 놀랍게도 3, 40 장 거리를 단숨에 도약해 그의 근처에 도착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날개를 펄럭이며 풍희가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그러자 요수의 날개에서 푸른 깃털이 폭발적으로 튀어 나왔고 손톱에서는 날카로운 기운들이 튀어나와 은색 연꽃 속의 한립을 공격했다.

풍희의 흉흉한 공격에도 한립은 차분히 입을 벌려 금빛 몇 개를 방출했다

둔탁한 충돌음들과 함께 푸른 깃털들과 날카로운 빛들이 떨어져 내렸지만 거대한 은색 연꽃은 회전하며 모든 공격을 흡수해버렸다.

그리고 놀란 얼굴의 풍희 앞에 그가 괴이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요수가 기겁하고 등 뒤의 날개를 움직여 사라지려는 찰나 동시에 금빛이 파고들었다. 그러나 풍희는 이미 사라지고 잔영만 남았다.

스무 장 밖에서 나타난 풍희는 순간 이동에 적잖은 법력을 소비했는지 안색이 창백했다. 이에 한립이 미간을 좁혔다.

‘이렇게 풍둔술에 정통하면 죽이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그는 곧바로 의식을 움직여 작은 검들을 한 척 크기로 키워 풍희를 뒤쫓았다.

풍희가 서늘한 얼굴로 허공을 쥐니 푸른 거대 손톱이 허공에 나타나 번개처럼 비검 몇 개를 잡아챘다. 요수는 사나운 얼굴로 비술을 북돋아 거대 손톱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거대 손톱이 아무리 힘을 줘도 비검들이 너무 단단해 꿈쩍도 하지 않았다. 풍희는 내심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런데 그가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도 전에 어디선가 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빛 비검들이 뜻밖에도 거대 손톱에서 빠져나와 그 주변을 돌아 거대 손톱을 조각내 버린 것이다.

푸른 거대 손톱의 잔해가 허공에서 흩어졌다. 비검들은 민첩하게 방향을 틀어 이제 풍희를 향해 쇄도했다. 당황한 풍희는 서둘러 푸른 옥 그릇을 내뱉어 보호막을 펼쳤다.

츠릇.

금빛 비검들과 푸른 보호막이 닿은 순간 그릇이 긁히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비검들이 금빛을 강하게 퍼트리고 푸른 장막을 그대로 뚫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안색이 급변한 풍희가 서둘러 두 날개를 펄럭여 다른 곳으로 달아났다. 그러자 금빛 비검들도 방향을 틀어 그를 쫓았는데 그 속도가 풍희보다 뒤처지지 않았다.

이제 요수는 속이 타기 시작했다. 그는 비검에게 쫓기며 다급히 금교왕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는데 더욱 마음이 무거워지고 말았다.

금교왕은 삼색 화염을 막고 한립 옆을 노리며 달려들어 여러 병기들로 은색 연꽃을 맹렬히 공격했다.

그런데 흩어지려던 연꽃이 한립이 비취색 나무 자를 가볍게 휘두르자 일곱 빛깔 불광을 번뜩이며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다.

금교왕조차 한립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풍희는 눈을 굴리며 지금이라도 달아나야할지 고민했다.

한립의 능력이 그의 예상을 월등히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요수의 둔광이 움찔하며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어느 샌가 12마리의 새하얀 지네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그를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

“육익상공!”

지네들을 확인하자 풍희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런데 그때 은색 연꽃에 맹공을 퍼붓던 금교왕이 공격을 멈추고 금색 빛줄기로 변해 날아올랐다.

홀로 달아나려는 것이다. 연꽃 그림자 안에서 한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와서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이어 그 안에서 열 개의 붉은 실들이 튀어나와 요수를 꽁꽁 묶고는 붉은 빛을 번뜩이며 굵은 밧줄로 변해 불타올랐다.

새빨간 화염이 요수를 뒤덮은 것이다.

이와 동시에 고공에서 회백색 마기의 바람이 불어왔고 다섯 악귀 머리들이 시퍼런 얼굴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울어댔다.

악귀 머리는 붉은 화염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대로 불바다 속으로 뛰어 들었는데 곧이어 금교왕의 겁에 질린 괴성과 섬뜩한 비명이 들려왔다.

무언가 엄청난 일을 당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것을 본 풍희는 소름이 돋았다. 그는 한립은 물론이고 도처에서 몰려든 12마리의 육익상공들도 상대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결정을 내리고 곧바로 수결을 맺었는데 상반신이 새빨갛게 부풀어 올라 터져나가며 수많은 핏줄기를 쏟아냈다. 그러자 별안간 핏빛 안개가 그를 둘러쌌다.

그리고 요수의 날개가 핏빛 안개를 흡수하더니 적홍색으로 물들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키기고 두 날개를 펄럭여 달아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발밑에서 불경 소리가 울리며 엄청난 흡인력이 풍희를 끌어당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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