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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264화 (26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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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난투(3)

천소선은 초저녁부터 맹주전을 맴돌았다.

대체 언제 작전을 펼칠 것인지 시간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초조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혹시 나를 엿 먹이려는 것일까?’

하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언제든지 죽여 버릴 수 있는 상대를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골탕을 먹일 필요는 없었으니까. 더구나 상대의 무공실력을 생각하면 더욱이 그럴 리는 없다.

그리고 시간이 되었을 때, 천소선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런 미친놈!”

폭음과 함께 맹주전이 날아갔던 것이다.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왜 기다리고 있으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했는지. 자신뿐만 아니라 무림맹의 모든 무인들이 다 알 수 있는 작전이었고, 무림맹 인근에 사는 사람들까지 모두 알 수 있을 일이었다.

하늘에서 연속해서 검기의 검이 쏟아져 내려왔다. 마치 한 지점을 향해 별똥별이 쏟아지는 것 같은 장관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일반 검기가 아니었다. 목표에 부딪치는 순간 엄청난 위력으로 폭발했다. 하나가 터질 때마다 주위에 있던 것들이 모두 휩쓸려 사라졌다.

꽝! 꽈앙! 꽝!

정말이지 이렇게 엄청난 광경은 처음이었다. 인간이 이런 무공을 발휘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마치 저 하늘 어딘가에 이런 엄청난 공격을 하는 기관이 설치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맹주전이 쑥대밭이 되었을 때, 천왕군이 저 하늘로 날아올라 갔다.

‘인간들이 아니구나.’

어쨌든 지금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때였다.

천소선이 부서진 통로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공격으로 기관은 파괴되어 있었고 지하로 향하는 통로가 드러나 있었다.

천소선은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평소와 달리 지금은 남자인 상태였다.

근래 여인의 모습으로만 다녔기에, 만약 아래에서 누군가 자신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자신임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약속된 시간은 길어야 일각. 그 안에 천란을 파괴하고 나와야 했다.

지하밀실은 무너지지 않았다. 워낙 튼튼하게 지어진 곳이었기에, 위가 공격받는다고 방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천란을 제작하는 연구원들을 보는 족족 암기를 던져 제거했다.

그는 손속에 인정사정을 두지 않았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방해가 되는 누구라도 죽여 버릴 작정이었다.

그는 복도의 갈림길에서 천란이 있는 방 쪽으로 걸어갔다. 반대쪽으로 걸어가면 그곳에는 암흑천병기가 보관된 장소가 있었다.

복도에 아무도 나와 있지 않는 것을 볼 때, 그들은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 보였다.

자신의 임무는 천란을 없애는 일이었다. 암흑천병기까지 모두 없애면 더 좋아하겠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천소선이 천란이 있는 방문을 천천히 열었다.

다음 순간, 그가 깜짝 놀라 두 눈을 부릅떴다.

내부에는 열 기의 암흑천병기가 두 개의 천란을 둘러싼 채 서 있었다. 아마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천란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을 향했다. 그 쏟아지는 적의를 마주하며 천소선이 인상을 굳혔다.

“젠장.”

* * *

천왕군이 내뿜는 검은 기운은 독특했다.

살기와 비슷했지만 확실히 달랐다. 살기는 선인이든, 악인이든, 상대를 죽이고 싶을 때 나오는 공통된 기운이다.

하지만 이 기운은 악인들만, 그것도 그냥 악인이 아니라 진짜 악인만이 낼 수 있는 기운이었다.

그리고 이 검은 기운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앞서의 싸움에서보다 더 빠르고 강해진 것이다.

창!

내 검과 놈의 검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묵직했다. 첫 한 수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아니었다. 비스듬히 맞닿은 검 너머로 보이는 천왕군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었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놈을 베려면 마신결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그랬기에 오히려 마신결의 무공을 사용하지 않았다.

마신결을 사용할 때는 놈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다. 놈을 죽이려는 순간에서다. 굳이 미리 내 무공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내가 사용한 것은 추혼수라검법이었다.

이번에 마신결의 구 성에 오르면서 전체적인 무공의 경지가 올라갔고, 추혼수라검술 역시 훨씬 더 강력해졌다.

앞서 선학비술로 상대했을 때 박빙인 것으로 볼 때, 추혼수라검술 역시 박빙의 실력이지 않을까란 예상이 들었다.

쉭! 쉬익!

두 줄기 바람 소리를 내며 두 검이 허공에서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며 지나갔다.

천왕군은 내 얼굴을 노렸고, 나는 놈의 목을 노렸다.

검이 내밀어졌고, 우리의 몸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틀어졌다.

찌르는 속도도, 피하는 속도도 거의 똑같았다.

다음 공격의 선공을 잡은 것은 나였다.

쉭! 쉭! 쉭!

내가 먼저 연속해서 검을 찔러 넣었다. 심장, 배, 심장의 순서였다.

창!

검이 부딪치는 소리는 단 한 번만 났다.

첫 번째 심장을 노리는 공격은 몸을 비틀어 피했고, 두 번째는 검으로 막았으며 마지막 공격은 뒤로 훌쩍 날아가며 피했다.

그가 내려서던 그 순간!

촤라라라라라락.

제일초식 찰나인이 발출되었다.

꽝!

천왕군 앞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찰나인에 적중되기 직전, 검강을 발출해서 내 공격을 해소한 것이다.

폭발의 충격으로 뒤로 주르륵 밀려났을 뿐, 그는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찰나인을 아무 부상 없이 막아내다니? 더구나 이 공방은 땅 위가 아니라 하늘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대단하군.”

내가 해야 할 말을 천왕군이 먼저 했다. 찰나인을 막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자네도 나쁘지 않군.”

여유롭게 말을 받으면서 내심 생각했다. 과연 놈의 내공은 얼마나 될까?

단 일각만 버티고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놈과 싸움을 시작하고 그 마음이 점점 바뀌고 있었다.

놈을 이기고 싶었다. 그 욕망의 근원지는 놈에 대한 증오나 미움이 아니었다.

바로 구 성에 이른 마신결이었다. 내가 익힌 무공이 놈과의 싸움을 원하고 있었다.

대성을 이루고자 하는 무공의 열망. 정말이지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놈을 죽이면 마신결의 대성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것은 강력한 유혹이었다.

그에게 마검혈우를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무림맹의 수많은 무인들이 죽게 될 것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 * *

천소선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푸우욱!

일곱 번째 암흑천병기의 머리통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그 일을 해내는 동안 천소선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그는 상처투성이였다. 암흑천병기는 자신과는 상극이 되는 자들이었다.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공은 지풍이었는데, 이 지풍만으로는 그들이 죽지 않았던 것이다. 놈들을 죽이는 방법은 오직 머리를 잘라내는 것이었으니까.

싸우는 내내 천소선은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리 무공 간의 상성이 불리하다 하더라도 자신의 실력은 강호에서 맞설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한데 이들 일곱의 목을 잘라내며 벌써 몇 군데의 상처를 입었는지 모른다. 고작 열 기의 암흑천병기가 이 정도일진대, 만약 이것이 대량생산된다면? 수백, 수천 기가 있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었다. 이 강호의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나마 지금 상황에서 다행인 것은, 천소선 자신이 치명적인 상처는 피했다는 점이었다.

파아아악!

다시 한 기의 암흑천병기의 목을 잘라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기.

하지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약속한 일각이 다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쉬이이익.

파아아악!

부상을 각오하고 남은 두 기와 맞붙었다.

다시 팔과 허벅지에 상처를 입고 나서야 남은 두 기의 머리통을 잘라냈다.

대충 혈도를 눌러 상처를 지혈한 후, 재빨리 천란으로 걸어갔다.

그의 검에 검강이 머금어졌다.

우선 하나의 천란부터 파괴했다. 그것은 원래의 것을 바탕으로 뒤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파아아아악! 파앗! 파아악!

아예 두 번 다시 못 쓰게 여러 차례 베었다.

그러고 나서 원래의 천란으로 걸어갔다.

“이제 이것만 부수면 끝이다.”

그가 피곤한 얼굴로 검강이 깃든 검을 높이 쳐들었다.

스르르륵.

바로 그때 천란의 뚜껑이 천천히 열렸다.

“헛!”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천소선이 반사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천란 안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검을 내려놔라, 천소선.”

상대가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자 천소선이 두 눈을 부릅떴다.

* * *

쉬이이익.

우린 다시 서로를 향해 쇄도했다.

창창창창창창창창창!

빈틈을 노리는 속도의 향연이 펼쳐졌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서로를 공격하고 막아냈다.

본능적으로 찌르고 베고 막았다.

집중력을 잃는 순간, 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팔 하나는 잘려나갈 것이다.

창창창창창창창!

내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푹 빠져들었다.

무아지경.

하지만 평범한 무아지경이 아니었다. 싸움에서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커다란 행운이자 모두가 바라는 바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무아지경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면 상대가 눈앞에 쓰러져 있을 테니까.

하지만 천왕군과의 싸움에서 그런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무아지경에서 정신을 차리고 나면, 상대의 발밑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은 내가 될 것이다.

천왕군은 사람이 아니라 완벽한 어떤 것이었으니까. 완벽함을 갖춘 어떤 무공체계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무아지경은 사람을 상대할 때 필요한 것이다.

반면 천왕군은 감정이 배제된 완성된 어떤 것이다.

이쪽 역시 철저히 계산하고, 분석하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내가 싸우고 있음을 명백히 인식해야 한다. 또 다른 내 영혼이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조절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될 때, 이 싸움은 내게 유리한 싸움이 될 것이다.

완벽 대 완벽의 싸움에서 나는 놈에게는 없는 인간적인 감정이 있는 것이 되니까.

서걱!

천왕군의 어깨가 베어졌다. 피가 튀었다. 그 튄 피를 꿰뚫으며 놈의 검이 날아들었다.

간신히 몸을 비틀어 피했다. 어깨 한 번 베고 팔이 떨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깨의 상처는 순식간에 재생되며 치료되었다.

놀랍게도 놈은 재생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에 놀랐는지 천왕군이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너는…… 그가 보낸 자로군.”

그! 대체 누구를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도 벽리단의 꿈속에서 보았던 그 사내이거나, 아니면 그 사내를 막았던 하얀 기운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누구냐고 되묻는다고 놈은 정확히 대답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놈에게 내 정보를 내줄 필요가 없다.

“난 복잡한 것이 딱 질색인 사람이다.”

전생에도 그랬고, 벽리단이 된 지금도 그러했다.

“그래서?”

“오늘 너를 죽여야겠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다 없애 버리다보면 결국 알게 되겠지.”

“그게 가능할까?”

“그러니까 한번 해보자고.”

쉬이이이익!

다시 우리 두 사람이 격돌했다.

꽝! 꽝! 꽝!

검과 검이 부딪치는데 마치 망치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앞서의 싸움이 속도의 싸움이었다면 이번 싸움은 힘의 싸움이었다.

내력이 가득 깃든 검과 검이 서로를 부수기 위해 몸을 내던졌다. 땅이 갈라지고 산이 무너질 위력이 깃든 공격이었다.

천왕군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했고, 점점 강해지고 있는 중임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싸울 때마다 그가 내뿜는 검은 기운이 더욱 짙어졌으며 사악해졌으니까.

두 번째 싸움이 힘 싸움이었다면 세 번째 싸움은 그야말로 미친 듯한 검기와 검강이 난무했다.

검기와 검강이 살아 있는 두 마리의 용이 되어 뒤엉켰다.

나는 놈을 죽이기 위해 모든 정신을 쏟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싸움을 관조하며 냉정한 마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더 내공을 소모하기 전에 마신결을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기도가 바뀌었다. 지금까지의 기도가 용암처럼 타올랐다면 이제는 차가웠다. 얼음장의 차가움 정도가 아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얼어붙을 극한의 차가움이었다.

“널 지금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피식 비웃는 놈에게 나는 깊어진 눈빛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그 방법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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