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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433화 (190/2,000)
  • # 433

    433화. 전쟁 (3)

    첫 번째 공격을 맡은 수사들의 귓가에 드디어 명령이 떨어졌다.

    쇠망치를 들고 있던 거한이 눈을 부릅뜨며 온 몸에서 노란 빛을 뿜어냈고 두 손에 들고 있던 쇠망치는 사정없이 징의 한 가운데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엄청난 금빛이 터져 나왔지만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 대신 금빛이 터져 나오는 순간 자잘한 금빛들이 별처럼 상대편을 향해 날아갔다.

    푸푸푹!

    금빛들이 열댓 장을 날아가 금빛의 안개로 변했고 쇠망치를 든 거한이 미친 듯이 징을 치자 금빛 안개는 빠르게 법사 대군을 뒤덮을 듯 퍼져나갔다.

    이어서 두 수사가 검은 삼각형 깃발을 흔들어대자 그 안에서 교룡이 검은 기운을 분출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모래와 돌덩이를 휩쓴 거대한 돌풍에다 검은 기운으로 하늘이 흐릿해져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붉은 소녀들이 쟁반을 높이 들어 올리며 주문을 외자 붉은 빛이 반짝이며 쟁반에서 구리 조각이 솟아올라 주먹만 한 작은 불새들을 무수히 많이 쏟아냈고, 금의 노인 셋은 삼각형으로 서더니 동시에 등에 맨 거대한 호리병을 발동했다. 냉기가 뼈 속까지 스며드는 눈송이들이 생성되어 앞쪽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이런 이보들의 공격에 상대 법사들은 깡마른 노인의 지시에 따라 공격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금빛 안개, 검은 돌풍 같은 것들이 동시에 법사들의 보호막에 부딪쳐 펴져나갔다. 다양한 빛이 산발하며 법사 대군의 보호막도 흔들렸다.

    룡함이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공격 명령을 내렸다. 이번에는 각종 종문들이 연합해 펼치는 대규모 공격 비술이었다.

    다양한 색깔의 빛기둥과 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화(魔火)가 각 부대에서 솟아올라 이보들을 이용한 첫 번째 공격과 어우러져 법사 진영을 덮쳤다.

    이에 깡마른 노인의 얼굴이 가라앉았다.

    영술 발동이 조금 늦었을 뿐인데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륙 부인! 거대 요수를 써야겠습니다. 안 그랬다가는 초반 전세를 저들이 쥐고 흔들겠습니다.”

    노인이 돌연 옆에선 흑의인 여인에게 말했다.

    “종주께서 거대 요수를 빌려 주셨으니 마음껏 사용하십시오. 제게 미리 말씀 하실 것도 없습니다.”

    여인이 미소 지으며 관여치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명을 내렸다.

    경천동지할 요수들의 포효가 들리더니 열댓 마리의 거대한 요수들이 그대로 법사들의 보호막을 뚫고 달려 나갔다. 온 몸에 갑옷을 걸친 만황시대 거대 요수들이었다.

    거대 요수들이 그대로 수사들의 진영으로 내달렸다. 그러자 수사들도 공격 중 일부를 거대 요수에게 돌렸다.

    드디어 엄청난 공세에 꼼짝하지 못하던 법사 진영에 여유가 생겼다.

    이틈을 타 수십 명의 법사들이 서둘러 날아올라 각양각색의 탄환 같은 것을 수십 개씩 던지고 주문을 외워댔다.

    곧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다.

    탄환들 중 어떤 것은 땅 속으로 사라졌고 몇몇은 푸른빛에 휩싸여 허공을 배회했으며 또 다른 것들은 맑은 물이 맺히거나 붉은 불길에 휩싸였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는 각각이 요수를 품고 있었다.

    십여 장 길이의 노란 흙 속성 구렁이, 일곱 장 길이의 거대한 불 속성 늑대, 몸이 보일 듯 말 듯 투명한 괴상한 새, 물로 보호막을 삼은 남색 거북이…….

    이런 요수들이 나타나 즉시 만황 요수의 뒤를 따르며 수사 대군을 향해 돌진했다.

    만황 요수들은 태생적으로 가죽이 두꺼운 데다 전신에 갑옷이 둘러져 있어 각종 법술을 맞고도 비늘이 조금 떨어져 나갔을 뿐 한 마리도 낙오되지 않았다.

    그러나 뒤쪽의 기운이 형상화된 화형 요수들은 상황이 달랐다. 겉보기에는 똑같이 기세가 등등했지만 공격을 받자 대부분이 빛으로 흩어져 버렸다.

    고계 법사들은 아무 것도 못 보았다는 듯 또 대량의 탄환들을 허공으로 던지고 주문을 외웠다. 다시 생성된 요수들은 두려움을 모르고 적진으로 질주했다.

    이를 본 수사들은 안색이 변해 요수들을 공격했고, 이로 인해 법사 진영이 받던 압력이 줄어들었다.

    룡함이 상황을 파악하고 급히 무언가 분부하려다가 머뭇거렸다.

    깡마른 노인이 겨우 틈이 생기자 미리 준비하고 있던 법사 무리의 공격형 영술 발동을 명했다. 영기의 빛이 강해지며 주문을 외는 소리가 커지더니 거대 불덩이들과 나무 기둥 모양의 얼음 창 같은 것들이 형성되었다.

    “영술 결계.”

    룡함이 입술을 달싹여 전음을 보내자 이보들이 공세를 멈추고 다시 결계의 보호 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천여 명의 수사들이 깃발을 들고 깃발을 던지자 대량의 다채로운 빛깔이 터져 나오며 마치 거대한 방패처럼 법사 대군 앞에 또 한 층의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때마침 상대가 쏘아 보낸 수백 개의 거대 불덩이와 천여 개의 얼음 창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방금 수사들이 만들어낸 다채로운 색깔의 보호막은 엄청난 공세 속에서도 틈을 보이지 않았다.

    룡함이 그것을 확인하고 미소를 보였다.

    날아오른 천여 명 수사들은 구국맹이 오랜 세월 훈련시킨 정예 제자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호막의 위력을 보니 위무애의 장담이 사실이었다.

    깡마른 노인은 반대로 난색을 표하며 즉시 다른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법사 진영에서는 단순한 불덩이나 얼음창이 아니라 불 속성의 까마귀, 얼음 구렁이 같은 것들이 끝도 없이 공중에 나타났다. 당연히 주문을 외는 시간도 첫 번째 공격 때보다도 더 길게 걸렸다.

    이때 수사 군영에서 무리가 갈라지며 녹색 장삼을 입은 수사들이 보호막을 빠져나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영수대를 하늘 높이 던졌다. 그러자 알록달록한 빛이 퍼지며 그 안에서 수십 마리의 요수들이 나타났다.

    특히 가장 앞서 나타난 세 마리가 가장 남달랐다.

    머리에는 뿔이 나고 온 몸에는 비늘 갑옷을 덮은 하얀 빛의 요수는 보기 드문 용마수(龍馬獸)였고, 입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머리 둘 달린 사자 요수는 전신에 초록색 갈기가 번뜩였다.

    그리고 마지막 요수는 새빨간 거대 독전갈로 등에 달린 독침이 검다 못해 보랏빛을 띠어 가장 섬뜩해 보였다.

    마도 어령종에서 공을 들여 길러낸 영수들이 즉시 세 마리 영수의 뒤를 따라 흉흉한 기세로 거대 요수와 법사들이 만들어 낸 가짜 영수들을 기습했다.

    비록 세 마리의 영수만이 거대 만황 요수와 비슷했지만 나머지 영수들도 잘 훈련되어 있었고 무리지어 덤비니 승산이 있었다.

    요수들이 날아간 동시에 수사 수천 명이 하늘로 떠올라 다섯 무리로 나눠 각종 법기 등을 법사 진영에 쏟아 부었다.

    빼곡한 법기들이 거친 파도처럼 법사 진영의 보호 결계를 덮쳤다.

    깡마른 노인은 냉소하며 대량의 법사들을 올려 보내 수사들과 싸우게 했다. 수백 명이 상대의 공격에 보호막이 뚫려 폭발하거나 땅으로 추락했다.

    참혹한 광경이었다.

    그러는 동안 법사 진영도 영술 공격 준비를 완료했다. 수십 마리의 불 속성 까마귀와 얼음 구렁이들이 수사 대군 쪽으로 쇄도했다.

    이번에는 수사 대군도 방비를 하고 있어서 그것들이 보호막을 공격하기 전에 대량의 법보와 법기들을 이용해 대부분을 미리 제거했다.

    남은 몇 마리가 알록달록한 보호막을 공격했지만 보호막이 몇 번 반짝였을 뿐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다.

    그러나 룡함은 미간을 좁혔다. 구국맹에서 연구해 낸 보호막이 강력하기는 해도 강력한 위력의 영술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명을 내렸다.

    수사 대군이 보호막을 방패삼아 천천히 앞으로 나가자 수사들은 자신의 법기와 법보로 몸을 보호했고 각종 주문을 외워 공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던 깡마른 노인의 얼굴이 서늘해졌다. 상대가 위험을 무릅쓰고 돌격하는 것은 그들에게 영술을 펼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명이 떨어지자 법사 대군들도 보호막을 방패 삼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에 쌍 방의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졌다.

    거리가 백장 정도로 가까워져 희미하게 적의 얼굴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수사 진영에서 ‘푹!’ 하는 소리가 7번 울리며 하얀 빛줄기 7개가 튀어나왔다.

    7개의 옥부가 란명종 노인 7명의 의식에 의해 발동된 것이다. 옥부가 즉시 법사 대군이 있는 상공으로 날아가 본 모습을 드러냈다.

    콰콰콰쾅!

    7개의 옥으로 만든 부적이 쪼개지며 눈부신 하얀 뇌전 덩이를 형성했다. 마치 작열하는 태양이 7개 뜬 것만 같았다. 법사들도 놀라운 광경에 모두 고개를 쳐들고 경악했다.

    “상고 시대 부적이구나!”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던 깡마른 노인이 안색이 변해 소리쳤지만 그가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7개의 태양이 폭발했다.

    콰쾅! 카콰콰쾅! 쿵!

    법사 대군의 상공에서 거대한 벼락들이 그물처럼 엮여 떨어져 내렸다.

    * * *

    “밖이 아주 떠들썩하구나.”

    한립이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뒷짐을 지고 핏빛 보호막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당황스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법사들이 자신들을 가두려 한다는 것을 안 뒤로는 도리어 안심했다.

    결계를 깨는 것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으나 언제 어떤 방법으로 결계를 깨고 나갈 것인지는 상황을 파악하고 난 뒤에 생각할 문제였다.

    지금은 너무 빨리 나가지 않는 것이 이득이었다. 천남을 대표해 모란인들과 싸우기로 했지만 전쟁의 희생양이 될 마음은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일찍 나갔다가 원영기 법사들에게 찍혀서 협공을 당하거나 수백, 수천 명의 법사 대군에 포위당하기라도 하면 아무리 뇌둔술을 익혔어도 위험할 수밖에 없다.

    처음의 혼전이 지나고 대부분 고계 수사들이 법사들과 교전을 시작하면 그 때 나서는 것이 훨씬 안전했다.

    보호막이 핏빛으로 변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수단을 써서 처음의 혼전은 피했을 것이다. 그런데 상대 쪽에서 미리 이런 준비를 해주었으니 그로써는 다행인 셈이었다.

    방금 들려온 벼락 소리를 들어보니 쌍방이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한 듯 했다. 이런 놀라운 공격이 어느 진영에서 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상대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

    한립이 탄식을 하며 고개를 돌려 다른 결계를 살폈다.

    핏빛 보호막은 괴이하게도 그의 의식을 철저히 막았다. 게다가 분명 마도 공법으로 만들어진 결계일 텐데 벽사신뢰도 통하지 않았다.

    그가 입을 벌려 푸른빛의 작은 검을 뱉어내 날카롭게 핏빛 벽을 갈랐다.

    텅.

    그러나 둔탁한 소리와 함께 보호막은 금이 가지 않았고 비검은 튕겨져 나왔다. 그가 바로 비검을 거두고는 손바닥을 뒤집어 거무튀튀한 천중봉 고보를 불러냈다. 그리곤 양 손으로 수결을 맺었다.

    검은 빛이 반짝이더니 열댓 장으로 커진 작은 산이 소리 없이 떠올랐다. 그의 손짓에 따라 산봉우리가 진동하며 즉시 핏빛 벽을 향해 돌진했다.

    쿵!

    거대한 소리가 들리고 검은빛과 핏빛이 교전하더니 역시 산봉우리만 튕겨 나와 버렸다. 한립은 조금 놀랐지만 다시 한 번 산봉우리를 향해 손짓했다.

    검은 빛줄기로 변한 산봉우리가 핏빛 보호막의 중심부를 향해 날아가더니 주문을 외는 소리와 함께 팔십 장 높이로 커지면서 상부와 하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한립이 멈추지 않고 손을 뻗어 법결을 쏟아 보냈고 산봉우리도 빠른 속도로 커져갔다.

    쿠쿠쿵!

    자세히 보니 보호막 위쪽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한립이 기뻐하며 각종 법결을 쉼 없이 쏘아 보내자 보호막의 변형도 두드러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올록볼록하던 모양도 일정 정도가 지나자 완전히 변형을 멈추었다.

    ‘안 되겠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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