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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307화 (64/2,000)

# 307

307화. 열풍수와의 재회

식은땀이 흐르는 순간이 지나고 겨우 위기를 모면한 그는 묘학 진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 졌음을 눈치 챘다.

핏기가 가신 얼굴을 더듬어 보니 역시 법력을 남용한 탓에 환형결이 위력을 잃고 본 모습이 노출된 것이다.

도사의 얼굴이 흉흉해졌다.

“한립이로구나!”

‘이런!’

한립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콰콰쾅!

은백색 날개가 번뜩이며 한립이 묘학의 눈앞에서 종적을 감추자 묘학 도사 역시 한 줄기 하얀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결국 밀실에는 복잡한 심경의 범 부인만이 남게 되었다.

쌍봉도 상공에 은빛이 번뜩이며 한립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뒤를 쫓은 하얀 빛이 폭발적인 기세로 그를 기습하려 했다.

콰쾅!

다시 한 번 몸 안의 벽사신뢰를 풍뢰시에 주입하자 그가 백여 장 밖에서 나타났고 그렇게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점이 되어 하늘 저 멀리로 달아난 것이다.

묘학 진인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얼이 빠졌다. 그러나 한립 등 뒤의 한 쌍의 날개가 허천정에서 얻은 보물일 거라는 결론에 이르자 마음속의 욕심이 더욱 불타올랐다.

“흐압!”

기압 소리와 더불어 찬란하다 못해 눈이 부신 하얀 빛이 분출되며 그가 쏘아져 나갔다. 그 역시 하얀 점이 되어 한립을 쫓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벽사신뢰로 발동한 풍뢰시의 속도에 묘학 진인을 따돌릴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하필 바람의 기운이 빈번히 발작을 하며 그를 괴롭혔다.

일정 시간이 지날 때 마다 꼭 한번 씩 발작이 일어났다. 이렇게 되어 묘학 진인이 쫓아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한립이 걱정하는 것은 묘학이 아니라 발작이 거듭됨에 따라 더욱 거리를 좁혀오는 풍희의 존재였다.

정말 심장이 조여 드는 기분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방향을 틀어 전송진 설치가 진행 중인 섬으로 향했다. 이미 전송진이 완성되어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묘학과 풍희가 그를 따라잡기 전에 전송진을 통해 달아나야지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한립은 묘학을 멀리 따돌린 후에 날개 대신 핏빛 피풍의를 발동했고 붉은 빛에 휩싸여 정신없이 전송진을 향해 날아갔다.

온 힘을 다해 몸의 이상을 제어하던 한립이 결국엔 한계에 다다랐다. 바람의 기운이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그는 몸을 덜덜 떨며 두려움을 드러냈다.

당시 풍희가 법보를 제련하느라 원기를 크게 상한데다 녹색 액체의 약성에 당해 바람의 기운의 위력이 크게 못 미쳤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멀리서 작은 섬이 윤곽을 드러내자 한립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원래 이틀은 걸릴 거리를 미친 듯 날아와 겨우 반나절 만에 주파한 것이다. 이제 전송진만 완성되어 있다면 내성해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곳에도 원영기 노괴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구 급 요수 풍희의 추적을 받는 것 보다는 나았다.

그때 묘학의 전음이 귓가를 울렸다.

“빈도는 한 선사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보천단 한 알만 교환하려는 것일세! 이리 도망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의 음성에서는 분노보다는 자비가 느껴져 그를 회유하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그러나 한립은 전음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한립은 속도가 늦춰지는 것도 감수하고 고개를 돌려 아직도 멀리 뒤쳐져 있는 묘학의 하얀 빛 줄기를 바라보았다. 도사는 무슨 기이한 공법을 익힌 것인지 엄청나게 먼 거리에서도 그를 회유하기 위한 전음을 보낸 것이다.

게다가 무슨 악독한 미혼술을 부리는 것인지 머리가 흐릿해지며 그의 말에 당장이라도 따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적시에 대연결이 정신을 보호해 머리가 맑아졌기에 망정이지 상대의 사술에 놀아날 뻔 했다.

한립의 온 몸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미혼술을 하찮게 여기는 이도 많았으나 원영기 선사가 펼치는 술법은 범 부인, 원요의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위력을 품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노도사가 말하는 악의는 없다는 둥 보천단을 거래하고 싶다는 둥 하는 이야기가 진심일 리 없었다.

이제 전송진이 있는 섬이 코앞이었으니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하늘 한쪽에서 다른 빛이 반짝이며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모호하게 검은 점 같은 것이 등장했다.

“……!”

그 놀라운 속도에 한립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안의 상대를 알아본 것은 아니었지만 경악할만한 속도나 흉포한 바람 소리만 들어도 열풍수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이를 악문 한립의 등 뒤에 다시 은백색 날개 한 쌍이 등장했다.

이미 요수 선사까지 등장했으니 한시라도 빨리 섬에 도착해야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열풍수의 속도라면 벽사신뢰를 완전히 탕진할 때까지 날개를 펄럭여도 상대를 따돌릴 수 없을 것이다.

콰콰쾅!

천둥이 내려치는 소리와 함께 한립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그의 뒤를 따르던 묘학은 그 날카로운 바람 소리에 놀라고 있었다.

그 안에 정체를 감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위세가 대단했다. 게다가 검은 점이 망설이지 않고 한립을 향해 날아가자 허천정을 노리는 경쟁자라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푸학!

순간 입을 벌린 묘학이 원기가 상하는 것을 고려치 않고 피를 뿜었다. 핏방울은 즉시 핏빛 안개로 변해 그를 둘러쌌다. 하얀 학이 새겨진 그의 도포에서 빛이 치솟으며 남김없이 핏빛을 머금었다.

키하하학!

묘학은 지체 없이 몸을 회전했고 도포에서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붉은 학이 날아올랐다. 온 깃털이 피로 물든 듯한 적혈색 학의 두 눈이 푸른빛을 띠었다.

묘학은 진중한 얼굴로 학에 올라탔다. 이후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자 큰 날개를 펼친 학이 수십 장 거리를 단숨에 따라잡았다. 비록 한립의 순간 이동과 같은 움직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빨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가 섬의 상공에 도착했다.

이때 믿기 어려운 속력으로 다가온 검은 그림자 역시 그와 겨우 천여 장 거리에 이르렀다. 상대의 모습을 확인한 한립은 소름이 돋았다.

저 멀리서 상반신은 조류요, 하반신인 어류인 기이한 요수가 엄청난 크기의 날개를 펼치고 날아들고 있었다. 드디어 풍희가 열풍수의 본체를 드러낸 것이다.

고계 요수가 본 신을 드러내고 인간 선사와 싸우는 것은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선천적인 육체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

기겁한 한립이 즉시 흙더미로 다가가 빛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요수는 그것을 확인하고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천여 장 거리를 금세 날아왔다. 이어 푸른 빛이 번뜩이며 다시 인간의 모습을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한립의 뒤를 바짝 쫓던 묘학 역시 비슷하게 섬의 상공에 당도하였다. 그는 요수가 인간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는 얼굴을 굳혔다.

인간과 다름없는 용모의 풍희를 확인한 그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구급 요수! 거기다 엄청난 속력의 조류형 요수로구나.’

인간 선사와 고계 요사가 마주친다 해서 항상 다툼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쌍방의 실력 차이가 이리 현저하다면 피비린내 나는 결말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고계 요수의 요단과 마찬가지로 인간 선사의 금단이나 원영도 상대가 오매불망하는 영약이었기 때문이다. 구급 요수라면 원영 중기 인간 선사보다도 강력했으니 늙은 도사가 앓는 소리를 할만 했다.

평소였다면 두말할 것 없이 뒤돌아 달아났을 테지만 허천정이 눈앞에 있으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두운 얼굴로 묘학의 양 손에 남색 거울과 옥으로 만든 망치가 들렸다.

고보를 발동하자 한결 용기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

풍희도 그런 묘학을 못 본 것은 아니나 한립에게 머리끝까지 화가 나 그를 돌아볼 정신이 없었다. 방금 한립 등 뒤의 날개를 보고 그가 놀랍게도 풍뢰시 법보를 구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 가슴에 더욱 열불이 난 것이다.

이미 한립을 주인으로 인식한 풍뢰시는 원주인을 죽이면 본래 위력의 칠성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한립에 대한 증오가 뼈에 사무치고 있었다.

“꺼지거라!”

풍희가 노인에게 냉랭히 소리치고는 흙더미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멍하니 허공에 떠있던 묘학이 정신을 차리고는 그 뒤를 따라 하강했다.

* * *

한립이 먼저 석문을 깨부수며 통로 안으로 날아들었다.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전송진이 있는 광장에 이르자 묘음문 남녀 제자 몇몇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한립의 갑작스런 등장에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 그가 전송진 옆에 내려서 소리쳤다.

“전송진은?  완성된 것이더냐?”

그 중 여인 하나가 한립이 문주의 사람임을 기억하고는 공손히 답했다.

“아, 려 선배님! 전송진 설치가 완료되어 막 시험 운행을 해보려던…….”

더 들을 것도 없이 바로 몸을 날린 한립이 전송진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거의 동시에 광장에 폭음이 울려 퍼지며 풍희의 푸른빛이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을 본 한립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전송진 가운데 서있는 한립을 보고서 풍희의 표정도 만만치 않게 일그러졌다. 죽어라 섬으로 숨어들 때 의심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전송진을 감춰두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웅.

한립의 피 한 움큼과 법결이 뿜어져 나오며 전송진이 순식간에 발동되자 풍희가 분노해 소리쳤다.

“안 돼!”

즉시 그의 입에서 푸른 빛 덩이가 뿜어져 나와 전송진을 향했다. 전송진만 부수면 한립은 독 안에든 쥐였던 것이다.

공격과 동시에 요수 선사도 맹렬히 한립을 덮쳐 들어갔다. 하지만 풍희가 전송진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한립의 모습이 사라진 후였다.

대청에는 화를 주체 하지 못해 몸부림치는 열풍수만이 남아 있었다. 전송진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지 못할뿐더러 전송부가 없어 한립의 뒤를 쫓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 붉은 학을 탄 묘학이 대청 천장을 뚫고 나타났다. 그는 사라지는 전송진을 보며 그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살기 어린 눈의 풍희와 마주했다.

“아무도 살아서 나가지 못 한다!”

또 한 번 한립을 놓친 그는 이미 이성을 잃은 후였다. 그래서 그의 눈에 띈 묘학에 화풀이를 하려는 것이었다.

요기를 전부 방출한 그가 푸른빛으로 변해 묘학에게 달려들었다. 안색이 급변한 묘학 역시 미리 준비한 고보들을 발동해 맞섰다.

이렇게 두 고계 선사가 얽혀 들었다.

* * *

한 달이 훨씬 지나고 인근 해역에는 묘학 진인이 놀랍게도 구급 요수에게 전신을 갈기갈기 찢겨 원영만 간신히 달아났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고계 요수의 흉악한 난동에 모두가 놀란 사건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수개월 후 심연의 교룡 일족이 대량의 고계 요수를 파견해 해역의 결단기 이상 선사들을 죽이고 다녔기 때문이다. 몇 년 사이에 죽어나간 고계 선사의 수가 요수의 범람 때보다 많았다.

그 중에는 원영기 노괴도 둘이나 교룡족들의 연합 공격에 중상을 입거나 사망했다. 이렇게 되니 인근 해역의 선사들은 감히 거처를 벗어나 활동하지 못했다.

그들은 십여 년이 지나서야 겨우 활동을 재개했다.

이 파란 속에 살아남은 이들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요수들이 매번 인간 선사들을 찾아낼 때마다 려 씨 성을 가진 결단기 선사를 아느냐고 묻고 조건에 맞는 이를 내놓지 못하면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렇게 되니 교룡족의 대대적 공격을 일으킨 이가 려 씨 성을 지닌 결단기 선사였다는 것을 누구라도 추측할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해서 이렇게까지 교룡 일족을 분노하게 했는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 사실이 퍼져 나가자 인간 선사들은 자신들에게 재앙을 불러온 려 씨 성 선사를 저주했고, 할 수만 있다면 직접 그 자를 잡아다 교룡 일족의 화를 잠재우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려 씨 성을 가진 결단기 선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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