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신공-663화 (420/2,000)
  • # 663

    663화. 금빛 교룡의 무서운 기세

    마음을 정한 한립은 누각 앞에 은신해 조용히 상황을 살폈다. 과연 예상대로 멀리서 날아오던 남색 안개 속의 요수들이 달아나는 저계 수사들을 추격했다.

    2, 3급이 대부분이었지만 열댓 마리는 5급 이상의 요수였고 대부분의 수사들은 동급 요수 여러 마리의 추격을 받았다.

    남색 안개가 산봉우리 위에 도착해 원래 있던 안개와 융합되었고 강력한 요기가 하늘을 찔렀다. 그 안에서 금빛이 번뜩이며 금색 투구와 갑옷을 입은 요족 수사가 나타났다.

    교룡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요족 수사는 한 손에 금색 창을 들고 있었는데 창의 표면에 은색 뇌전이 어른거리는 것이 보통 보물이 아니었다.

    교룡의 두 눈이 눈부시게 빛나며 강력한 의식이 순식간에 주변을 뒤덮었다.

    “금교왕(金蛟王)! 이럴 수가, 어찌 약조를 어기고 직접 나설 수가 있단 말인가!”

    수척한 노인이 요족 수사를 알아보고 핏기가 가셔 소리쳤다. 교룡 얼굴을 한 수사는 10급 요수였던 것이다.

    “안 될 게 무엇이지?  본 왕이 약조를 어긴다고 인간들이 어쩔 것인가?  벌써 삼천 년 동안 화신기 수사가 나오지 않았는데 말이야. 극품영석이 등장했는데 그까짓 약조를 지키고 있을 줄 알았나?”

    이때 안개 속에서 또 다른 수사가 둘이나 나왔다.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자와 검은 장포에 푸른 얼굴을 지닌 훤칠한 자였는데 후자가 눈에 익었다.

    ‘저건 독교와 같이 있던 거북 요수 아니야? ’

    숨어 있던 한립이 금색 교룡의 등장에 흠칫 놀라다가 그 뒤에 나타난 검은 장포 요족을 보고 뜻밖이라는 얼굴을 했다. 그당시 자신을 궁지로 몰며 추격하던 풍희가 떠올랐다.

    안색이 어두워진 그가 서둘러 요족 안개를 살폈지만 더는 아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한립은 미간을 좁혔으나 10급 요수 앞에서 아무렇게나 의식을 방출해 수색하지는 않았다.

    ‘거북 요수가 금교왕과 같이 나타나다니, 설마 당시 독교와 무슨 연관이라도…….’

    금교왕이 나타나자 산봉우리 쪽 수사들은 전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수척한 노인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원영 중기 수사가 그대로 앉아서 당할 수는 없었다. 그가 돌연 날카로운 고함을 지르더니 입에서 비검을 뿜어냈다.

    쿠쾅!

    당 노인이 고보를 폭파시키자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은백색 빛덩이가 나타나 뚱보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 기운을 흩어 버리고 금색 고리의 환영 역시 단번에 없앴다.

    놀란 뚱보가 사발에 요력을 불어 넣어 대량의 노란 안개로 몸을 보호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 틈에 수척한 노인은 보라색 손수건을 꺼내 발동했다.

    비단 손수건이 보호막으로 변해 노인을 휘감고는 순식간에 빛줄기로 변해 스무 장 밖으로 날아간 것이다.

    당 노인의 행동을 신호로 다른 원영기 수사들도 갑자기 이상한 비술을 사용하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져 필사적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서늘한 코웃음 소리가 울리더니 금교왕이 악랄한 얼굴로 손을 휘둘러 금은색의 이상한 빛을 분출했다.

    꽈광!

    요수가 손에 든 금색 창을 수척한 노인에게 힘껏 던졌다.

    “이런!”

    멀리서 금교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던 수척한 노인은 가슴이 철렁해서 들고 있던 푸른 거울을 내던졌다.

    그러자 푸른빛이 크게 번지며 둥근 달 같은 환영을 만들어 노인을 완전히 감춰주었다. 그와 동시에 열댓 장 길이의 거대 창이 다가와 은빛 뇌전을 번뜩이며 둥근 달 환영을 꿰뚫었다.

    맑은 거울 표면이 산산이 갈라지며 환영이 깨져나갔다.

    “헛!”

    그 광경에 수척한 노인이 화들짝 놀라 비술을 사용하여 보라색 보호막을 강화했다. 그러나 그 순간 절반으로 줄어든 금색 창이 달 환영을 빠져나와 노인에게 들이닥쳤다.

    쾅!

    비단 손수건이 엄청난 보물인듯 놀랍게도 보라색 보호막이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충격은 피할 수 없어 수척한 노인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몇 장을 튕겨 나갔다.

    금교왕이 허공을 박차고 열댓 장을 뛰어 넘어 수척한 노인을 쫓더니 손을 뻗었다. 요수의 손은 마치 금을 제련해 만든 것 같았다.

    공격을 당해 안색이 좋지 않던 수척한 노인은 금교왕이 번쩍 순간이동을 하며 따라붙자 아예 핏기가 사라졌다. 그는 다급히 입을 열어 주먹 크기의 비취색 구슬을 방출했다.

    쩡!

    금색 손이 거침없이 구슬을 잡아채자 둘 사이에 금속성의 굉음이 울리며 충돌했고 비취색 구슬은 재빨리 몸집을 키워 금색 손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금교왕이 서늘하게 눈을 빛내자 다섯 손가락에서 몇 촌 길이의 손톱이 자라났고 동시에 손등은 동전 크기의 금빛 비늘로 뒤덮였다.

    파삭.

    놀랍게도 요수의 맨 손에 구슬이 으깨진 것이다.

    “화룡결(化龍決)!”

    수척한 노인은 구슬이 깨지는 순간 피를 토했으나, 보라색 보호막에 휩싸인채 다시 한 번 쏘아져 나가 금교왕과 거리를 열댓 장이나 벌렸다.

    이번에는 금교왕도 뒤쫓지 않고 금색 투구 아래의 얼굴을 굳혔다. 요수가 한 손을 들어 멀리 보이는 보라색 보호막을 향해 주먹질을 하자 한 장 크기의 거대 손이 나타나 번개처럼 공격 했다.

    콰쾅!

    수척한 노인은 주먹을 빗겨 맞고서도 날아가 산봉우리에 처박혔다. 그곳에 몇 장 깊이의 거대한 구멍이 뚫렸는데 산이 무너져 내릴 듯 암석들이 쏟아져 내리고 흙먼지가 크게 일었다.

    금교왕이 흡족하게 웃고는 신형이 흐릿해져 누각 정상에 올라 구멍을 내려다보았다. 금빛 찬란한 팔을 다시 들어 올리는 것이 수척한 노인을 단숨에 죽일 기세였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누각 정문을 향해 팔을 뻗었다.

    “거기 누구냐! 썩 나오거라!”

    다섯 줄기의 금빛이 날아들었다.

    푸푸푸푸푹!

    조금 전 갑자기 몸이 떨려오고 섬뜩한 느낌이 들어 지체 없이 공격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 모습에 금교왕은 의아한 얼굴로 눈빛이 흔들렸다.

    위기를 감지하는 그의 직감은 셀 수 없는 세월을 살아오며 그를 여러 번 구해주었다. 하지만 공격을 해도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자 금교왕은 착각이었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요수가 마음을 먹고 의식을 퍼트려 수색을 해보려는데 돌연 수척한 노인이 처박힌 거대한 구덩이가 들썩였다.

    살기를 띤 금교왕은 돌무지로 시선을 돌리고 손을 뻗자 기다란 금색 창에서 은색 뇌전이 빠져 나와 스무 장 밖의 지면을 강타했다.

    쿠쾅!

    돌덩이들이 튀어 올라가자 보호막 속의 수척한 노인이 드러났다. 노인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창백해 보였고 금방이라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아무리 보라색 보호막이 신묘해도 연달아 금교왕의 공격을 막아냈으니 멀쩡할 리 없었다. 노인은 다시 방패와 쇠로 만든 자를 발동했지만 이전보다 속도가 훨씬 느려졌다.

    그 모습을 보고 금교왕은 금빛 창을 꺼내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그러자 노인의 두 보물은 일격에 부서졌고 금빛 창은 보라색 보호막을 뚫고 노인의 가슴을 관통했다.

    원영 중기 수사가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떨어진 노인은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꼼짝하지 못했고 상처에서 가느다란 은빛 뇌전이 번뜩이며 타는 냄새가 났다.

    “겨우 원영 중기 수사가 본 왕에게서 달아나려 하다니!”

    금교왕이 창을 불러들이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요수가 다시 손을 털자 손톱들이 날아가 거대한 못으로 변해 노인의 사지와 목에 박혔다.

    주술이 빼곡하게 새겨진 못은 금빛을 내며 노인의 원영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둬두었다. 금교왕은 그제야 안심하고 노인의 몸에서 저물대를 빨아들여 확인했다.

    잠시 후 그가 음산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다른 원영기 수사들은 요족 수사들과 교전하고 있었고 호리병을 든 잿빛 장포 노인과 핏빛 안개 덩어리 속의 수사는 이미 검은 점으로 변해 달아나고 있었다.

    잿빛 장포 노인의 뒤로는 요족 수사들이 바짝 뒤를 쫓았지만, 핏빛 안개 속의 수사는 추격자과 더욱 거리를 벌리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금교왕이 입술을 실룩거리더니 멀리 보이는 핏빛 안개를 향해 몸을 날렸다. 멀어지는 금빛을 보며 누각 근처에 숨어 있던 한립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 금교왕의 표정으로 보아 수척한 노인의 저물대에서 극품영석을 찾지 못한 것 같았다. 이에 한립도 수척한 노인은 신경 쓰지 않고 허공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남색 안개 아래쪽에서 정체 모를 8급 요수가 꼼짝 않고 주위를 둘러보며 감시하고 있었다. 남색 피부에 사나운 얼굴을 지녔고 팔뚝과 허벅지에 푸른 비늘이 박혀 있어 보기만 해도 흉악했다.

    그런데 요수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요수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머지않은 곳에서 노란 빛이 날아들었다.

    ‘뭐지? ’

    한립은 남색빛이 일렁이는 눈으로 노란 빛 속의 요수를 살피니 팔이 네 개나 달린 해마 형태의 요수가 푸른 저물대를 들고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허공에서 꼼짝 않던 남색 요족 수사가 입술을 달싹이며 해마 요수와 전음을 주고받자 즉시 흥분한 얼굴로 날아갔다. 이에 한립도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등 뒤로 풍뢰시를 펼쳐 천 장 밖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히익!”

    해마 요수는 화들짝 놀랐지만 기민하게 입에서 노란 빛을 방출하고는 8급 요수있는 곳으로 달아나려 했다. 흉흉한 기세의 한립을 직접 상대할 마음이 전혀 없는 듯했다.

    하지만 한립이 겨우 6급 요수를 놓칠 리가 없었다. 노란 빛이 백 개가 넘는 가느다란 못으로 변해 떨어져 내리자 그가 팔을 들어 해마 요수 방향의 허공을 쥐었다.

    그러자 요수의 머리 위에서 푸른빛이 번뜩이며 거대 손이 나타나 번개처럼 요수를 낚아채자 요수는 혼비백산했다. 전신에 노란 기운이 번뜩이며 팔을 칼처럼 휘둘러 거대 손을 공격했지만 원영 후기 대수사의 신통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한립이 눈썹을 끌어 올리며 푸른 거대 손이 사정없이 내리누르자 참혹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단단하기 그지없는 요수의 몸은 원영 후기 수사의 일격에 터져나갔고, 그 순간 한립이 은빛 뇌전으로 사라져 요수의 잔해 옆에 나타났다. 푸른 저물대를 든 한립은 희색을 감추지 않았다.

    “영석을 내놓거라!”

    머지않은 곳에서 남색 얼굴의 8급 요수가 날아들며 괴성을 질러댔다. 그 목소리는 법력을 담고 있어 수십 리 내의 요수들에게까지 퍼져 나갔다.

    한립이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돌리니 서늘한 눈빛의 요족 수사는 오금이 저려 서둘러 둔술을 멈추고 상대를 훑었다.

    “원영 후기 수사! 당신은 누구신데 끼어드는 겁니까!”

    기세등등하던 8급 요수가 서둘러 보물 두 개를 방출해 몸을 보호하고는 두려운 기색을 드러냈다.

    “어차피 죽을 자에게 내가 누군지가 중요할까요?”

    한립은 8급 요수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다른 곳을 훑었다.

    방금 8급 남색 요수가 소리를 질러댄 통에 남녀 수사와 싸우고 있던 화형기 요수가 상대를 버리고 이쪽으로 날아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금빛이 번뜩이고 천둥소리가 울리는 것이 금교왕도 돌아오는 길인 듯했다.

    그 자의 엄청난 속도로 보아 이곳으로 전부 모이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생각을 마친 한립은 저물대를 거두고 손에서 비취색 나무 자를 꺼내들었다. 그 모습에 8급 요수도 기이한 조가비 보물을 발동해 두 개의 하얀 보호막을 펼쳤다.

    그러나 한립은 냉소하며 나무 자에서 비취색 빛을 내뿜었고 요수의 머리 위로 불경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은색 연꽃이 나타나 일곱 빛깔을 뿜어냈다.

    보호막 속의 8급 요수는 불광을 피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갑자기 주변 공기가 굳어 버리기라도 한듯 엄청난 압력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몸속의 법력마저 조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헛!”

    파사삭!

    놀란 요수가 비명을 지르자 마지막으로 금빛 검이 날아들어 하얀 보호막들이 부서져나가고 요수의 몸은 두 동강이 나서 떨어져 내렸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