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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300화 (57/2,000)

# 300

300화. 바람과 천둥

독교와 거북 요수는 이미 진법이 눈에 익은지 아무 이견 없이 정해진 위치로 걸어갔다. 풍희가 빙그레 웃으며 손으로 저물대를 스쳤다.

그러자 저물대가 유유히 떠올라 불의 연못 위로 가더니 화려한 빛을 뿜어냈다. 그 속에서 작은 은색 광채가 나타나 크기를 키우더니 새하얀 날개 뼈 한 쌍을 토해냈다.

모습 자체로는 눈길을 줄 만한 가치를 느낄 수 없었지만 은색 광채가 반짝이며 대량의 영력을 뿜어내니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독교도 날개 뼈를 처음 보는지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게 바로 뇌붕의 날개로군요! 이미 상당히 훼손이 되었음에도 대단한 기세입니다. 역시 만황시대의 요수로군요.”

풍희 역시 날개 뼈를 응시하며 뜨거운 열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야 당연하지요! 이 뇌붕은 수명이 다하여 죽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듯 합니다. 훼손된 정도로 보아 아마 그를 함정에 빠트리고 여러 명이 포위해 공격을 퍼부어 추락시킨 것이겠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천하에서 가장 빠르고 화형기 말기에 이른 수행으로 어찌 이런 꼴이 되었겠습니까?”

한립 역시 뇌붕의 날개 뼈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거북 요수는 날개에 전혀 흥미가 없다는 듯 그들을 재촉하고 나섰다.

“이제 정말 시작하시죠. 이런 물건을 제련하려면 몇 개월이 걸릴 지 알 수 없습니다.”

“하하! 제가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귀 선사께서는 막 화형기의 겁을 겪고 백 년이 지나지 않아 아직 천둥 속성을 지닌 것에 불편하시겠지요. 그럼 더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시작하시지요!”

세 요수 선사들이 한립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낮게 읊조리기 시작하니 몸에서 놀랄 만한 요기가 뿜어져 나와 각각 백색, 남색, 황색의 빛을 띠었다.

미리 설치해 놓은 진법이 웅웅거리며 곳곳에 박힌 열댓 개의 중계 영석에서 눈을 찌를 듯한 빛을 뿜어냈다. 한립은 조금 불안한 마음에 곳곳을 살폈다.

이때 풍희가 돌연 기압을 넣으며 두 손을 모았다 아래쪽을 향해 펼치자 팔뚝만한 하얀 빛 기둥이 분출되어 발밑의 진법에 흘러 들어갔다.

웅웅웅웅.

진법의 진동과 소리가 극에 달하자 중앙에 있던 화염의 연못 역시 불길이 요동쳤다.

푸슉!

사람 머리만한 화염이 그 중심에서 솟아올라 표표히 떠있던 날개 뼈로 향했다. 폭발음이 나며 선홍색 화염이 그것을 뒤덮었다. 이에 서로 마주보고 있던 독교와 거북 요수가 시선을 교환하고는 마주한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대량의 남색과 황색 영력의 실들이 조밀하게 분사되어 화염을 뚫고 그 안의 날개 뼈를 향해 섞여 들어갔다.

얼마가 지나자 두 사람의 영력의 실이 엉켜 놀랍게도 날개 뼈의 형상을 완전하게 복원해 주었다.

“……!”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풍희는 눈을 빛내며 열 손가락을 악기를 연주하듯 튕겨냈다. 그러자 수십 개의 하얀 빛 덩이가 정확하게 날개 뼈로 향했다.

동시에 화염 속에서 귀청이 떨어질 듯한 천둥소리가 울리며 방금 본 모습을 회복한 날개 뼈가 무수히 많은 뇌전을 튕겨냈다. 이 은색 뇌전들은 극히 미세했고 신속히 남색과 황색 영력의 실로 융화되었다.

이렇게 되자 한층 짙은 영기를 뿜어내게 된 영력의 실들이 이제는 완전히 섞여 은백색이 되었다. 이것을 확인한 풍희의 얼굴이 한층 진지해졌다.

그가 펼친 법결이 다시 진법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펑펑.

몇 번이나 작은 충돌음이 들려왔다.

각각 다섯 가지 색깔을 지닌 빛기둥이 진법의 도처에서 비스듬히 솟아올라 동시에 날개 뼈로 모여들었다. 너무 눈이 부셔 한립이 눈을 가늘게 떴다가 시력을 회복했을 즈음에는 벌써 허공에 다섯 가지 색깔로 빛나는 보호막이 형성된 뒤였다.

이채가 어렸던 한립의 눈빛이 다시 무표정하게 돌아왔다.

보호막 속에서 화염이 은백색 날개 뼈를 안고 활활 타오르자 아래쪽의 풍희 등 세 요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첫 단계는 그럭저럭 문제없이 진행이 된 것이다! 이어 한결 편해진 얼굴로 품에서 투명한 수정을 꺼낸 풍희가 주저 없이 그것을 보호막 안으로 던져 넣었다.

시간이 흐르자 수정이 부드럽게 녹아 액체 형태를 갖추었고 풍희는 서둘러 하얀 영력의 실을 뿜어 그것을 균일하게 날개 뼈의 표면에 입혔다. 일을 마친 풍희의 얼굴이 다시 신중하게 변했다.

그가 다른 두 요수들에게 눈짓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바람!”

이후 벌어진 그의 입에서 투명하게 하얀 진주 같은 것이 분출되어 순식간에 보호막 안으로 들어갔다. 독교와 거북 요수도 거의 동시에 자신의 요단(妖丹)을 분출해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풍희가 손을 휘저어 법결을 자신의 요단으로 쏘아 보내자 바람 속성의 하얀 단화(丹火)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요수들의 황색과 남색 요단도 같은 상황이었다.

‘파츠츠측’

그것들은 독교와 거북 요수의 조종을 받아 손가락 굵기의 단화를 내뿜더니 도중에 한데 얽혀 은빛이 반짝이는 화염으로 합쳐졌다. 모든 단화들이 모이자 즉시 원래의 붉은 불길에 흡수되어 그 기세를 높였다.

엄청난 영기를 내뿜으며 두 종류의 단화가 각각 날개 뼈 하나씩을 맡아 제련을 시작한 것이다. 풍희가 감출 수 없는 기쁨을 드러내며 다른 요수들과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일순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한립은 홀로 한쪽에 앉아 침묵하고 있었지만 눈으로는 모든 과정을 쫓고 있었다. 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설계가 된 것인지 공중에 보호막이 형성된 동시에 그가 앉은 자리 주변에도 같은 보호막이 생겨나 그를 가둔 것이다.

자연히 좌불안석이 된 한립은 아직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걱정을 거둘 수가 없었다.

그때 드디어 변화가 생겼다. 보호막에서 빛이 번뜩이더니 돌연 어두워진 것이다. 한립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가 다시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그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몸에서 이상이 느껴졌다.

보호막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동안 그의 몸에서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미세한 푸른빛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비록 아주 천천히 이뤄졌지만 분명 그의 몸에서 빠져나간 영력이 보호막에 흡수되는 중이었다.

한립의 얼굴이 굳었다. 자신은 거대한 나무 속성 영석에 불과했던 것이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그는 몰래 냉소했다. 아마 조만간 그가 나서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서야 대량의 나무 속성 영석을 쌓아두면 될 것을 굳이 나무 속성 공법을 익힌 수도자를 잡아올 이유가 없었다. 이런 결론에 조금 마음이 편해진 그는 눈을 감고 운기행공을 하기 시작했다.

법보를 제련하는 일이 오래 걸릴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5개월 후에도 세 요수 선사들이 단화 속에 괴상한 재료를 두고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동안 소모된 법력을 회복하려 세, 네 번 멈춘 것을 제외하면 아직도 요단을 몸 밖에 두고 단화를 뿜어내고 있었다. 팔, 구급 요수라는 명성에 걸맞게 엄청난 법력을 지닌 것이다.

한립도 쉼 없이 운기행공을 하는 중이었기에 안정된 법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보호막에 의해 서서히 흡수당하는 정도로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단화 속의 날개 뼈는 날이 갈수록 투명해 졌고 점점 천둥이 치는 소리나 바람이 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풍희의 얼굴도 나날이 희색이 짙어졌다.

풍뢰시의 완성이 머지않은 듯했다. 수개월 간 한립이 예의주시하던 체내의 사기는 전혀 흔적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희소식일 수 있었다. 벽사신뢰를 품은 법보는 사악한 기운이나 마기를 몰아내는 작용을 했다.

아마 벽염주의 사기도 신뢰의 영향을 받아 자연히 소멸되었을 수도 있었다. 이런 결론이 내려지자 자연히 기분이 나아졌다.

사실 정말 사기가 발작하면 벽사신뢰를 이용해 제거해 볼 작정이었다. 그도 안 되면 서금충을 삼켜 뱃속의 사기를 갉아 먹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니 열풍수의 협박은 그에게 전혀 효과가 없었다.

늙은 요괴가 한립의 수행에 이렇게 많은 보물들을 품고 있을지 생각이나 했겠는가! 일이 완료된 후에는 어떤 일이 있을 지 알 수 없으니 이대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한립은 이미 여러 방법을 고민해 두었고 상황을 지켜보다가 비교적 적합한 방법을 시도해볼 예정이었다.

다시 한 달이 더 지나자 줄곧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던 열풍수가 다음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굳게 닫혀있던 두 눈을 뜨고 허공에서 완성을 앞둔 날개 뼈를 올려다봤다.

돌연 열댓 개의 법결이 쏟아져 나가 불길이 완전히 꺼지고 세 개의 요단과 한 쌍의 날개 뼈만이 남았다.

요수들의 내단은 이전과 비교해 약간 어두워져 있었는데 몇 개월간 쉼 없이 단화를 내뿜어 원기가 상했던 것이다. 이와 반대로 두 날개는 아주 온전한 형태로 우윳빛과 은색의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풍희가 거침없이 요단을 불러들여 다시 몸 안으로 흡수했다. 독교와 거북 요수 역시 그 모습에 자신들의 요단을 회수했다.

모두가 바로 두 눈을 감고는 심신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며칠을 꼬박 쉬고서야 풍희 등이 법력을 되찾고 어느 정도 원기를 회복했다. 드디어 구급 열풍수가 한립에게 고개를 돌려 그를 감싼 보호막에 법결을 날렸다.

붉은 빛이 번쩍이더니 보호막이 허물어져 갔다. 한립은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그를 향해 풍희가 온화하게 말했다.

“이제 두 아우님들과 날개 뼈를 하나로 합쳐 바람과 천둥의 속성을 융합해야 하니 려 선사가 나무 속성 영력을 이용해 균형을 맞춰주셔야 합니다. 준비를 하시지요!”

“알겠습니다.”

한립은 바로 몸을 일으켰다. 매우 협조적인 태도에 도리어 풍희의 눈에 의문이 스쳤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아무 예고도 없이 손을 뻗었다.

푹.

하얀 빛이 몸으로 날아드는 것을 보며 한립은 크게 놀랐지만 잠시 주저하다가 피하는 것을 포기했다. 한립이 미세하게 입술을 떨며 물었다.

“풍 선배, 왜 이러십니까?”

“바람 속성 영력의 기운으로 몸에 해가 되지 않을 터이니 걱정 마시지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흩어지겠지만 제가 법력을 이용해 자극하면 려 선사는 죽느니만 못한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자중하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한립은 속으로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로서 준비해둔 대다수가 쓸모없어졌다. 결국 무표정한 한립이 분노를 이끌어내자 열풍수는 만족스러운 듯 했다.

그는 저물대에서 세 개의 작은 병을 꺼내 다른 요수 선사들과 한 병씩 나누어 가졌다. 풍희가 신중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설명했다.

“바람과 천둥의 속성을 하나로 융합하는 것은 대량의 영력을 소모해야 하는 일이니 조심하시지요. 각 병에는 만년영액이 한 방울씩 들어있으니 법력이 소진되면 즉시 복용 하십시오. 이번 단계는 단숨에 성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풍뢰시는 영원히 끝나게 되겠지요.”

독교가 만년영액이란 소리에 조금 놀라더니 바로 풍희를 안심시켰다.

“최선을 다할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그렇습니다. 귀 모도 풍뢰시가 완성되면 어떤 위력을 낼지 궁금합니다.”

풍희가 만족할 만한 답변들이었다. 그가 바로 두 손을 교차해 오색 보호막을 향해 굵직한 하얀 빛 기둥을 분출했다. 그러자 보호막이 진동했고 이후 다섯 가지 색이 한 데 섞여 결국에는 눈부신 우윳빛만을 내뿜기 시작했다.

독교와 거북 요수도 그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가는 황색과 남색 빛기둥을 뿜어냈다. 두 빛기둥들이 중간에서 합쳐져 풍희의 것과 비슷한 굵기의 빛기둥을 형성해 보호막으로 쏘아져 들어갔다.

쿠쿵!

동시에 보호막 안에서 하얀 빛과 은빛이 섞이며 천동 소리와 바람 소리가 요란해졌다 풍희가 한립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분부했다.

“려 선사! 수행의 십 분의 일을 주입하십시오!”

한립은 자신이 조금만 주저해도 상대가 바람의 기운을 발동해 자신을 고문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로 손을 들어 두 가지의 빛 속으로 가느다란 푸른 빛 줄기를 뿜어냈다.

그러자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본래 웅웅거리며 불안정해 보이던 보호막이 푸른빛이 주입된 순간 점차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풍희도 한결 마음이 놓였는지 흥분해 소리쳤다.

“좋습니다! 이렇게 계속 영력을 주입해 주십시오!”

그가 생각한 영력의 융합 이론이 실현되고 있었다. 다른 두 요수 선사들도 법보 제련이 성공할 거란 기대감이 커졌다. 세 선사들은 진법의 보조를 받으며 연달아 수많은 법술을 펼쳤다.

잠시 후 보호막 안에서 은색의 뇌전과 우윳빛 광풍이 점차 두 날개를 중심으로 융화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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