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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455화 (212/2,000)

# 455

455화. 내부로 통하는 길

수많은 수사들이 추마골에 들어서자마자 위험에 처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원영 중기 수사조차 실수로 공간 균열을 건드려 죽기도 했다.

한립은 이런 상황을 몰랐지만 천남 제일의 흉지를 가로지르며 극도로 조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엄청난 발견에 즐거워하는 중이었다.

허공에 떠서 뒷짐을 진 그는 남색빛이 일렁이는 빛나는 눈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전방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의식으로 훑어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명청영안을 극도로 발휘하면 한 자 크기의 모호한 호선이 열댓 장 밖에서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립이 심호흡을 하며 눈동자 속의 남색 빛을 거두었다. 이제 그는 의식으로도 발견할 수 없는 숨겨진 공간 균열을 명청영안으로 찾아낼 수 있었다.

명청영안을 만들기 위해 다량의 명청영수로 세안해온 보람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추마골에서 가장 위험한 공간 균열의 문제는 해결되는 셈이었다.

그러나 전력을 다해 명청영안을 발동해야 간신히 발견할 수 있다는 것과 남롱후 등이 자신의 눈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한립이 침묵하다가 결국 저물대를 스쳐 푸른색의 삿갓을 찾아냈다. 그것은 최상급 법기로 다른 능력은 없고 그저 얼굴을 보이지 않도록 가려주었다.

충분한 영력을 불어 넣으면 중 씨 문사와 위무애를 제외한 동급의 수사들은 자신의 얼굴을 확실히 볼 수 없을 것이다.

삿갓을 쓴 한립이 다시 방향을 잡고 숨겨진 공간 균열을 크게 돌아 앞으로 나아갔다.

* * *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 높이 자라난 밀림 속을 여인이 낮게 날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얼굴은 평범했지만 빛나는 두 눈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녀가 한참을 돌아다니다 멈추었다.

“여기가 아니면 다른 곳인가. 그런데 먼저 귀령문 장로가 남긴 표식을 찾고 있으라니. 무슨 뜻이지?  추마골 내부에서 다른 목표가 있는 건가.”

여인이 고개를 들어 누리끼리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기운을 숨겨 종적을 감추고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각기 다른 색의 빛줄기 세 개가 느릿하게 주변을 지나는 중이었다. 세 노인은 밀림을 지나다가 무언가를 감지하고 밑을 내려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정 형?”

“별 것은 아니고, 이 아래에 결단기 여수사가 숨어 있군요.”

“오, 저렇게 조심스레 숨어 있다니. 근처에 보물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은발 노인의 말에 자색 장포 노인이 흥미를 보였다.

“림 형, 저 수풀 속에는 금제의 흔적이 없습니다. 결단기 수사가 우리를 보고 숨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찾아야할 보물이 있으니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구 형의 말씀이 일리가 있군요. 시간이 없으니 어서 빨리 갑시다.”

그들은 시퍼런 노인의 논리 정연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밀림을 지나쳤다.

여인은 그들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조심스럽게 다시 나타났다.

“저 은발 노인은 낙운종 장로잖아. 그냥 지나가서 다행이야.”

그녀는 바로 본 모습을 감춘 자령이었다.

한립은 그녀에게 영촉과에 관한 단서가 있으니 먼저 찾고 있으면, 며칠 후에 다시 만나 함께 움직이자고 약속했다.

그 날은 가볍게 수락했지만 자령은 한립의 조건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결국 그녀는 표식을 찾지 못하고 조금 주저하다 노인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천천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추마골의 또 다른 무성한 수풀 속, 여섯 명의 귀령문 제자들이 검은 의복을 입고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수풀 상공에서 창백한 인상의 노인이 무표정하게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왕선과 연여언은 그 속에 있었지만 귀령문 종주, 왕천고 등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소리쳤다.

“찾았습니다! 이곳입니다!”

노인이 즉시 검은 빛을 뿜으며 그곳으로 내려갔다.

“어디냐?”

“종 장로님, 이곳입니다.”

검은 의복을 입은 귀령문 제자가 거대한 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며 공손히 비켜섰다. 노인이 말없이 나무를 살폈다.

나무의 형태는 무척 특이해서 뿌리 부분이 갈라져 있었고 나무 중간에서도 거대한 가지가 양쪽으로 자라나 멀리서 보면 거인이 서 있는 형상 같았다.

“잘했다. 정말 이 나무라면 문중으로 돌아가 크게 치하하겠다.”

그의 말에 제가가 기뻐하며 감사를 표했다.

노인이 신중한 얼굴로 손을 들어 허공을 움켜쥐자 검은 음기(陰氣)가 나무줄기에서 천천히 날아들어 노인의 손에 들어왔다.

“여기가 맞구나! 다들 불러 들이거라.”

종 노인이 드디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 * *

시간이 흐르자 수사들은 추마골 내에서 뿔뿔이 흩어졌다. 누군가는 정해진 보물을 찾아 떠났고, 누군가는 무작위로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보물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추마골 외곽에는 소문처럼 보물이 넘쳐나지 않아 대부분이 실망했다. 그래서 몇몇 고계 수사들은 점점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한립은 정해진 목표와 약속이 있었기에 가장 안전한 길을 찾아 날아갔고, 금제를 발견하면 멀리 피해 돌아갔다.

이렇게 아주 천천히 날아 결국에는 남롱후와 약속한 위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추마골 서쪽 작은 산 위에 두 수사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은 하얀 장포를 입은 로위영이었고, 다른 한 명은 금포를 입고 수염을 기른 남롱후였다.

남롱후가 뒷짐을 지고 로위영과 다섯 장 떨어진 곳을 서성였다.

“남롱 형, 조급해 마세요. 구석으로 전송 되었으면 이곳으로 오는 데 꽤 걸릴 겁니다. 직접 전송진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했는데 불안할 게 무엇입니까?”

“추마골이 얼마나 위험한지 몰라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한 수사가 없으면 이번 원정은 허탕을 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남롱후가 길게 숨을 내쉬며 난색을 표했다.

“북극원광은 양의환이 있어야 통과할 수 있다지만 화섬이라는 고대요수가 그렇게 강력하답니까?  솔직히 양의환만 받아내도 되지 않았을까요?”

로위영이 감았던 두 눈을 완전히 뜨고 물었다.

“창곤 상인께서 남긴 글에 따르면 정말 무서운 요수라더군요. 가장 좋은 것은 상극의 공법을 쓰는 수사가 상대하는 것이랍니다. 우리가 상대할 수도 있지만 원기를 크게 상하거나 중상을 입으면 어찌 살아 돌아가겠습니까?”

남롱후가 미간을 좁히며 설명했다.

“모란 초원을 다녀온 이후에 아주 신중해 지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전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상고 요수인 화섬은 그렇게 강력하지 않다던데요. 아마 창곤 상인이 굳이 주의를 하라고 언급했을 정도면 변이를 한 화섬일 수도 있겠습니다.”

“변이를 했을 수도 있고 추마골 내에 천적이 없어 자연적으로 강해졌을 수도 있지요.”

“그럼 더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어차피 다른 수사들이 먼저 상고 유적을 찾아낼 걱정은 없으니 천천히 기다려 보시지요.”

남롱후가 그의 차분한 태도에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 대답하려다가 갑자기 안색이 변해 고개를 돌렸다.

하늘 멀리에서 푸른 빛줄기가 천천히 날아드는 중이었다.

“드디어 왔습니다!”

한립의 둔술이 익숙한 남롱후가 단번에 알아보고 기쁨에 젖어 소리쳤다. 로위영도 즉시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아하니 천극문 장로 역시 겉으로만 태연하게 있었을 뿐 약간은 불안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았다.

푸른 빛줄기는 극도로 조심하며 한참 후에야 그들에게 도착했다. 푸른빛이 가시고 삿갓을 쓴 누군가가 나타났다.

“한 수사 맞습니까?”

의식으로 훑어도 푸른 삿갓에 가려진 한립의 얼굴을 볼 수 없자 남롱후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저 말고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분이 또 계십니까.”

한립이 삿갓을 쓰다듬으며 여유롭게 답했다. 로위영은 한립의 삿갓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다.

“농담 마세요. 저와 로 형이 여기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한립의 목소리를 확인한 남롱후가 한 시름을 놓았다. 세 수사들은 즉시 화섬을 죽을 방법 등을 상의하기 시작했다.

일단 화섬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외곽이 아니라 중심부로 들어가야 했고, 그곳은 더욱 강력한 상고 금제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추마골에 들어오는 입구와 달리 외곽에서 중심부로 들어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었다.

외곽 전역에서 크고 작은 통로들로 들어갈 수 있는데 상고 금제들이 겹겹이 둘러 있어서 하나씩 금제를 깨는 방법밖에 없었다.

예전에 창곤 상인도 시도를 해보았다가 혼자 힘으로는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간이 너무 걸려 포기했다고 한다.

그 후, 온갖 방법을 시도하고 거기에 운이 따라줘서 북극원광이 깔려 있는 작은 비밀 통로를 알아내게 되었다고 한다.

아주 은밀하게 숨겨진 통로라 찾기 어려웠고, 누군가 우연히 들어가더라도 북극원광에 의해 죽임을 당할 터였다. 하지만 양의환을 지닌 이들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한립이 두 수사와 상의를 마치고 휴식 없이 바로 중심부 방향으로 날아올랐다. 막 허공에 떠올랐을 때 남롱후가 저물대에서 몇 개의 방울들을 꺼내 허리춤에 매달았다.

“이 감응령들은 공간 균열이 내는 파동의 변화를 알아내 스스로 웁니다. 모든 공간 균열을 알아내지는 못해도 대부분은 경고를 해주는 셈이죠.”

남롱후가 놀란 한립을 보고 설명해주었다.

세 수사가 작은 산을 떠나 이동하는데 방울들의 효과가 아주 좋았다. 공간 균열이 나타나면 방울이 맑게 울어 주의를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새까만 종류나 완전히 무형의 공간 균열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한립은 계속 명청영안을 발동했기에 세 수사가 무형의 공간 균형을 지나칠 때는 방울이 울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세 수사가 가는 길목에는 무형의 공간 균열이 없었기에 한립은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척 입을 다물 수 있었다.

거의 반나절을 날아간 끝에 낯선 산맥이 나타났다.

열댓 개의 산봉우리들이 이어져 만들어진 작은 산맥이었지만 그 뒤로 검붉은 핏빛이 가득 뒤덮인 것이 기이한 분위기를 풍겼다.

“저 핏빛은 강력한 금제이니 절대 건드리면 안 됩니다.”

남롱후가 그것을 보자마자 바로 경고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강력한 금제들을 연달아 설치해 놓은 상고 수사들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추마골은 이전에 방어용으로 쓰였던 건가?  아니면 무언가를 가두려…….

한립은 자신의 생각에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

‘그래, 아마 상고 수사들의 주요 거점 중 하나였겠지.’

이때 남롱후는 산봉우리의 중간으로 날아갔는데 육안으로 보기에는 풀과 나무가 무성하고 덩굴이 쳐진 보통의 산맥이었다.

“여깁니다. 창공 상인께서 떠나기 전에 일종의 환술을 걸어 두었지요.”

남롱후는 조금 흥분한 듯했지만 차분하게 말했다. 그가 소매를 흔들어 하얀 옥패를 뿜어내자 옥패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낮게 주문을 외우며 법결들을 던져 넣자 옥패에서 하얀 빛이 쏘아져나갔다.

곧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하얀 빛이 닿은 암석, 나무 등이 마치 그림처럼 왜곡되며 산산이 부서진 것이다. 하얀 빛은 맑은 소리를 내며 다시 남롱후의 소매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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