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1화. 성궁 전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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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채챙!
그렇게 은색 장막이 버티지 못하고 흩어질 무렵 남은 핏빛 뼈바늘들이 금색 보호막에 부딪혀 왔다.
다행히 금강조가 금빛을 번뜩이며 핏빛 뼈바늘들을 전부 막아냈다.
동시에 한립의 손에 있던 삼색 화염이 봉황의 울음소리를 내며 불새로 변해 날아올랐다. 목표는 아래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한 쌍의 뿔이 난 마물이었다.
마물은 순간 흉흉한 눈빛을 하며 입을 벌렸고 하얀 파동을 방출해 불새를 공격했다.
콰쾅!
굉음이 울리고 하얀 파동과 삼색 불길이 충돌했다.
하얀 음파는 마물이 태생적으로 지닌 신통인지 마기가 응결되어 꼼짝도 못하는 와중에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하얀 파동과 대치하던 불새가 잠시 후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삼색의 기운이 흩어지며 요동치더니 하얀 파동을 깨끗하게 먹어치웠고 빛은 급속도로 퍼져 열댓 장을 뒤덮어 연시가 변한 마물마저 무(無)로 돌려버렸다.
이 모든 일은 순식간에 벌어지자 멀리서 수결을 맺으며 지켜보던 육도극성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두 마물이 상대를 죽이기는커녕 도리어 죽임을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제 그는 상대가 평범한 대수사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분노한 그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의식을 움직여 입에서 무언가를 뿜어냈다.
그러자 검은 빛이 한줄기 마기로 변해 허공으로 종적을 감추었다.
다른 쪽에 있던 고슴도치처럼 생긴 마물도 낮게 으르렁대며 신형이 모호해져 사라졌다.
다음 순간 한립의 등 뒤로 파문이 일며 은색 팔뚝 두 개가 불쑥 튀어 나왔다.
뿌득.
두 팔뚝은 허공에서 폭발적으로 커지며 하나는 한립의 머리를, 다른 하나는 한립의 등을 노렸다.
그리고 허공에서는 검은 빛이 반짝이며 머리통만 한 팔각 망치로 변해 그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
위쪽에서 새까맣게 쏟아지는 마기 보건대 인계에서 보기 드문 마기(魔器)였다!
그럼에도 노마는 쉬지 않고 어깨를 털며 남은 네 마리 마귀를 움직였다.
그러자 흉악한 눈빛을 번뜩인 마귀들이 네 줄기 검은빛으로 변해 한립을 습격하러 날아갔다.
마물 하나를 죽이자마자 육도와 또 다른 마물들의 협공에 놓이게 된 한립은 가볍게 탄식했다.
그 순간 그의 몸이 푸른빛으로 반짝이며 등 뒤로 은빛 인영이 나타나 두 주먹을 휘둘렀다.
콰콰광! 콰콱!
그러자 하늘을 울리는 충돌소리가 터져 나왔고 허공에서 한립을 습격하러 날아온 마물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나자빠졌다.
한립의 머리 위로 푸른 솥이 나타나 빙글빙글 돌며 뚜껑이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푸른 실뭉치가 뿜어져 나와 떨어져 내리는 새까만 팔각 망치를 꽁꽁 감싸 움직이지 못하게 붙들었다.
그러나 팔각 망치는 음산한 한기를 내뿜으며 빠져나가려 했다.
한립은 머리 위의 상황은 잠시 내 버려두고 앞에서 쇄도하는 네 개의 검은 빛줄기를 응시했다.
“성마의 분혼이라고?”
낮게 중얼거리던 그가 입 꼬리를 끌어올렸고 한쪽 소매를 털었다.
쿠릉 꽈과광!
커다란 금빛 뇌전 네 줄기가 번뜩이며 날아가 검은 빛줄기에 정확히 내리꽂혔다.
쿵! 쿵! 쿵! 쿵!
눈부신 금빛이 폭발해 검은 빛줄기를 휘감았고 그 안의 허상들은 상극이라도 만난 듯 눈처럼 녹아내렸다.
그 순간 등 뒤의 푸른 인영이 나타나 팔을 뻗어 새빨간 궁을 손에 주고는 활시위를 당겼다.
꽈광!
핏빛이 현란하게 퍼지며 무수히 많은 불화살들이 고슴도치 마물을 향해 쏟아졌다.
마물은 하늘을 뒤덮은 불화살에도 두려운 기색 없이 전신에 핏빛 기운을 북돋으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핏빛 기운이 보호막을 만들어냈고 불화살들이 빽빽하게 핏빛 보호막으로 박혀 들었다.
불화살들이 수도 없이 터져나가며 주변이 화염으로 뒤덮여 그 기세가 엄청났다.
하지만 핏빛 보호막 속의 마물은 멀쩡했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단번에 주변의 화염을 밀어냈다.
그런데 그때 앞에서 희미하게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마물이 멈칫하며 정체를 확인하려는데 비취색 화살 하나가 금빛 뇌전을 튕기며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고슴도치 마물이 비취색 화살을 피하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했을 때, 검은 빛이 소리 없이 목을 그어 마물의 삼각형 머리가 데구루루 굴러 떨어졌다.
핏빛 보호막도 검은 빛을 전혀 막지 못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수비도(魔髓飛刀)는 마수찬을 이용해 제련해낸 것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정순한 마기가 응집되어 만들어진 마수찬에 일반적인 마기로 만들어진 보호막이 두부처럼 베어져 나가는 것은 당연했다.
인간형 꼭두각시는 두 번째 원영이 조종하고 있었기에 한립이 따로 명령하지 않아도 마수비도가 머리를 날려버린 시체 앞으로 날아들었다.
꼭두각시가 입을 벌려 검은 기운으로 시체를 휩쓸자 그 안에서 허상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마귀의 허상으로 시체에서 튀어나오자마자 꼭두각시의 검은 기운에 휩싸여 두 번째 원영에게 잡혀 먹히고 말았다.
이런 정순한 마기는 극음대법을 수련하는 두 번째 원영에게는 보양식과 같았다.
머리를 잃은 연시는 마귀의 허상마저 사라지자 재로 흩어져 사라졌다.
그 후, 인간형 꼭두각시는 한립의 곁으로 돌아와 뒷짐을 지고 섰다.
멀리서 보면 복색이 다른 두 명의 한립이 나란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때 한립은 삼염선을 만지작거리며 담담히 전방을 응시하고 있었다.
“육도 형의 육도진마공은 볼만큼 본 것 같습니다! 다른 비술이 있다면 제 안목을 넓혀주시지요. 물론 더 이상 남은 것이 없다면 그대로 저승길로 가셔야겠습니다.”
그의 말에 육도극성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원영 후기의 마물 두 마리를 장난치듯 멸해버렸으니 놀랄 만했다.
게다가 삼색의 깃털 부채, 푸른 솥, 초록색 나무 자 등 상대가 쓰는 무기들은 다 신통이 대단했고 허천정을 빼고는 무엇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가 화신을 불러내 마물 중 하나를 해치웠는데 대체 어떤 비술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육도 극성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찌 이럴 수가! 겨우 백 년 전에 원영 후기에 이른 녀석이 어떻게 이런 불가사의한 비술들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듣도 보도 못한 보물들을 지니고 말이야.’
직접 화신기 수사를 마주한 적은 없었지만 그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노마는 한립의 말을 듣고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나 곧바로 입을 벌려 검은 손수건을 뿜어냈다.
보물은 흐릿해지며 새까만 바람으로 변해 육도를 감싸더니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뒤쪽으로 튕겨 나갔다.
풍둔술로 검은 바람이 몇 개로 갈라져 순간이동을 하듯 백여 장 밖으로 물러난 것이다.
아마 평범한 원영 후기 대수사였다면 감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도망치다니! 본명 법보가 달아나기에 안성맞춤이기는 하구나. 예전이었다면 쫓기 어려웠겠지만 지금은…….”
깊게 심호흡한 한립의 등 뒤로 풍뢰시가 펄럭였고 천둥소리와 함께 하얀 뇌전이 번뜩였다. 뇌전들은 뜻 밖에도 뇌전 덩어리로 알알이 뭉쳐져 허공에 떠올랐다.
그가 저 멀리 검은 그림자로 변해 가는 노마를 보며 코웃음을 친 순간, 등 뒤의 날개가 펄럭이며 광풍이 불어 닥치고 푸르고 하얀 뇌전 구슬들이 폭발했다.
꽈광, 꽝!
뇌전은 광풍에 밀려 순식간에 날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풍뢰시가 뇌전 보호막에 휩싸인 순간 한립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수십 장 밖 어딘가에서 뇌전이 번뜩였고 다시 그곳에서 수십 장 떨어진 곳에서 뇌전이 다시 한 번 번뜩였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노마가 들어 있는 검은 바람보다도 빨랐다.
뇌전은 어느새 검은 바람 열댓 장 뒤까지 따라붙어 있었다.
심지어 노마가 그 안에서 겁에 질려 뒤를 힐끔거리는 것까지 보일 정도였다.
두 날개가 다시 한 번 펄럭이고 뇌전이 번쩍이자 어느새 한립은 검은 바람 앞을 막아섰다.
이에 검은 바람은 잠시 멈칫하더니 방향을 틀어 달아나려 했다.
그 모습에 한립이 재빨리 수결을 맺자 온 몸에서 빠드득 소리가 들리며 키가 커지고 근육이 울퉁불퉁해 지며 금빛으로 뒤덮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명왕결 3성을 펼친 것이다. 그가 두 손을 펼쳐 보라색 화염과 비도를 불러냈다.
그 모습에 검은 바람 속 노마가 식겁해 달아나기를 포기하고 전신의 법력을 응결해 검은 바람을 배로 키웠고 새빨간 방패로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노마가 방패에 법결을 던져 넣으려는데 하얀 실이 머리 위에서 튀어나왔다가 번쩍하며 사라졌다.
잠시 후, 검은 바람 속에서 노마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새빨간 방패를 들고 있던 팔이 떨어져 나가고, 남은 팔뚝은 보라색 얼음으로 뒤덮인 것이다.
그제야 노마는 검은 바람에 미세한 틈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틈 사이로 무언가 파고들어 자신의 팔을 잘라낸 것이다.
갑작스런 공격에 노마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서둘러 의식을 방출해 붉은 보호막을 불러냈고 한립이 주변에 있는지 확인했다.
그때 하얀 실이 다시 열댓 장 밖의 허공으로 빠져나와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바로 한립이었다.
손에 보라색 검을 든 그는 자신의 몸을 위아래로 훑으며 등 뒤의 날개를 가볍게 털어냈다.
“질풍구변이 위력은 괜찮은데 몸에 부담이 좀 되는군요.”
“본래 요족 수사들을 위한 창안된 공법이니까 당연한 일이지. 인간 수사가 아무리 풍뢰시 같은 법보에 힘을 빌려도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 걸세. 몸에 부담도 클 테고 말이야. 명왕결 3성의 위력이면 아마 두세 번 정도 쓸 수 있지만 무리하면 몸이 붕괴될 걸세. 자유롭게 질풍구변을 펼치고 싶다면 아무래도 명왕결을 더 수련해야겠지.”
한립의 귓가에 사내아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렇군요. 밀실에서 몇 번 시험해 볼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장거리를 이동하니 확실히 몸에 부담이 크군요.”
한립이 한숨을 쉬며 손바닥을 뒤집자 보라색 비도가 흩어졌다.
노마가 의심스런 눈빛으로 한립을 쳐다보며 한 팔로 허리춤의 영수대를 내리쳤다.
그러자 그 즉시 검은 빛이 번뜩이며 머리가 둘 달린 새까만 구렁이가 나타났다.
구렁이는 세 장 정도로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삼각형의 머리와 입에서 분출하는 녹색 기운을 볼 때 극독을 보유한 듯했다.
구렁이가 나타나자 육도극성은 입을 벌려 검은 기운에 휩싸인 무언가를 분출했다.
검은 기운 안에는 하얀 깃발이 들어 있었고 노마의 주술 소리에 미친 듯이 커져 한 장 크기의 거대한 깃발로 변했다.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하얀 깃발을 보며 한립도 잠시 멈칫했다.
깃발의 대는 사람의 뼈를 제련해 만든 것이었고 어슴푸레하게 회백색의 주술이 드러나 있었다.
또한 그 위로 크기가 다른 해골 머리 3개가 음산한 웃음을 홀렸는데 보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졌다.
노마가 낮게 일갈하며 한 손을 깃발에 가져다 대자 3개의 해골 머리에 경련이 일며 검은 기운을 뿜어냈다.
그리고 잘려나간 노마의 팔뚝이 떠오르자 서로 경쟁하듯 먹어치웠다.
이제 육도극성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사라지고 싸늘한 눈빛으로 한립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한립의 바람과 천둥의 속성이 합쳐진 괴이한 둔술을 보았으니 달아날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겁에 질려 달아났다가는 순식간에 당할 테니 차라리 죽을 각오로 싸우는 것이 더 나았다.
그렇게 노마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또 하나의 보물을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한립은 미간을 좁혔다.
처음 보는 보물이었지만 괴상한 생김새나 놀라운 음기로 볼 때 만만히 볼 물건이 아니었다.
그때 사내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신백골번(三神白骨幡)? 인계에 이렇게 사악한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가 있을 줄은 몰랐구나.”
“천란 수사가 아는 물건입니까?”
“영계에서 꽤 유명한 깃발이네. 칠 대 사기(邪器) 중 하나로 불리는데 눈앞에 있는 것은 그 제련법의 토대만 빌려온 것이지. 이런 사기를 제련하려면 피비린내 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주인도 결국에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하지. 눈앞의 물건도 꽤 위력적인 것이 많은 수사들을 희생시켰을 걸세.”
사내아이가 혀를 차며 깃발을 꺼림칙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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