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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330화 (87/2,000)

# 330

330화. 입문 (2)

다른 산수들은 하나같이 끝없는 안개를 보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진법이나 금제를 많이 접해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신세계였던 것이다.

이때 유 가 청년이 비행 법기를 천천히 멈춰 세웠다. 그리고 저물대에서 푸른 깃발을 꺼내 무언가를 읊조리니 연한 푸른색의 빛이 퍼져 나가며 점점 눈이 부셔왔다.

“열려라!”

청년이 법술을 외고 하얀 안개를 향해 깃발을 휘두르자 빛기둥이 방출되어 안개를 뚫고 뻗어나갔다.

요동을 치는 안개들 틈에서 오직 빛기둥에 닿은 부분만이 안정을 되찾더니 맑은 울림과 함께 이, 삼 장의 넓은 통로가 만들어졌다. 이를 본 유가 청년이 바로 법기를 움직여 통로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종적을 감추자마자 다시 안개는 틈을 채웠고 잔잔한 천둥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한립 일행은 일다경이 지나 무릉도원 같은 곳에 들어서고 있었다. 미처 경치를 살피기도 전에 짙은 영기가 훅 끼쳐와 한립은 자기도 모르게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다.

저 멀리 수 천장 높이의 산봉우리들을 배경으로 넓디넓은 녹음 속에 온갖 아름다운 화초가 피어 있었다.

그리고 산봉우리들 주위에는 크고 작은 거처와 누각들이 셀 수 없이 많으니 각양각색의 의복을 입은 수사들이 드나들며 무척 바빠 보였다.

몇몇이 놀라며 기쁜 표정을 짓자 청년이 웃으며 그 중 한 봉우리를 가리켰다.

“이곳이 바로 낙운종의 산문이 위치한 육기봉(六寄峰)이니 잘 보거라. 이후 입문을 하게 되면 바로 너희의 사문이 될 곳이지. 이제 일단 천천봉(天泉峰)의 영송거(迎松居)로가 각자의 신분을 밝히고 공법과 수행을 시험하면 된다.”

* * *

청년은 바로 사발 법기를 움직여 천천봉이란 곳으로 날아갔다.

가는 길에 만난 대부분 이들이 연기기 저계 수사들이라 청년을 보자마자 공손히 예를 올렸는데 아무래도 낙운종에서 명성이 있는 수사 같았다. 유일하게 마주친 축기기 수사는 원숭이 같이 생긴 추남이었다.

노란 장포를 걸친 축기기 수사는 마침 천천봉에서 나오는 길이었던지 청년을 보자마자 만면에 웃음을 띠고 다가왔다.

“유 사제, 이들이 새로 입문한 제자들인가?  보아하니 몇 사람 안 되는군!”

혈기 왕성하던 유 가 청년이 그를 보더니 무의식중에 미간을 좁혔으나 입에는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

“아, 언 사형…… 이들은 아직 수행이 어떠한지 검사를 거치지 않아 장문인의 허락이 떨어진 후에야 정식으로 제자가 될 것입니다. 지금은 그저 이동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군. 사제도 알다시피 이 사형이 부적을 제작하는데 아무래도 제자가 더 필요하네. 이들 중 둘만 어찌 내 문하로 데려올 수는 없겠는가?”

사내가 청년 뒤 쪽의 이들을 훑었다. 비록 아무런 내색은 안 했지만 불쾌한 시선이었다. 마치 그들을 물건을 고르듯 보고 있었으며 말투로 보아 미친 듯 일꾼으로 부릴 이를 찾고 있음이 확실했다.

다른 연기기 수사들도 눈치는 있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 일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제자들을 어찌 배치할 지는 항상 장문인께서 결정해 오셨으니 부적 제작에 제자가 부족하시다면 장문인께가서 청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묘 사형이 지금 영송거에서 기다리고 있어 더는 지체할 수 없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

유 가 청년이 완곡하게 거절을 표하고는 바로 법기를 출발해 재빨리 날아갔다. 황색 장포의 수사가 계속 무어라 하려다가 묘 사형이란 말을 듣고는 머뭇거리는 사이 신속하게 자리를 피해 버린 것이다.

이에 황색 장포의 수사도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청년을 바라보고 콧방귀를 뀌고는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청년과 일행들은 곧 어느 누각의 1층에 도착해 또 다른 이를 만난 참이었다. 박달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 서책을 읽고 있던 이는 수척한 청년이었다.

그는 겨우 서른 네댓 살의 나이에 놀랍게도 벌써 축기 후기의 경계에 이른 자였다.

비록 막 후기에 이러 아직 경지가 굳건하지는 않았지만 절대적으로 보기 드문 기재였다. 아직 어린 나이로 보아 금단에 성공해 결단기에 이를 가능성이 농후했으니 아까 원숭이 상의 추한 수사가 이름을 듣고는 머뭇거리던 것이 이해가 갔다.

무리의 다른 이들도 수척한 청년의 놀라운 수행에 눈이 번쩍 뜨여 눈길을 주었다. 이때 이미 서책을 내려놓은 청년이 유 가 청년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유 사제가 고생이 많네. 방금 쇄연봉(鎖烟峰) 언 사제와 만났을 테지.”

영준한 유 가 청년이 얼마간 혐오스럽다는 얼굴로 답했다.

“아시면서 무얼 물으십니까. 그 자가 설마 또 패령 사저를 귀찮게 하러 온 것입니까?”

“그 자라니, 말조심하시게. 그 역시 우리 낙운종의 동문 사형제거늘 그런 언사는 옳지 못하네. 앞으로 주의하지 않았다가 사부님께라도 들키는 날에는 크게 혼이 날 것이야.”

병색이 짙은 청년은 질책을 하는데도 전혀 힘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가 청년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의 말씀을 꼭 명심하겠습니다.”

그 말에 수척한 청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후 고개를 끄덕인 그가 고개를 돌려 한립 등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의 시선은 아주 천천히 한 명 한 명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 대부분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한립의 착각인지 모르겠으나 그가 구레나룻 거한을 볼 때는 무의식중에 시선이 고정되더니 곧 재빨리 다음 사람에게로 넘어가 버렸다. 한립의 수행으로 그에게 들킬 가능성은 없지만 기억에 남길 만한 행동이었다.

잠시 후 묘 사형이란 자가 시선을 거두고는 허리에서 은빛이 찬란한 부적을 꺼내 들었다.

“총 7명이니 얼추 예상과 맞구나! 아마 더 많은 인원을 받아들였다면 문심부(問心符)가 부족했을 거야. 유 사제는 각자에게 부적을 붙여 효력이 발효된 후 내 연공실로 데리고 와줘.”

묘 사형이 냉랭히 말하더니 부적들을 청년에게 넘기고는 그대로 2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빼빼 마른 몸으로 천천히 계단을 오르던 그는 갑자기 허리를 굽히며 기침을 해댔다.

소리로 보아 아주 고통스러워 보였는데 이후 몸을 펴고는 즉시 종적을 감추었다. 그 모습에 한립은 잠시 의아한 얼굴이 되었으나 순식간에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유 가 청년이 근심하는 얼굴로 그 뒤를 쫓다가 탄식하고는 몸을 돌려 한립 등을 바라보았다.

“내 손에 있는 것은 문심부다. 이 부적의 효능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겠지?  만일 숨기는 것이 있거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입문을 하려는 자라면 지금이라도 먼저 밝히거라. 이후 심문을 통해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낙운종이 어떤 곳인지 보여주지.”

말을 마친 청년이 서늘한 눈으로 일곱 사람을 쭉 훑었다.

당연히 아무도 나서지 않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그가 양 손을 펼치자 일곱 갈래로 찢어진 은빛이 각각의 오른쪽 어깨로 가 달라붙었다. 그리곤 천천히 가부좌를 하고는 눈을 감아버렸다.

구레나룻 거한 등이 감히 어깨에 붙은 부적을 어찌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데 한립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대로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립 어깨 위의 부적이 은빛을 뿜어내더니 깜빡깜빡 거리기 시작했다. 유 수사가 두 눈을 번쩍 뜨고 그를 가리켰다.

“너는 올라가거라. 묘 사형이 기다리고 있을 게다.”

부적을 한 번 본 한립이 말없이 걸음을 옮기니 금방 2층에 도달했다. 그곳은 텅텅 비어있었고 방석 두 개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수척한 청년이 양반 다리를 하고 그 중 하나에 앉아 한립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앉거라. 문심술(問心術)은 미혼술이 아니라 네가 말한 답의 진위를 판별해줄 뿐이니 걱정하지 말고.”

“잘 알아들었습니다.”

착실히 고개를 끄덕인 그가 청년과 마주 앉았으나 속으로는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만일 문심술로 그의 진심을 끌어낼 수 있다면 상대는 축기기 수사가 아닐 것이다!

묘 사형이 은빛을 내는 한립 어깨 위의 부적을 확인하고는 질문을 시작했다.

“그래, 이제 시작하자꾸나. 일단 너의 출신부터…….”

* * *

반나절 후 한립을 포함한 일곱 수사를 이끌고 유 가 청년이 가장 높고 큰 산봉우리로 향했다. 일곱 모두 수척한 청년의 심문을 통과한 것이다.

이제 이들은 낙운종 장문인의 허락 하에 이름을 등록하면 정식으로 낙운종 제자가 될 것이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바로 육기봉의 중심 봉우리로 삼, 사천장에 이르러 별들 사이에 떠오른 달 같았고, 산허리부터 은은히 보라색 안개가 껴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산봉우리 아래는 반대로 아주 번화했다.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은 대충 지어진 석조 건물부터 거대한 전당까지 혼재되어 있었고 석회암으로 터놓은 여러 길들 사이로 장도 서 있었다.

길가로 각양각색의 노점들은 많은 낙운종 제자들과 가격 흥정을 하고 있었다. 시장 거리를 지나며 한 일곱 수사는 눈이 휘둥그레 졌으나 유 가 청년은 일상이라는 듯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쳐 수백 장 높이에 홀로 우뚝 서있는 석전으로 향했다.

석전은 석회암 덩어리를 쌓아 만든 것으로 양쪽에는 작은 편전도 위치해 있었다. 그 앞의 계단 위를 몇 명의 수사들이 드문드문 날아 들어가고 있었다.

모두를 데리고 석전 앞에 내려선 유 가 청년이 구리 사발 법기를 거두고는 분부했다.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리고 있거라. 내 먼저 장문인께 보고를 하고 다시 부르마.”

그가 큰 보폭으로 앞으로 향하자 문을 지키던 몇몇 연기기 제자들이 하나 같이 그를 알아보고는 공손히 예를 취하며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시간이 흘러도 아직 석전 내에서 부름이 없었는데 또 한 번 하얀 빛이 전각 앞에 날아들었다.

하얀 빛이 사라지고 거대한 비단 위에서 유 가 청년이 드러났다. 또 다른 네 명을 데리고 오는 길인 것이다.

하얀 얼굴의 청년이 일곱 명을 보며 조금 의외라는 얼굴을 하였지만 곧 눈길을 거두고는 네 청년을 남기고 홀로 석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립 등 일곱 명과 영근 자질이 남다른 네 명의 젊은이들이 양 쪽으로 나뉘어 서로를 바라보고 서게 된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묘한 적대감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후 유 가 청년이 나와서 한립 등을 향해 손짓을 하더니 또 고개를 돌려 네 명의 젊은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도 함께 들거라. 장문인께서 모두 보고자 하시니.”

할 말을 마치자 유 가 청년이 바로 몸을 돌렸고 두 무리는 지체 없이 그 뒤를 따랐다. 청년을 따라 길지 않은 회랑을 지나니 삼십 장 정도의 대청이 나타났다.

안에는 일고여덟 명의 다양한 표정을 한 수사들이 탁자에 둘러 앉아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 가 청년이 새로운 제자들을 데리고 온 것을 보자 바로 말소리가 멈추더니 시선이 집중되었다.

한립은 예의 바르게 시선을 떨구었으나 의식을 펼쳐 이곳에 모인 이들의 용모와 수행을 알아두었다.

축기 후기 한 명, 중기 두 명에 나머지는 전부 초기 수사들이었다. 추 사형과 하얀 얼굴의 청년도 그들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가장 상석에 앉은 축기 후기의 남색 장포 수사가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유 사제 고생했네. 어서 앉지.”

그가 바로 낙운종의 장문 위일명이었다.

작은 눈에 평범한 용모를 지녔으나 거동이 확신에 차있고 권위가 느껴졌다.

“예, 장문 사형!”

청년이 공수를 한 후 바로 빈 의자를 찾아 앉았다.

이때 수사들의 시선이 모두를 스쳐 결국에는 네 명 중 건장한 체구의 청년에게 향했는데 무언가 열렬한 눈빛이었다.

한립이 왜 그러는가 할 때 낙운종 장문의 음성이 울렸다.

“이만하면 이번 제자들은 괜찮구만. 그럼 이제 배치를 어찌 해야 할 지 사제들의 의견을 들어 보지.”

“그야 당연히 장문 사형의 결정을 따라야지 않겠습니까!”

머리카락이 회백색으로 변해가고 있는 노인 하나가 짧은 턱수염을 쓰러 내리며 겸양을 하다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저번 모집에 외문제자들이야 그렇다 치고 내문제자들은 우리 은검봉(隱劍峰)에 겨우 둘이 배정되었지요. 이번에는 본 봉에 조금 더 많은 이가 배정이 되어야 옳을 듯합니다. 다른 제자는 일단 되었고 단금지체(煅金之體)를 지닌 저 제자를 은검봉에 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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