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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386화 (143/2,000)

# 386

386화. 첫 시도

“이제 겨우 한 숨 돌리겠습니다.”

앞에서 무리를 이끌던 남롱후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속도를 늦추었다. 이에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속도를 늦춰 날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아무 일도 없었으니 모란인들이 뒤늦게 추격해 와도 우리를 따라올 수는 없을 겁니다.”

“너무 안심하지 마시지요! 법사들 중에는 상상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이들이……. 헛!”

백의 노인이 말을 하다가 헛바람을 들이키며 심각한 눈빛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 한립 역시 놀라 무어라 말하려는데 뒤쪽에서 희미하게 귀에 거슬리는 폭음이 들려왔다.

그 기괴한 소리는 순식간에 커졌고 수사들은 안색이 변해 분분히 뒤쪽을 쳐다봤다.

하늘 저 멀리에서 하얀 빛이 반짝이며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이런! 법사들의 어풍차(御風車)요! 분명 우리와 등급의 법사들이 타고 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속도를 낼 수 없을 테니.”

백의 노인이 즉시 어풍차의 정체를 알아내고는 고함을 쳤다.

“다섯이 타고 있는데 모두 우리와 같은 원영기입니다. 저들도 이곳에서 우리를 격퇴하기 보다는 원군이 오기 전에 시간을 끌려 들 것입니다.”

왕천고가 의식으로 그들을 훑어보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여기서 시간을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일단 저들과 맞붙으면 단시간에 몸을 빼기란 불가능하니 각자 움직이시죠! 여기 각각의 옥간에 위치가 표시되어 있으니 3일 후, 그곳에서 다시 모이는 것으로 합시다.”

남롱후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고는 품에서 똑같이 생긴 옥간들을 꺼내 일행들에게 던져 주었다.

“그럼 각자 보중하시고, 3일 후에 만납시다.”

남롱후가 더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금빛으로 몸을 휘감으며 쏘아져 나가자 백인 노인을 비롯해 다른 이들도 옥간을 챙기고 연달아 비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까무잡잡한 사내는 온 몸에서 노란 영기의 불길을 일으키더니 토둔술을 이용해 땅 속으로 사라졌고, 노부인은 새하얀 영기를 뿜어내는 흰 두루미를 불러내 벌써 백 여 장 밖으로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룡 수사는 온 몸에서 은빛을 방출하며 어떤 보물을 사용한 건지 은색교룡으로 화해 구름을 뚫고 사라졌다.

왕천고와 왕선, 연여언 역시 정체 모를 귀령문 비술을 사용해 거대한 검은 빛으로 변해 날아갔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한립도 남롱후가 옥간을 던져준 순간 붉은 빛을 번뜩이며 피풍의를 둘러 대량의 영력을 불어넣었다.

우웅!

붉은 빛이 범람하며 그가 핏빛으로 변해 사라지는데 다른 이들과 비교해도 절대 느리지 않았다. 게다가 틈틈이 뒤쪽에서 쫓아오는 어풍차를 돌아보기도 했다.

비록 아직 거리가 멀었지만 그는 의식을 통해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괴이한 생김새였다.

네모난 요수 마차였는데 신기한 것은 마차를 끄는 영수도 마차의 바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만 양 옆에 주술이 빼곡하게 새겨진 검붉은 나무 날개가 오색찬란하게 빛나며 펄럭였다.

자세히 살피던 한립은 어풍차의 새하얀 몸체가 이름 모를 요수의 뼈로 제련이 된 것이며 엄청난 살기를 품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얀 빛에 휩싸여 있었기에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풍차 가운데에 앉아 있는 다섯 인물을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한 번도 법사와 겨뤄본 일이 없었기에 경솔하게 어풍차 속까지는 의식을 퍼트리지 않고 다시 고개를 돌려 모란 초원 남쪽으로 속도를 높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립 등 아홉 선사들이 여러 방향으로 날아갔다.

어풍차가 천남 수사들이 갈라진 방향에서 멈춰 섰을 때 한립이 슬쩍 다시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보았다. 어풍차에서 하얀 빛이 가신 후 각기 다른 복색의 네 명이 나타났는데, 사내 셋에 여인 하나였다.

이어 네 법사가 한데 모여 상의를 하는 것 같더니 각기 흩어져 추적을 시작했다. 다행히 한립 쪽으로는 아무도 따라 붙지 않았다.

일순 안심을 하던 한립이 급격히 인상을 찡그렸다.

‘이런!’

어풍차가 하얀 빛을 번뜩이더니 한립 방향으로 쇄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날카로운 파공음에 한립이 얼굴을 구기며 전신의 빛을 끌어 올려 화려한 핏빛과 함께 속도를 높였다.

앞에선 핏빛이, 뒤에선 백광이 날아가며 겨우 십 여리 거리를 두고 쫓고 쫓기는 중이었다. 어풍차에 탄 법사의 속도도 놀라웠지만 피풍의를 입은 한립의 속도도 만만치 않았다.

이렇게 두 빛이 모란 초원 깊은 곳으로 사라져갔다.

한립과 어풍차의 놀라운 속도에 순식간에 그들은 모란 초원 백여 리 안까지 진입했다. 핏빛의 피풍의를 걸치고 쏘아져 나가면서 의식으로 뒤를 살핀 그가 놀란 눈빛을 드러냈다.

피풍의의 속력으로도 상대를 떨구지 못하고 점점 거리가 줄어들고 있었다. 원영 중기에 이른 운 노인이 어풍차를 알아보고 안색이 변했던 이유가 있었다.

어풍차는 정말 최상급의 비행 이보였던 것이다. 보아하니 뇌둔술 혹은 혈영둔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벗어날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원영기에 든 이후로는 동급 수사와 실력을 겨뤄본 적이 없었다. 물론 실력에는 자신 있었지만 자신이 원영기 수사들 중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알지 못했다.

낙운종에 머무는 몇 년간 장로로 역임하며 수련에만 매진했고 전천성에서 남롱후와도 의식만을 가지고 서로 수준을 파악해봤을 뿐이었다.

지금 그를 뒤쫓는 어풍차 안의 법사가 자신의 실력을 확인해볼 좋은 적수이기는 했다. 게다가 법사들의 영술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궁금해한지 오래였다.

상대를 격살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안 된다면 풍뢰시를 달고 달아나면 그만이었다. 다만 여기는 모란 초원이었으니 상대와 오랜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한립이 신속하게 마음을 굳히고는 붉은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해 푸른 기운이 무성하게 일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신형이 급격히 꺾이며 즉시 뒤쪽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싸늘하게 자신을 뒤쫓던 백광을 보던 한립이 소매를 털자 수십 개의 푸른 검이 벌 떼처럼 쏟아져 웅웅거렸다. 낚시 그물처럼 층층이 나열된 푸른 검들의 진형은 보기만 해도 기세가 대단했다.

72개의 청죽봉운검을 전부 쏟아 놓은 것 외에도 한 손으로 영수대를 스쳐 삼색 서금충을 불러냈다. 서금충은 거대한 구름을 형성하며 맴돌았다.

웽웽웽웽.

한립의 눈에서 빛이 번뜩이며 두 팔을 펼치니 푸른 법결이 두 갈래로 나뉘어 서금충들 속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서금충들이 푸른빛에 휩싸이며 한립을 감싸 안았다.

삼색의 충갑이 한립의 몸에서 고풍스러운 푸른빛을 내며 나타난 것이다.

한립이 멈추는 바람에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던 어풍차 안의 법사가 충갑이 만들어 지는 기상천외한 장면을 목격했다. 거칠 것 없이 날아오던 어풍차가 바로 속도를 줄이며 한립과 백여 장 떨어진 거리에서 멈춰 섰다.

무표정하게 그것을 지켜보던 한립은 개의치 않고 양손을 뒤집었다. 한 쪽에서는 바구니가 다른 한쪽에서는 작은 종이 나타나 허공에 떠올랐다.

그가 즉시 작은 종을 앞으로 투척하니 은빛이 번쩍이며 순식간에 수 장 크기의 거대한 본체가 드러났다.

동시에 그의 의지에 따라 72개의 비검들이 환영을 만들어내며 세 배로 불어나 200개가 넘는 푸른 검광이 하늘을 뒤덮었다.

“가라.”

맑은 울림 속에서 검광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백여 장 길이의 거대한 파동을 형성하더니 적을 향해 세차게 돌진했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은색 종은 벌써 위력을 보이고 있었다. 어풍차 상공에 도착해 빠르게 회전을 하니 눈에도 보일만한 거대한 음파의 파동이 일며 어풍차를 그 일렁임 속에 가두었다.

만일 법사가 미리 대비를 하지 못했다면 이번 공격만으로도 상대에게 큰 타격을 입혔을 것이다. 은색 종 고보는 한립의 수행이 진보했으니 위력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과연 어풍차 속의 법사가 버티지 못하고 어풍차의 나무 날개가 진동하며 십여 장 뒤로 물러나 음파의 일렁임 속에서 벗어났다.

네모난 마차에서 하얀빛이 발산되며 누군가 튀어나왔을 때는 이미 푸른 거검의 파동이 미친 듯이 쇄도하고 있었다. 어풍차 위에 떠있던 인영이 그것을 보고는 침착하게 한 손을 펼쳤다.

콰콰쾅!

파란 빛이 몰아치며 그의 머리 위로 보호막이 형성된 것이다. 푸른 거검의 파동이 보호막에 닿아 격렬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보호막의 빛이 요란하게 깜빡거렸지만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

이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한립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법사가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크게 입을 벌리니 안에서 가느다란 남색 실이 뿜어져 나와 거대한 구렁이처럼 한립이 보낸 푸른 파동을 공격했다.

꽈과광! 콰콰콰쾅!

동시에 청색과 남색이 교전하며 엄청난 굉음이 이어졌다.

그리고 법사가 곧바로 아래에 있는 어풍차에 법결을 쏘아 보내자 어풍차가 신속하게 줄어들더니 법사의 저물대 속으로 사라졌다. 이어 그가 고개를 들자 드디어 법사의 음침한 낯빛의 깡마른 얼굴이 드러났다.

60대로 보이는 노인은 양 뺨에 푸른 문신을 새기고 있었고 특이한 복색의 남색 비단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의 외모가 아니라 상대의 영력이었다. 그는 뜻밖에도 원영 초기의 최고봉에 이른 법사였던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공격을 가뿐하게 막은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상대의 남색 보호막은 영술이 아니라 그가 손에 든 주먹만 한 구슬 속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

한립은 경계심을 높이며 한층 서늘해진 얼굴로 즉시 바구니 고보를 발동하려 했다.

“멈추시오! 실력도 좋지만 성격도 꽤나 급하신 분 같군요. 어찌 한 마디 말도 없이 공격부터 하는지요.”

노인이 불만스런 어투로 한립의 행동을 제지했다.

“수사와 법사지간에 할 말이 있던가요?”

미간을 좁힌 한립은 냉랭히 대답했지만 손을 뻗어 공격을 중단했다. 법사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나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허나 우리 같은 경지에 이른 이들이 굳이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울 필요가 있을까요?  수사가 목 모에게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해준다면 수사를 보내드릴 생각이 있습니다.”

“대답이요?  대답은 모르겠으나 저도 질문할 것이 있습니다.”

한립이 한쪽 입 꼬리를 끌어올렸다. 상대방이 말하려는 것은 대충 짐작이 갔다. 많은 원영기 수사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놀란 것이다.

“수사가 제 호의를 거절 하려나 봅니다.”

노인의 얼굴이 한결 음산해졌다. 한립이 냉소하며 돌연 허공을 향해 손을 들었다. 푸른 파동이 응결되며 이삼십 장 길이의 거검으로 변했다.

거검이 남색 구렁이를 조각내고는 기세를 살려 보호막과 노인을 한 번에 갈라버릴 기세로 내리쳤다.

그 모습을 본 목 노인은 흉악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리더니 바로 손에 들고 있는 구슬을 내던져 맑은 기운을 쏘아 보냈다. 그러자 구슬에서 남색 빛이 반짝이며 고속으로 회전했고 그 안에서 남색 실들이 나와 거대한 그물망을 형성했다.

동시에 노인이 주술을 읊으며 수결을 맺자 몸에서 남색 빛이 하늘을 찌를 듯 뿜어져 거대한 보호막을 만들었다.

이에 거검이 보호막과 격렬하게 충돌했지만 200개가 넘는 검기들이 응결한 거검은 어떤 보호막으로도 쉽게 막을 수 없었다.

결국 보호막이 반으로 갈라지며 거검의 칼날이 다시 남색 그물망을 노렸다.

그러나 상황은 한립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투명하기까지 한 가는 실들이 너무나 견고했던 것이다.

거검은 남색 그물망을 몇 번 내리치고도 뚫지 못했는데 반대로 그물망이 노인의 조종에 따라 점점 포위를 좁혀왔다. 잠시 후 거검이 그물망에 단단히 갇혀 서로 상대를 어쩌지 못하고 견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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