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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472화 (229/2,000)
  • # 472

    472화. 첫 대결

    령호 사조가 순간 안색이 변해 옥으로 만든 여의(如意)를 가리켰고 동시에 방어막이 더욱 두꺼워졌다. 이어 그가 입을 벌려 네모난 도장을 뿜어냈다.

    쿵!

    남롱후가 냉소하며 주저 없이 옥으로 만든 도장을 향하여 주먹을 내질렀다.

    검은 빛과 도장의 녹색빛이 교전하다가 검은 빛이 흔들거리더니 도장이 튕겨나가 반대로 령호 노인을 향해 날아갔다.

    놀란 령호 노인이 서둘러 법결을 날린 끝에 도장이 보호막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그러는 동안 새까만 주먹이 갑자기 나타나 보호막을 내리쳤다.

    쿵!

    보호막이 흔들렸지만 령호 노인도 천년 가까이 산 노괴였기에 전투 경험이 풍부했다. 공격당하기 전에 미리 소매를 털어 새빨간 비도를 남롱후를 향해 분출했다.

    그러나 남롱후는 검은 기운이 서린 얼굴로 피식 웃었다. 비도가 달려들자 검붉은 기운을 뿜어냈고, 비도는 검붉은 화염에 휩싸이다 잡아 먹혀버렸다.

    결국 영성을 잃은 비도가 쇳덩이로 변해 떨어져 내렸다. 령호 노인이 그것을 보고 크게 당황했다.

    비도는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천남 수선계에서 파사보인(破邪寶刃)이라 불리며 사악한 술법과 악령을 물리치는데 특효인 보물이었다.

    그가 놀라는 동안 요마화 된 남롱후의 신형이 갑자기 구렁이처럼 길게 늘어나며 괴이한 움직임으로 령호 사조에게 다가가 주먹을 휘둘렀다.

    쿵!

    령호 노인은 남롱후의 공격에도 점점 뒤로 밀려나기만 했다.

    최상급 방어 고보인 옥으로 만든 여의가 만들어낸 청록색 보호막이 엄청난 공격을 연달아 버텨낸 것이다. 남롱후는 조금 의아했는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령호 노인은 점점 두려워졌다.

    이전에 로위영이 그랬듯이 상대의 주먹을 맞을 때마다 끌어올렸던 영력이 대부분 흩어져서 다른 비술을 펼칠 수 없었던 것이다.

    펑! 펑!

    열댓 번의 주먹질을 당하자 보호막도 흔들리기 시작해 령호 노인은 심장이 철렁거렸다. 그러나 남롱후는 그런 령호 노인의 모습을 보고 더욱 교활하게 웃으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보호막을 깨자마자 단번에 령호 사조를 죽일 속셈 같았다.

    령호 노인의 안색이 더없이 창백해졌다. 그는 보호막이 버티지 못할 것 같자 품속의 무언가를 만지며 무슨 수를 내려는 듯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오색찬란한 빛기둥이 아무 조짐 없이 떨어져 내렸다. 아무런 대비도 못했던 남롱후는 몸이 무거워지고 손길이 느려졌다.

    “뭐냐?”

    남롱후가 빛기둥이 날아온 방향을 힐끗 보니 백의 여인이 오래되어 보이는 거울을 들어 올리고 그 안에서 빛기둥을 분출하고 있었다.

    그녀의 도움으로 여유가 생기자 노인이 품속의 물건을 쥐고 서둘러 백의 여인 곁으로 날아갔다. 노인은 바로 양 손을 모았다 펼치며 열댓 장의 붉은 부적을 뿜어내 오색찬란한 빛기둥 속의 남롱후를 노렸다.

    부적들은 순식간에 남롱후의 머리 위에 도착해 분분이 폭발했다.

    쿠쾅! 쿠콰쾅!

    붉은 뇌화가 터져 나오자 남롱후가 검은 기운을 방출해 몸을 보호했다.

    령호 노인도 이것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기에 하얀 삼지창을 날렸다. 하얀 삼지창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공격해 들어갔다.

    곁의 백의 여인도 한 손으로 거울을 쥐고 빛기둥의 강력한 위력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손을 튕겨 검은 비검과 하얀 비검을 날려 보냈다.

    한동안 격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색찬란한 빛기둥 속에서 뇌화가 터지고 영기의 빛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남롱후의 몸에 깃든 것이 당신이 말하던 고마입니까?”

    령호 사조와 백의 여인이 싸우는 동안 머지않은 곳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립은 미간을 좁히며 대연 신군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고마 외에 저런 힘을 보일 존재는 얼마 없겠지. 하지만 겨우 남의 몸에 깃들어 원영기 수사 둘을 가지고 놀다니 상고마계에서 비교적 고계에 속하는 종인 듯싶구나. 아마 네가 싸워도 승산이 높지 않을 게다.”

    “당장 도망가라고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저를 꽤나 높게 쳐주나 봅니다. 어차피 홀로 상대할 마음은 없으나 남롱후가 저렇게 된 것을 보니 착잡합니다.”

    한립이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수행으로만 보자면 네 녀석을 포함해 셋이 뭉쳐도 고마가 깃든 저것을 상대할 수 없을게야. 그러나 네가 지니고 있는 온갖 잡동사니에 벽사신뢰라면 달아다는 데는 문제없을 게다!”

    대연 신군이 냉소했다. 한립이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을 하려는데 자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형, 이제 어쩌실 생각이에요?  나서실 거예요?”

    자령은 요마화 된 남롱후를 보고 숨죽이고 있다가 한립이 계속 말이 없자 참지 못하고 물은 것이다.

    한립이 막 그녀에게 대답을 해주려다가 돌연 안색이 돌변했다. 그는 신속하게 한 손을 뻗어 푸른 기운을 뿜어냈고 여인을 끌어당겨 그대로 허공에서 사라졌다.

    푸른 빛줄기가 가시고 한립과 자령이 다시 나타났을 때 그는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자령도 조심스레 두리번거렸다.

    놀랍게도 그들이 있던 자리에 새까만 인영이 서있었다. 바로 고마가 깃든 남롱후였다.

    그는 몰래 기습을 하려했지만 명청령안을 발동해 주변을 살피던 한립에게 걸려 실패한 것이다. 자령이 식겁해 재빨리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오색찬란한 빛기둥 속에 어른거리는 검은 그림자도 분명 남롱후였다.

    령호 사조가 멀리서 한립이 여수사를 데리고 갑자기 나타나자 희색을 드러냈다. 그러나 또 다른 남롱후의 존재를 알아차린 그는 화들짝 놀랐다.

    오색찬란한 빛기둥 안의 남롱후가 무표정하게 둘을 바라보다니 순식간에 검은 기운으로 흩어졌다. 령호 사조와 백의 여인이 시선을 마주치며 깊은 두려움을 드러냈다.

    화신(化身)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원영기 수사들을 감쪽같이 속이는 것은 무서운 능력이었다.

    만일 상대가 기습한 것이 한립이 아니라 자신들 중 누구였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당했을 것이다.

    “한 수사, 이곳에서 보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요마가 너무 강력하니 셋이 힘을 합쳐야 할 듯싶습니다.”

    령호 노인이 크게 외쳤다. 한립이 그 말에 쓴웃음을 삼켰다.

    자신의 은닉술이면 원영 후기 수사라도 속일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기습을 받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립이 령호 노인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자령에게 말했다.

    “소저의 수행이 낮으니 먼저 떠나시오. 우리가 붙잡아 두고 있을 테니 저 괴물이 쫓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오.”

    “한 형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저는 먼저 가볼게요. 조심하세요!”

    자령이 남롱후와 령호 사조 쪽을 힐끗 보더니 빛줄기로 변해 날아갔다.

    그들 아래쪽의 남롱후는 자령의 수행이 낮아 거들떠보지 않는 것인지 차갑게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힐끗 보고는 쫓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꽈광!

    한립이 그의 적의가 깃든 시선을 받고 즉시 한 손을 들었다. 굵직한 금빛 뇌전이 팔뚝을 타고 나타나 벼락이 내려치는 듯한 소리를 냈다.

    고마를 상대로 하는 것이니 바로 마공과 상극인 벽사신뢰를 선보인 것이다. 남롱후가 금빛 뇌전을 보더니 동공을 수축했다.

    “널 안다. 이 몸의 주인이었던 녀석에게 깊은 인상을 넘겼더구나! 구체적인 기억은 남아 있지 않지만 말이야. 기습을 알아차리고, 예전에 날 꽤나 고생시켰던 벽사신뢰까지 지니고 있다니……. 보아하니 널 제압하려면 힘깨나 들겠구나.”

    남롱후가 한립을 응시하다가 냉랭히 말했다.

    한립은 그의 말에 냉소하며 팔뚝의 금빛 뇌전을 더욱 키웠고 다른 손으로는 남색 방패를 뿜어내 남색 보호막을 펼쳤다.

    이때 한립이 전면에 나서서 남롱후를 막으려하자 령호 노인과 백의 여인은 크게 기뻐하며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원영 후기의 수사와 맞먹는다는 한립의 실력은 소문이 자자했기에 믿음이 갔던 것이다. 둘은 입술을 달싹이더니 좌우로 흩어져 양쪽에서 한립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남롱후는 자신을 보고도 안색도 변하지 않는 한립을 보고 인상을 쓰며 흉흉한 기운을 뿜었다. 그가 소리 없이 발을 구르자 잔영을 남기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한립도 속으로 경계심을 극도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한립은 차분하게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를 살폈다. 그러다 돌연 그가 손을 뻗어 금빛 뇌전을 어딘가로 쏘아 보냈다.

    꽈광!

    뇌전이 번뜩이며 천둥이 내려치는 소리가 났다. 괴이한 것은 바로 아무 것도 없던 허공에 검은빛이 반짝이며 남롱후가 나타났다는 점이었다.

    그도 무수히 많은 금빛 뇌전이 내려치는 것에 당황한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잔영을 남기며 다시 종적을 감추었다.

    한립이 입 꼬리를 올리며 남색이 일렁이는 눈으로 주위를 살피다 다시 한 팔을 뻗어 어딘가를 조준했다.

    꽈광!

    벼락이 떨어지듯 뇌전은 대여섯 장 밖의 허공을 목표로 날아갔다. 그러자 그곳에 숨어있던 남롱후는 깜짝 놀랐다. 연달아 두 번이나 자신을 찾아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상대는 자신의 움직임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한립의 공격이 정확해 남롱후가 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가 입을 벌려 검붉은 마염을 분출해 금빛 뇌전을 막았다.

    푸학!

    화염과 뇌전이 부딪쳐 물과 불이 만나듯 동시에 푸른 연기로 사라졌다.

    “……!”

    이번에는 한립도 표정이 달라졌다. 고마가 뜻밖에도 벽사신뢰를 막은 것이다.

    하지만 한립은 주의 깊게 고마를 살피고 있었기에 화염이 사라지는 순간 남롱후의 안색이 창백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새빨간 화염은 일반적인 공격이 아니라 상대의 혼백이나 원기와 관련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걸 어떻게 이용할까 고민하기도 전에 남롱후가 신형을 늘려 갑자기 한립 앞에 나타났다.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마기로 둘러싸인 주먹을 내지른 것이다.

    한립은 당황하지 않고 한 걸음 물러났고, 등 뒤에서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은백색 날개가 나타났다.

    꽈광!

    한립이 은빛을 내며 그 자리에서 소실되었다. 남롱후가 순간 흠칫하더니 곧 냉소했다.

    “뇌둔술! 갖가지 수법을 다 익히고 있구나. 허나…….”

    비웃음이 담긴 웃음을 흘리며 남롱후가 검은 기운으로 변해 사라졌다.

    남롱후가 공격을 가하고 한립이 벽사신뢰를 방출한 후 둘이 동시에 사라지기까지 찰나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령호 노인과 백의 여인이 한립을 도우려 했을 때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령호 노인과 백의 여인은 할 말을 잃고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곧 사방을 경계하며 각종 방어 법보 등을 꺼내 전신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남롱후가 이 틈을 노려 둘을 기습할 수도 있었다.

    꽈광!

    이때 한립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스무 장 떨어진 허공에서 나타났고 그 뒤로 검은 기운도 홀연히 나타났다.

    남롱후가 흉악하게 웃으며 주먹을 날렸다.

    한립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등 뒤의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전신의 영력을 남색 방패에 주입해 공격을 막으려했다.

    쿵! 쿵!

    주먹질에 연달아 맞은 한립은 령호 노인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남색 보호막이 떨리며 몸이 뒤로 튕겨나갔고 끌어올리던 법력이 주먹질에 대부분 흩어졌다. 더 이상 뇌둔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남롱후가 교활하게 웃으며 바람처럼 한립을 향해 쇄도했다. 이번 일격으로 한립을 쳐 죽일 작정이었다.

    그러나 허공에서 밀려나는 한립의 표정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방금 령호 노인이 당하는 것을 보았는데 어찌 미리 이런 상황을 대비하지 않았겠는가. 법력을 소모할 필요 없는 공격 수단도 많았다. 몸을 완전히 가눌 수는 없어도 손발의 감각은 금방 돌아왔다.

    그가 영수대 중 하나를 남롱후를 향해 던졌다. 남롱후가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웽 하는 소리가 울리며 수천 마리의 서금충들이 치솟았다.

    금빛 꽃잎 같은 날벌레들이 떨어져 내리며 남롱후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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