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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435화 (192/2,000)

# 435

435화. 전쟁 (5)

쿠콰쾅!

뒤쪽에서 폭음이 들리고 새빨간 빛이 솟아오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어떤 수사 분이 도움을 주셨는지, 쇄혼이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쇄혼 진인? ’

한립은 자신이 처음으로 구한 수사가 그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수사께서 저 두 법사를 잠시 맡아 주시겠습니까. 저는 다른 수사들을 먼저 구출하겠습니다.”

생각을 마친 한립이 쇄혼 진인을 향해 낭랑히 답했다.

“호오, 한 수사였군요!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지요. 둘은 본 진인에게 맡기고 가보십시오.”

쇄혼 진인도 한립이라는 것을 알고 조금 놀라는 것 같았지만 즉시 하얀 빛줄기로 변해 추격해 오는 모란 대상사 두 명에게 날아갔다.

한립이 의식으로 상황을 확인하고 기뻐하며 속도를 더 높여 다음 결계로 날아갔다. 그가 막 손에서 푸른빛을 뿜었는데 의외의 사태가 발생했다.

결계 꼭대기에서 잿빛이 번뜩이며 금포를 입은 거한이 나타나 날아오는 뇌주를 심각한 얼굴로 응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립도 놀라웠다. 이곳에 누군가 숨어 있는 것도 기이했지만 어찌 그것을 자신이 감지하지 못했단 말인가!

의식으로 상대를 훑은 후 그의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금포 거한은 뜻밖에도 원영 후기의 수행을 가진 모란족 신사였다!

‘모란족에는 삼대 신사뿐인 게 아니었어? ’

한립이 경악해 어찌 된 일인지 영문을 모르고 있을 때 거한이 날아오는 뇌주를 향해 손바닥을 쥐었다.

놀란 한립이 즉시 손짓을 해 노주의 방향을 바꾸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거대한 푸른 손이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나 뇌주를 쥐었는데 어찌나 빠른지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었다.

눈썹을 끌어올린 한립은 수결을 맺어 당장 뇌주를 폭파하려 했다. 금빛과 푸른빛이 거대한 손에서 터져 나오며 거대한 손과 뇌주가 동시에 사라졌다.

금포 거한이 콧방귀를 뀌며 얼굴에 푸른빛을 번뜩였지만 표정은 아주 차분했다.

한립도 도망가려 하지 않고 상대를 마주보았다.

“당신이 한립이로군. 금뢰죽 법보를 지니고 있다던 천남 수사!”

“모란족에는 삼대 신사뿐이라고 들었는데 누구신지요?”

“내가 모란족 신사인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차분하다니. 중 신사가 말한 그 자가 맞겠군. 난 전종이라 하고 모란족의 네 번째 신사이네.”

금포 거한이 감정 없이 답했다.

“네 번째 신사가 있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입니다. 당신이 만들어낸 거대 손이 뇌주를 이겨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당신은 원영 후기에 이른지 얼마 되지 않았군요.”

한립이 거한을 응시하며 자신의 추측을 말하고는 푸른 검기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검기들이 공명하며 푸른 안개처럼 퍼져 그의 앞을 막았다.

“내 원영 후기에 이른지 몇 해 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내 상대가 될 거라고 여기시오?”

금포 거한이 한립을 비웃었다.

“그럼 나는 어떠합니까?”

갑자기 듣기 좋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립이 처음에는 미간을 좁혔다가 곧 희색을 보였다.

“누구냐!”

금포 거한이 지척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놀라 소리쳤다.

“겨우 백여 년 못 본 사이에 후기에 이르다니 놀랐습니다. 어디 실력은 얼마나 늘었는지 볼까요?”

하얀 빛과 함께 붉은 옷을 걸친 미인이 등장해 냉랭히 금포 거한을 쏘아보았다.

“봉 부인이셨구려! 허나 홀로 이곳에 나타났다가 룡함 수사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렵지도 않으십니까?”

“부군께서는 수천 명의 수사들과 함께 있는데 신사가 나서지 않는 한 어찌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제가 네 번째 신사의 실력이 어떤지 확인해 볼 테니. 한 수사는 어서 다른 수사들을 구해 주시지요.”

부인이 상대와 몇 마디를 나누다가 한립에게 말했다. 이어 한 손을 펼치니 그 안에서 새빨간 병이 나타났다.

여인이 법술을 펼치자 병에서 붉은 빛이 반짝이며 화염에 휩싸여 공중으로 떠올랐다.

“화령병(火靈甁)!”

금포 거한의 얼굴이 신중해졌다. 그리고 한립은 여인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푸른 빛줄기로 변해 쏘아져나갔다.

거한이 얼굴을 굳히며 영수대를 풀어 던지자 노을빛이 쏟아지며 호랑이 머리에 독수리의 몸을 한 푸른 깃털의 날개 달린 요수 두 마리가 나타났다.

‘천호수(天虎獸)잖아!’

두 마리 괴수의 등장에 한립이 놀라 쳐다보았다.

모란초원에서 서식하는 아주 진귀한 요수로 흙 속성과 바람 속성 법술을 펼칠 줄 알아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게다가 두 마리 모두 결단 후기의 경지로 보여 더욱 만만하게 볼 요수들이 아니었다.

두 천호수가 날개를 펼치자 몸에서 푸른빛이 번뜩이며 사라졌다. 곧 한립의 앞과 뒤에 나타난 천호수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립이 둔술을 멈추며 허공에서 멈추었다.

‘순간이동을 하다니.’

이런 종류의 요수들은 순간이동 능력이 있다했는데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전종의 신형이 흔들리더니 그의 뒤로 똑같은 사람이 걸어 나왔다. 푸른 그림자는 전신이 흐릿해서 허상 같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의 눈빛이 달라졌다.

“신외화신(身外化身)!”

푸른 그림자는 순식간에 날아 한립 곁으로 다가갔다.

홍의 장삼을 걸친 미부인이 막기도 전에 금포 거한이 입을 벌려 오색찬란한 바퀴를 날려 보냈다.

“이러면 제가 두 분 다 상대할 수 있겠군요.”

이 말과 함께 다채로운 색깔의 바퀴가 안개처럼 변해 미부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미부인이 진지하게 화령병에 법결을 쏘아 보냈다.

병의 붉은 빛이 진해지면서 병 입구에서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 화염이 살아 있기라도 하듯 흩어졌다 모였다 하며 여러 마리의 새빨간 뱀을 만들어 냈고 뱀들이 안개를 덮쳤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한립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미부인과 전종이 싸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눈앞의 괴이한 푸른 그림자와 앞뒤로 포진한 천호수들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이상한 존재들을 물리치지 않고는 다른 수사들을 구할 수 없을 듯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은월에게 뇌주를 몇 개 주고 몰래 다른 수사들을 구하게 할 것을.’

후회해 봐야 소용이 없었다. 한립이 허리춤에 있는 영수대를 스치자 금빛 찬란한 서금충들이 구름 같이 쏟아져 나왔다.

그가 주저하지 않고 법결을 날려 보내자 벌레 속으로 사라졌다.

웽웽!

서금충들이 세 무리로 나뉘어 적들을 향해 쇄도했다.

“서금충이라! 만일 성충이기만 했어도 조금 두려워했을 것이다.”

푸른 그림자가 냉소하며 전종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전혀 두려워하거나 놀란 것 같지 않았지만 천호수들은 서금충들을 보자마자 날개를 펼쳐 순식간에 이십 장 밖으로 물러나 버렸다.

이때 푸른 그림자가 입을 벌려 사발 굵기의 빛기둥을 분출했다. 그가 빛기둥을 분출할 때마다 몸의 푸른빛이 어두워졌고 세 줄기를 모두 발산한 뒤에는 키도 약간 줄어 있었다.

빛기둥이 신속하게 서금충들을 공격했다.

푹! 푹! 푹!

세 개의 푸른 빛덩이가 나타나 세 무리의 서금충들을 안에 가두었다. 한립이 놀라 서둘러 손을 뻗으니 서금충들이 보호막 벽에 붙어 미친 듯이 갉아대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한립의 얼굴은 더욱 굳어갔다.

푸른 빛덩이가 굉장히 강력한지 서금충들이 갉아 먹는 속도가 너무 느렸던 것이다.

이제 보니 세 개의 푸른 보호막은 나무 속성 영기로 이루어져 잠시나마 서금충을 가두어 둘 수 있는 것 같았다.

푸른 그림자는 서금충을 구속할 수단을 지니고 천호수는 순간이동을 할 수 있으니 손발이 묶인 기분이었다.

‘네 번째 신사는 나를 겨냥하고 대비한 것인가.’

불길한 예감에 한립이 꼼짝 않고 서서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추측은 사실이었다.

법사들은 전쟁 개시 전에 협의 끝에 한립을 전종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축 노인의 천호수와 한립과 상극을 이룰만한 보물들을 여러 개 빌려 주었던 것이다.

다만 한립이 내기 대결에 참가할 것을 몰랐을 뿐.

이후 한립이 나타나 한 무리의 법사들을 죽이고 대상사까지 멸하는 것을 전종이 발견한 것이다.

그가 다른 결계 속의 수사들을 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든 아니면 그를 죽이기 위해서든 혹은 음라종에 약조를 지키기 위해서든 이번 전투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했다.

서금충이 갇히자 천호수들도 두려움이 가시는지 다시 한 번 허공에서 사라졌다.

한립이 냉소하며 소매를 털자 남색 작은 방패가 튀어나왔고 비검 무리의 검기도 크게 증가하며 그를 물샐 틈 없이 방어했다.

푸른빛이 반짝이고 천호수가 그의 왼쪽과 오른쪽에 나타나 빛기둥을 뿜었다. 한립이 눈을 빛내자 검기들이 두 갈래로 갈라져 빛기둥을 막았다.

콰쾅! 쿠쾅!

검기가 가볍게 빛기둥을 없애고 영수들까지 공격했지만 천호수들은 당황하지 않고 교활한 눈빛을 보이며 사라졌다. 한립이 분노해 검기로 쫓으려는데 전종의 푸른 그림자가 움직였다.

같은 시각 양 진영을 지휘하는 룡함과 깡마른 법사가 동시에 자신들의 비장의 한수를 펼쳤다.

수사 진영에서는 7명의 백발이 성성한 원영기 수사들이 각자 고보를 하나씩 들고 룡함 뒤쪽에서 날아올랐다.

그리고 법사 진영에서는 줄곧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악 여인이 나타나 저물대 속에서 청동 등잔불을 꺼내들었다.

악 여인이 등잔불을 띄우고 붉은 입술사이로 하얀 영화(嬰火)를 불어넣어 불을 붙였다. 두 손으로 수결을 맺으며 낮게 주문을 외니 하얀 연꽃이 몸에서 피어나 마치 선녀처럼 보였다.

주문은 만황 시대의 풍조로 가득했고 등잔불이 진동을 하며 환영이 만들어져 똑같이 생긴 등잔불 9개가 주르륵 나타났다.

악 여인이 9번 각기 다른 색의 법결을 쏘아 보내자 등잔불의 푸른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여인이 입에서 정혈(精血)을 한 모금 뱉어내자 불길은 더욱 폭발적으로 밝아졌다. 잠시 후 맑은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불길 안에서 한 자 크기의 푸른 새가 나타났다.

새는 화려한 날개를 지닌 아름다운 공작새였다. 거만하게 고개를 든 공작새가 악 여인을 보더니 상고 시대의 만황어(蠻荒語)로 중얼거렸다.

악 여인이 공손히 새에게 대례를 세 번 올리더니 역시 만황어로 이야기했다.

악 여인이 말을 멈추고 손바닥을 펴자 분홍색의 구슬이 아주 좋은 향을 뿜으며 나타났다. 이에 공작새가 구슬을 보고 기뻐하더니 입을 벌려 푸른 기운을 뿜어내 구슬을 가져갔다.

촤륵!

푸른 공작새의 몸에 광채가 돌더니 화염이 일어 거대한 불새가 되었다.

새가 두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자 주변의 불 속성 영기가 불안정해지며 불 속성 공법을 쓰는 수사와 법사들의 위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불 속성 영기가 모여 들어 공작새에게 흘러 들어갔다. 새의 몸집은 더욱 커졌고 푸른 화염은 수사들의 눈길을 끌었다.

방원 십리 내의 수도자들이 싸움을 멈추고 멍하니 푸른 새를 올려다봤다. 갑자기 기온이 상승해서 마치 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더워졌기 때문이었다.

푸른 화염의 공작새를 본 법사들은 기뻐했다.

“성조(聖鳥)다! 악 상사님이 성조를 불러냈다.”

“이번 전쟁은 우리의 승리야!”

법사들이 소리 지르며 더욱 공격에 힘을 실었다. 깡마른 노인도 오랜만에 얼굴에 미소를 보였다. 음라종 흑의 여인이 화염 속의 공작새를 보며 노인에게 물었다.

“불 속성 영기를 자유롭게 조종하다니 적어도 화신기 이상의 경지로군요. 최후의 수단으로 내놓을 만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수행이 높아도 영력이 원영 초기 정도 밖에 되지 않던데 이후 불 속성 영기를 흡수하고도 겨우 후기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아마 저건 본체의 분신 중 하나겠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돌올인들과의 전투에서 그렇게 참패했을 리 없을 테니까요.”

“한 눈에 알아보시다니 륙 부인의 안목이 대단하십니다. 성조의 본체가 강림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보통의 결단 후기 수사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실력을 지녔지요.”

노인이 흑의 여인을 보며 설명했다.

“천지의 영력을 자유롭게 부리는 것은 화신기에나 쓸 수 있는 능력인데……. 이제 패할 일은 없겠습니다.”

흑의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부럽다는 눈빛을 보냈다. 노인은 그것을 보고 웃으며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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