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5화. 성궁 전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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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곤망은 그들이 정신을 잃자 다시 푸른 기운으로 변해 세 수사를 놓아 주었고 허공을 선회하더니 한립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세 수사들은 기뻐하며 감사 인사를 했지만 한립은 신경 쓰지 않고 날개를 불러내 하얀 색과 푸른색을 번뜩이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수사들은 그가 먼저 달아난 두 명을 쫓아 순간이동을 한 것을 알고 곧바로 각각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풀려난 세 수사가 그것을 두고 볼 리 없었다.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추격했다.
멀리서 광!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허공에서 하얀빛이 번뜩이며 노란 구름 두덩이가 튀어나왔다.
마치 무언가에 호되게 두들겨 맞은 모양새였다.
이어 바람이 불며 한립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노란 구름 덩이를 보며 조소했다. 이때 그의 미간에 있는 새까만 눈이 소리 없이 검은빛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노란 구름 속의 역성맹 수사들은 전신이 피범벅이 되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것으로 보아 중상을 입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한립을 보고 경악했다. 황사수미번(黃沙須彌幡)을 지닌 이후로는 원영기 수사가 쫓아와도 무사히 달아났었기 때문에 한립 앞에서도 과감히 달아난 것이다.
그런데 한립이 날린 주먹질 두 번에 두 사람의 자신감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를 악문 두 수사는 각각 핏덩이를 토해 노란 구름에 흡수시켜 필살기를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그들이 필살기를 펼치기도 전에 한립이 입을 벌려 눈부신 금빛 두 줄기를 뿜어내자 핏빛 구름에 날아들어 그들을 관통해 버렸다.
핏빛 구름 속에서 고통스런 비명이 울리고 결국 두 수사는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두 금빛 검은 그들을 맴돌다 순식간에 엄청난 핏줄기를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제야 그는 두 핏빛 구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구름의 핏빛이 순식간에 물러나고 다시 노란색으로 변해 날아들자 그가 다시 푸른 법결을 하나씩 날려 보냈다.
슉!
날아든 노란 구름들은 다시 깃발로 돌아가 그의 소매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고보는 확실히 최상급의 보물이었다.
비록 그에게는 불필요한 물건이었지만 문하의 제자들에게 주면 그들의 목숨을 한두 번쯤은 살려줄 것이다.
한립은 비검을 회수하고 차분히 다른 수사들이 달아난 방향을 살폈다.
몇몇은 백장 밖으로 날아가고 있었고 또 다른 이들은 검은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볍게 탄식한 그가 영수대 하나를 허공에 던졌다.
웽!
금빛 벌레들이 용솟음쳐 다섯 무리로 뭉쳐져 전광석화처럼 추격에 나섰다.
딱정벌레 무리는 역성맹 수사들을 한 명씩 쫓아 하늘 끝으로 사라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빛을 번뜩이며 다시 돌아왔다.
백수검종 결단기 수사 세 명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 뒤를 따라왔는데 악귀를 보는 듯 영충들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서금충이 역성맹 수사들을 산 채로 갉아 먹는 것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선배님의 큰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도와주시지 않으셨다면 저희들은 아마 큰 변고를 당했을 것 입니다.”
노인은 한립이 영충들을 영수대 속으로 거둬들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공손히 말했다.
“그저 지나는 길에 그리 된 것이니 고마워할 것 없다. 천성성이 완전히 포위된 모양인데 너희의 수행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니 그만 돌아가거라.
난 풍화천절진을 뚫고 들어가야 해서 너희를 대동할 수 없다.”
한립의 말에 세 수사들은 쓴웃음을 지었지만 틀린 말도 아니라 감히 반박하지 않았다.
그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방향을 틀어 되돌아 날아가기 시작했다.
한립은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살펴보다가 몸을 돌려 천성성 방향으로 튀어 나갔다.
그의 속도라면 수만 리 정도라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가는 동안 암석 아래 또는 바다 속에 역성맹 무리들이 잠복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처럼 결단기 수사들이 모여 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두 세 명은 고계 수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립은 그런 수사들을 일일이 상대할 마음이 없었기에 그저 희미한 푸른 그림자로 변해 그들을 지나쳐갔다.
그가 천성성을 백여 리 정도 남겨 뒀을 때 멀리 보이는 해수면 위로 붉은 빛이 반짝였다.
지금쯤이면 원래 거대한 섬이 보여야 하는데 붉은색의 얇은 장막이 그 곳을 에워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섬 방향에서 천둥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한립은 재빨리 수결을 맺어 희미하던 둔광을 완전히 감춰버렸다.
그는 속도를 줄이고 서서히 거대한 섬쪽으로 다시 수십 리를 가자 천성 성 주변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전방에 언제부터인지 대량의 검은 점들이 빽빽하게 나타났는데 자세히 보니 다양한 생김새의 배(舟)들이 영기를 반짝이고 있었다.
배는 누각처럼 높은 선체에 용문양이 새겨진 배, 새하얀 백옥으로 만들어진 배, 새까만 빛을 뿜어내는 철로 만든 배까지 그 종류와 재료가 다양했다.
그리고 그 모든 배들은 백장 높이의 두꺼운 기둥 세 개를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전체가 노란 기둥들은 푸른색과 붉은색 기운이 물결을 일으키며 퍼져 나가 얇은 장막으로 끊임없이 흘러들었다.
한립은 이 거대한 기둥들이 바로 풍화주라는 것과 선박 위의 점들은 다름 아닌 역성맹 수사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충 살펴봐도 2, 3천 명은 되어 보였는데 분명 원영기 수사들도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만법문 문주가 이 자리에 있을 지도 모르겠군.’
풍화주는 총 108개라고 했는데 그 가 우연히 그 중 하나와 맞닥뜨린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조밀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풍화천절진의 명성이 자자하나 그가 알기로는 이런 초대형 진법은 큰 세력이나 종문을 공격하려고 만들어진 것이라 주로 중, 저계 수사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러니 고계 수사가 지나기에는 오히려 쉬웠다. 그의 능력에 이런 진법을 뚫고 지나가는 것은 조금 성가신 일일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립은 이런저런 사정을 헤아려본 끝에 살짝 방향을 틀었다.
그는 정면에 보이는 선박 법기들과 세 개의 구리 기둥을 돌아 조금 멀리 떨어진 장막으로 쏘아져 나갔다.
이때 바다 속에 박혀 있던 거대 기둥들 곁에 3층짜리 호화 선박이 둥실 떠올랐다.
거대한 선박은 초록빛의 옥을 깎아 만든 것으로 무척 아름다웠다.
그곳의 가장 높은 곳에서 몇몇 수사들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융 선배님, 만 맹주님께서 이번에 성궁을 함락하면 만법문의 3대 섬 중 하나인 친서도(天瑞島)를 금련문(金蓮門)에 내어주시겠다고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사실인지요?”
하얀 장포를 입은 유생이 정면에 앉아 있는 노인에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저 현질이 소식에 능통하구만! 만 수사가 노부에게 그렇게 말해주기는 했네. 아무래도 천서도가 지금 노부가 머무는 곳보다는 영맥이 나은 곳이니 본 문의 발전을 위해 호의를 거절하지 않기로 했네.”
“천서도의 영맥이야 난성해에서 유명하지요. 게다가 그 섬에는 영초들도 자라고 있으니 금련문이 그곳을 얻는다면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또 다른 잿빛 장포의 중년 도사가 웃으며 끼어들었다.
“화 수사야 말로 진귀하기 이를 데 없는 재료를 열댓 가지나 받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만 형이 진법을 유지하는 것을 도우러 나서지 않았을 테지요.”
탁자에 둘러앉은 세 수사 중 둘은 원영 초기의 수행을 지녔고, 하얀 장포의 유생은 결단 후기였다.
그러나 두 선배 앞에서 당당하게 앉아 있는 것은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이었다.
중년 도사가 노인의 말에 대답하려는데 돌연 그들 선박 앞에 있던 기둥 중 하나가 낮게 진동하며 푸른색과 붉은 색의 기운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누가 진법을 뚫으려 합니다!”
도사가 낮게 소리치며 먼저 일어났고 융 노인과 유생도 안색이 달라져 몸을 일으켰다.
“서남쪽! 이런, 누군가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려나 봅니다. 대체 매복해 있던 놈들은 뭘 한 건지!”
도사가 진법 원반을 꺼내들고 수결을 맺더니 재빨리 외쳤다.
“갑시다, 화 수사! 바깥 경계를 맡은 이들이 붙들지 못한 것을 보면 보통 수사는 아닐 겁니다. 이곳에서 머지않으니 풍화천절진이 막는 동안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융 노인은 얼굴에 푸른빛이 번뜩이며 교활하게 웃어 보였다.
“좋습니다. 우리와 동급 수사일지 모르니 함께 가시지요. 저 현질은 잠시 이곳을 맡아 주게.”
중년 도사가 생각 끝에 결정을 내리고 신중히 당부했다.
“안심하십시오. 제가 이곳을 잘 살 피고 있을 테니 두 분은 그저 신위를 떨치고 오시면 됩니다!”
하얀 장포 유생이 자신 있는 대답에 아부까지 더하자 도사와 노인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곧 노인이 소매를 펄럭였고 옥으로 만든 작은 마차가 튀어나와 바람을 타고 몇 장 크기로 몸을 키웠다.
“화 수사, 이 천풍차(天風車)는 진법 안에서 속도가 배로 빨라지니 이것을 타고 쫓으면 절대 놓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어디 융 형의 신세를 좀 지겠습니다!”
노인이 먼저 마차에 오르고 중년 도사를 향해 말하자 중년 도사도 성큼 다가와 마차에 올랐다.
그가 마차에 오르자 보호막이 펼쳐지며 푸른빛의 장막으로 종적을 감추었다.
마치 진법과 마차가 융합되는 것 같았다.
“신묘합니다! 빈도가 예전부터 천풍차의 위명을 들어오기는 했지만 풍화천절진에서 이런 불가사의한 신통을 발휘할 줄은 몰랐습니다. 만 형이 수사를 이곳 진법의 눈에 배치한 것은 이것 때문인가 봅니다.”
옥 마차가 귀신처럼 진법에 스며드는 것을 본 중년 수사는 수염을 쓸어내리며 찬탄했다.
“그럴 지도 모르지요! 오래 알고 지냈지만 원영 후기에 이른 후 만 수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천풍차를 타고 가니 확실히 원영 중기 수사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진법 원반이 가리키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상대가 주변에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 사이 금제를 거의 뚫다니 신통이 정말 대단하군요. 이제 거의 풍화지력(風火之力)에서 벗어나기 직전입니다.”
융 노인이 원반을 주시하며 신중히 당부하고는 곧바로 수결을 맺으며 주술을 읊었다.
곧 옥 마차에 푸른빛이 크게 번져 그 안에 탄 수사들의 모습이 흐릿해지며 진법의 장막 속으로 다시 종적을 감추었다.
노인이 비술을 펼쳐 천풍차를 감췄으니 그들은 언제 나서고 물러설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중년 도사가 노인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의식을 퍼트리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몇 리를 더 날아가자 멀리서 진법을 깨고 들어오려는 인물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그들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진법 안으로 들어오려는 수사는 뜻 밖에도 젊은 청년으로 법보도 발동하지 않고 푸른 보호막 하나만을 이용해 장막을 깨나가고 있었다.
‘저게 누구지? 설마 원영 중기의 수사란 말인가?’
노인과 중년 수사는 동시에 가슴이 서늘해져 비슷한 생각을 했다.
역성맹의 다른 고계 수사들이었다면 허천정 때 일로 한립의 얼굴을 알아보았겠지만 둘은 만천명이 새롭게 데리고 온 원영기 노괴였다.
그들은 꽤나 규모가 있는 세력 출신으로 수련에만 매진하느라 난성해의 일에는 무관심했고, 이번에도 만천명이 거래를 청해오지 않았다면 끼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한립을 처음 보고 놀라긴 했지만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신통이면 협공해 원영 중기 수사와 일전을 벌일 만 했고 상대가 원영 초기일 가능성도 있다고 여겼다.
천풍차가 지닌 은닉 금제는 대단히 고명해서 그 안에 탄 융 노인 등은 잠시 주저하다 조용히 청년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정말 어떤 기척이나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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