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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248화 (248/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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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4)

암흑이상의 외침에 외부에 은신하고 있던 고수들이 창고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다른 창고를 오갈 때 그들과 부지런히 신호를 주고받았던 암흑이상이었다. 내공을 제압당해 전음을 사용하지 못하자, 수하들이 먼저 전음을 보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이렇게 해라, 저런 상황이면 저렇게 해라. 그래서 코를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고 하면서 온갖 신호를 다 주고받았던 것이다. 물론 나는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암흑이상은 이들까지 동원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관으로 죽일 수 없다면 그들로도 죽일 수 없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천장의 비밀방이 알려진 이상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죽여라!”

하지만 사내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천장에서 천천히 아래로 걸어 내려오고 있던 나를.

허공을 이렇게 걸어 내려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신위인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안으로 들어선 사내들은 모두 여섯, 과연 이곳을 지킬 만한 실력을 지닌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 누구도 이렇게 허공을 걸어 다닐 수는 없다. 그럴 꿈도 꾸지 못할 경지였다.

암흑이상이 발작하듯 소리쳤다.

“뭐해? 어서 죽이라니까!”

온통 그의 신경은 천장의 비밀방에 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시선은 내가 아니라 뒤쪽 천장을 향해 있었다.

쉬익! 쉬이익!

그들 중 두 사람이 땅을 박차며 나를 향해 검을 내지르며 쇄도했다.

다음 순간, 허공에 떠 있던 내가 그들을 향해 쇄도했다.

쇄애애애애애애애액!

엄청난 속도로 쇄도하며 그 길을 막아서는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마신탄영이 발휘된 것이다.

푸악! 파아악!

두 사내가 피떡이 되어 튕겨져 나가는 순간, 내 신형이 번쩍하며 사라졌다.

촤아아악!

일검에 아래에 있던 두 사내가 몸을 비틀며 쓰러졌다.

순간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상대의 배후에서 그림자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마신암영이 발휘된 것이다.

칠 성에 오른 마신영풍보가 제 위력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남은 두 사내가 나를 향해 돌아서던 그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번쩍 하고 사라졌다.

푹! 푹!

수라명왕검이 그들의 뒤에서 심장을 연속해서 꿰뚫었다.

두 사내가 그대로 허물어졌다. 순식간에 여섯 고수들이 시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암흑이상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 창고를 지키기 위해 가리고 가려 뽑았던 것을 떠올리면 너무나 허무한 죽음이었다.

사실 나는 마신결은 물론이고 마신영풍보를 사용하지 않아도 저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공이란 실전에서 자꾸 사용해야 실력이 느는 법이다.

어차피 다 죽일 자들을 상대하는 것이기에 나는 아끼지 않고 마신영풍보의 두 초식, 마신탄영과 마신암영을 발휘했던 것이다.

순식간에 여섯 고수들이 모두 죽자 암흑이상이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한 줄기 지풍이 날아가 그의 마혈을 제압했다. 천장의 비밀공간을 확인하는 동안 달아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천장의 비밀방은 아주 쾌적했다. 통풍과 습도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 방이었다.

그 이유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한옆에 작은 상자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얼핏 봐도 백여 개는 족히 넘을 것 같았다. 그중 하나를 열어보았다.

놀랍게도 안에 든 것들은 영약이었다. 다른 상자들도 모두 영약이었다. 그곳에는 실로 다양한 영약들이 있었다.

이 갑자를 늘려주는 천공신명단(天功神明丹)과 같은 엄청난 영약부터 활력백시호와 같은 낮은 급의 영약까지.

그가 평생 모은 영약들인 것 같았다. 복용하지 않고 이렇게 모아둔 것은 그가 상인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투자였다.

영약은 언제나 가장 확실한 투자다. 강호가 존재하는 한 영약 값이 내리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한옆에 몇 권의 책자들과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

그것은 아직까지 불지 않았던 암흑이상의 재산이었다.

계약서들과 서류들, 암어들까지.

이것만 있으면 이 재산은 모두 내 것이 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내 놓은 것들에 비해 덩치가 훨씬 큰 것들이었다. 어쩌면 암흑이상의 남은 재산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로 다시 내려왔다.

멍하게 앉아 있던 암흑이상이 나를 보며 말했다.

“흥! 오늘 당신 꿈자리가 좋았군.”

이까짓 것들은 내주어도 상관없다는 듯 대수롭지 않다는 듯 행동했다.

오히려 그 행동에서 나는 알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것들이 놈의 전 재산이란 것을.

그 사실이 드러나면 내가 자신을 죽일까봐 겁이 난 것이다. 그래서 아직 재산이 많이 남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정말 눈치가 빠른 자였고, 삶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그는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이곳에서 탈출해서 나를 죽이고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재산을 모두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가소로웠지만 나는 모른 척했다. 아직 놈의 이용가치는 남아 있었다. 저 끈질긴 생명력을 다 빨아 먹어버릴 작정이다.

내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소?”

* * *

공수찬과 갈사량이 힘을 합쳐서 본격적으로 놈의 재산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미 저들의 재산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제대로 파악한 상태였다.

엄청난 액수를 다뤄본 공수찬조차 이런 말을 할 정도였다.

“정말 엄청납니다.”

“확실히 쓸어 담으시오.”

“네!”

다음으로 영약을 처분했다.

나는 영약을 나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우선 그것으로 내 내공을 일 갑자 더 늘렸다.

이미 십 갑자의 내공이 있었기에 내 내공을 늘리는 것이 비효율적인 선택이긴 했지만, 이번 싸움은 궁극적으로 나와 천왕군과의 승부에 달려 있었다.

어쨌거나 내 실력이 가장 중요했다. 내공 일 갑자를 늘리기 위해 상당한 양의 영약을 복용해야 했다.

이제 내공은 십일 갑자.

육백육십 년의 내공을 지니게 되었다.

다행히 상당한 영약을 사용했음에도 아직 남은 영약은 많았다. 나머지 영약들은 모두 가족들과 수하들을 위해 사용했다.

우선적으로 아버지와 어머니, 송우경, 송화린과 광두에게 줄 영약을 따로 챙겼다. 각자 내공과 실력을 바탕으로 그들 각자에게 일 갑자의 내공을 늘려줄 만큼이었다.

내가 워낙 비현실적인 내공을 지녀서 그렇지, 보통의 무인에게 일 갑자 내공이 늘어난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기연을 얻은 것이라 할 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나머지 영약은 모두 백표와 흑표대에게 투자했다.

그냥 백표에게 맡겼다가는 수하들에게 모두 나눠줄 것이 뻔했기에, 내가 직접 분배했다.

우선 백표에게 이 갑자의 내공을 늘려줄 수 있는 영약을 복용시켰다.

과연 필요 없다고 한사코 거절했지만, 나는 억지로 그에게 복용시켰다.

기존의 내공에 이 갑자의 내공까지 더해지자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었다.

나는 남은 영약을 흑표대 수하들 모두에게 나눠주지 않았다. 백표에게 그들 중 가장 믿을 만한 이들을 열 명만 추리게 했다.

백표가 열 명을 뽑았고 그들에게 각각 반 갑자의 내공을 늘려주었다.

일부러 차별을 두었다.

어차피 조직은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마련이었다. 충성심이 높은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 대상이 자신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물론 이런 선택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었다. 백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생길 수도 있고, 동료들 간의 화합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있었다.

백표의 인성이나 평소 수하들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끝으로 갈사량과 공수찬의 건강을 위한 영약도 챙겼다.

“저희들은 필요 없습니다.”

두 사람은 한사코 거절했지만 내가 억지로 먹였다.

“내가 필요하네. 어서 복용하게.”

강호인에게 내공을 늘려주지만 일반인이 복용하면 평생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효능이 있다.

그렇게 자신의 모든 영약이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던 암흑이상이 도저히 참지 못하고 증오를 뱉어냈다.

“위선자! 내 영약으로 잘도 좋은 사람 흉내를 내는군.”

“이런 흉내라면 내볼 만한 흉내인데? 기분이 아주 좋아.”

“망할 새끼! 개새끼! 차라리 날 죽여라!”

“정말 죽고 싶은가?”

내가 새삼 진지하게 묻자 암흑이상은 감히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하긴. 나도 이제 벌 만큼 벌었으니 끝을 볼 때도 되었지.”

“끝을 보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그의 태도가 공손해지며 동공이 흔들렸다. 내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란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당신 이제 남은 재산 없지?”

“있소! 아직 많이 남았다고!”

내가 그의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게다가 암흑상계의 다른 자들을 끌어들일 수도 없다면서? 굳이 내가 당신에게 시간을 뺏길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살기를 불러일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나를 죽일 작정이오?”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를 대 봐. 빨리 대야 할 거야. 난 이미 결심을 했으니까.”

내가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갔다. 당장에라도 일격을 가할 듯한 기세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암흑이상이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암흑대상을 끌어들일 방법이 있소!”

“어떤 방법?”

“내 소장품들 중에 몇 가지 그림과 조각품을 암흑대상이 알고 있소. 그가 선물해준 것도 있고. 그것을 팔기 위해 내놓으면 내게 변고가 생겼음을 알고 나를 찾아올 것이오.”

“과연 찾아올까? 오히려 더 깊이 숨어버리지 않을까?”

그러자 암흑이상이 확신했다.

“그는 반드시 나를 구하러 올 거요. 내 말을 믿으시오!”

들고 있던 손을 서서히 내려놓았다.

“좋아, 당신 말을 믿지.”

“고맙소.”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의 혈도를 지그시 눌렀다.

“으아아아아악!”

그가 다시 비명을 내질렀다.

“왜? 왜 이러는 거요? 방법을 말해주지 않았소?”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 능구렁이처럼 모른 척하고 있었지 않나?”

이놈의 기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좀 더 강하게 다뤄야 한다.

꾸우우욱.

“으아아아아악!”

* * *

암흑대상은 저잣거리 구석의 작은 고서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하루에 이곳에 들르는 손님은 몇 사람 되지 않았다.

지나가다 우연히 들어온 사람은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 어떤 이는 오래된 책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고, 또 다른 누군가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암흑대상이 읽고 있는 것은 책이 아니라 장부였다. 다른 사람이 알아보지 못하게 암어와 숫자가 뒤섞여 있었다.

그곳으로 손님이 들어왔다.

굉장히 절도 있는 걸음으로 들어온 사내는 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무인이었다. 무공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암흑대상이 그곳으로 걸어갔다.

“다른 손님이 없으니 편하게 말하시게.”

들어선 사내는 지하상계의 규율을 관장하는 집법상인(執法商人)이었다.

“파산선고의 규칙을 깬 자가 생겼습니다.”

“누군가?”

“암흑이상입니다.”

“역시 그로군.”

누군가 움직인다면 암흑이상이 움직일 것이라 예상했다. 암흑십상 중에 가장 기민하고 영리한 인물이었으니까.

“그가 중원 곳곳에서 인수작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수작업이란 기존의 상단이나 부자의 돈을 가로채는 행위를 뜻했다.

“한데 어떻게 알아냈나? 그라면 움직임이 쉽게 노출되지 않았을 텐데?”

“맞습니다. 워낙 치밀하고 은밀하게 움직여서 이번 일을 알아내지 못했을 겁니다. 한데 그가 이상한 움직임을 벌이는 바람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움직임이라니?”

“그가 재산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지 못한 말에 암흑대상이 깜짝 놀랐다.

“재산을 정리하고 있다고?”

“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재산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 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중원 십여 곳에서 인수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을 알아내게 된 것입니다.”

“인수작업도 함께 하면서 재산도 정리한다?”

암흑대상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지하상계를 떠나려는 정황으로 보입니다.”

“그럴 리가?”

암흑대상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암흑이상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가 갑자기 지하상계를 떠날 이유가 없다.

“여기 상세보고서입니다.”

집법상인이 내민 종이에는 그가 처분하는 재산들의 목록이 적혀 있었다.

내용을 확인한 암흑대상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에게 문제가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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