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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582화 (339/2,000)

# 582

582화. 양환(陽環)의 위력

쿠쿵!

경천동지할 굉음이 터져 나오고 세 가지 색이 어우러져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다. 빛과 소음이 가시고 난 허공에는 세 가지 보물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세 보물의 공격에 목괴가 소리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네 개의 핏빛 나무 영패 중 하나가 불타올라 사라졌다.

세 보물이 다시 탁자로 돌아왔을 때 난쟁이 세 명의 그림자도 허물어지더니 한 마디 말도 없어 사라졌다.

곤오전의 보물이 요물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곤오삼노들이 그림 속에 한 줄기 의식을 남겨 놓았던 것이다.

목괴는 수행으로나 지능으로나 다른 요물들 이상이었는데 그로 인해 도리어 가장 먼저 목숨을 잃고 말았다.

목 부인이 기뻐하며 즉시 움직이려는 데 뒤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천둥소리 같았다.

“조심 하세요, 사저!”

수려한 여인의 경고가 뒤따랐다. 놀란 목 부인이 손을 들어 탁자의 물건들을 빨아들이려 했지만 그 순간, 은빛이 번뜩이며 바람처럼 탁자 위로 떠오른 보물들을 향해 누군가 손을 뻗었다.

거대한 손수건에서 벗어나 풍뢰시를 펼친 한립이었다. 분노한 목 부인이 입을 벌려 은색 비침을 방출했다.

이에 한립도 입을 벌려 비침들을 향해 설정주를 쏘아 보냈다. 그리고 푸른 거대 손이 나타나 보물을 쥐려했고 다른 손에는 깃털 부채가 나타났다.

한립이 거침없이 목 부인을 향해 부채를 흔들었다.

젊은 여인에게 암습을 당해 갇혀 있다 나왔으니 열 받을 만도 했고, 보물이 코앞이니 삼염선을 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부채의 위력을 보았던 목 부인은 보물이고 뭐고 당장 몸을 날려 물러났다.

삼색 화염이 허공을 가르고 폭발하자 열장 가까이 되는 놀라운 빛이 터져 나왔다. 목 부인은 물론이고 한립도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그의 거대 손과 목 부인이 보물들을 불러들이던 기운도 소리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보물들은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한립이 기뻐하며 움직이려는데 북극원광 속에서 핏빛 그림자, 은색빛, 보라색 안개가 동시에 날아들었다. 세 인영 모두 둔술에 능한지 괴이하게 그 자리에서 소실되거나 바람을 타고 모습을 감추었다.

‘이런!’

불길한 예감에 한립이 천둥소리를 내며 신속히 보물을 향해 날아갔다. 다른 세 그림자도 거의 동시에 어떤 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립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것은 정체 모를 나무 영패와 붉은 빛의 서책이었는데 고민할 것도 없이 두 개 모두 푸른 기운으로 불러들였다.

그가 다음으로 가까운 항마장으로 날아가려 할 때 머리 위쪽에서 핏빛 빛기둥과 금색의 음파가 날아들었다.

어쩔 수 없이 한립이 물러나자 항마장은 핏빛 그림자의 수중에 들어갔다. 보라색 안개와 은색 빛은 다른 보물은 안중에도 없고 각각 나무 영패를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한립이 멈칫하는 가운데 핏빛 그림자가 이번에는 청록색 인장을 향해 쇄도했다.

“멈추세요! 화룡새는 안 됩니다.”

여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고 하얀 옥자가 핏빛 그림자 위에 나타나 떨어져 내렸다.

기이한 것이 직접 닿기도 전에 옥으로 만든 자에서 불경을 읊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무수히 많은 하얀 연꽃을 피어냈다.

그리고 주위를 뒤덮은 연꽃잎에서 일곱 가지 빛깔의 불광(佛光)이 쏟아져 나와 핏빛 그림자 뿐 아니라 또 다른 은색 빛덩이와 보라색 안개까지 뒤덮었다.

한립은 이미 물러나 있었기에 다행히 연꽃 밖에 있었는데 여인의 고함 소리가 들리며 연꽃들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일곱 빛깔이 번지며 거의 괴성에 가까운 불경 소리가 곤오전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려댔다.

그 안에 갇힌 핏빛 그림자와 은색 빛덩이, 보라색 안개가 보물들을 찾으려 날아가기는커녕 몸도 가누지 못하고 나뒹굴거나 비틀거렸다.

눈앞의 광경에 한립이 놀라는 동안 체내 깊숙이 숨겨 놓은 금강조가 연꽃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흠칫 놀란 그는 법력을 이용해 보물을 억제하며 은빛 날개를 펄럭여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북극원광 인근에서 나타났다.

보물을 이미 두 개나 얻었으니 이곳에서 머무는 것은 절대 현명한 행동이 아니었다. 게다가 새로 나타난 옥자의 엄청난 위력을 보아 삼염선과 맞먹는 통천령보의 모방품이 분명했다.

비록 자신을 습격한 여인들에게 화가 났지만 이대로 버티다가 건 노마나 은시야차가 동시에 공격해 오면 크게 화를 당할 수도 있었다.

금은색 베틀 북 위에 나타난 화선종 여인은 최선을 다해 하얀 옥자를 조종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한립이 달아나는 것을 보았지만 화룡새는 남겨두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삼염선의 위세에 물러났던 목 부인이 한립이 사라진 방향을 보다가 뜻밖에도 거대한 연꽃 속으로 뛰어 들었다. 수려한 여인이 조종을 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목 부인은 연꽃의 영향을 받지 않고 손쉽게 화룡새를 손에 쥐었다.

여인이 소매를 펄럭이며 보라색 검까지 끌어당겼을 때 일곱 빛깔의 빛이 반짝이며 다른 수사들을 가두었던 연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건 노마와 두 요물이 드디어 뚫고 나온 것이다.

이에 젊은 여인도 법력이 부족한지 사상척의 위세를 거두어 들였다.

그러나 한립은 북극원광 속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암귀가 변한 추한 부인과 마주쳤다.

그녀는 전신에 검푸른 갑옷을 두르고 있어서인지 은빛 광선들이 미세하게 튕겨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둔술을 펼치지 않고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 그녀가 너무 느려서 은시야차와 사금수가 한발 앞서 도착한 것 같았다.

추한 부인은 한립과 눈이 마주치자 경계심을 드러내며 그를 주시했다. 하지만 한립은 그녀를 그냥 지나치려 했다.

그녀가 비록 요마이기는 하나 아무 원한이 없는데다 북극원광 속에서 능력이 제한되어 있으니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추한 부인이 돌연 표정이 달라지며 두려운 눈빛으로 점점 더 그를 노려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들고 가는 것을 당장 내놓거라!”

추한 부인은 귀를 찌를 듯 날카로운 소리를 내더니 한립을 향해 검은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다. 이에 방망이 법보가 몇 장 길이로 길어지더니 무수히 많은 그림자를 만들어 내며 한립을 향해 달려들었다.

방망이 그림자를 본 한립은 주춤했으나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가 즉시 한 손을 뻗자 검은 반지가 나타났고 반지는 방망이 그림자를 향해 날아갔다.

이에 추한 부인은 속으로 안심했다.

그녀의 방망이는 다섯 가지 금속의 정수를 모아 수만 년간 제련한 것으로 꽤 수준 높은 보물이었다. 방망이에서 튀어 나간 거무튀튀한 그림자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각각이 천근의 무게를 지니고 있어 저 정도 반지라면 단숨에 조각낼 것이다.

추한 부인은 법력을 끌어 올려 방망이에 주입했다. 이번 일격으로 한립을 죽일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흉악한 눈빛에 한립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대가 필사적으로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무표정하게 검은 반지를 가리키자 검은 반지가 방망이 그림자와 닿기도 전에 맹렬히 울어댔고 곧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주변의 은색 광선들이 반지의 울음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빽빽하게 결집되어 방망이 그림자를 향해 모여든 것이다. 아무리 기세등등한 공격이라도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이 뚫리면 만신창이가 되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북극원광을 조종해?”

추한 부인은 더욱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한립은 냉소했다.

양의환은 양환과 음환으로 나뉘는데 음환을 지니고 있으면 북극원광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고 양환을 지니고 있으면 북극원광을 조종해 적을 공격할 수 있었다.

이곳에 북극원광이 없었다면 원영 후기의 수행을 지닌 요물을 크게 경계했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그냥 지나가려는데 굳이 붙들어 공격했으니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저런 요물이라면 육신이든 혼백이든 아주 진귀한 제련 재료로 쓰일 것이다.

검은 반지가 허공을 돌더니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고 새까만 빛을 내뿜었다. 그러자 주변 수십 장 범위의 은빛 광선들이 반지의 통제를 받아 은색 물결로 변해 추한 부인을 향해 밀려들었다.

이에 추한 부인이 깜짝 놀라 다른 보물을 꺼내려고 했지만 그녀의 입에선 이미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가 급히 수결을 맺자 핏덩이가 핏빛 안개로 퍼져 그녀의 갑옷을 휘감았고 검푸르던 갑옷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엄청난 기세로 북극원광 물결이 추한 부인을 가두었다.

추한 부인의 갑옷에서 붉은 빛이 발산되며 필사적으로 은빛광선의 물결을 막아내려 했고 금속성 무기가 마찰되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술을 사용해 북극원광을 겨우 통과하고 있었는데 이제 몇 배로 짙어진 은색 광선의 파동 속에서 그녀의 갑옷은 울퉁불퉁하게 패이며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난색을 표한 추한 부인이 입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양손으로 갑옷을 누르자 회백색의 기운이 암석처럼 뭉쳐져 또 다른 보호막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립은 이미 상대를 죽이기로 마음먹었기에 반지를 향해 법결을 쏘아 보냈다. 그러자 검은 반지의 빛과 울음이 강해지고, 멀리 있던 은색 광선까지 모여들어 엄청난 기세를 풍기기 시작했다.

결국 추한 부인의 회백색 보호막이 무너지고 갑옷까지 갈라지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린 그녀는 망설이다 결국 소리쳤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목숨만 살려주시면 수사를 주인으로 모시고 영수로 살겠습니다.”

드디어 갑옷 한쪽이 무너지기 시작해서 수십 줄기의 은색 실이 관통했고 그녀의 한쪽 팔이 핏빛 안개로 흩어지자 더는 망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내 영수가 되겠다고?”

그 말에 한립은 흥미롭다는 듯 양환의 조종을 받던 북극원광의 공세를 누그러뜨렸다.

“날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로 아시는 겁니까?  금신술도 당신 같은 요수에게는 무용지물일 텐데 어찌 안심하고 영수로 삼겠습니까?”

한립이 무표정하게 은빛 광선 속의 부인을 쳐다보았다. 만일 자신이 납득할 만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바로 죽일 생각이었다.

“곤오전에서 얻은 목패를 살펴보시지요. 그것은 제가 수행이 높아지기 전에 심어 놓은 금제를 통제할 수 있는 본명패입니다.”

“본명패!”

한립도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저물대를 스쳐 목패를 꺼내들었다. 손바닥만 한 목패는 핏빛으로 둘러 싸여 있었고 회백색 안개 같은 것이 시야를 가렸다.

의식으로 그것을 살핀 한립은 미소를 지으며 손에서 푸른빛을 쏘아 보냈다. 그러자 본명패의 핏빛이 짙어지며 회백색 안개가 사라졌고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거북 모양이 떠올랐다.

“현암귀! 본체가 이런 천지 영수였군요. 어쩐지 북극원광을 버틸 만큼 단단하다 했습니다.”

한립이 목패를 살피다 눈동자의 남색 기운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이제 제가 속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아셨지요?  그것은 오래전 곤오삼노가 친히 제련한 것이라 인계에서는 더 이상 만들 수 없는 최상급의 본명패입니다. 그것을 지니고 있는 수사가 제 목숨 줄을 쥐고 있는 것이지요.”

추한 부인이 짙은 북극원광 속에서 빠르게 설명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본명패가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겠지요. 만일 원영기 이하의 수사가 이것을 연화하려 들다가는 오히려 금제의 반격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고요.”

“아직도 안심이 되지 않으시는 겁니까?”

“당연히 안심이 되지 않지요. 본명패를 연화시키면 그럭저럭 당신을 통제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보다 수행이 높으니 목숨을 잃을 각오로 지척에서 저를 기습한다면 저는 죽은 목숨 아니겠습니까?  그런 위험 부담을 안고 굳이 당신을 영수로 받아들여야 합니까?”

돌연 그가 안색을 굳히자 양환의 울음소리가 커지며 추한 부인을 둘러싼 은빛 광선들이 폭발적으로 요동쳤다.

“그렇게 불안하다면 제 원신의 절반을 본명패에 깃들여 놓겠습니다. 제가 만일 이상한 마음을 품으면 수사가 즉시 알아차릴 수 있겠지요.”

다급한 마음에 추한 부인이 재빨리 소리쳤다.

“오, 원신분열이라……. 그 방법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시행하시지요.”

한립의 말에 추한 부인이 주저하자 한립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이에 가슴이 서늘해진 요물은 즉시 자신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푹!

정수리에서 검은색과 하얀색이 섞인 기묘한 빛이 반짝이더니 발가벗은 추한 부인의 원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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