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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702화 (459/2,000)

702화. 성궁 전투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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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 난성해 제일의 마수라더니 못할 짓이 없었나봅니다. 그렇게 유명한 사기라니 어디 한 번 위력을 시험해 볼까요?”

한립은 냉소하며 허리춤을 스쳐 검은 옥병을 꺼내들었다.

회백색 음기가 병 안에서 흘러넘치자 다섯 구의 음산한 백골들이 나타났다. 바로 오자동심마들이었다.

그가 법결을 던져 넣자 다섯 백골들이 바닥을 구르며 해골 머리로 변신해 날아갔다.

“오자동심마!”

육도극성은 난성해 제일의 마수로 마공에 대해 조예가 깊었기에 한눈에 다섯 마귀의 내력을 알아보고 소리를 높였다.

오자동심마 역시 자유롭게 부리기 위해서는 혹독한 과정이 필요했다.

한립도 자신만큼이나 독종이라고 생각하니 노마의 마음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안 그래도 상대하기 어려운데 마도 공법에도 정통하다니 이번에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인가!’

다섯 마귀들이 스산한 소리를 내며 쇄도하자 그도 거대 깃발을 휘두르며 막을 수밖에 없었다. 깃발이 진동했고 그 꼭대기에 박힌 해골 머리 3개가 괴이한 웃음을 흘리며 검은 기운을 뿜어냈다.

다섯 마귀들도 입을 벌려 음산한 청록색 마화를 콸콸 쏟아내 일순 검은 기운과 녹색 마염이 엇갈리며 폭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노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섯 해골이 뿜어대는 초록색 화염이 검은 기운을 압도하며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육도극성은 속으로 끙끙 앓았다. 아무리 오자동심마가 대단해도 보통 결단 후기의 신통을 발휘해야 옳았다.

그런데 눈앞의 마귀들은 깃발에 박힌 원영 초기에 맞먹는 해골을 압도하고 있지 않은가!

노마가 이를 악물고 수결을 맺으며 입을 벌리자 한 움큼의 피가 날아가 깃발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깃발이 윙윙거리며 표면에 주술들이 꿈틀거렸고 주변에 무수히 많은 해골 환영들이 떠올랐다.

해골 환영들은 주먹만 했지만 그 수가 무척 많고 동시에 검은 기운을 뿜어냈다.

순식간에 검은 기운들이 뭉쳐져 교룡처럼 변하더니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몸을 바르르 떨며 다섯 마귀를 향해 돌진했다.

다섯 해골 머리 중 두 개가 흐릿해지며 다시 인간형 백골로 변했고 뼈로 만든 한 쌍의 장도를 불러내 검은 교룡에게 뛰어들었다.

두 마리가 빠져나가니 남은 세 마리가 뿜어내는 초록색 화염의 위력도 크게 줄었다.

이에 상대편 깃발 위 해골들이 뿜어내는 검은 기운도 안정을 되찾았다.

검은 기운과 음화(陰火)가 대치상태에 이른 것이다. 그제야 한 시름을 놓고 한립을 살피던 노마는 가슴이 철렁했다.

한립은 뒷짐을 지고 오자동심마와 해골 깃발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이 마치 구경나온 사람 같았다.

‘뭐지?’

노마는 알 수 없는 위기감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때 위쪽에 떠 있는 구렁이가 소란스럽게 울어대자 노마가 안색이 급변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뒤쪽에서 푸른 인영이 소리 없이 나타나 검은 비도로 검은 바람을 가르고 새빨간 보호막에 닿기 직전이었다. 제 때에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면 벌써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을 것이다.

육도극성은 얼굴에 핏기가 가셨고 암습에 실패한 두 번째 원영은 이제 대놓고 법결을 던지며 마수비도를 휘둘렀다.

인간형 꼭두각시의 몸에서 은빛이 번뜩이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순간 멀리서 지켜보던 한립이 서늘한 눈빛을 보내며 팔령척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두 날개를 펄럭이며 희미한 천둥소리를 남기고 사라졌다.

인간형 꼭두각시의 검은 비도가 보호막을 뚫으려는 순간 노마는 한립을 쳐다볼 틈도 없이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두 개의 허상으로 갈라져 다른 방향으로 튀어나갔다.

이때 육도극성이 방출했던 구렁이가 아래쪽을 향해 검은 액체를 분출했고 주변 열댓 장이 독무(毒霧)로 가득 찼다.

쿵!

검은빛과 비도가 충돌해 눈부신 빛을 발했는데 뜻밖에도 검은빛이 스스로 폭발하며 마수비도를 막아냈다.

은빛이 번쩍이며 인간형 꼭두각시가 원래 노마가 있던 자리에 나타나자 독무가 몰려들며 새까만 구렁이가 꼭두각시를 향해 뛰어올랐다.

그러나 잠시 후, 구렁이의 머리 위로 은색 연꽃이 피어나며 일곱 빛깔의 불광을 뿜어냈다. 이에 구렁이는 꼼짝 못 했고 가느다란 은색 실이 독무를 뚫고 구렁이의 목을 휘감아 돌아갔다.

휘릭!

그러자 구렁이의 머리 두 개가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사실 이 구렁이의 독은 십절독에 버금가는 치명적인 독이었다. 보통 수사라면 닿는 순간 절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꼭두각시는 피와 살을 지닌 사람이 아니었으니 아무리 독이 기이해도 효과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도리어 독무만 믿다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

구렁이가 죽는 순간 구렁이와 의식이 연결되어 있던 허상은 더욱 겁에 질렸다.

허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손을 휘저어 해골 깃발을 가리켰다.

그러자 해골 깃발이 검은 빛을 터트리며 떠오르려는데 허공에서 푸른 뇌전이 번뜩이며 한립이 나타났다.

남색이 일렁이는 눈으로 아래쪽을 살핀 그는 한 손을 휘둘러 금색 그물을 떨어트리고 다른 손에서 푸른 솥을 불러내 무수히 많은 푸른 실들을 쏘아 보냈다.

노마의 화형분영술(化形分影術)은 신묘한 경지라 의식으로는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수는 없었지만 명청령안을 발동한 한립은 단번에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수 있었다.

한립의 공격에 육도극성이 변한 허상은 화들짝 놀라 두 어깨를 털자 등 뒤로 여섯 개의 그림자가 튀어나 갔다.

그러나 이번에 나타난 마귀의 그림자들은 처음보다 훨씬 암담했고 모호했다.

노마가 이어서 남색 옥 우산을 꺼내자 보물이 금세 몇 배로 커지더니 아래쪽의 노마를 막아섰다.

다행히 여섯 개의 마귀 그림자는 허공에서 푸른 실과 부딪히며 놀랍게도 바로 꿰뚫리지 않고 잠시 버텨냈다.

하지만 금색 뇌전이 쿠르릉 하며 들이닥치자 마귀 그림자들도 더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금빛 뇌전과 푸른 실이 번뜩이며 이제 거대 우산을 공격했다.

요란하게 빛을 번쩍이는 옥 우산은 뜻밖에도 금빛 뇌전과 푸른 실의 협공에도 밀리지 않았다.

이에 한립은 허공에 금빛 검을 불러내 날개를 펄럭이고는 하얀 실로 변해 사라졌다.

서걱!

노마가 불길한 예감에 바로 달아나려는데 한 줄기 금빛이 옥 우산을 가르고 들어왔다.

“헛!”

노마가 놀라 검은 기운을 방출했지만 하얀 실이 나타나 전광석화처럼 그 주변을 휘감았다.

퍼 퍽.

육도극성은 갑자기 등 뒤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순간 보라 색 화염이 그의 보호막을 뚫고 그의 등에 구멍을 뚫었다.

그가 입고 있던 갑옷 형태의 보물이 한립의 공격을 전혀 막아내지 못 한 것이다.

노마가 극통을 느낄 때 보라색 화염이 퍼져나가 육도의 몸을 얼음덩어리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보라색 얼음으로 변해가던 육도의 얼굴이 추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스스로 몸을 폭발시켰다.

핏물이 비처럼 쏘아져 핏방울이 각각 기이한 핏빛 화염으로 피어나 한립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때 초록색 불빛이 육신을 빠져나와 서른 장 밖으로 번뜩이며 이동했다. 초록색 빛은 양손에 녹색 옥병을 꽉 붙들고 있었는데 바로 육도노마의 원영이었다.

한립은 소매를 털어 보라색 화염으 로 핏빛 화염을 멸했지만 바로 노마를 쫓지는 않았다.

그는 가만히 서서 차분히 노마의 원영이 달아나는 모습을 주시했다.

원영은 순간이동으로 달아나다 한립이 쫓아오지 않자 순간 움찔하며 멈춰 섰다.

그런데 그때 원영의 머리 위로 영기의 빛이 번뜩이더니 검은 비도가 괴이하게 나타나 소리 없이 떨어져 내렸다.

원영은 그제야 비도를 발견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검은빛이 번뜩이고 노마의 원영이 그대로 잘려나가 두 조각이 났다.

그리고 은빛이 번지며 또 다른 한립이 나타났다.

인간형 꼭두각시가 머리 둘 달린 구렁이를 해치우고는 바로 이곳으로 날아가 노마의 원영까지 처리한 것이다.

그런데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원영이 두 조각이 나고도 흩어지지 않고, 여섯 개의 검은 실로 변해 사방팔방으로 쏘아져 나간 것이다.

멈칫하던 인간형 꼭두각시가 바로 열 손가락을 쾌속으로 튕겼다.

그러자 천둥소리가 울리고 열댓 개의 가느다란 금빛 뇌전이 쏘아져 나가 검은 실들을 맞추었다.

금빛이 연달아 폭발하자 검은 신들은 무기력하게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난성해를 수백 년간 호령하던 마수의 육체와 혼백이 모두 소멸 되었다.

꼼꼼하게 주변을 훑어 분혼이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한 꼭두각시는 허공에 놓여 있는 작은 병을 빨아들여 그대로 한립에게로 날아왔다.

원영의 혼백이 흩어져 달아나는 비술은 극히 드물어 다른 수사들은 그 뒤를 쫓을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모란 초원에서 비슷한 비술을 써서 달아나는 자를 본 한립은 미리 대비해 일격에 노마의 분혼들을 죽인 것이다.

인간형 꼭두각시가 녹색 병을 던지자 이를 받아들고 한립은 흥미로운 얼굴을 했다.

병을 열어보기도 전에 안에서 귀곡성이 들려왔던 것이다.

그리고 한립이 눈을 빛내며 오자동심마를 쳐다보았다.

해골 깃발이 주인을 잃고 위력이 급감해 오자동심마에게 쩔쩔매는 중이었다.

그런데 깃발 위의 해골 머리 셋은 오자동심마의 포악한 시선을 피하지 않고 살벌하게 초록빛 안광을 번뜩였다.

깃발의 해골들과 교룡이 반격하기 전에 오자동심마가 수결을 맺으며 새하얀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다섯 색깔의 한염이 격렬하게 뿜어져 나와 오색의 불바다가 되었다.

이에 교룡이 먼저 화염에 휩싸였고 불가사의한 반응을 보였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들이밀던 검은 교룡의 동작이 느려지더니 비틀 거린 것이다.

그때 오자동심마가 동시에 길게 울부짖었다!

불바다 속에서 수많은 얼음 칼날이 솟구쳐 검은 교룡을 조각조각 잘라 버렸고 그 잔해는 불길 속에 타 사라졌다.

깃발 꼭대기의 세 해골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분출하던 검은 기운은 오색 불바다를 만나 기세가 수그러들더니 바로 굼틀거리며 흩어져 버렸다.

후우우.

해골 머리들은 여전히 검은 기운을 뿜어냈지만 점점 다가오는 오색 불바다를 보며 겁에 질려 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이에 오자동심마들이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다섯 줄기의 회백색 기운으로 변해 불바다로 뛰어들었다.

오색 불바다를 뚫고 깃발 꼭대기에 이른 오자동심마들은 수레바퀴 크기의 해골 머리로 변해 있었다.

흥분한 오자동심마는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며 그대로 깃발의 해골들에게 달려들어 뜯어먹기 시작했다.

아그작! 아득!

그러나 깃발 해골들도 크게 입을 벌려 오자동심마를 깨물어댔기에 성난 비명과 괴성이 끊임없이 오가며 잔인한 포식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앞서 대량의 검은 기운을 쏟아낸 깃발 해골들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 흡족하게 그것을 바라보던 한립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푸른 솥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그저 수사의 오색 한염이 영계의 오행 속성 공법을 떠올리게 해서 말이네. 이런 공법들도 펼치면 저렇게 다섯 가지 색을 띄니까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오행공법(五行功法)으로 착각해 골탕을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네.”

푸른빛이 반짝이며 허천정 위에 푸른 장삼을 걸친 꼬마아이가 맨발로 올라섰다.

사내아이는 유유히 솥을 거닐며 오자동심마를 바라보았다.

“오행공법이요?”

“인계에 와서 느낀 건데 여러 속성의 공법을 동시에 익히는 수사가 드물더구만. 대부분이 한 속성의 공법만 수련하니 말이야. 쯧, 그렇게 하다가는 영계로 승천하더라도 연허기(煉虛期)는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수사에게 연허기의 일을 언급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지. 하지만 미리 조언하자면 연허기의 핵심은 바로 오행합일(五行合一)일세! 만일 화신기에 이른다면 바로 수련 공법을 여러 속성의 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지.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바람과 천둥 속성 등 특수한 성질의 공법을 병행해야 할 것이야. 그래야 화신기 이후에 연허기에 이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는 걸세. 물론 다양한 속성의 공법은 일반적인 공법보다 수련하기 어렵고 수련 속도도 느리지. 뭐, 연허기에 이를 욕심이 없다면 그냥 단일 속성의 공법을 익히는 것도 나쁘지는 않네! 그러면 법력이 빨리 늘어 삼백 년마다 한 번 있는 소천겁(小天劫)을 치르기는 쉬울 것 이니.”

사내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은 이야기에 한립은 입을 다물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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