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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261화 (18/2,000)
  • # 261

    261화. 대대적인 전투

    댕그랑.

    이어 보라색 빛이 사라지고 하얀 물체가 공중에서 떨어져 내렸는데 그것을 확인하려 할 때는 이미 떨어진 후였다. 아무리 봐도 이 하얀 물체는 평범한 돌처럼 보였다.

    만천명이 눈빛이 달라져 믿기지 않는다는 듯 외쳤다.

    “이화술(異化術)을 쓰다니 저 표범은 변이영수(變異靈獸)였구나!”

    변이영수란 말이 언급되자 정도와 마도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변이영수와 만황이종은 비슷하게 들렸지만 실질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만황이종은 상고 시대부터 전해지던 영수의 일부가 세월이 흐르며 습성이나 외형이 변해 새로운 신종으로 거듭난 것을 일컬었다.

    보통 영수에 비해 희귀했고 수량도 적어 찾아보기 어려운 영수였다. 하지만 변이영수는 아예 유일한 종이었다.

    어떤 영수들은 진화 과정 중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특이한 능력을 갖게 되는데 일반적인 법술로 해낼 수 없는 일을 구현하곤 했다.

    방금 표범이 한 것처럼 어떤 법기나 법보를 돌로 변하게 하는 것도 그런 능력이었다. 이런 변이영수의 능력은 남달라서 이전에 결단기 선사가 변이영수를 데리고 동급의 네 선사를 간단히 멸해 논쟁이 되기도 했다.

    그 후로 변이영수가 부리는 특이한 법술을 보통의 것과 구별해 이화술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만호자의 삼목표(三目豹)도 원래 세 번째 눈에서 화염 공격을 분출하는 것이 정상이었는데 만천명의 이름 모를 법기 혹은 법보를 돌로 바꾸어 버렸다.

    그 광경을 직접 목도한 선사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변이변수는 정말 만분의 일의 확률보다 드물게 일어났는데 그마저도 사급 이상의 영수에서만 가능한 현상이었다.

    변이영수가 알려진 후로 난성해에 출현한 변이영수는 겨우 열댓 마리였고 그 중에서 쓸 만한 능력을 지닌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변이영수가 출현지도 천년이 흘러서 아무도 희망을 품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니 마도인과 정도인 모두가 기이한 얼굴을 하게 된 것이다.

    만천명은 이제야 만호자의 당당한 태도를 납득했다. 삼목표 만으로도 한교와 리구를 상대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실상을 깨닫고 다시 차분한 얼굴이 된 만천명이 극음과 청역을 살폈다. 그들은 희색이 만연한 것이 절대 허천정을 공평히 나눌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극음과 청역이 의미심장한 시선을 나누더니 지체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음 사조의 주위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주위에 있던 열댓 마리 천도시들이 검은 광채 속에서 사라졌다.

    이때 청 노인의 전음이 한립의 귀를 울렸다.

    “뒤로 조금 물러나 있거라. 전투에 끼지 말고 네 살 궁리만 하면 된다!”

    곧 노인의 머리 위를 날던 참새 무리가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화살처럼 변해 정도인을 향해 쏘아나갔다. 청 노인이 소매를 휘두르니 무수히 많은 청색 실이 뿜어져 나와 참새들의 뒤를 따랐다.

    마도인들이 선공을 시작했으니 만천명도 꺼릴 것이 없었다.

    만호자의 변이영수가 대단하더라도 그것을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변이영수라도 짐승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의 추측으로는 사물을 돌로 만드는 표범의 이화술은 선사의 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법보만 노란 빛기둥에 당하지 않게 주의하면 영수를 상대하는 일이 불가능은 아니었던 것이다.

    생각을 마친 만천명이 서늘히 소리쳤다.

    “움직이시죠!”

    말을 마친 그가 하얀색 한교를 방출하고는 두 손을 뻗었다. 보라색 화염이 만천명의 온 몸을 뒤덮었고 순식간에 만호자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천오자도 바로 리구를 소환해 사정없이 등딱지를 두드렸다.

    크호!

    동시에 거대한 거북이 입에서 뿜어진 하얀 한기가 성난 파도처럼 참새 떼를 덮쳤다.

    키악!

    청극조 무리도 당하고 있을 수 없었기에 작은 부리를 벌려 가느다란 푸른 화염을 분출했고 그것들이 하나로 뭉쳐 거대한 푸른 불기둥이 되어 거북의 한기를 막아섰다.

    퍼퍼퍼펑.

    푸른 화염과 하얀 한기가 사방으로 튕겨나가는 것이 단시간에 우열을 가릴 수 없어 보였다. 농부 차림의 마른 노인의 움직임은 조금 기이했다. 그가 조용히 손을 휘두르자 비취색 버들가지 같은 것이 손에 들려 있었다.

    버들가지를 가만히 흔들기 시작하자 무수히 많은 녹색 환영이 주위에서 피어올라 십여 장 범위를 무성하게 채워버렸다. 마치 녹색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것 같았다.

    그 녹색 바다 속에서 돌연 검은 빛이 번뜩이더니 세 마리 철갑요수가 그것을 뚫고 나왔다. 요수형 강시 주변의 무수한 녹색 기운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쏘아져 나가니 천도시의 몸에 무수히 많은 구멍이 뚫려버렸다.

    키에에엑!

    엄청난 힘을 지닌 괴물들이 부드러운 버들가지에 괴성을 지르며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극음은 얼굴이 굳어 바로 검은 먹구름으로 변해 달려왔다.

    천도시는 한 마리 한 마리가 제련하기 어려워 쉽게 잃기 아까운 것들이었다. 게다가 상대의 술법이 어찌 보아도 나무 속성 공법이니 자신의 천도시화에 약할 수밖에 없었다.

    원영기 노괴들이 난전을 벌이기 시작하자 한립은 청 노인의 분부가 없어도 벌써 멀찍이 물러서 있던 차였다. 아무리 멀리 물러나도 원영기 노괴들이 전력으로 공격하면 피할 수야 없겠지만 심리적 압박감이 그를 뒷걸음치게 했다.

    정도인들이 내가 못 가질 바엔 아무도 못 가진다는 심보로 혈옥지주의 주인인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면 자신은 속수무책이었다.

    또 만호자 등이 적시에 그를 보호해 줄지도 의문이었다. 어쨌든 이곳 자체가 그리 넓지 않았으니 원영기 수사라면 순식간에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한립은 순간 극음이 정도인들과 얽혀 싸우는 것은 현골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늙은 마두가 이 기회를 빌어 움직일까? ’

    한립은 자신도 모르게 제단 아래에 있는 현골에게 시선을 주었다. 하지만 현골은 무표정하게 다툼을 주시하고 있을 뿐 어떤 내색도 하지 않고 있었다. 누구도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교활한 늙은 여우!’

    한립은 현골의 속내를 읽지 못한 채 혈옥지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거미는 온 몸을 요란하게 붉히고는 부들부들 떨면서 조금씩 거미줄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거미줄이 한기가 가득한 남색 불길을 반사해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남색 빛이 거미줄을 타고 혈옥지주에 다가가면 거미의 몸에서 붉은 빛이 터져나가며 접근을 막아냈다.

    한립의 미간이 좁아졌다.

    물을 것도 없이 남색 빛은 건람빙염과 연관된 기운이었다. 어쩐지 노괴들이 영수들만 보내놓고 손 놓고 기다린다 했더니 이런 현상을 꺼린 것이 분명했다.

    쾅.

    갑자기 거대한 소리가 울리며 만호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다시 시선을 원영기 노괴들에게 돌렸다.

    지금 만호자의 몸은 네 장 정도로 커져서 상반신에 걸치고 있던 의복은 이미 뜯겨 사라진 후였다. 그의 맨 가슴에 빼곡히 붙은 금색 비닐이 너무 눈부셔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기이한 것은 그의 몸 주위를 몇 개의 은빛이 맴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은빛은 마치 꿈속에 나오는 환영처럼 나풀거렸으나 만천명의 천라공이 변한 보라색 화룡 때문에 조금도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스스로 탁천마공이 난성해 제일 공법이라 떠들고 다녔으나 상대의 천라공을 맨 몸으로 막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게다가 만호자의 손에는 새까만 빛을 발하는 철장갑이 끼워져 있었고 장갑 위로는 날카로운 가시들이 무시무시하게 솟아 있었다.

    만호자는 장갑을 낀 손으로 용처럼 꿈틀거리는 또 하나의 보라색 거검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가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금색의 거대한 손처럼 생긴 빛이 날아가 거검을 공격했다.

    허공에 떠서 두 개의 보라색 거검을 조종하던 만천명은 은색의 빛의 막을 뚫고 만호자를 제압할 방법을 궁리하는 중이었다.

    다른 쪽에서는 천오자와 청역 거사가 몸을 사리며 겨루고 있었다. 한쪽은 청극조들과 법보를 이용해 상대를 공격했고 다른 한쪽은 리구와 하얀 빛이 도는 자로 물샐 틈 없이 공격을 막아냈다.

    두 사람은 그저 서로를 막고만 있어 아주 평온한 얼굴이었다. 뜻밖에도 가장 강렬한 전투는 극음 사조와 마른 노인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엄청난 귀곡성이 울렸고 검은 기운과 녹색 그림자가 뒤엉켜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밖에서 볼 때는 가끔 천도요시의 몸이 번뜩이며 굵은 녹색 덩굴이 날뛰는 것만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만도인들이 크게 반겼던 표범은 현재 하얀 교룡과 쫓고 쫓기며 겨루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한교가 밀리고 있었는데 삼목표의 노란 빛 기둥이 그를 쫓아 연달아 허공을 갈랐다. 교룡이 뿜어내는 하얀 한기가 노란 빛과 닿으면 순식간에 돌로 변해 떨어져 가까이 다가설 수가 없었다.

    하지만 표범이 정도 3인방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한교가 홀로 그를 상대할 만 했던 것이다.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한립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저들은 법술과 영수, 그리고 법보를 쓰며 아주 요란스럽게 싸우고 있었지만 생사를 두고 치열하게 싸운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들을 묘사하자면 마치 심심풀이 삼아 대련을 하는 동문 제자들처럼 보였다.

    ‘원영기 선사들은 원래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것인가? ’

    한립은 의문이 생겼다. 그러다 돌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슬쩍 현골을 쳐다보았다.

    소년의 얼굴을 한 늙은 마두는 조용히 입가에 조소를 머금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한립의 시선을 느끼고는 바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갔다.

    이제야 한립도 돌아가는 상황을 알 것 같았다.

    콰콰콰쾅!

    그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제단의 구덩이에서 허천정이 엄청난 폭음을 내며 빛을 뿜어냈다.

    놀란 한립이 서둘러 구덩이의 입구를 돌아보자 제단 중앙의 남색 빛이 요동치더니 용트림을 하듯 불길이 밖으로 치솟았다.

    그 빛은 제단을 한 바퀴 돌더니 머리가 둘 달린 화염 늑대로 변해 허공 위로 떠올랐다.

    늑대는 온 몸이 말 그대로 불타고 있었는데 수많은 선사들을 발견하더니 당장 달아나려 했다. 그 모습을 본 정마 양측도 얼이 나가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나 늑대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청 노인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머리를 쳤다. 그러자 거대한 손이 노인의 머리에서 분출되어 늑대를 덮치러 나갔다.

    만천명이 동시에 조급히 외쳤다.

    “그것은 내가 차지할 것이다.”

    그가 몸을 휘청거리자 만천명이 두 명으로 분리되었다.

    두 명의 만천명은 몸에 보라색 화염을 키워 청 노인의 거대한 손을 향해 날아갔다. 만호자 등도 얼른 정신을 차리고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다양한 색의 빛들이 한 곳으로 결집했다. 물론 다른 원영기 선사들은 청역 거사와 만천명에 비해서는 한발 늦었지만 말이다.

    거대한 손이 가장 먼저 화염 늑대의 머리 위에 당도했다.

    하지만 모두가 청 노인이 늑대를 제압할 것이라 여긴 순간 늑대의 머리에서 붉은 빛과 노란 빛이 뿜어져 나와 보호막을 형성했다.

    펑!

    보호막이 생김과 동시에 청역의 손이 그것을 잡았다가 반탄력으로 튕겨 나가버렸다. 의외의 상황이었으나 청 노인은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푸른빛을 엄청 키운 거대한 손이 다시 한 번 보호막을 잡아채려는데 뒤에서 보라색 빛줄기가 눈 깜짝 할 사이에 거리를 좁혀왔다.

    그러나 아직도 따라잡지 못하자 보라색 빛줄기는 화룡처럼 변해 늑대가 아닌 거대한 손으로 달려들었다.

    ‘만천명, 이 비열한 놈!’

    의식을 나누어 형상화한 현화대수(玄化大手)가 실용성이 높고 위력도 강했지만 화룡의 일격을 그냥 맞아 줄 리는 없었다.

    아무리 보물이 중요하다고 해도 의식이 손상 입는 것은 막아야 했기에 청 노인은 어쩔 수 없이 거대한 손의 방향을 틀어 보라색 화룡을 막았다.

    퍼퍼펑.

    푸른빛과 보라색 불길이 동시에 터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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