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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천마-246화 (246/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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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2)

십여 명의 복면사내들이 백성원의 집 마당으로 내려섰다. 그들은 바로 암흑이상의 수하들이었다.

수장 사내가 나직이 명령했다.

“후환을 남겨두지 마라! 갓난쟁이까지 확실히 죽여라.”

“네!”

검을 뽑아든 복면인들이 조용히 집 안으로 잠입해 들어갔다.

잠시 후 사내들이 다시 밖으로 나왔다.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장 사내에게 당혹스러운 상황이 전해졌다.

“안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럴 리가?”

“눈치채고 달아난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일단 돌아간다.”

그들이 떠나려던 바로 그때였다. 사방에서 복면인들이 그곳을 포위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수장 사내의 표정이 굳어졌다.

“빌어먹을! 함정이었군.”

상대가 흔히 볼 수 있는 무인들이었다면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이렇게 긴장되진 않았을 것이다.

비록 자신들의 숫자가 열 명에 불과해도 숱한 실전을 경험한 고수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상대의 기량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짐작하건대 자신들보다 뛰어난 자들이었다. 그 숫자가 수십 명에 달했다.

특히 수장으로 보이는 사내는 정말 강해보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 사내는 바로 백표였고, 포위한 무인들은 바로 흑표대였던 것이다.

“살(殺)!”

백표의 명령에 흑표대가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백표는 곧장 상대 수장을 향해 쇄도했다. 이런 싸움에서의 핵심은 상대의 수장을 먼저 제거하는 일이었으니까.

쉬이이익! 쉬이이익!

두 사람의 검이 빠르게 서로를 향해 날아들었다.

거의 비슷한 속도였다.

하지만 두 검이 교차하던 그 순간, 속도의 균형이 깨어졌다. 갑자기 백표의 검이 비약적으로 빨라진 것이다.

쇄애애액!

푸우우욱!

백표의 검이 상대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그야말로 깔끔한 한 수였다.

백표의 실력은 사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고수였다. 사내는 당연히 이렇게 생각했다. 첫수는 응수타진의 수가 될 것이라고. 보통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백표는 허를 찔렀다. 단 일 수에 그를 제거하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상대의 속도에 맞춰서 검을 날린 것은 허초, 상대가 수습할 수 없는 시점에 갑자기 검이 빨라진 것이 실초. 허초와 실초가 하나의 초식에 모두 들어 있는 대단한 한 수였다.

상대의 수장을 죽인 후 백표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흑표대가 실력으로나, 수적으로나 그들을 압도했다.

흑표대는 그야말로 싸움을 위해 만들어진 정예조직이다. 무인의 명예를 위한 싸움을 하는 조직이 아니었기에, 한 사람에게 두 명, 세 명이 합공해서 피해를 최소화했다.

수적 열세인 데다 기세까지 꺾였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적들은 모두 싸늘한 시체가 되었다.

한옆에서 또 다른 흑표대 무인들이 갈사량과 공수찬, 그리고 성왕보를 호위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벽리단은 암흑상인의 재산을 확실히 회수하기 위해서 그들 모두를 데려오게 한 것이다.

성왕보가 두려운 얼굴로 물었다.

“그는 어디에 있소?”

그러자 허공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나는 여기 있소.”

성왕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달빛을 등진 채 벽리단이 허공에 떠 있었다. 서화표국에서 규태보를 구한 후 곧장 이곳으로 날아온 것이다.

성왕보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왜 나까지 이곳으로 부른 것이오?”

벽리단이 여전히 허공에 뜬 채 말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요. 산을 무너뜨린 후 당신을 가장 높은 산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그 약속.”

성왕보의 눈동자가 격동했다. 암흑상계를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당신 도움이 필요하오.”

벽리단이 그대로 어디론가 날아갔다. 그 대단한 비행을 흑표대 무인들이 감탄하며 쳐다보았다.

백표가 성왕보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우리도 갑시다. 오늘 밤이 바로 역사의 시작이 될 거요.”

* * *

암흑이상은 푸줏간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창으로 들어온 달빛이 술자리의 흥취를 더해주고 있었다.

“늦는군.”

그러자 벽 뒤에서 사내의 대답이 들려왔다.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 볼까요?”

“됐네. 그리 어려운 일 아니지 않나?”

“물론 그렇습니다만…….”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나?”

“표국을 찾아왔다는 그 정체불명 사내의 행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술잔을 들던 암흑이상의 손이 멈췄다.

“떠난 것은 아니고?”

“떠나는 것을 본 사람이 없습니다.”

“어차피 오는 것도 모르지 않았나?”

암흑이상이 술잔을 비웠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예전부터 나는 운이 좋았지. 굉장히 좋았다네. 그 운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겠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이봐, 일권.”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일권!”

암흑이상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번에는 반대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정풍. 정풍!”

하지만 그쪽 벽에서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덕숭! 중열!”

다른 이름들이 연이어 나왔지만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그곳으로 누군가 걸어 들어왔다.

암흑이상이 두 눈을 부릅떴다.

* * *

내 등장에 사내는 정말 크게 놀랐다.

푸짐한 체구의 사내는 온몸을 떨었다. 그 역시 산전수전 다 겪었겠지만, 죽음의 기운을 이렇게 가깝게 느낀 적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염려하지 마라. 지금 당장 너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니까.

“내 수하들은 어떻게 되었소?”

“다 죽었소.”

사내가 정중히 물었고, 나 역시 정중히 대답했다.

“그렇구려.”

침착하려 애쓰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그는 두려움에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있을 것이다.

그가 애써 차분히 말했다.

“그럼 내가 하던 말을 들었겠구려. 나는 운이 아주 좋은 사람이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았지. 결과론적으로 나와 적대했던 자들은 모두 죽었소. 당신도 그렇게 되기 전에 나를 풀어주시오.”

“운으로도 어쩔 수 없는 실력 차이란 것도 있소.”

“무공실력은 작은 한 부분일 뿐이지요. 자, 한잔하시겠소?”

“좋소.”

그가 내민 술을 쭈욱 마셨다.

술에는 독이 들어 있었다. 술잔을 따르면서 사내가 능숙한 솜씨로 하독한 것이다.

“술맛이 좋소.”

술잔을 다 비우고도 멀쩡한 것을 보고는 사내의 표정이 굳어졌다.

내가 독을 타는 것을 보고도 일부러 마셔준 이유는 공포심을 심기 위해서였다. 그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이제부터 내가 그를 어떻게 다룰지.

“나도 죽일 거요?”

“고민 중이오.”

내가 일부러 모호하게 대답했다. 공포심은 심어주되 살고자 하는 희망을 다 꺾어버리면 안 된다. 그 희망 때문에 내가 목적한 바를 이룰 테니까.

“당신 돈이 많다고 들었소만?”

내가 돈 이야기를 꺼내자 사내의 눈빛이 다시 반짝였다. 돈으로 살아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당신은 그 돈 많은 열 명 중 몇 번째요?”

“아홉 번째요. 조직 내에서 암흑구상이라 불리오.”

탁탁.

순식간에 손을 써서 그의 단전을 제압했다. 내공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물론 내공을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는 나를 위협할 수 없다.

하지만 그를 제압해야 할 이유가 따로 있었다. 지금 방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안전 때문이었다.

“거짓말이오! 그는 두 번째, 암흑이상이오.”

방으로 들어선 사람은 바로 성왕보였다.

암흑이상이 버럭 소리쳤다.

“당신!”

순간 그의 잔혹하고 차가운 표정이 튀어나왔다.

성왕보가 움찔했다. 어쩌니 해도 성왕보 역시 겁나고 떨리는 것이다. 그는 암흑상계가 얼마나 크고 대단한 조직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 공포를 읽은 암흑이상이 성왕보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우릴 배신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지 않소?”

“물론이네.”

“나중에 당신은 제발 죽여 달라고 애원하게 될 거요. 하지만 우린 죽이지 않겠지. 평생 당신을 고통 속에서 살게 하겠지.”

“그렇겠지.”

“알면서도 왜 이러는 거요? 정말 이 새파랗게 젊은 사람을 믿는 거요? 정말 이 사람이 우릴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믿소?”

그러자 성왕보가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나도 잘 모르겠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 놈을 죽이고 나를 풀어주시오.”

“어떻게 말인가?”

“수가 있겠지. 설마 당신이 아무 수도 없이 저놈을 따르는 것은 아니지 않소? 그 비장의 한 수를 지금 발휘하시오! 저자를 죽이고 나를 구해주시오! 대상에게 말해서 당신만은 반드시 살려줄 테니까.”

암흑이상은 발악을 하고 있었다.

반면 성왕보는 차분했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정말 여기까지 오는군.”

내가 그를 보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작업에 들어갑시다.”

작업이란 말에 암흑이상이 흠칫 놀랐다.

“작업이라니? 설마?”

“왜 그렇게 놀라나? 자넨 중원에서 열 군데서 동시에 작업을 벌이고 있었으면서?”

“그걸 어떻게?”

암흑이상의 목소리가 공포로 갈라졌다. 더 이상 그에게 여유는 남아 있지 않았다.

“저자의 재산을 모두 회수하게.”

내 명령에 암흑이상의 표정이 사색이 되더니 이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그게 가능하리라 생각하나?”

“충분히.”

“흥! 해보시든지.”

그때 또 다른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로 갈사량과 공수찬이었다.

“일단 이곳 푸줏간 창고에 숨겨진 비밀금고를 찾아냈습니다.”

물론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내가 암흑이상에게 차갑게 말했다.

“평생을 쌓은 탑도 무너질 때는 한순간이지.”

* * *

본격적으로 암흑이상의 재산을 거둬들이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냥 암흑이상을 죽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가능한 그의 모든 재산을 다 거둬들인 후에 죽일 생각이다.

암흑이상뿐만 아니라 모든 암흑상계에 속한 이들 모두 그렇게 처리할 생각이다.

그 돈으로 내가 얻는 이득도 이득이지만, 놈들에 대한 최대한의 응징도 될 것이다.

돈을 빼앗긴다는 것, 아마 그들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될 테니까.

적어도 암흑이상은 그러했다.

“반드시 죽일 거다. 암흑대상께서 너희들의 영혼까지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귀신이 되어서도 이 원한은 잊지 않을 거다.”

그는 자신의 재산이 하나씩 빠져나가고 처분될 때마다 협박과 저주를 퍼부어댔다.

암흑이상은 절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를 잘못 만났다.

결정적으로 그들의 총관을 지냈던 성왕보가 있었다. 그는 돈을 빼돌리기 위한 암흑상계의 가짜 조직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며, 그 돈들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훤히 꿰고 있었다.

내가 한 일은 물리적인 힘의 행사였다.

“끄으으으윽!”

혈맥이 비틀리는 고통에 암흑이상이 비명을 내질렀다.

고문이 계속되다가 잠시 쉬는 시간이 되었다.

고개를 늘어뜨린 채 그가 힘겹게 말했다.

“……돈 때문에 사람을 이렇게 고문하다니?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

“돈 때문에? 그래서 너는 그 돈 때문에 수하가 주인을 배신하게 하고, 어린 소녀를 중독시키는 것도 모자라 죽이려고까지 했느냐? 게다가 갓난쟁이까지 죽이려고 했지. 너는 괴물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상대하는 것이고.”

진심이었다. 이런 괴물을 보통의 사람이 상대하다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으니까.

“자, 쉬었으니 시작해볼까?”

“암흑대상께서 나를 구하러 오실 거다!”

“제발 그러라고 그래라. 제발.”

다시 놈을 고문했다. 고문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비대한 몸집을 뒤흔들며 그는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놈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무공을 모르는 죄 없는 사람들을, 그것도 아기와 어린 소녀가 포함된 일가족을 몰살시키려는 놈은 내 기준에서 인간이 아니다.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고 물었지? 그래 맞아. 너에 비하면 내 악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좀 더 분발해야겠어.”

난 사정없이 놈의 혈도를 더욱 강하게 눌렀다.

“으아아아아아아!”

미칠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겨우 말만 할 수 있게끔 턱의 혈도를 눌러두었기에, 혀를 깨물고 자결할 수도 없었다.

사실 혈도를 제압하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 자결하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 많은 재산이 남아 있었다.

또다시 놈이 항복했다. 상당한 무공을 배우긴 했지만 그는 무인이 아니라 상인이었다. 육체적인 고통을 끝내 참아내지 못했다.

“말하겠다. 그러니 제발 그만해!”

내가 다른 방에 있던 성왕보와 공수찬을 들어오게 했다.

그가 두 사람에게 어떻게 재산을 찾을 수 있는지를 털어놓았다.

이런 식으로 나온 돈이 단 이틀 만에 일억 냥에 육박했다.

그가 잠시라도 고문에서 벗어나 쉬기 위해서, 혹시나 조직에서 자신을 구해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시간을 벌기 위해 내놓은 재산이 그만큼이나 되었던 것이다.

그가 숨겨둔 진짜 재산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중원 곳곳에 숨겨진 재산을 모두 찾아낸다면 그 액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이다.

많이 내놓으면 조금 더 쉬게 해주었고, 잔머리를 굴리면 더 가혹하게 대했다.

나는 서둘지 않았다.

진짜 악인들을 상대하는 비법이기도 했다. 적이 악하면 악할수록 서두르면 안 된다. 악인을 상대하면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게 된다. 오히려 이쪽이 분노하고 이성을 잃게 된다.

놈들은 언제나 그 인간적인 감정을 이용해 먹는다. 그러니 부디 차분해라.

암흑이상이 증오의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싱글거리며 그 증오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그래, 힘내라. 더 증오해라! 이제 시작에 불과하니까.

그 복수심이 결국 모든 재산은 물론이고, 네 동료와 암흑대상까지 다 토해내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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