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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280화 (279/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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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란비화(1)

나는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하늘에 떠 있었다.

구름이 저 아래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마신결의 대성은 마신영풍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신결이 대성에 이르면서 전체적인 내 무학의 경지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경지에 이르렀으며 내 몸은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마신비행의 속도는 비약적으로 늘어나서, 이제 하나의 성(省)을 넘나드는 데 채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점처럼 보이는 저 먼 산꼭대기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었다. 물론 내공의 소모는 상당했지만, 이 한 수는 인간이 펼칠 수 있는 무공의 한계를 넘어섰다.

스르릉.

수라명왕검이 스스로 뽑혀 나와서 허공에 떠올랐다. 제일초식 환검천폭을 발출하려는 것이다.

사르르르르.

수라명왕검이 분열하기 시작해서 수라명왕검 모양을 한 검기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는 하나, 둘, 셋…… 이렇게 하나씩 차례대로 생겨났던 검 모양의 검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덟 개의 검기가 동시에 생겼다.

총 여덟 개의 수라명왕검 모양의 검기가 진짜를 중심으로 둥근 원을 그렸다.

슉슉슉슉슉슉슉슉!

검기의 검이 회전하면서 발출되기 시작했다.

날아가는 속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여덟 개의 검기가 거의 동시에 날아갔고, 검기가 만들어지는 속도 또한 날아가는 속도에 보조를 맞췄다.

꽝! 꽝꽝꽝꽝꽝!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개의 검기가 내가 목표로 한 곳에서 연속해서 터졌다. 이곳이 하늘이 아니라 땅이었다면 이 검기가 폭발한 곳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변화는 검기가 만들어지는 속도와 위력만이 아니었다. 내가 정한 곳에서 정확히 터졌다. 나는 완벽하게 마신결의 초식을 다루고 있었다.

다른 초식들도 마찬가지였다.

제이초식 뇌검전격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번쩍! 번쩍! 꽈지지직! 번쩍! 꽈지지지지지지지직!

예전에는 번개가 하나씩 내리쳤다면 지금의 뇌검전격은 그야말로 사방을 거미줄처럼 뒤덮었다. 뇌전이 계속 이어졌다.

그야말로 뇌전이 만들어 낸 세상의 종말.

더구나 무인의 병장기는 모두 쇠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 뇌전의 숲에 갇히는 순간, 무공의 고하에 상관없이 모두 벼락에 타죽게 될 것이다.

전격이 펼쳐내는 한바탕의 공포가 끝나자, 이번에는 단 한 명을 목표로 하는 제삼초식 일벌검옥이 발출되었다.

예전과는 비할 수 없을 위력과 속도였다. 게다가 초식의 성격이 달라졌다. 예전처럼 검기가 목표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검기가 정확하게 그 목표를 사방에서 그으며 베었다.

촤아악! 촤악! 촤악! 촤아악!

마치 내가 여러 명으로 분신한 후 사방에서 한 초식씩 정성을 다해 그어버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제사초식 진검무성의 거리는 극단적으로 멀어졌다. 저 멀리 개미만큼 작게 보이는 목표를 검기로 베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누군가 보면 그냥 혼자서 걸어가다가 갑자기 죽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진검무성은 요란하지 않은 품격이 있었다.

제오초식 광속비검의 변화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었다.

어검술의 완성.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는 초식의 태생적 본질과 권위를 되찾은 것이다. 내가 날린 광속비검은 나도 막지 못할 것이 확실했다.

제육초식 마검혈우. 하늘에서 발휘하더라도 저 아래 땅이 엉망이 될 것이라서 수련조차 하지 못했던 초식이다.

스스스스스스스슷!

내 주위로 거대한 투명한 무형의 기가 생겼다. 나를 중심으로 거대한 원형의 막이 생긴 것이다.

그 상태로 마검혈우가 발휘되자 주위가 어두워졌다. 놀랍게도 원형의 막 안만 어두워졌다.

쏴아아아아아아아!

막 안에서만 검기의 비가 쏟아졌다.

마검혈우 역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엄청난 위력이었다.

투명한 막에 부딪친 검기가 원형의 막으로 흡수되었다. 내가 만든 이 막이 아니라면 그 어떤 것으로도 저 검기의 비를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여섯 초식을 발휘한 후, 이제 마지막 마신지검을 발휘할 차례였다.

내 심검은 어떤 모습일까?

언제나 궁금했었다.

하지만 마신지검은 발출되지 않았다. 초식이나 내 성취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누가 가르쳐줘서 아는 것이 아니었다. 대성에 이르러 마신지검을 펼치려고 하니까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마신지검은 이렇게 수련을 하면서 펼칠 수 있는 검이 아니었다.

상대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상대에 따라 심검이 변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상대의 마음에 따라 내 마음이 달라지듯이.

* * *

나는 맹주전 태사의에 홀로 앉아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마신.

인간이 신이 되는 것이 가능할까?

이제 이 의구심은 의미가 없다. 이미 시간과 공간을 마구 넘나드는 노인의 존재가 있었으니까.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면 그건 굉장한 일이 될 것이다. 솔직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신이 될 수 있다는데 어찌 마음이 동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예전에 노인이 말했다.

마신이 되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너무 위험해서 나도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정도의 무공을 지녔는데, 죽음을 불사해야 한다면 그 시험은 정말 어려운 시험이 될 것이다.

과연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마신이 되어야 하는가? 그만큼 마신이 되고 싶은 것일까?

거기에 또 하나의 문제.

마신이 되면 늙지 않고 불멸의 존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주위의 모두가 죽어갈 때, 나 혼자 계속 살아간다?

과연 그것이 행복할까?

불멸, 불사, 무적…… 무인이라면 심장이 떨릴 이 가치들이 과연 한 인간에게 영원히 같은 가치로 작용할 수 있을까?

사실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그때 맹주전으로 두 사람이 들어섰다. 바로 갈사량과 백표였다.

“정말 감축드립니다.”

갈사량과 백표가 축하를 해주었다. 내 몸에 천마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유일한 두 사람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처음에는 천마의 영혼이 맹주님의 몸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갈사량의 말에 백표도 동감했다.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다른 영혼도 아니고 천마라니요?”

나와 함께 마교와의 전쟁을 경험한 그들이었다. 걱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갈사량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데 천마와는 어떻게 된 겁니까?”

“이번에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

이곳까지 오는 데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천마는 그중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하나였다.

“함께 있다 보니 친해졌네.”

갈사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맹주님과 천마와는 운명적으로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네.”

그때 백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련히 알아서 잘 판단하셨겠지만, 천마는 어떻습니까?”

“자네들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던 이전의 그 천마가 아니라네.”

“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마신의 시험과 관련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마철군으로 살아가게 될 거네.”

“마철군을 공식적으로 석방한다면, 한 사람을 처리해야 합니다.”

“누군가?”

“마령인입니다. 마철군과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입니다. 나중에 문제가 될 겁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단 마철군과의 관계를 제외하고도, 그는 태생적인 악인이었다. 이전에 그를 경험해봤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놈은 나중에 반드시 사고를 칠 것이다.

“알겠네. 조만간 내가 직접 처리하지.”

* * *

다시 천마를 만났을 때, 그는 완전히 회복된 상태였다.

“젊어지니 어때?”

“좋군. 이 좋은 것을 너 혼자 즐기고 있었군.”

“난 당신보다 더 좋지.”

벽리단은 마철군보다 훨씬 더 젊었으니까. 내가 놀리려고 도발해도 넘어오지 않았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과할 정도로 충분해.”

“무공은?”

“나쁘지 않다. 원래 내 무공을 회복하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행이군. 자, 이거 먹어.”

내가 품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서 건넸다.

천마가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 든 것은 천공신명단이었다. 자그마치 이 갑자의 내공을 늘려주는 최고의 영약이었다.

“다시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내 선물이다.”

십일 갑자나 되는 나와는 달리 마철군의 내공은 몇 갑자 정도일 것이기에 이 천공신명단은 효과가 확실히 있을 것이다.

“비단 내공의 양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녹이는 과정에서 내공의 성질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거다.”

그는 마공을 익혀야 했으니까, 내공의 성질을 바꾸어야 했다.

“괜찮아. 그냥 대충 이 한 몸 지킬 정도면 충분해.”

“아냐. 그래도 강호 일은 모르는 법이지.”

천마가 어디 가서 얻어터지는 것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아니, 그 이전에 천마 스스로가 견디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성격이 변했다 해도, 천마는 천마지 않겠는가?

“이거 비쌀 텐데.”

“내겐 싸. 알잖아? 나 돈 많은 것? 자, 앉아봐. 일단 먼저 먹고.”

강제로 그를 앉혀서 먹지 않겠다는 것을 억지로 복용시켰다.

“이 자식이! 안 먹겠다는데.”

“알았으니까 약효부터 녹여. 이거 비싼 거다.”

“네겐 싸다면서!”

이렇게 안 먹이면 절대 먹지 않을 것이다.

등 뒤로 내공을 주입해서 천마가 단전의 내공을 다스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서로 상대를 믿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진기를 몇 주천 하고 나서 천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다. 젠장!”

젠장이란 말을 붙이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아직은 마철군의 얼굴이 낯설었다. 하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다. 사람의 적응력이란 정말이지 놀라운 것이니까. 오히려 나중에는 이 얼굴이 천마가 아니라고 한다면 놀랍고 어색한 순간이 오겠지.

그에게 마신결의 대성을 이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정말이냐?”

“그래.”

“축하는 네가 받았어야 했군.”

“서로 주고받았다고 치자. 참, 그리고 이혼대법 과정에서 마신성에서 만났던 노인을 만났다.”

“마신을 뵈었단 말이야?”

천마는 아직도 그가 마신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노인은 마신결을 주관했지만 그는 마신이 아니었다. 좀 더 상위의 개념에 속한 존재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망설일 이유가 어디에 있나?”

“마신이 되는 시험에 응하라고?”

“당연히.”

“당신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면 당연히 했겠지?”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아니.”

“아니라고?”

“난 이제 강호 일에 관심 없다. 전에도 말했듯이 유유자적 살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 길을 가라고?”

“너는 다르지. 운명이 너를 선택했으니까.”

“운명이라.”

과연 그 운명이 내 운명일까?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의 운명에 내가 필요한 것일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 *

천소선이 대청에 홀로 앉아 있었다.

너무 강한 혈기가 사방에 뻗쳐 있어서 양사휘는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천소선은 곡기를 끊고 오직 피만 흡수하고 있었다.

벌써 수백 명을 죽였다. 양사휘가 시체를 모두 처리했기 때문에 모두 실종자로 처리되었다. 벽리단에게 꼬리가 밟힐까봐 장소를 옮겨가며 재물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조만간에 무림맹 놈들에게 꼬리가 밟히게 될 것이다. 필요로 하는 피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으니까.

다행히 그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혈종비연공은 구 성에 도달했고, 이제 대성만을 앞두고 있었다.

너무 빨리 성취를 보이고 있어서 양사휘조차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천소선은 심법에 빠져 있었다.

심법에 빠져 있던 천소선이 눈을 떴다. 사방에 뻗쳐 있던 혈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제야 양사휘가 대청으로 들어갔다.

양사휘가 두려운 것은 분명 그녀는 많이 변했는데 겉으로 전혀 표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혈기를 거둬들이면 원래의 그녀처럼 바뀌었다.

하지만 양사휘는 느끼고 있었다. 맹주전 지하 밀실에서 떠났을 때의 천소선과 지금의 천소선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란 것을. 한데 그녀는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다.

대체 저 작은 머리통 속에서는 어떤 생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배가 고프다며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

천소선의 얼굴이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의 변화를 대번에 알아챈 양사휘가 재빨리 물었다.

“무슨 일인가?”

“……봤어요.”

“보다니? 대체 뭘 봤나?”

천소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양사휘가 다시 그녀를 재촉하며 말했다.

“대체 뭘 봤냐니깐!”

그제야 천소선이 양사휘를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혈신을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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