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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476화 (233/2,000)
  • # 476

    476화. 마검(魔劍) 등장

    한립이 어딘가를 가리키지 않고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서금충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금빛 꽃잎처럼 사방으로 표표히 사라졌다.

    별안간 그를 중심으로 방원 스무 장 정도는 금빛이 반짝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리해서 명청령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마혼의 종적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서금충들을 퍼트린 순간 머지않은 곳에서 누군가 콧방귀를 뀌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마혼이 검은 빛을 번뜩이며 나타나 주변의 금빛들을 둘러보았다.

    상대는 눈썹을 끌어올리더니 몸이 돌아가 뒤쪽에 있던 흉악한 인상의 악귀 머리가 앞으로 나섰다. 한립을 쳐다보는 표정이 음산했다.

    한립이 경계심을 키우는데 악귀 머리가 입을 벌려 검은 파동을 소리 없이 분출했다. 파동이 지나가자 서금충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것에 휩쓸려 흔들거리다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한립이 주변에 퍼트려 놓은 서금충들 중 마혼이 있는 방향의 것들은 크게 줄어 빈 곳이 많아졌다. 악귀 머리가 큰 입을 찢으며 한립을 향해 웃었다. 이어 그의 신형이 번뜩이며 쏘아져 왔다.

    한립이 돌연 한 손을 들어 중지를 튕기니, 복숭아 크기의 금빛 구슬이 나타났다. 금빛 구슬은 극히 빠른 속도로 악귀의 이마 앞까지 쏘아져 나갔다.

    이것도 조화단이 만들어낸 환각 속에서 깨달은 뇌전을 다루는 방법 중 하나였다. 벽사신뢰를 구슬로 압축해서 튕겨 보내면 속도가 훨씬 빨라졌고 위력도 약간 높아졌다.

    금빛 구슬의 속도가 너무 빨라 마혼이 방어할 겨를도 없이 입을 벌려 독사 같은 보라색 혀를 날렸다.

    쿵!

    금빛이 반짝이고 구슬이 터져나가자 보라색 혀가 튕겨나갔다. 악귀 머리는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며 한립을 노려보았다.

    방금 튕겨나간 혀는 벽사신뢰와 상극인 듯 했지만 폭발 자체의 위력은 피하지 못한 것이다.

    한립은 자신의 기습이 별 소용이 없는 것을 보고도 의아해 하지 않았고 도리어 냉소하며 맑은 소리를 내질렀다.

    그 소리를 듣고 추락했던 금빛 서금충들이 돌연 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마혼은 서금충들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이때, 은발 노인 일행도 한립이 마물과 싸우는 것을 보고 공격형 보물을 꺼냈다. 하얀 비검, 남색의 옥으로 만든 자 그리고 세 개가 한 벌인 하얀 방추형 보물들이 각각의 영기의 빛을 분출하며 마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을 본 마혼 역시 손에 들고 있던 세 가지 보물을 동시에 내던졌다. 그러자 동시에 대량의 검은 기운이 달려들어 공격을 가하던 보물들을 막아버렸다.

    보물들을 마기로 물들이는 것은 뒤쪽 머리였다. 다른 법결을 쓰지 않고도 이미 마화된 보물들은 몇 배로 커져 거대한 보호막을 형성했고 은발 노인 등이 날린 보물들을 가둔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보호막 안에 법력을 주입할 뿐 다른 짓은 하지 않았다.

    마혼은 가장 성가신 한립을 처리하고 나머지 수사들을 공격할 생각인 듯 했다. 그것을 보고 한립이 슬쩍 미간을 좁혔는데 마혼의 뒤쪽 머리가 돌연 입을 열었다.

    “감파(撼波)마공을 두려워 않는 금빛 딱정벌레라?  요충 중에 그럴 수 있는 것은 서금충 밖에 없겠지. 허나 파동에 휩싸여 정신을 잃는 걸보니 성충은 아니로구나. 만일 저렇게 많은 서금충들이 성충이었다면 나도 어쩌지 못하고 피했을 것이다. 본체였으면 성계의 마접(魔蝶)의 위력을 보여 주었을 것을. 저런 미성숙한 인계의 영충을 잘 잡아먹거든.”

    마혼이 음산하게 중얼거리며 위무애와 싸우고 있는 고마의 육체를 바라보았다.

    한립은 마혼이 고마의 육체를 바라보는 순간 입 꼬리를 올리며 소매를 털었다. 그러자 수십 개의 금빛 검들이 소매를 빠져나와 그를 한 바퀴를 돌았다.

    그가 연달아 법결을 날리자 비검들이 반짝이며 금빛을 만들어내며 대경검진을 이루었다.

    마혼의 악귀 머리가 눈을 빛냈다.

    “그리 죽고 싶으냐?  원영을 하나 더 잡아먹으면 이후 저 녀석과 싸울 때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겠지. 이 육체는 곧 쓸모없어질 테니 우리 성계 마공의 진정한 위력을 보여주마!”

    마혼이 비검의 위력을 감지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그와 싸우는 것이 지겨워졌는지 한립이 대경검진을 완성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광소가 들리자 한립은 잠시 검진은 놔두고 의식으로 서금충들을 움직였다. 서금충들은 아직도 마혼을 두려워했지만 한립의 조종 하에 ㅤㅎㅛㅇ포하게 변해 마혼에게로 달려들었다.

    이에 한립을 둘러싸고 있던 호랑이 꼭두각시들도 하얀 빛을 번뜩이며 마혼에게 쇄도했고 천절마시도 한 걸음 나서 한립을 보호했다.

    뒤쪽의 거북 꼭두각시들은 동시에 입을 벌려 열댓 개의 두꺼운 남색 빛기둥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마혼은 다양한 공격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립은 이런 공격으로 마혼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대경검진을 완성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확실히 쌍두사비를 얕보고 말았다.

    마혼의 악귀 머리가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리를 내더니 네 개의 손이 곡선을 그리며 이상한 수결을 맺었다.

    잠시 후, 눈부신 검은 빛이 마혼의 몸에서 터져 나와 서금충과 호랑이 꼭두각시들이 나뒹굴었다. 열댓 개의 남색 빛기둥도 검은 기운에 닿자마자 소리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때 마혼의 두 머리가 동시에 입을 벌려 휘파람을 불어대니 주변 하늘에서 쿠르릉 거리는 소리가 끝없이 들려왔다.

    이어 충격파도 검은 빛도 연해졌고 그 대신 새까맣게 빛나는 갑옷 같은 것이 마혼의 몸을 뒤덮었다. 그 엄청난 기세에 한립이 눈을 부릅떴다.

    다시 한 번 변신한 마혼이 교활하게 웃으며 바람처럼 사라지자 한립 앞에 서 있던 천절마시가 갑자기 포효하며 양팔을 휘둘렀다.

    초록색 손톱들이 허공을 가르자 검은 빛이 반짝이며 마혼의 몸이 초록 손톱들 앞에 나타났다. 마혼의 악귀 머리는 천절마시의 공격에도 개의치 않고 한 팔을 휘둘러 강철 같은 시소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다섯 손가락이 가슴을 파내자 사발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리고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보통의 수사였다면 벌써 죽었겠지만 천절마시는 강시였기에 더욱 미쳐 날 뛸 뿐이었다.

    천절마시가 물러서지 않고 한 팔을 휘두르자 녹색 빛이 반짝이며 몇 자 길이의 삼색 송곳이 나타나 이번에는 마혼의 몸을 찔러 들어갔다. 마혼은 천절마시의 강인한 생명력과 공격에 의아해했다.

    꽝!

    하지만 그가 두 팔을 휘둘러 천절마시의 공격을 막았다. 삼색 송곳은 마혼의 손바닥에 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다가 그대로 잡혀서 두 조각이 났다.

    가벼운 울림이 들리고 조각난 송곳은 스스로 폭발했고, 송곳 조각은 다시 서금충 무리로 변해 거침없이 마혼을 덮쳤다.

    지척에서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하자 마공을 운용하던 마혼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려 새까만 파동을 쏘아내서 서금충들을 감쌌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삼색 서금충들이 검은 파동에 휩싸여서 ‘펑’ ‘펑’ ‘펑’하는 낮은 울림을 연달아 내며 하나씩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곧 하늘을 뒤덮을 듯한 핏빛 안개로 변해 흩어졌다.

    삼색 서금충들이 마혼의 음파에 터져나가 버린 것이다. 이때 시소의 다른 한 팔이 날아들었다.

    마혼은 조급한 기색을 들어내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그가 시소 뒤에서 나타나 새까만 주먹을 날렸다.

    보기에는 느려 보였지만 천절마시가 고개를 슬쩍 피하려 했을 때는 이미 코앞에 주먹이 와있었다.

    주먹에서 기다란 뼈가 튀어나와 천절마시의 머리를 뚫고 다른 방향으로 빠져나왔다. 그러자 천절마시는 몸을 떨며 동작을 멈추었다.

    마혼이 피식 웃자 날카로운 뼈에서 검은 화염이 솟구쳐 타올랐고 천절마시의 몸은 새까만 화염에 휩싸여 그대로 추락했다.

    한립은 천절마시가 마혼과 상대하는 동안 즉시 뒤로 물러나 마혼과 거리를 벌려두었다. 그리고 허공을 선회하는 수많은 금빛 검들을 가리키며 법결을 날렸다.

    금빛 물결이 한립의 조종을 받아 점점 마혼이 있는 위치로 좁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겨우 그 사이에 마혼이 천절마시를 부숴버렸다.

    한립은 속이 쓰려왔다.

    제련을 마친지 얼마 안 돼서 처음 부려보는 것이었는데 고마의 일격에 전투력을 상실한 것이다. 바닥에 떨어져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지금 당장은 다시 쓸 수 없는 게 확실했다.

    한립이 다시 의식을 움직이자 파동에 의해 이리저리 나뒹굴던 호랑이 요수 꼭두각시들이 안정을 찾고 하얀 빛을 번뜩이며 다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거북 꼭두각시들은 곳곳으로 흩어져 입에서 남색 빛기둥을 뿜었다.

    그러는 동안 한립의 머리 위를 선회하던 검빛들은 이미 굉음을 내며 마혼을 포위해가고 있었다.

    마혼이 콧방귀를 뀌곤 네 개의 팔을 흔들었다. 동시에 팔꿈치와 주먹 끝에 새까만 뼈가 날카롭게 솟았다. 어떤 것은 굽었고 어떤 것은 직선이었지만 서늘한 한기가 느껴질 만큼 날카로웠다.

    그러나 호랑이 꼭두각시들이 다가오기 전에 마혼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목표를 잃은 꼭두각시들이 멈칫했고 검은 빛이 그들 중 하나의 뒤에서 나타나 네 개의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호랑이 꼭두각시의 몸이 검은 빛으로 갈라지며 순식간에 쇠붙이로 변해버렸다.

    신형을 움직여 마혼이 또 다시 허공에서 사라졌다. 이번에도 또 다른 꼭두각시가 날카로운 뼈에 가슴을 뚫려 쓰러졌다…….

    한립은 멀리서 지켜보며 열이 받았지만 여전히 금색 검빛들을 조종하는데 집중했다.

    마혼이 또 허공으로 사라져 이번에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호랑이 꼭두각시로는 도저히 막지 못할 움직임이었다.

    한립은 다른 수사에 비해 근접전에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마혼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에 비하면 한립의 실력은 새 발의 피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명청령안을 사용해도 상대의 움직임을 완전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마혼의 손에서 튀어나온 날카로운 뼈가 마지막 호랑이 꼭두각시의 몸을 뚫고 나왔고, 그의 시선이 한립에게 향했다.

    서늘한 시선에 한립도 소름이 돋았다. 원영을 응결하고 이처럼 불안한 적은 없었다. 한립이 길게 숨을 내쉬며 마음의 안정을 도모했다.

    상대는 순간이동과 비슷한 이상한 둔술을 쓰기 때문에 대경검진만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한립이 허공의 검빛들을 가리켰다. 동시에 검빛들이 공명하며 한립의 머리 위로 돌아왔다.

    이어 그가 수결을 맺자 굵은 금빛 뇌전이 나타났고 그의 몸에 금색 의복처럼 입혀져 눈부신 빛을 발산했다. 그리고 한립이 입을 벌려 보라색 빛덩이를 내뱉었다.

    촤륵.

    보라색 화염은 그 안에 작은 새 한 마리를 품고 있었다. 보라색 새는 한립 주위를 날아다니며 날갯짓을 했다.

    이 새는 바로 한립이 최근에 제련해낸 자라극화였다.

    그가 또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하자 마혼이 흥미를 느끼고 멈추었다. 아마 무엇을 하려는지 지켜볼 심산인 듯했다.

    한립이 무표정하게 마혼을 마주 보다가 손바닥을 뒤집어 핏빛의 작은 검을 꺼냈다.

    핏빛의 수정 같은 검은 극히 날카로워보였고 풍기는 마기가 심상치 않았다. 바로 백의 여인과 싸우고 얻은 혈마검이었다.

    혈마검은 한립이 무언가 하기도 전에 웅웅 몸을 떨며 피비린내를 풍겼다. 이것을 사용하면 후환이 있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생사가 걸린 일이니 주저할 수 없었다.

    그가 입을 벌려 푸른 정기를 내뿜었다. 그러자 핏빛이 눈을 찌르고 작았던 검이 한 자 길이로 길어졌다.

    한립이 검의 손잡이를 잡고 가볍게 휘둘러보았다. 동시에 대량의 원기가 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놀란 그가 황급히 법력 유출을 막았다.

    ‘이럴 수가.’

    이후 한립이 한 손으로 혈마검을 들고 마혼을 응시했다. 흉악한 표정을 하고 있던 마혼이 혈마검을 보고는 표정이 달라졌다.

    “하하! 우리가 오래 전에 남겨놓았던 우리 성계의 성물을 지니고 있었구나! 그걸 내게 건네주면 네 목숨은 살려주마. 어떠하냐?”

    “성물?  이게 당신네 상고마계의 법기란 뜻입니까?”

    “흥, 우리 성계의 일은 알 것 없다. 내 질문에나 답하거라!”

    “당신이 인간 수사이기만 했어도 고려는 해보았을 텐데…….”

    한립이 냉랭히 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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