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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460화 (217/2,000)

# 460

460화. 매복

꼭두각시를 통해 동굴 안의 정황이 한립의 눈앞에 펼쳐졌다.

하얀 늑대는 일곱 장 가까이 되는 천연 동굴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는데 검붉은 석벽이 고온으로 인해 불똥을 튀기며 왜곡되었다.

저계 수사들은 통로를 통과하지도 못하고 기절할 만한 고온이었다. 그러나 꼭두각시에 불과한 늑대에게 그런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후, 눈앞이 밝아지며 붉은 지하세계가 펼쳐졌다.

수백 장 넓이의 공간은 대부분 용암으로 된 호수로 이뤄져 있었고 끊임없이 꿀렁거렸다.

또한 호수 곁 붉은 암석 위는 놀랍게도 녹색의 영초가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한립은 영초보다는 하얀 늑대의 시선을 통해 용암 중심부에서 불쑥 솟아오른 거대한 암석을 주시했다.

그 위 전신이 불타는 것처럼 새빨간 괴물이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대여섯 장 크기의 거대한 두꺼비였다. 화염처럼 빛나는 피부와 괴물의 숨결을 타고 넘실거리는 붉은 안개가 예사롭지 않았다.

‘저게 화섬이로구나!’

한립이 아주 조심스럽게 모습을 확인하고 시선을 돌려 용암 호수 옆의 돌 탁자를 바라보았다.

탁자 위에는 푸른 장포를 입은 수사의 유골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수많은 세월이 지나고도 전혀 낡지 않았다니 보통 물건은 아니었다. 유골은 진작 뼈만 남았지만 물을 얼린 것처럼 투명해 괴이해 보였다.

상황을 살펴보던 한립이 분신의 일부를 조용히 유골로 뿜어냈는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푸른 장포에서 갑자기 빛이 번지며 푸른 안개가 그의 의식을 튕겨낸 것이다. 주변으로 영기의 파동이 퍼져나갔다. 그러자 깊게 잠들어 있던 불 두꺼비가 무언가를 느끼고 두 눈을 번쩍 떴다.

‘이런!’

두꺼비와 시선이 마주친 하얀 늑대 꼭두각시는 그의 조종에 따라 서둘러 하얀 빛줄기로 변해 달아났다.

동시에 두꺼비가 펄쩍 뛰어 올랐다 앉으며 추격할 준비를 했다.

“화섬이 옵니다!”

결계 옆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한립이 입술만 달싹거려 남롱후 등에게 전음을 보냈다.

두 수사가 진중한 얼굴로 커다란 산봉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하얀 빛줄기가 그 안에서 뛰쳐나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오는데 잠시 후,붉은 빛이 찬란한 두꺼비가 번쩍이며 그 뒤를 쫓았다.

어찌나 빠른지 일반적인 원영기 수사와 맞먹는 속도였다.

한립의 표정이 달라졌다. 다행히 속도 빠른 늑대 꼭두각시를 내보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일을 그르칠 뻔 했다.

그가 꼭두각시를 재촉해 속도를 높이고는 남색 화염이 뒤덮인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남롱후와 로위영도 어두운 얼굴로 법보 등을 분출하고 기다렸다. 거대한 두꺼비와 하얀 늑대는 순식간에 결계 근처로 날아왔다.

그런데 하얀 빛줄기를 뒤따르던 두꺼비의 인내심이 다한 듯 입에서 새빨간 불덩이를 뿜어냈다.

쿠훅!

불덩이는 갑자기 몇 장 크기의 소용돌이로 바뀌어 하얀 늑대를 휩쓸었다.

쿵! 콰릉!

나직한 폭음이 화염 속에서 들려오더니 주위가 고요해졌다.

그 모습을 보던 한립의 안색이 나빠졌다. 화염의 소용돌이가 가시고 꼭두각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화섬 체내의 요화는 원영기 수사의 영화(? 火)와 맞먹는 듯 했다.

하지만 한립은 자라극화와 대경검진 등 더욱 강력한 방법들이 있었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지니고 있는 결단기 수준의 꼭두각시들만 전부 방출해도 요수를 죽일 자신이 있었다. 물론 그런 손해를 감수할 생각은 없었다.

그때 화섬이 적을 죽였다고 생각해 만족스럽게 돌아가려 했다.

그 순간 한립과 다른 수사들이 시선을 교환했다. 남궁완의 생사가 달린 일이었으니 이대로 보내서는 안 되었다.

그가 미간을 좁히며 푸른 빛줄기로 변해 날아갔다. 남롱후와 로위영이 잠깐 놀랐으나 한립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한립이 기척을 드러내자 돌아가려던 화섬이 놀라 민첩하게 고개를 돌리고는 그를 쏘아본 것이다.

한립이 한 손에는 빙염을 품고 다른 손으로 허리춤을 스치니 저물대에서 여섯 개의 남색 빛이 뒤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빛이 가시자 삼장 크기의 거대한 남색 거북들이 나타났다. 그가 새로 재련한 거북 꼭두각시들이었다.

한립이 의식으로 조종하자 여섯 거북의 등껍질이 빛나며 거대한 얼음송곳을 응결해 냈다.

그러자 평온해 보이던 거북의 얼굴도 사납게 일그러져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화섬도 한립의 적의를 읽고는 입에서 불덩이를 분출했다.

이전 불덩이와 마찬가지로 급작스레 거대해진 불덩이의 소용돌이가 밀어닥쳤다.

이에 한립이 빙염이 맺힌 손바닥을 펼쳤다. 화섬의 요화 위력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의 손에서 남색 화염이 눈꽃송이로 응결해 날아갔다.

화섬의 불덩이와 작은 눈송이들의 대결은 의외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촤륵

불덩이 표면에 남색빛이 나타나더니 거대한 얼음덩이 안에 화염이 갇힌 것이다. 화섬은 불덩이가 갇힌 것을 보고 열이 받은 듯 입을 벌려 수백 개의 불덩이를 뿜어냈다.

한립이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여섯 마리의 거북 꼭두각시들이 동시에 무수히 많은 얼음송곳들을 분사했다.

쿠콰콰쾅!

폭음이 연달아 들리고 얼음송곳들이 깨져 불덩이들과 허공에서 교전했다. 그 바람에 하얀 수증기가 하늘을 뒤덮어버렸다.

한립이 눈을 가늘게 뜨고 살피자 상대의 불덩이가 거북의 얼음송곳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에 신호를 보내자 거북들이 뒤로 밀려났고 그도 신형을 뒤로 쏘아 보냈다.

그러자 불바다가 완전히 한기를 밀어내고 달려들었다.

다행히 거북들이 즉시 대량의 얼음송곳을 분사했기에 그 틈을 타 한립과 거북 꼭두각시들 모두 안전하게 스무 장 밖으로 물러날 수 있었다.

한립이 제 자리에서 꼼짝 않고있는 화섬을 바라보며 입술을 다물었다.

화섬은 용암의 힘을 빌려 원기와 상처를 회복하고 화둔술에 능해 화염을 통해 순식간에 천 장을 달아날 수 있다고 했다.

이곳은 주변이 모두 용암이었으니 땅으로만 파고 들어도 달아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남롱후 등은 개의치 않겠지만 그는 반드시 화섬을 죽여 내단을 얻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요수를 결계에 가둬 퇴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했다.

한립이 갑자기 뒤로 돌아 달아나자 화섬이 처음에는 멍하니 있다가 붉은 빛으로 변해 뒤쫓아 나왔다. 지능이 그리 높은 요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한립은 뛸 듯이 기뻤다.

그가 어느 정도 달아났을 때 갑자기 화섬 주변에 남색빛이 나타나더니 물의 장막으로 요수를 가두었다. 그리고 물의 장막에서 하얀빛이 번뜩이며 하얀 물의 용이 나타나 주변 온도를 한층 낮추었다.

이에 화섬이 놀라 멈추고는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위협적인 기세로 으르렁 거렸다. 나머지 두 수사도 요수가 결계에 갇히자 당장 움직였다.

남롱후가 먼저 수중에 옥반지를 던졌고, 로 노인은 남색 창 두 자루를 교차해서 던졌다. 진법으로 형성된 물의 장막은 두 수사의 보물이 지나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이때 한립도 물의 장막 속의 수룡들로 공격을 감행했다.

그 순간 위기를 감지한 화섬은 곧 경천동지할 소리를 내며 온 몸을 뒤흔들었고, 주위로 작은 붉은 방패들이 떠올랐다.

작은 방패들이 빼곡하게 모여 뭉치더니 결국에는 세 겹의 거대한 보호막을 형성했다. 바로 그때 옥반지와 수룡 그리고 남색 창 두 자루가 거의 동시에 부딪쳐 왔다.

물의 장막 안에서 굉음이 들려오며 화염과 물의 기운들이 터져 나와 시야를 가렸다.

그러나 곧 화섬이 미친 듯 포효하더니 새빨간 빛기둥이 물의 장막에 부딪쳤다.

푹!

결국 빛기둥을 막아내던 물의 장막이 뚫리고 말았다.

붉은 기둥이 물의 장막에 구멍을 뚫자 순식간에 수룡, 반지 그리고 두 자루의 창까지 전부 불기둥 밖으로 튕겨나갔다. 그 불기둥 안으로 희미하게 화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을 튕겨내어 생긴 구멍으로 물의 장막을 통과하려는 듯 했다. 남롱후와 로위영이 그것을 보고 얼른 자신들의 법보를 움직이려 했지만 늦은 듯 했다.

그러나 화섬이 물의 장막에 뚫린 구멍으로 빠져 나가려는데 돌연 멀리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은 빛이 번뜩이며 지나갔다.

화섬이 몸을 수축하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밖에서 지켜보던 남롱후와 로위영은 기뻐하며 꼼짝 못하는 요수를 향해 맹공격을 가했다.

옥반지가 수백 개의 환영을 토해냈고, 남색 창들도 몸을 부르르 떨며 기다란 구렁이처럼 변해 뻗어나갔다. 그러나 화섬도 만만치 않아서 다리가 하나 잘리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빽빽한 방패들을 발동시켜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옥반지의 환영들로 화섬을 속박하려했으나 방패들에 막혀 접근하지 못했고, 두 창들이 변한 얼음 속성의 구렁이는 방패를 어느 정도 없애기는 했으나 그 숫자가 많아 소용없었다.

잠시 후, 여섯 개의 남색 빛기둥이 공격에 합류하더니 단번에 방패들을 부수었다.

쿵콰콰쾅!

이에 일어나려던 화섬이 다시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한립이 화섬쪽으로 날아왔고, 그 뒤로 여섯 거북 꼭두각시가 입에서 남색 빛기둥을 쏘아 물의 장막 안의 화섬을 공격했다.

한립의 시선이 물의 장막 바깥에 떨어진 화섬의 다리에 닿았다. 다리는 본체에서 떨어져 나오고도 아직도 붉은 빛을 내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화섬이 금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음마참을 방출해 다리를 잘라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요수가 원영기 수사들의 공격과 여섯 꼭두각시의 빛기둥에도 버티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었다.

“한 수사, 화섬의 불 속성 방패가 계속 만들어지니 상극의 속성으로 공격해야 할 듯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끝도 없겠어요.”

로 노인이 화섬의 방패가 부서졌다 다시 붉은 기운으로 변해 흡수되는 것을 보고 외쳤다.

한립은 말없이 한쪽 소매를 털었다.

열댓 개의 금빛 찬란한 비검들이 날아올라 한 장 크기의 거대한 거검으로 응결되었다.

로위영과 남롱후도 흠칫 놀라 바라봤다.

그들은 한립이 남색 빙염으로 화섬을 상대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비검을 꺼내니 당황한 것이다. 거검이 완성되자 한립이 가느다란 남색 한기를 불어냈고 검의 표면을 감쌌다.

잠시 주저하던 한립은 양 손을 부딪쳐 법결을 날렸고 거검에서 벽사신뢰까지 발동되었다.

쿠릉!

남색 화염에 쌓인 금색 검에서 무수히 많은 뇌전이 번쩍였다.

“가라.”

웅!

거검이 금빛 빛줄기로 변해 화섬에게 쇄도했다.

화섬은 남롱후와 로위영의 맹공에도 붉은 빛을 방출하며 배가 올록볼록 해지고 있었다. 무언가 대단한 반격을 가하려는 듯했다.

그런데 그때 금색 거검이 순식간에 날아가 화섬의 머리를 내려쳤다.

금색 거검의 공격에 화섬은 엄청난 압력을 느꼈는지 배를 부풀리던 것도 미뤄두고 새빨간 탄환 같은 것을 뿜어내 검을 막으려 했다.

주먹만 한 붉은 탄환은 결계 안의 온도를 단숨에 끌어 올렸다.

‘내단?  아냐, 저건 실체가 아니야.’

요수가 내단을 분출해 거검을 막으려는 줄 알고 기겁했던 한립이 진짜가 아니란 것을 알고 안심했다. 정말 내단이었다면 마음껏 공격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립이 또 한 번 법결을 날리자 거검이 더욱 매섭게 붉은 탄환을 내리쳤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탱!

붉은 탄환에서 붉은 빛이 번지며 금빛과 겨루더니 공세를 막아낸 것이다. 화섬의 눈빛에 비웃음이 어렸다.

쾅!

절반이 잘린 탄환이 스스로 폭발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두 마리의 불 속성 뱀으로 변해 거검을 휘감았다.

한립도 조금 놀랐지만 수결을 맺어 손짓하니 거검에서 금빛이 요란하게 반짝였고, 뇌전들에 의해 붉은 기운이 튕겨나갔다.

거검이 그 틈을 타 몸을 떨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져서 화섬의 방패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검의 표면에 남색 불길이 몸집을 키우며 타올랐다.

파지지직!작은 방패들이 검에 닿아 얼어붙더니 바로 얼음가루로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단숨에 열댓 개의 작은 방패를 부순 거검은 화섬의 거대한 머리를 날카롭게 베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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