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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605화 (362/2,000)

# 605

605화. 진마(眞魔)의 기운

만년시웅도 그들의 상항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화천기는 거대 손들로 아래쪽 마기를 내려치면서 만년시웅을 향해 냉랭히 전음을 보냈다.

“걱정 말거라! 겨우 분혼 주제에 마공을 이용해 신외화신(身外化身)을 두 개나 제련해 냈으니 무리가 갔을 게야. 그렇지 않았다면 저런 것들을 몇 개나 더 만들어 우리를 상대했겠지. 마물이 우리와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끌 리가 있겠느냐?

지금 중요한 것은 마물이 내 육체를 강제로 마화했던 점이다. 지금은 임시지만 제단에서 흡수한 정순한 마기로 끊임없이 갈고 닦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마화가 안정될 게야. 모든 신통을 되찾은 상대를 우리 힘만으로 상대 할 수 없다. 보아하니 모험을 한 번 해야겠어!”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만년시웅이 정중히 물었다.

“비술을 이용해 저 늑대의 육체로 파고들어 마물에게 강제로 통제권을 빼앗아 와야겠다. 육체가 이미 마화되어 유리하지는 않겠지만 잠시 아무도 통제 못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알겠지?”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만년시웅이 핏빛을 조종해 아래쪽 마기를 가르며 망설였다.

“위험?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제단의 봉인이 풀리면 그때는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어진다.”

“제단 아래 무엇이 봉인 되어 있기에 그렇습니까?  설마 상고마계가 인계에 남겨 놓은 강대한 마기(魔器)들 입니까?”

“차라리 마기라면 다행이지. 저 제단이 봉인하고 있는 것은 상고마계에서 인계로 통하는 통로로 전송되어 온 진마기(眞魔氣)일 것이야!”

롱몽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상고마계에서 전송된 진마기요?”

“당시에는 네가 연시가 되기 전이었지만 그래도 진마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게다. 일반적인 마기와 달리 인계의 영맥과 영기를 오염 시킬 수 있고, 일단 대량으로 진마기가 유출되면 범인들이나 저계 수사들은 점점 마화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길어지면 인계가 점점 상고 마계와 비슷한 곳이 되어버릴 것이야.”

“제가 듣기로는 당시 전쟁이 끝나고 진마기는 상고 수사들에 의해 철저히 정화되었다고 하던데요. 어째서 이 제단 밑에 그것들이 남아 있다고 여기십니까?”

“정화?  일반적인 마기였다면 상고 시대 수사의 신통으로 정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마기는 상고마계의 근본이고 인계로 전송한 것도 이곳의 천기영기를 바꾸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쉽게 제거될 리 없지! 만약 우리가 영계에 있었다면 방법이 있었겠지만…….

내가 봉인 당하기 전에 곤오삼노의 말을 들으니 대량의 진마기를 전부 모아 인계 곳곳의 영기가 충만한 곳에 봉인해 놓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고마 성조의 분신과 융합하여 하나가 되었을 때 희미하게 제단 아래 봉인에서 진마기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지.”

롱몽이 잠시 숨을 고르다 다시 입을 열었다.

“곤오산은 당시 인계에서 수도 영산으로 유명하였으니 이곳의 영기로 진마기를 억누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게야. 진마기가 시간이 흘러 정순한 영기로 씻겨 내려가기를 바랐을 테니.

내가 봉인되기 전보다 이 산의 영기가 훨씬 희박해 졌으니 그들의 바람대로 조금씩 진마기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 하지만 백만 년이 흐르지 않고서야 진마기가 정화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야.

만일 진마기가 흘러나온 후에 인계 수사들이 다시 봉인을 하려고 해도 그럴 능력이 되지 않겠지. 게다가 고마 성조의 화신이 진마기를 흡수한다면 인계에는 적수가 없을 것이다.”

드디어 롱몽이 긴 이야기를 마쳤고 듣고 있던 만년시웅은 생각이 많아진 눈치였다.

“인계가 마화되어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당시 요족과 인간 수사들이 저희를 내려 보낸 것은 인계에 침입한 고마들을 몰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저희는 이미 해냈고요. 이제 와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우리 책임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차라리…….”

만년시웅이 서늘하게 눈을 빛내며 우물쭈물 무언가 제안하려 했다.

“나도 알고 있다! 당시 인간 수사의 영수에 불과했던 네가 갑자기 진마탑으로 찾아와 나를 구해낸 것은 역령통로를 이용해 영계로 돌아가고 싶어서겠지. 하지만 네 수행이 아직 화신기를 넘어서지 못했으니 통로를 통과하다 공간의 압력에 그대로 사라질 수도 있다. 게다가 어째서 내가 역령통로가 어디 있는지 알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갑자기 그의 말을 끊은 롱몽이 냉소하며 물었다.

“저를 놀리시는 겁니까?  인간 수사의 영수 노릇을 한 것은 제가 이지(理智)를 갖기 한참 전의 일입니다. 역령통로를 통과하는 일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역령통로를 찾아왔는데 저도 그만한 준비는 해두었으니까요. 그리고 천규 요왕님의 왕비께서 역령통로가 어디 있는지 모르신다면 이 세상에 또 누가 알고 있겠습니까.”

만년시웅이 털이 북슬북슬 난 얼굴로 미소 지었다.

“흥, 그 말을 믿어보마! 네게 솔직히 말해주자면 내 육체를 다시 빼앗아 와야만 역령통로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이곳에서 달아날 생각만 말고 얌전히 본 비의 말대로 따르거라.”

“예, 왕비님께서 저희를 데리고 영계로 돌아간다는 약조만 지켜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되었다. 일단 비술을 펼치는 동안 호법을 서거라.”

롱몽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녀가 깃든 화천기가 수결을 맞으며 눈부신 은색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한립은 칠묘 진인의 시선을 받으며 두 손을 부딪쳐 아래쪽으로 벽사신뢰를 쏘아 보냈다. 마기를 공격해 흩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아래쪽의 거대 늑대는 다수의 수사들을 상대로 더욱 강하게 반응하며 입 속에서 마기나 새까만 빛기둥을 쉼 없이 분출했다. 노란 검기, 핏빛 등의 공격이 슬슬 밀렸을 뿐 아니라 마기의 양이 늘어 공간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었다.

이때 제단 곳곳의 돌기둥에서 점점 눈을 찌르는 듯한 빛이 터져 나오더니 진동했고 표면에 알 수 없는 상고 부호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알아챈 인간과 요수들은 전부 흠칫 놀랐다. 손에 새빨간 북을 든 칠묘 진인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이를 악문 그가 작은 북을 허공에 던지며 외쳤다.

“현청자 수사, 뭘 우물쭈물하고 있는 것입니까?  어서 그것을 발동하지 않으면 더 큰 화를 불러 올 겁니다!”

노 도사는 낡은 검을 이용해 미친 듯이 공격한 후에야 안정을 되찾은 것 같았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마기를 뚫고 구출하지 못했으니 목 부인의 원영은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그 순간 칠묘 진인의 말을 듣고 노 도사가 결심을 했다. 그는 두말할 것도 없이 소매를 털어 황토색의 작은 도장을 허공에 띄웠다.

“평산인(平山印)!”

여인의 목소리가 그것을 알아보고 중얼거렸다. 한립이 고개를 돌리니 한쪽에서 임은병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작은 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매회에 나왔던 통천령보 모조품 평산인이었다.

그는 도중에 경매회를 빠져나왔지만 듣기로는 정체 모를 수사가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불하고 가져갔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태일문의 수중에 있었다니!

과연 정도 제일의 문파다운 재력이었다.

평산인이 빛을 방출하는 것을 보고 칠묘 진인이 웃음을 터트리더니 허공의 작은 북을 향해 손끝을 튕겼다.

펑!

둔탁한 소리가 북에서 울렸다. 작은 북에서 새빨간 빛이 번뜩이며 붉은 빛이 동그랗게 북의 주변을 휘감았다. 중년 문사는 시간을 끌지 않고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펑!

둔탁한 북소리가 울리자 붉은 빛이 더욱 커졌다.

퍼퍼펑!

연달아 북이 울리자 붉은 태양과 같은 빛이 허공에 떠있게 되었다.

현청자는 평산인을 허공에 두고 주술을 읊고 있었는데 그가 법결을 던져 넣자 작은 도장이 스무 장 크기로 커졌다. 옥으로 만든 도장 표면에는 진법과 부적 주술이 겹겹이 흘러 다녔고 도처로 찬란한 노란 기운이 퍼져나갔다.

두 보물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모아졌다.

전신에서 은색빛을 방출하던 화천기조차 힐끗 그것들을 보고는 다시 눈을 감을 정도였다. 제단 위의 거대 늑대도 잠시 움찔하며 신중하게 보물들을 살폈다.

“겨우 그런 모조품 두 개로 본 성조를 죽일 생각이라면 꿈 깨거라.”

거대 늑대의 서늘한 눈빛이 스치자 입에서 검은 빛이 흘러나와 검은 구슬로 변했다. 이어 늑대가 입에서 새까만 빛기둥을 쏘아 보내 구슬로 흡수시켰다.

구슬은 재빨리 몸집을 키우며 작은 집만큼 커졌고 거대 늑대의 머리 위에 둥실 떠 있었다. 구슬의 어둠은 지켜보는 이의 가슴을 섬뜩하게 만들었고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가라!”

뜻밖에도 현청자가 결연한 얼굴로 거대 도장을 가리켜 먼저 공격을 개시했다.

평산인이 사방팔방으로 빛을 퍼트리며 별똥별처럼 제단의 거대 늑대를 향해 떨어져 내렸고 동시에 북에서 분출된 붉은 태양도 그 뒤를 쫓았다.

두 공격이 파죽지세로 마기를 허물며 지나갔다.

통천령보의 모조품에도 불구하고 두 보물의 신묘한 조합으로 통천령보 수준의 위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거대 늑대가 입에서 기운을 방출해 머리 위의 구슬에 흡수시켰다. 그러자 검은 구슬이 몸을 부르르 떨며 두 보물을 향해 튀어나갔다. 지나는 곳마다 마기를 흡수하며 날아가는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결국 세 개의 보물이 허공에서 소리 없이 만나 충돌했다.

공간 전체가 쩌렁쩌렁 울리는 굉음과 검은빛, 노란기운, 붉은빛의 폭발이 일어났고 영기의 압력이 극명하게 갈리며 영기의 장벽을 만들어냈다.

한쪽은 칠흑 같은 검은 색으로 끝없는 밤하늘 같았고 다른 쪽은 붉은색과 노란색이 섞여 반짝이며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콰르릉! 쿠쾅!

경계선에서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복잡하게 얽혀서 밀고 밀리며 두 경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고 거대 늑대가 빛기둥을 연달아 쏘아 올리자 검은 쪽이 노랗고 붉은 쪽 기운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현청자와 칠묘 진인의 표정이 급변했다.

육체가 마화된 마물이 뜻밖에도 통천령보 모조품의 공격을 간단히 막아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들도 쉼 없이 법결을 던져 넣고 전신의 법력을 끌어 올렸지만 서로의 눈에서 놀란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고마 성조 분신의 위력은 그들의 예상을 훨씬 초월하고 있었다. 만일을 대비해 준비한 금마환이 통하지 않은 것부터 이상했다. 게다가 제단의 봉인이 언제라도 풀릴 것 같았는데 그렇게 되면 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위기를 느끼고 있을 때 상황을 주시하던 한립이 저물대를 스쳐 삼색의 빛을 불러냈다. 그가 한숨을 쉬며 몸을 숨기고 있던 인간형 꼭두각시를 등 뒤로 불렀다.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두 손을 마주쳐 깃털 부채가 몇 장 크기로 커질 때까지 들고 있었다.

고마 성조의 분신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달아날 길이 없는 와중에 현청자와 칠묘 진인이 당하면 그도 죽은 목숨이 아니겠는가!

저들이 강력한 보물을 꺼냈으니 힘을 보태야 할 것 같았다.

거대한 부채가 웅웅거리며 삼색 화염을 크게 방출하자 한립이 전신의 영력을 쏟아 부었다. 지금은 힘을 아껴둘 때가 아니라 평소보다 무리를 해서라도 최대의 역량을 발휘할 때였다.

삼염선이 방출하는 굉장한 영기의 압력에 현청자와 칠묘 진인이 한립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한립이 들고 있는 삼염선을 보고 반색했다.

“수사, 그것은……!”

한립은 설명할 마음이 없었기에 깃털 부채를 강하게 흔들었고 삼염선에서 대량의 삼색 화염이 쏟아져 나와 네다섯 장 길이의 삼색 불새로 응결됐다.

봉황의 울음소리를 내며 두 날개를 활짝 편 불새가 노랗고 붉은 기운으로 날아들었다. 이어 삼색 불새가 폭발해 삼색의 기운이 나타났다가 사람 머리통만한 금색과 은색 글자들이 허공에 흐르며 사라졌다.

그러자 노랗고 붉은 기운이 엄청나게 커졌고 주변에서 금은색 화염이 넘실거렸다. 그리고 바로 검은 기운을 밀어내며 거대 늑대를 향해 흉흉한 기세로 나아갔다.

그나마 은시야차와 임은병은 한립의 삼염선의 위력을 본 적이 있지만 만년시웅은 어안이 벙벙해져 한립을 새로운 눈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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