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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477화 (234/2,000)

# 477

477화. 새까만 칼날

고마의 혼백이 그 말을 듣고도 분노하지 않고 은백색 눈을 번뜩였다. 한립 앞의 검빛들, 보라색 화염 그리고 혈마검을 훑는 그의 시선은 서늘하기 만했다.

한립도 냉랭히 상대를 지켜보면서 등 뒤로 풍뢰시를 펴고 신속히 체내의 법력을 운용했다.

그때, 거대한 폭음이 들려와 한립과 마혼이 동시에 시선을 주었다.

각양각색의 빛이 검은 보호막을 뚫고 나오는 중이었다. 눈부신 검은 빛이 가시고 나니 고리, 검, 깃발의 원형이 암담해진 검은 빛을 품고 있었다.

마혼이 한립을 상대하는 동안 은발 노인 등 세 수사가 벌인 일이었다. 비록 원영 초기 수사들이었지만 경험이 풍부해서인지 단시간에 보물들을 가두어둔 금제를 풀어냈다.

그들도 마혼의 엄청난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한립 쪽으로 가서 합류하기 보다는 원거리에서 보물을 이용해 보조할 생각이었다.

지금은 한립이 마물을 상대하고 있지만 그가 잘못되는 순간 그들도 끝장이었다. 그들이 힘을 보탤 것 같은 조짐을 보이자 한립은 무척 기뻤다.

마혼이 날아오는 보물들과 한립을 번갈아 보다가 악귀 머리로 음산하게 웃었다.

잔영을 남기며 사라진 마혼이 보이지 않자 한립이 즉시 명청령안을 이용해 그를 추적했다.

“조심하세요!”

한립의 일갈하며 즉시 의식을 이용해 거북 꼭두각시들을 움직였다. 거북 꼭두각시들이 목을 길게 빼고 뜻밖에도 은발 노인 주변을 향해 남색 빛기둥을 쏘아 보냈다.

경험이 풍부한 노인들도 한립의 경고에 마혼이 자신들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마혼은 한립이 다양한 방법을 준비한 것을 보고 단시간에 끝낼 상대를 찾은 것이다. 그는 일단 성가신 수사들을 치우고 홀로 남은 한립을 해치우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열댓 개의 빛기둥들이 세 원영기 노인들 주위에서 폭발해 냉기를 발산했다.

검은 빛이 반짝이며 마혼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들과 겨우 열댓 장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들은 마혼이 빠른 줄을 알았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라 당황했다. 다행히 그들은 협공에 익숙한지 한 명이 대량의 부적을 꺼내고, 다른 노인이 품에서 붉은 여우를 방출하는 동안 천정 진인이 수결을 맺자 꼭두각시 두 마리가 사라졌다.

부적은 보호막을 나서자마자 대량의 불길을 뿜어냈고 새빨간 여우는 깡총 뛰어 그 안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불 속성 둔술에 능한 희귀한 영수였던 것이다.

마혼이 기세가 범상치 않은 꼭두각시 두 마리가 덤벼드는 것을 보고 네 손을 비볐다. 그러자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손바닥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휙! 휙!

검은 빛이 마혼의 손바닥 사이에서 날카롭게 빠져나갔다. 네 손으로 검은 빛을 잡아 부러뜨리자 한 손에 하나씩 새까만 칼날을 쥐게 된 것이다.

칼날은 두 척 길이로 약간 굽어 있어 소의 뿔과 비슷했다. 이상한 점은 칼날이 몸을 부르르 떨 때마다 주변 공간이 왜곡된다는 점이었다.

아무도 몰랐지만 새까만 칼날이 나타날 때마다 마혼의 뒤쪽 머리가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새하얗게 질린 사람 머리와 달리 앞쪽의 악귀 머리는 기세가 더욱 흉포해져 꼭두각시 중 하나에게 몸을 날렸다.

꼭두각시는 두려움을 몰랐기에 주저 없이 입을 벌려 음산한 기운을 분출했고 동시에 두 팔을 벌려 푸른빛의 서늘한 실 열 가닥을 음산한 기운에 실었다.

나머지 새빨간 꼭두각시도 입에서 음산한 기운을 뿜고는 손에서 새빨간 빛을 분출했다.

이때 날아들던 붉은 화염의 구름도 마혼을 뒤덮으려는 중이었다. 기습하려던 마혼이 세 노인의 공세 한 가운데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마혼은 무표정하게 네 개의 칼날을 휘둘렀고 초승달 모양의 빛이 뿜어져 나가 중간에서 거대한 십자 모양을 그리며 꼭두각시들을 베어나갔다.

갑자기 마혼의 신형이 멈추었다. 그 틈에 화염이 허공에서 덮치고 그 안에서 다섯 자루의 검 같은 날카로운 발톱이 그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던 것이다.

푸른 실과 붉은 광선이 어우러져 마혼의 몸을 노렸다.

마혼이 네 개의 팔을 움직이자 새까만 칼날들이 모호해지고 층층이 빛의 파동으로 변했다가 새까만 빛덩이로 뭉쳐졌다. 푸른 실이 빛덩이에 닿아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퍽!

푸른 실은 터져나가며 조각조각 났다. 그 모습에 화염 속에서 쇄도하던 거대한 발톱이 멈칫했다.

발톱을 회수하려해도 이미 늦은 뒤였다. 초승달 모양의 검은 빛이 지나가고 거대한 발톱이 피와 살점을 흩뿌리며 떨어져 내린 것이다.

처절한 비명 소리가 불길로 이뤄진 구름 속에서 울렸다.

마혼이 보라색 기다란 혀를 뻗어 얼굴에 튄 여우 요수의 피를 핥았다.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다음 순간에는 어느새 불 구름 안에 있었다.

불 구름은 요동쳤고 여우 요수의 남은 다리들도 피를 뿌리며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여우 요수가 공격당하자 세 노인이 보호막 속에서 할 말을 잃었다. 특히 낯선 얼굴의 노인은 여우 요수의 주인으로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마혼이 씨익 웃더니 다시 사라졌다.

회색의 음산한 기운 속에서도 검은 빛이 반짝였고 ‘콰쾅!’ ‘캉!’ 하는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천정 진인이 안색이 파리해져서 당장 소매를 펄럭였다. 순간 광풍이 불어 음산한 기운이 날아가자 그 안에는 조각난 꼭두각시들의 잔해들 뿐 마혼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천정 진인과 두 수사는 속이 쓰릴 틈도 없이 사방을 주시하며 저물대에서 새로운 보물을 꺼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수십 장 높이의 새까만 산봉우리가 나타나 호되게 허공을 내리 찍었다. 한립이 그들이 위급한 것을 보고 천중봉 고보를 보내 도움을 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봉우리가 완전히 내리찍기 전에 검은 빛이 반짝이며 싸늘한 얼굴의 마혼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 팔을 허공으로 쳐들어 새까만 칼날 네 개가 하나로 뭉치더니 한 장 길이의 거대한 칼날로 변했다. 그 칼날에서 천둥소리가 터져 나왔고 마혼은 그것을 쥐고 사정없이 검은 산의 하부를 갈랐다.

쩡!

놀랍게도 산봉우리 하부가 그대로 갈라졌다.

갈라진 부분은 추락했고 마혼은 지체 없이 다시 거대한 칼날을 들고 세 명의 수사와 그들을 둘러싼 대여섯 겹의 보호막을 응시했다.

자신들에게 날아드는 칼날을 본 세 노인은 얼굴에 핏기가 가셨고, 시선을 주고받던 그들은 즉시 세 개의 빛줄기로 변해 다른 방향으로 뛰쳐나갔다.

은발 노인은 한립 방향으로 천정 진인과 또 다른 노인은 위무애 방향으로 향했다.

멀리서 한립이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마혼의 엄청난 속도에 세 수사가 흩어져 달아난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은 대경검진을 완성하기 직전이라 직접 움직여 도와주기도 어려웠다.

한립이 사방으로 연달아 법결을 난리며 의식으로는 열댓 마리의 거북을 조종했다. 등딱지에서 뻗어나간 얼음송곳들이 마혼의 공격으로부터 은발 노인과 다른 수사들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새까만 칼은 두부를 썰듯이 보호막을 싹둑싹둑 썰어 나갔고 대여섯 층의 보호막이 폭발해 빛으로 흩어졌다.

마혼이 세 노인이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는 것을 보고 비웃었다. 그때 천 개가 넘는 얼음송곳이 쏟아져 내려 그를 뒤덮었다.

마혼이 두 손을 움직여 새까만 칼날을 양분했다. 검은 빛이 가늘고 길어져 놀랍게도 순식간에 새까만 창 두 자루로 변한 것이다.

한 자루는 노인에게 다른 한 자루는 은발 노인에게 날리고 자신은 허공을 도약해 천정 진인의 뒤를 쫓았다.

쉐엑!

두 창이 도중에서 사라졌고 마혼 역시 신형이 흔들리더니 스무 장 밖에서 나타나 순식간에 얼음송곳의 공격 범위를 벗어났다.

전력을 다해 달아나던 원영기 노인이 뒤에서 나는 날카로운 소리에 생각할 것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날렸다.

팔각형의 은색 영패가 은빛 보호막으로 변해 그를 감쌌다. 노인이 그제야 조금 안심하며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검은 빛이 번뜩이며 새까만 창이 갑자기 나타나 보호막에 꽂혔고, 검은빛과 은빛이 교전하더니 보호막은 종이처럼 뚫려버렸다.

그리고 창은 노인의 배에 꽂혀 폭발했다.

노인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터져 죽자 은색 보호막에 둘러싸인 원영이 황망한 얼굴로 나타났다. 이렇게 어이없이 육체를 잃은 것이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원영이 머뭇거리는 사이 검은 창의 기운이 다시 모여 새까만 그물로 바뀌고 말았다. 그제야 그물에 갇힌 원영이 수결을 맺으며 순간이동을 하려고 했지만 새까만 그물이 즉시 수축해 원영을 감싸버렸다.

다른 쪽에서 은발 노인을 쫓던 새까만 창도 역시 정 노인의 등 뒤에 나타났다. 은발 노인은 이전에 원기를 상한 것도 아직 회복하지 못해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가 막 원영으로 탈출해서 목숨을 구하려던 순간 파공음이 들리며 무언가 날아들었다. 황급히 확인하니 새빨간 검기가 새까만 창과 충돌했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며 검은빛과 핏빛이 서로 겨루며 폭음이 터져 나왔다. 은발 노인은 서둘러 한립 곁으로 돌아왔고 한립이 창백한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핏빛의 검을 내려놓았다.

그는 노인을 향해 억지로나마 미소를 지어보였다. 당연히 정 사형은 감지덕지였다.

그러나 천정 진인은 그처럼 운이 따르지 못했다. 그는 달아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인의 원영이 잡힌 것을 보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순간 눈앞에 머리 둘에 팔 넷 달린 그림자가 나타났다.

천정 진인은 화들짝 놀라 멈추고는 바로 입을 벌려 수정처럼 빛나는 검을 분출했다. 검은 순식간에 수십 개의 세밀한 하얀색 검기들로 변해서 날카롭게 상대를 갈랐다.

마혼은 말없이 신형을 흔들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검기들은 허공을 갈랐다.

천정 진인은 당장 달아나려다가 보호막 바깥의 거대한 안개를 느꼈다. 법력이 순식간에 통제를 벗어나 흩어지더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안 돼!”

천정 진인이 대경실색해 외치는 순간 보호막이 찢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새까만 손톱이 날아들어 단번에 그의 복부를 꿰뚫었다. 단전 중앙에 위치한 원영까지 단번에 잡힌 것이다.

천정 진인의 몸이 허물어졌는데 갑자기 원영을 움켜쥐고 있던 다섯 손가락이 느슨해졌다. 원영이 기뻐하며 이유를 따지지도 않고 순식간에 십여 장 밖으로 순간이동을 했다.

그러나 다시 순간이동을 하기 전에 마혼이 비웃으며 내뿜은 보라색 혀에 말려 그대로 악귀 머리의 입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몇 번 원영을 씹어 삼킨 마혼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변했다.

그리고 곧 구슬처럼 뭉쳐놓은 원영을 향해 날아들어 그것마저 삼켜버렸다.

두 명의 원영을 먹자 체 내의 혼력도 꽤 높아졌다. 그가 천천히 몸을 돌려 유일하게 빠져나간 은발 노인과 한립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천정 진인과 벗이 마혼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본 은발 노인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한립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똑같은 일을 당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원영기 수사들이 맥없이 잡아먹히는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은발 노인은 한립을 힐끗 보았다. 한립의 안색은 어두웠지만 눈빛이 안정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혼이 한립 쪽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그는 바로 손을 들어 옥부 한 장을 준비했다. 이어 새까만 빛이 번뜩이며 악귀의 손 같은 새까만 기운이 마혼을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한립이 소매를 펄럭이자 수십 개의 푸른 비검이 솟아올라 울어댔는데 푸른빛이 번지며 하나로 뭉쳐져 거대한 거검으로 변했다.

한립이 수결을 맺고 마혼을 가리키자 거검이 즉시 날아가 마혼의 머리를 가르려했다.

마혼은 피식 웃으며 두 손을 스쳐 또 한 번 새까만 칼날을 꺼냈다. 그것으로 하여금 떨어져 내리는 푸른 거검을 상대하게 한 것이다.

다만 다가오는 거대한 악귀의 손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검은 마기가 새까만 촉수를 만들어내서 악귀 손을 칭칭 감게 했을 뿐이었다.

악귀 손이 벗어나려고 해보았지만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때 새까만 칼날과 거검이 만나 놀라운 폭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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